229화. 뇌해에 잠입
“앞으로는 이를 흑신뢰독지로 불러야겠어요.”
목진은 히쭉 웃더니 자신의 오른쪽 중지에 적당한 이름을 지어줬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배?”
목진은 방긋 웃으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고 대머리 노인을 쳐다봤다. 이렇게까지 많은 보상을 받았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할까 봐 괜히 미안했다.
“내가 나서서 뇌령을 유인할 테니 넌 뇌해에 잠입하여 뇌신단을 찾거라. 지금 네 실력으로는 완전한 뇌신체를 수련해도 뇌해에서 많아야 반 시진밖에 버티지 못한다. 그러니까 뇌신단을 찾지 못할 것 같으면 바로 나오거라. 그렇지 않으면 넌 바로 먼지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대머리 노인의 말에 목진도 잔뜩 긴장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기 목숨으로 장난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대머리 노인은 목진이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잠시 후, 그가 있던 구역이 갑자기 격렬한 폭동을 일으키더니 주위에 공간 파문이 일었다. 공간 폭풍이 몰려오는 듯 공간 전체가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곧바로 무서운 위압감이 주위를 감쌌는데 이것은 곧 지존경 강자의 위력이었다. 그것은 백룡지존보다 더 강력한 위압감이었다!
대머리 노인이 영력을 끌어올리자 뒤쪽에서 검은색 파도가 몰려왔다. 그 속에 엄청난 대어 한 마리가 파도를 가르며 헤엄쳐 오는 것처럼 보였다.
크으으으으!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포효와 함께 대어는 방대한 용익을 펼쳤는데 너무 거대한 나머지 태양까지 가려버렸다.
“저것이 곧 북명룡곤이란 말인가?”
목진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 너무도 놀라웠다. 북명룡곤은 수만 장 크기의 생물로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았고, 뇌역은 그가 주는 위압감을 감당하지 못할 듯 일그러졌다.
쿵!
북명룡곤이 나타나자 대머리 노인의 육신은 사라졌고 검은색 뇌해에서는 무서운 천둥소리가 들렸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돌리자 뇌해에서 천 장 정도 되는 검은색 뇌주들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뇌해 위쪽에 모이더니 형태를 갖추지 않은 검은색 뇌령이 되었다.
뇌장은 뇌하가 되어 체내에서 흘러내렸으며 유달리 어두운 뇌망은 녀석의 눈처럼 멀리 떨어진 북명룡곤을 노려봤다.
쿵!
검은색 뇌령은 분노를 드러내듯 포효하며 검은색 벼락으로 천 장이나 되는 범위를 전부 휘감았다.
그 모습에 목진은 다시금 깊게 숨을 들이켰고, 무시무시한 뇌령을 상대할 생각을 하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쾅!
난폭한 뇌령이 주위를 맴돌자 파멸의 힘이 퍼져나갔다.
뇌령은 나타나자마자 낯익은 북명룡곤을 목표로 잡았다. 북명룡곤 체내에서 발산하는 파동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뇌령은 포효하며 뇌해를 미친 듯이 내뿜고 만 장 정도의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 북명룡곤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런 엄청난 공격에도 북명룡곤은 무덤덤하게 입을 쩍 벌리고 한파가 깃든 검은색 액체를 내뿜었다. 이는 공간조차 바로 얼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북명룡곤과 뇌령의 힘이 부딪치자 검은색 액체는 바로 뇌망을 얼려 검은색 빙층을 만들었고 이는 아주 빠른 속도로 뇌령에게 향했다.
그때 검은색 벼락이 화가 난 용처럼 뇌해에서 솟아올라 검은색 빙층을 내리치자 빙층은 곧바로 산산조각이 났다.
화뢰대에서 이를 바라보던 목진은 공간을 파괴할 만큼 강한 힘으로 싸우는 뇌령과 북명룡곤이 자못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대천세계의 진정한 강자인 지존의 힘이었다.
지존경은 목진의 목표로 자신도 언젠가 북명룡곤 만큼 강해질 거란 생각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목진은 금세 마음을 추스르고 끓어오르는 검은색 뇌해로 눈길을 돌렸다. 북명룡곤이 뇌령의 주의를 끌었으니, 이는 그가 뇌해에 잠입할 최상의 기회였다.
비록 곳곳에 검은색 벼락이 창궐하였지만 완전한 뇌신체를 수련한 목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때 북명룡곤은 갑자기 공격에 박차를 가하여 뇌령을 닦달하였다. 목진이 뇌해에 들어간 것을 보고 일부러 뇌령의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속셈이었다. 만약 뇌령이 목진을 발견하고 공격하면 그는 바로 잿더미가 될 것이다.
다행히 목진의 실력이 너무 미약하여 두 사람의 대결만으로도 그의 영력 파동을 기꺼이 덮을 수 있었다. 그가 뇌해에 접근했는데도 뇌령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에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검은색 뇌해를 바라봤다. 끝없이 뻗은 뇌해에 비하면 목진은 먼지처럼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목진은 겁먹지 않고 주먹을 꽉 쥐더니 한 줄기의 빛이 되어 검은색 뇌해로 들어갔다.
풀썩.
검은색 뇌해에 파문이 일더니 목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뇌해에는 벼락의 힘이 가득했고 여러 갈래의 흑신뇌가 존재했는데 이는 바닷속 거대한 흑룡처럼 꿈틀거리는 것처럼 섬뜩했다.
목진이 나타나자 주위에 있던 흑신뢰가 파동의 이상을 감지하고 모여들었다. 이에 목진은 바로 뇌신체를 소환했다. 피부 표면에 은은한 검은색 뇌광이 나타나고 오른쪽 중지도 점차 어두워졌다.
목진이 뇌독의 파동을 이용해 자신의 영력 파동을 숨겼는데도 흑신뢰는 한동안 목진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는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흑신뢰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이런 곳에서 목진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파동을 발산하면 흑신뢰의 공격에 바로 죽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 흑신뢰는 목진의 주위를 한참 맴돌다가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은 결국 벼락의 힘으로 아무런 지능도 없었기에 목진을 제대로 식별할 수 없었다.
그제야 시름을 놓은 목진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 뇌장을 가르며 칠흑같이 어두운 뇌해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뇌신단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지만 목진은 벼락이 힘이 가장 그윽한 곳에서 생성됐을 수도 있단 생각에 뇌해의 가장 깊숙한 곳을 곧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드넓은 뇌해에서 뇌신단 한 알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다. 1각이 넘게 지났는데도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
목진이 뇌해 깊숙이 들어갈수록 흑신뢰는 더 무서워졌다. 수천 장 크기의 흑신뢰는 꼭 바다 밑을 헤엄치는 거대한 흑룡 같았다.
목진은 비록 뇌신체와 뇌독을 이용해 뇌해에서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하지만 반 시진만 지나면 더는 뇌해 속 벼락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잿더미가 될 거란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렇게 무턱대고 찾을 수는 없어.”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방법을 떠올렸다.
“벼락이 가진 힘의 위력은 엄청나긴 하지만 그 속에도 분명 어떤 정보가 들어있을 터. 뇌신단이 뇌해의 원천이라면 벼락의 힘은 분명 이를 느낄 수 있을 거야!”
뇌해에 비해 아주 미약한 목진은 단 한 번의 실수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이에 벼락의 힘을 피하는 것이 최상책이었는데 뇌신단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아주 위험한 방법이었지만 목진은 자신을 행운아라고 생각하며 끔찍한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그러다 정말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아마 뇌신체와 뇌독을 잘만 이용하면 순조롭게 도망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하면 북명룡곤의 부탁은 물 건너가게 되겠지만 이리할 수밖에 없었다. 결단을 내린 목진은 검은색 뇌광을 조금씩 거두며 뇌해 속 벼락의 힘을 유인하였다.
잠시 후, 벼락의 힘은 다시금 폭동을 일으켰고 멀리 떨어져 있는 커다란 흑신뢰마저도 목진의 존재를 알아챈 듯 요동쳤다.
그러다 한 갈래의 벼락의 힘이 목진의 몸으로 들어가자 그는 바로 뇌신체를 소환해 뇌광을 내뿜었고 흑신뢰는 다시 진정되었다.
한편, 목진은 벼락의 힘이 깃든 흑신뢰를 흡수하느라 몸을 계속 떨었지만 이미 열 갈래도 넘은 흑신뢰의 공격을 받아 항체가 생긴 것 같았다.
벼락의 힘을 제련하여 흡수한 목진은 검은색 뇌망 한 갈래를 감지하고 고개를 숙이자 그 속에서 신기한 파동을 읽었다.
뇌신단이 분명 그곳에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에 목진은 재빨리 그곳으로 다가갔는데 먹물처럼 진하고 진득한 뇌해에 뇌호가 요동치며 파멸의 파동을 풍겼다.
이곳은 절대 화천경 따위가 올 곳이 아니었지만 목진은 계속해서 주위를 살피며 목표물을 찾았다.
시간이 어느덧 절반을 넘어가는데도 아무런 수확이 없자 목진은 식은땀을 흘렸고 잔뜩 긴장한 채 수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건 뭐지?”
바로 그때, 목진은 뇌장을 건너다가 얇은 막 같은 물건이 손에 닿는 게 느껴졌다.
그는 손바닥의 검은색 뇌망을 움직여 몸을 감싸 안고 자연스레 얇은 막을 건넜다. 막 건너편에는 파멸의 힘을 지닌 검은색 뇌장도, 뇌해도 없었다.
“여긴 어디지……?”
목진이 도착한 곳은 뇌해의 밑에 따로 분리된 공간으로 중요한 물건을 숨기는 데 사용하는 곳 같았다.
목진은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곳의 중심 구역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곳에 놓인 물건을 보고 화색이 돌았다.
그곳에는 자그마한 검은색 연꽃이 피어있었는데 그 가운데에 아이 머리 정도 돼 보이는 검은색 구슬이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내뿜는 파동으로 보아 구슬은 천지의 벼락의 힘을 빌려 태어난 물건 같았다.
드디어 뇌신단을 찾았다.
목진은 까맣고 동그란 구슬을 유심히 바라봤다. 내뿜는 파동으로 볼 때, 이는 분명 목진이 찾고자 하는 물건인 뇌신단이었다.
“드디어 찾았어!”
목진은 흥분한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조심스럽게 검은색 연꽃에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검은색 연꽃은 검은색 뇌장으로 만들어져 더없이 견고해 보였고, 그 속에는 난폭한 파동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뇌해 속 파멸의 힘이 깃든 벼락의 힘과는 전혀 달랐다.
목진은 검은색 연꽃을 한참 쳐다보다가 뇌신단에 눈길을 돌렸다. 그는 최대한 빨리 뇌신단을 수중에 넣고 이곳을 떠나야 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이에 목진은 손을 내밀어 검은색 뇌망을 소환하였고 손가락을 튕겨 뇌신단을 감쌌다.
목진이 수련한 뇌신체가 흑신뢰의 힘을 흡수하여서 그런지 비슷한 파동의 힘 때문에 뇌신단은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목진은 손쉽게 뇌신단을 수중에 넣었다. 하지만 뇌신단이 손에 닿자마자 공간이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부서질 조짐이 보였다.
안색이 어두워진 목진은 바로 떠나려고 했지만, 뇌장 연꽃이 자꾸 신경 쓰여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뇌장 연꽃의 쓰임은 몰랐지만 뇌신단과 함께 이곳에 있었으니 분명 보통 물건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목진은 뇌장 연꽃까지 수중에 넣었다.
슉!
목진은 곧바로 부서질 것만 같은 공간에서 나와 뇌해의 가장 깊숙한 곳에 도착해 검은색 뇌망으로 몸을 감싸고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뇌해 밖으로 돌진했다.
그런데 그때, 뇌해의 위쪽에서 북명룡곤과 싸우던 뇌령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미친 듯이 날뛰며 검은색 벼락을 폭발시켰다. 그러자 북명룡곤이 쏘아 올린 검은색 파도가 단숨에 격파되었다.
뇌령의 갑작스러운 폭동에 북명룡곤은 씨익 웃었다. 이는 목진이 뇌신단을 찾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쿵! 쿵!
뇌령이 포효하자 검은색 벼락은 거대한 용처럼 날아올라 뇌해를 공격했고 뇌신단을 훔친 목진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이에 북명룡곤은 커다란 입을 쩍 벌려 엄청난 한파를 발산해 벼락을 전부 얼려버렸다.
그러자 화가 난 뇌령의 몸통이 갑자기 폭발하더니 수많은 뇌장으로 변해 뇌해에 떨어졌고, 그 속에서 수천 장의 흑신뢰가 뇌해를 찢으며 엄청난 속도로 어딘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