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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41화 (240/1,000)

241화. 구원

태창 원장은 의견이 분분한 장로들을 바라보더니 손을 휙 저으며 맥유에게 고개를 돌렸다.

“형전의 의견은 어떠한가?”

“이번 일은 장로가 나서면 안 될 것 같아요. 북창령원에서 젊은이를 괴롭힌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안 좋잖아요. 아이들끼리 해결하는 게 최선이죠.”

“형전 삼대장은 전부 학원에 있는가?”

태창 원장이 묻는 말에 맥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전부 원내에 있어요. 그런데 상황이 긴급하니만큼 최정예 부대를 파견하여 심창생과 이현통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형전에 있는 아이들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네요. 마룡자 쪽에서 현상방 10위권 아홉 명을 불렀으니…….”

“뭘 말하려는 건가?”

맥유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학생 중에서도 고르면 안 될까요? 대신 실력자들로 몇 명만이요.”

“학생이라…….”

태창 원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생각이네. 녀석을 조용히 수련만 하도록 두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군. 이번 일은 형전에 맡길 테니 부디 두 아이를 무사히 데려오게. 난 용마궁을 예의 주시할 테니 함부로 손을 뻗으면 나 또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네. 마룡자가 판을 벌이고 싶으면 북창령원에서도 상대해 줘야지 않겠나? 과연 누가 이길지 궁금하군.”

“네!”

맥유가 바로 명을 받들고 준비하러 떠났다.

* * *

북창령원 학생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강 알아냈다.

북창령원에서 혈명종을 울릴 수 있는 사람이 워낙 얼마 없고 현재 원내에 없는 사람은 심창생과 이현통 둘 뿐이었다.

한편, 목진도 두 사람이 걱정되어 상황을 알아보러 떠나려고 했다.

“잠시만.”

영계가 갑자기 목진을 불러 세우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휙 저어 색이 바랜 노란색 족자를 건넸다.

“이건 통천경 후기와 비슷한 실력을 보유한 5급 영진이야. 심안을 열었으니 아마 다룰 수 있을 거야.”

영계가 갑자기 5급 영진도를 준 의도는 몰랐지만 목진은 일단 받기로 했다. 통천경 후기와 비슷한 힘을 가졌다니, 이는 쌍련 형태의 요련도영진보다 훨씬 강할 것이고 지금 목진이 가장 필요한 물건이었다.

“고마워요.”

목진이 방긋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떠나자 영계는 떠나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이내 한숨을 쉬었다.

목진이 신생구역에 도착하자 학생들은 모두 한곳에 모여 붉은색 빛기둥을 바라봤다.

그 안에는 엽경령과 주령 등도 있었고 낙리도 함께 있었다.

“목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엽경령 등이 목진을 보자마자 다급히 물었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흔들고 말하려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줄기 빛이 날아와 광장 위쪽에 멈춰 섰다.

“맥유 전주다.”

누군가의 말에 목진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맥유는 주위를 쓰윽 훑더니 목진에게 눈길을 멈추고 바로 말을 전했다.

“목진, 지금부터 넌 잠시 형전의 사람이 되어 임쟁 등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러 갈 것이다!”

사람들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록 임시지만 목진이 졸업한 선배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형전에 선발되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혈명종이 울린 뒤 보인 형전의 반응에 학생들은 대강의 상황을 짐작했다. 목진 역시 눈치채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곧 수행할 임무가 심창생과 이현통을 구출하는 것이란 걸 말이다.

“네!”

목진은 바로 맥유의 말에 응했다. 심창생과 이현통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는 위험한 상황에 빠진 두 사람을 구하러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생사가 오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저도 갈래요.”

목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소녀의 맑은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낙리가 목진 옆에 다가가 고개를 들고 허공에 떠 있는 맥유를 바라봤다.

이에 잠시 고민하던 맥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낙리의 실력을 어느 정도 짐작한 그는 낙리가 동행한다면 힘을 보탤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맥유는 두 사람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옷깃을 휘날리며 급하게 떠났다.

“두 사람은 바로 형전에 가서 임쟁 등과 합류하거라.”

목진과 낙리는 명을 받자마자 사람들과 간단히 작별 인사를 나누고 바로 형전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먼 곳의 붉은색 빛기둥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학생들을 마주쳐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북창령원은 막강한 실력 때문에 다른 세력의 표적이 되곤 했다. 그들은 비록 북창령원에 함부로 도전장을 내밀지는 못하지만 기회만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번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북창령원에 큰 타격이 갈 것이다. 이런 생각에 목진은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그는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북창령원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

그때 옅에 있던 낙리가 소년의 손을 꼭 잡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

“걱정하지 마, 심창생과 이현통은 상대하기 쉬운 인물이 아니야. 절대 쉽게 당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목진은 되려 낙리의 손을 잡으며 소녀를 바라봤다.

“이번 일은 위험할 수도 있어.”

지난번 영장 임무를 수행하러 떠났을 때 하마터면 죽을 뻔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말할 나위 없었다. 마룡자에 비하면 백헌은 쉬운 상대였다.

“위험해서 따라가려는 거야. 대신 내가 걱정되면 네가 지켜주면 되잖아?”

낙리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널 지킬 거야.”

목진이 손을 꼭 잡고 결연한 표정으로 얘기하자 낙리는 방긋 웃었다. 그녀는 목진의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목진이 반드시 자신을 지켜내리라 굳게 믿었다.

목진과 낙리가 형전에 도착해보니 이미 사람들이 적잖게 와있었다. 그중에 눈에 익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다름 아닌 임쟁, 주청산, 고천염이었다. 안색이 어두운 것을 보니 이미 소식을 접한 모양이었다.

“임쟁 선배.”

목진과 낙리가 인사를 올렸다.

“맥유 전주께서 우리더러 이번 임무에 동참하라고 하셨어요.”

“와줘서 고맙구나.”

옆에 서 있던 주청산과 고천염도 목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다른 형전 사람들이 어리둥절하여 목진을 바라봤지만, 그 누구도 목진이 화천경 후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깔보지 않았다.

목진이 화천경 초기일 때 고천염과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여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화천경 후기가 되었으니 그의 실력은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이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갈래 빛이 광장에 내려앉았다. 그들은 바로 학요, 소훤, 서황이었다.

이들 셋도 이번 임무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들은 목진과 낙리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현재, 북창령원에서 심창생과 이현통을 제외하면 이들 둘의 실력이 최강이었다.

“이번 임무는 아주 위험해. 심창생과 이현통이 마룡자를 쫓던 중 녀석이 몰래 소집한 현상방 2위부터 10위를 상대하다가 중상을 입고 도망쳤어. 아주 긴급한 상황이야.”

“현상방 2위부터 10위라…….”

임쟁의 말에 목진마저도 심각해졌다. 현상방 10위권은 전부 무서운 놈들이라 한 명씩 상대해도 버거운데 아홉 명이나 모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심창생과 이현통이 중상을 입고 숨어든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이에 소훤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룡자가 불러모은 이들은 실력이 무척 뛰어났다.

“내가 너희를 이끌고, 주청산과 고천염이 옆에서 나를 도울 거야. 너희 다섯은 우리 뒤를 따르면 돼. 그리고 형전의 통천경 초기의 실력자 두 명과 곧 통천경에 이를 실력자 세 명도 우리와 함께할 거야. 시간이 촉박해서 이만큼밖에 인력을 모으지 못했어. 다른 이들은 수련에 들어갔거나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서 너희한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어.”

임쟁의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훑었다. 현상방 10위권을 상대하는 일이라 실력이 안 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되레 짐이 될 것이다. 이에 이번 임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거의 통천경의 실력자들이었다.

소훤과 서황도 영광 관정 이후 실력이 부쩍 늘어 곧 통천경에 이를 것이고, 학요는 이미 통천경 초기에 이르렀다.

하여 이들 중 목진만 화천경 후기로 최약체로 보였다.

“내 손에 마룡자와 현상방 인물들의 정보가 있는데 자세히 훑어봐. 하나라도 더 알면 상대하는데 위험 부담이 줄어들 거야.”

임쟁이 손가락을 튕기자 여러 갈래의 빛줄기가 목진 등에게 날아갔다. 이를 잡자 바로 족자로 변했다.

그 속에는 현상방 인물들의 간략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마룡자, 현상방 2위, 용마궁 출신, 사악하고 천부적 재능이 뛰어남, 통천경 중기의 실력자, 곧 통천경 후기에 이르는 지극히 위험한 인물.

목골(穆骨), 현상방 3위, 골신전(骨神殿) 출신, 통천경 중기의 실력자.

귀웅(鬼雄), 현상방 4위, 파벌이 없음, 원고종파의 계승을 받은 적 있음, 극악무도한 통천경 중기의 실력자.

오갑(吳甲), 현상방 5위, 화천경 후기의 5급 영진사.

등륭(騰隆)…….

정보를 확인한 이들은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마룡자를 포함해 통천경 중기의 실력자가 세 명이나 되었고, 나머지 다섯 명은 통천경 초기에 마지막 한 명은 무려 5급 영진사였다.

심창생과 이현통이 중상을 입은 것이 당연하단 생각이 들었다.

“마룡자, 목골과 귀웅은 우리 셋이 상대할 테니 나머지는 너희가 맡아. 심창생과 이현통만 구출하면 이들을 상대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거야.”

임쟁이 엄숙하게 말했다.

목진이 바로 형전 삼대장을 훑어봤는데 체내의 영력 파동이 더 강해진 것 같았다. 목진이 영진 수련할 때, 이들도 열심히 수련해 어느덧 통천경 중기에 이른 것이다. 그들이 현상방의 최강 3인조를 상대하겠다고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네.”

목진 등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바로 떠날까? 시간이 급박해 최대한 빨리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임쟁과 주청산, 고천염은 바로 그곳을 떠났고, 다른 형전 사람들도 뒤를 따라 떠났다.

“우리도 갑시다.”

목진이 소훤 등에게 말을 건네자 그들도 함께 뒤를 따랐다.

이렇게 그들은 북창령원 내부 구역을 신속하게 빠져나왔는데 바깥에는 어느새 몰려든 학생들로 가득했다.

“임쟁 선배, 목진, 부디 마룡자를 죽이고 심창생과 이현통 선배를 구해내세요!”

누군가의 말에 목진 등은 잠시 발걸음을 늦추었다.

천방 1, 2위인 심창생과 이현통은 북창령원 학생들의 버팀목이자 본보기였다. 이들이 잘못되면 학생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학생들의 기대에 찬 눈빛에 목진 등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에 임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목진 등과 함께 학생들에게 묵묵히 인사를 건넸다.

“가자.”

임쟁의 말과 함께 이들은 쏜살같이 북창령원을 떠났다.

그 시각, 대전 앞에 서 있던 태창 원장은 장로들과 함께 임쟁 등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용마궁을 예의 주시하게. 일단 장로가 나설 낌새가 보이면…….”

태창 원장은 서서히 주먹을 쥐며 말을 이어갔다.

“바로 죽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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