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화. 무서운 한 쌍의 연인
모장이 씨익 웃으며 팔을 파르르 떨자 흑창에서 눈부신 흑광이 비치며 목진을 향해 돌진했다.
이에 목진은 몸에 검은색 뇌광을 휘감고,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목진은 흑뢰가 요동치는 주먹으로 흑창에 정면으로 맞섰다.
“꺼져!”
차가운 눈길로 뇌광을 내뿜는 목진의 권풍에 흑창은 바로 산산조각이 났다.
“뭐지?”
적어와 모장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모장의 공격은 통천경 초기의 적어라도 감히 맞서기 버거운데 화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어린 녀석이 손쉽게 쳐낸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것들이 겁도 없이!”
목진은 살기를 품은 채 입을 함부로 놀린 두 녀석을 노려봤다. 그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슉!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등술을 소환해 모장에게 달려갔다.
“우쭐해하기는!”
모장도 음산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흑창 두 개를 거머쥐고 나섰는데 이러한 공격에도 목진은 전혀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쾅!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며 불꽃이 튀었는데 모장의 장창에도 목진은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퍽!
반면, 무서운 영력 파동을 실은 목진의 주먹은 모장의 가슴을 노렸다.
이에 화들짝 놀란 모장이 바로 장창을 거둬 가슴을 막았지만 장창은 힘에 못 이겨 맥없이 휘었다.
그때 목진의 힘이 갑자기 폭등하여 흑뢰가 요동치는 주먹으로 장창을 부수고 다시 가슴팍을 때리자 모장은 피를 토하며 수백 장을 튕겨 나갔다.
겨우 몸을 추스른 모장은 잔뜩 놀란 눈치였다. 상대하기 쉬워 보였던 화천경 후기 소년의 실력이 이토록 놀랍다니 믿기지 않았다. 이내 정색하며 온몸에 흑뢰를 감싼 소년을 바라보고는 괜히 불안해졌다.
슉!
이에 적어가 손가락을 튕기자 날카로운 적망이 쏜살같이 목진의 요해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낙리가 갑자기 목진 뒤에 나타나 검을 휘둘러 적망을 물리쳤다.
검은색 치마로 영롱한 몸을 감싼 소녀는 은하수같이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드리우고 장검을 쥔 채 살기 가득한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네 두 팔을 내놔. 내 말을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혼날 줄 알아.”
소녀가 노려보며 하는 말에 적어는 피식 웃었다.
“너 따위가 내 팔을 베겠다고?”
그 말에 낙리는 서서히 손을 들어 장검으로 적어를 겨눴는데 놀라운 검기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천장 안의 영무를 찢어버렸다.
“그래, 나 따위가 네 팔을 벨 거야.”
소녀가 정교한 얼굴은 씰룩거리더니 살기를 품고 머리 위에 검기를 모으자 그 속에서 흘러나온 무서운 파동에 적어는 이내 사색이 되었다.
상대하기 쉽다고 생각했던 소년과 소녀가 이렇게 버거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영무가 그윽한 서황경의 한 산봉우리에 네 사람이 웅장한 영력을 뽐내며 서 있어 천 장 내에는 영무가 가까이 가지 못했다.
모장과 적어도 안색이 어두웠다. 손쉽게 잡을 줄 알았던 목표물은 생각보다 상대하기 어려웠고 자신들이 오히려 열세에 처하고 말았다.
“지금 후회해봐야 이미 늦었어.”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모장을 바라보는 목진의 몸에서 흑뢰가 번쩍였고 옷 속에서는 한 갈래의 뇌문이 은은하게 빛을 발했다. 난폭하고 강력한 힘이 잔뜩 화가 난 용처럼 체내에서 요동쳤다.
“화천경 후기 따위가 감히 우리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우리가 북창대륙을 휘젓고 다닐 때 넌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했어!”
“과연 그럴까?”
목진은 씨익 웃더니 흑뢰가 득실거리는 눈으로 모장을 바라보며 달려가 흑염과 흑뢰가 깃든 영력을 실어 주먹을 휘둘렀다.
이에 모장도 체내의 영력을 전부 끌어올려 모영을 내뿜었다. 모장은 통천경 초기에 이른 자신이 화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소년 따위를 이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퍽! 퍽!
두 사람의 공격으로 생긴 돌풍은 영무를 모조리 없앴고 그곳 공간마저 일그러뜨렸다.
이와 동시에, 낙리도 날카로운 낙신검으로 안색이 어두워진 적어를 겨눴다.
그때 적어 체내의 붉은색 영력이 화염처럼 불타올랐는데 녀석이 인법을 바꾸자 영력이 한데 모여 수많은 붉은색 비수를 형성했고 무서운 빛을 발산하며 광우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낙리의 검기를 만난 광우는 곧바로 사라졌다. 이는 적어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붉은색 광우를 쳐낸 검기는 사정없이 적어에게로 향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적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쥐자 열 갈래의 붉은색 빛줄기가 단검으로 변했고 엄청난 열기를 내뿜었다.
단검 한 개는 중품 영기밖에 안 되지만, 한데 모이면 무려 상품 영기가 되어 그 위력은 엄청났다.
“적룡교살(赤龍絞殺)!”
적어가 열 손가락을 동시에 튕기자 단검들은 붉은색 이무기로 변해 하늘을 가르며 낙리를 공격했다.
그러나 낙리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검기로 주위에 보호막을 형성해 상대방의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목진과 낙리를 상대로 치열한 전쟁을 펼치고 있는 적어와 모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색이 어두워졌다. 소년과 소녀한테서 점차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이다.
이러다가 싸움에서 질 수도 있겠다고 여긴 두 사람은 한시라도 빨리 목진과 낙리를 쓰러뜨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살기를 품고 그들에게 맞섰다.
모장은 수중의 장창을 목진한테 내던지고 후퇴했는데 눈은 어느새 혈안이 되어 있었다.
쿵!
모장이 두 손으로 인법을 바꾸자 체내에서 미친 듯이 솟구치던 난폭한 영력이 녀석의 머리 위에 모여 검은색 석모로 변했고 질박해 보이는 기이한 무늬가 그려진 석모에서는 상고의 웅장한 파동이 스며져 나왔다.
모장이 강력한 공격 신결을 선보이고 있음을 알아챈 목진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죽어!”
모장이 정혈을 석모에 내뱉자 색이 어두워지며 은은하게 살기를 내뿜었다.
“혈신전천모(血神戰天矛)!”
모장의 기합과 함께 커다란 석모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혈광이 공기를 가르며 내리꽂혀 대지를 부쉈다.
무서운 힘을 싣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석모를 바라보던 목진도 손을 모아 결인하였는데, 뒤쪽 하늘에 별빛 공간이 생기며 그 속에서 신수 세 마리가 동시에 걸어 나왔다.
목진이 사신성숙경의 삼대 신인을 동시에 소환한 것이다.
녀석의 실력이 향상되자 삼대 신인의 위력도 전보다 더 강력해졌다.
크으으으으!
엄청난 영력을 머금은 신수 세 마리는 빛으로 변해 거대한 석모와 부딪쳤다.
퍽!
난폭한 영력 폭풍이 일자 아래쪽 산들은 와르르 무너졌고 곳곳에서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곧 영력 폭풍이 가셨는데도 목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녀석의 육신이 설마 잿더미라도 됐나?”
주위를 훑던 모장이 이내 화색이 되었다. 살수를 뒀는데도 겁도 없이 덤벼든 목진이 바보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뭐가 좋다고 웃지?”
그런데 그때, 자신을 비웃는 소리에 모장이 다시금 안색이 어두워져 고개를 들어보니 목진은 어느새 하늘 높이 날아올라 떠 있었고, 그 뒤에는 웅장한 영력을 뽐내는 9층의 커다란 흑탑이 보였다.
“과연 누가 승자가 될지 지켜보자고.”
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급부도탑은 첫 층부터 차례대로 밝아지기 시작했다.
네 번째 층까지 밝아지자 탑 표면에 금문이 나타나면서 금룡 네 마리가 탑을 벗어나 흑탑 표면을 감싸고 돌았다. 기껏해야 2층까지밖에 밝히지 못했던 목진은 어느새 4층까지 손쉽게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짓밟아버려!”
목진이 손을 휘두르자 구급부도탑은 금룡 네 마리와 함께 사색이 된 모장에게 내리꽂혔다.
“만모신결(萬矛神訣)!”
이때, 만 갈래의 검은색 광모가 나타나 흑탑에 맞섰다.
퍽! 퍽! 퍽!
그러나 이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구급부도탑은 광모들을 전부 부수고 영력으로 보호막을 형성한 모장에게 내려앉았다.
풉!
얼굴이 하얗게 질린 모장은 피를 토하며 추락하다가 아래쪽 산봉우리에 내리꽂혔다.
슉!
거대한 암석에 파묻힌 모장은 피투성이가 되어 부랴부랴 기어 나왔다.
목진의 공격으로 이미 중상을 입은 그는 흑탑에 닿자마자 체내의 영력이 봉인이라도 된 듯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때 그는 빨리 그에게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녀석 참 이상해!”
싸울 의지가 사라진 모장은 당장 도망가고 싶었다. 이러다가 목진의 손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슉!
영무에 들어가면 자신을 찾아내기 어려울 거라 여긴 모장은 속도를 한껏 끌어올렸는데 이를 지켜보던 목직은 씨익 웃으며 수인을 바꿨다.
모장이 영무에 닿기 직전, 영무가 갑자기 격렬하게 진동하며 사라지더니 거대한 영진 두 개가 눈앞에 나타났다.
두 갈래의 영진은 회전하며 빛을 발산했고 모장은 또다시 힘없이 튕겨 나갔다.
몸뚱이가 산에 부딪힌 모장은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목진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녀석은 가볍게 손을 휘둘러 영진을 거두고 흑창 하나를 네 마디로 꺾어 모장의 사지를 산체에 박았다.
“으악!”
모장은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며 겁에 질린 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편, 낙리와 싸우던 적어는 모장의 비명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는데 산에 꽂힌 녀석을 보고 경악했다.
소년이 이렇게까지 강력한 상대일 줄은!
목진과 낙리를 잡기 글렀다고 생각한 적어는 지금이라도 도망가지 않으면 두 사람의 손에 죽을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슉!
결정을 마친 적어는 뒤로 물러서며 암장과도 같은 단검 열 개를 적망으로 변환시켜 미친 듯이 낙리를 공격했다.
이에 낙리는 차가운 눈빛으로 적어를 바라보며 수중의 장검을 가볍게 튕겼는데 주위 온도가 순식간에 내려갔다.
잇따라 낙리가 천천히 낙신검을 휘두르자 앞쪽 공간이 찢어지며 적망들이 검광에 의해 반으로 갈라졌다.
영기가 없어진 암장 비수는 맥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낙리가 무려 상품 영기를 단검에 부숴버린 것이다.
풉!
영기의 영향으로 적어도 피를 토하였는데 이때, 두 갈래의 검광이 양쪽 팔을 스쳐 지나가자 녀석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고 낙리는 허공에 멈춰선 채 검을 거뒀다.
피를 토하는 적어의 두 팔은 어깨에서 분리되었고 그 단면은 거울처럼 반듯했다.
처량한 외침과 함께 적어는 맥없이 추락해서 한 산봉우리에 떨어졌고 다시금 피를 토하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낙리는 서서히 내려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칼로 녀석의 목을 겨눴는데 적어는 무서워 감히 움직이지조차 못했다.
이를 본 목진은 담담하게 웃더니 모장을 적어 옆에 내던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위풍당당했던 현상방 괴물들은 지금 중상을 입은 폐인이나 다름없었다.
“결과가 예상 밖이었나 보지?”
목진이 피식 웃으며 사색이 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두 팔이 잘린 적어는 독기를 품고 목진을 노려봤고 옆에 있던 모장도 이를 갈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좋아할 것 없어. 너희 중 살아남을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을 거야.”
“나한테 너희 계획이나 말해줘.”
목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적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꿈 깨!”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진은 손을 가볍게 튕겨 영력 빛줄기로 상대방의 가슴을 공격했다. 수백 장 정도 물러난 적어를 보지도 않은 채 목진은 모장한테 고개를 돌렸다.
“너도 적어처럼 되고 싶으면 말해. 기꺼이 만들어주지.”
훤칠하게 생긴 소년의 독기를 품은 모습에 모장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북창령원같은 곳에서 어찌 이런 학생이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너흰 절대 이길 수 없어. 마룡자와는 상대도 안 돼.”
모장이 이를 악물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 우리를 풀어주고 떠나도 늦지 않아. 그러다 마룡자 손에 들어가면 너흰 그대로 끝이야!”
“녀석이 뭘 하려는 거야?”
목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희를 전부 죽이려고 해. 그럼 북창령원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용마궁의 지위가 올라가겠지.”
모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형전 삼대장도 전부 나섰는데, 그럴만한 능력은 있대?”
형전 삼대장은 전부 통천경 중기의 실력이라 심창생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마룡자가 아무리 실력이 좋은들 이들을 상대하려면 쉽지는 않을 것이고, 심창생과 이현통까지 합류하면 북창령원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