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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44화 (243/1,000)

244화. 구출

“마룡자를 너무 쉽게 생각했어.”

모장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마룡자는 이미 임쟁을 만났을 것이고 이미 그 손에 잡혔을 거야. 그리고 고천염과 주청산은 목골과 귀웅이 있으니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아. 그러니 나머지 사람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

마룡자가 임쟁을 쓰러뜨릴 만큼 강력한 실력을 갖췄다는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현상방 2위를 차지한 사람은 역시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심창생과 이현통만 찾으면 된다는 생각도 버려. 마룡자의 용마독에 중독된 두 사람은 위독한 상황이라 너희한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야.”

모장은 마룡자와 싸우려는 목진 등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우린 어떡하지?”

낙리가 목진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이들을 갈라놓아 하나씩 공략하고 형전 삼대장까지 무너지면 목진과 낙리 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목진은 다시 모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심창생과 이현통이 있는 곳을 알아?”

“그들을 구하러 가려고? 이미 중독되어 구한들 짐만 될 뿐이야.”

모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길이나 안내해.”

심창생과 이현통을 찾아 용마독을 없앨 방법만 찾으면 형세가 역전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에 목진은 바로 떠나려고 했다.

북창령원 사람들이 전부 잡히기 전에 두 사람을 구출해야 역전도 가능했다.

“적어한테도 길을 물어볼 거야. 네가 알려준 길이 틀렸단 걸 발견하는 순간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목진이 사악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모장은 소름이 쫙 끼쳤다.

“날 살려준다고 약속하면 길을 안내해줄게.”

별다른 선택이 없는 모장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네 생사는 내가 결정해.”

목진은 적어한테 다가가 한참을 이야기하고는 혼절시킨 뒤 녀석을 들고 돌아왔다.

“그럼 떠나자.”

목진은 혼절한 적어와 중상을 입은 모장을 데리고 낙리와 함께 그곳을 떠났다.

한편, 서황경의 어느 커다란 암석 위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인상을 찌푸리며 목진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저쪽은 적어와 모장이 간 곳인데 보아하니 잡혔네. 지금은 더 깊숙한 곳으로 가는 것 같은데 설마 심창생과 이현통을 구하러 가는 건가?”

평범한 얼굴에 독사처럼 차가운 눈을 가진 녀석은 현상방 10위권 중 유일한 5급 영진사인 오갑이었다.

어느덧 눈길을 거둔 오갑은 앞쪽을 바라봤다. 거대한 영진이 회전하고 있었는 그 속에는 세 사람이 갇혀있었다.

그들은 곧 학요, 소훤, 서황이었는데 멀리 떨어지지 않았던 이들은 곧바로 오갑과 마주쳐 싸울 수밖에 없었다.

5급 영진사는 철저하게 준비한 탓인지 이들 셋이 동시에 덤벼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영진에 갇혀 겨우 몸을 가누는 신세가 됐다.

오갑은 인상을 찌푸리며 영진 속 세 사람을 바라보다 벌떡 일어났다. 심창생과 이현통에 비해 이들 셋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들한테 발목이 잡혀 이도 저도 못 할 바에는 심창생과 이현통을 찾지 못하게 막으러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너희는 일단 살려두지.”

말을 마친 오갑이 피식 웃더니 바로 영무 속으로 뛰어들었다.

오갑이 떠나자 영진의 움직임이 느려졌고, 학요 등은 전력을 다해 영진을 뚫었다.

* * *

슉!

목진과 낙리는 짙은 영무를 가르며 전속력으로 나아갔다.

마룡자가 형전 삼대장을 쓰러뜨리면 형세는 그쪽으로 기울어진단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들은 한참을 모장이 인도한 대로 따라가고 있었는데 어느덧 모장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슉!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목진은 낙리의 팔을 잡고 신속하게 뒤로 물러났다.

쿵!

앞쪽 영무 사이로 커다란 영력 빛줄기가 나타나 두 사람을 공격했다.

이에 낙리는 바로 낙신검을 휘둘렀다.

“적어와 모장이 두 학생의 손에 잡히다니…….”

영무 속에서 기괴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오갑이 나타났고 그 뒤에 커다란 영진이 천천히 회전하였다.

“현상방 5위인 오갑인가?”

목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만 멈추지. 그러지 않겠다고 해도 내가 막겠지만 말이야.”

오갑이 씨익 웃으며 하는 말에 목진은 살기를 품고 상대방을 바라봤다. 목진이 공격을 개시하려고 하는데 낙리가 앞을 막아 나섰다.

“내가 녀석을 처리할 테니 넌 사람부터 구해.”

이에 목진은 고민되는 듯 주춤거렸다.

“나를 못 믿어?”

목진이 낙신족의 차기 황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듯 물었다.

“그럼 조심해.”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낙리가 쉽게 나서지는 않으나 목진은 그녀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딜 가려고?”

목진이 바로 떠나려는데 오갑이 뒤편의 영진을 움직여 목진을 공격했다.

슉!

검기 한 줄기가 오갑의 공격에 맞섰다.

목진은 그 틈을 타서 바로 영무 속으로 들어갔다. 마룡자가 임쟁 등을 쓰러뜨리기 전에 심창생과 이현통을 구출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만약 계획이 틀어지면 이들한테는 아주 불리하게 될 것이다.

영무 속에서 뛰쳐나온 목진은 뒤쪽에서 흘러나온 격렬한 영력 파동을 느꼈다. 낙리가 오갑과 싸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목진은 시선을 거두고 차가운 눈빛으로 모장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나한테 알리지 않은 것이 있나 보네?”

이에 모장은 순간 움찔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갑은 우리 행방을 어떻게 안 거지? 혹시 네가 알렸어?”

“서황경 깊숙한 곳 영무에 오갑이 친 영진이 있어. 녀석은 영진을 통해 파동을 읽은 거야.”

모장이 다급하게 건넨 말에 목진은 손가락을 튕겨 영무에 영력 한 갈래를 쐈는데 아직 미약하지만 이상한 파동이 느껴졌다. 영진의 감응 광선이었다.

이에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며 수십 갈래의 영인을 만들어 몸 주위에 뿌리자 그것들이 광선으로 변해 목진의 몸을 감싸더니 어느덧 소형 영진을 이뤘다.

해당 영진은 그리 크진 않지만 상대방이 자신을 감지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제 오갑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앞장서.”

목진은 그제야 다시 모장한테 눈길을 돌렸다.

목진이 무서운 모장은 바로 길을 안내했는데 1각정도 지나자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앞쪽에 커다란 산골짜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끝은 영무가 그득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심창생과 이현통은 아마 저곳에 있을 거야. 영무가 너무 짙어 찾아내기 어려워.”

모장이 골짜기를 가리키며 하는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모장을 때려눕힌 뒤 두 사람을 끌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

골짜기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시야가 흐려졌다. 목진은 갑자기 허공에 뛰어올라 흑염이 깃든 영력을 끌어올려 주위의 영무를 물리쳤다.

골짜기 속은 지형이 복잡하고 영무까지 있어 숨어있는 두 사람을 찾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목진은 일부러 영력으로 영무를 물리친 것이다. 심창생과 이현통이라면 익숙한 영력 파동을 읽고 분명 답신을 보내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어디선가 영력이 폭발하는 것이 느껴졌는데 다름 아닌 심창생이었다.

이내 화색이 된 목진은 바로 그쪽을 향해 돌진했고, 벼랑 끝에 도착해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 동굴 밖에는 누군가 서 있었다.

“심창생 선배.”

목진은 한시름 놓은 듯 숨을 고르고 다가갔는데 그 모습에 순간 경악했다. 심창생의 피부에는 흑반이 득실거렸고 그 속에서는 음산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이로 인해 그는 더없이 초췌해 보였지만 애써 웃으며 목진을 맞이했다.

“네가 제일 빨리 우리를 찾을 줄은 몰랐네?”

심창생이 히쭉 웃으며 하는 말에 목진은 수중의 적어와 모장을 내던졌다.

“적어와 모장이야? 네가 녀석들을 해결했어?”

쓰러져있는 두 사람을 본 심창생은 조금 놀란 것 같았다. 비록 현상방 7, 8위밖에 안 되는 두 사람이었지만 통천경 초기라 실력이 제법인데 이런 사람들이 목진의 손에 저렇게 될 줄은 몰랐다.

“형전 삼대장도 왔는데 지금 상황이 썩 좋지 않아요. 그런데 두 사람은 좀 어때요?”

“우리도 상황이 썩 좋지 않아.”

심창색이 어깨를 들썩이며 동굴로 들어갔다. 뒤따라간 목진은 상황이 더 안좋은 이현통을 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현통의 몸에는 흑반이 더 많았고 온몸에는 음산한 독의 기운이 득실거렸다.

얼굴에까지 흑반이 퍼져 훤칠했던 이현통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기괴해 보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목진을 보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그 또한 목진이 가장 먼저 달려올 줄은 몰랐다.

“어쩌다 이렇게 됐어요?”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상대편이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두 사람의 실력으로 이렇게까지 당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는 마룡자가 철저하게 준비한 덫에 빠졌어. 이미 통천경 후기에 이른 녀석은 여태껏 실력을 감추다가 우리가 그들한테 포위된 뒤에야 진정한 실력을 드러냈고 용마궁에서 용마독도 가져왔어. 그 독은 지존경 강자가 제련한 독이라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통천경 후기라…….”

이현통이 담담하게 답했다. 마룡자가 역시나 엄청난 실력자였단 생각에 목진은 갑자기 임쟁 등이 걱정되었다.

“용마궁의 수련은 아주 지독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너무 방심했어. 마룡자가 이렇게 빨리 통천경 후기에 이를 줄은 정말 몰랐어.”

심창생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무사히 북창령원에 돌아갈 수 있다면 열심히 수련해 마룡자와 같은 단계에 이를 수 있겠지만 용마독 때문에 여태껏 마룡자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용마독 해독을 하는 거예요. 만약 마룡자가 통천경 후기에 이른 것이 사실이라면 형전 삼대장이 오래 버티지 못할 거예요. 우리가 빨리 가서 도와야 해요.”

목진의 말에 심창생은 바닥에 철썩 주저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용마독은 지존경의 강자만 해독할 수 있어.”

이에 목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마룡자는 분명 북창령원에서 지존경 강자를 파견하지 않을 걸 알고 이런 수를 둔 것이다.

“내가 한번 해볼게요. 내 영력이 특수해서 해독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구유화와 융합한 자신의 영력이 용마독를 억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별다른 수가 없는 심창생과 이현통은 목진을 믿기로 하였다.

목진은 심창생 앞으로 다가가 흑염이 깃든 영력을 소환해 상대방의 머리에 닿았고, 영력은 곧바로 그의 체내로 들어갔다. 해독이 최우선인 심창생은 목진의 영력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심창생의 체내에 영력이 닿자 목진은 용마독이 악룡처럼 들쑤시고 다니며 영력을 전부 삼키는 것을 발견했다. 심창생과 이현통이 영력을 회복할 수 없는 원인은 역시 용마독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숨을 고르고 영력으로 그중 한 갈래의 용마독을 감쌌는데 위험을 감지한 용마독은 독기를 발산하며 흑염에 저항했다.

두 갈래의 힘은 서로 싸우다가 결국 구유화가 용마독을 삼켜버리고 나서야 끝이 났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 두 사람의 독을 전부 없애려면 며칠은 걸려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들한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었다.

영력을 거둔 목진이 한숨을 쉬자 심창생과 이현통도 포기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실망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사색에 잠긴 채 말이 없었다. 구유화가 용마독을 없앨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강력한 불만 찾으면 해독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더 강한 불이라…….”

한참 중얼거리던 목진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

구유작이 진화에 성공하면 화염도 같이 진화해 구유화에서 불사화가 되니 이를 이용하면 성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화색이 된 목진은 계자탁 속에 잠든 구유작의 거대한 알을 찾았는데 신비로운 검은색 알 표면에 은은한 보랏빛 무늬가 나 있었다. 그 속에서 막강한 힘이 느껴졌다.

불사화를 조종할 능력이 없는 목진은 구유가 자기의 목소리를 듣고 한 줄기라도 나눠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구유, 어서!”

목진은 계속해서 구유작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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