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짧은 만남
“귀웅, 목골을 도와줘.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마.”
마룡자가 손을 휙 저으며 말했다.
“남자 둘이 여자 한 명을 상대하다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웃으며 말을 마친 귀웅은 어느새 도끼를 빼 들고 달려가 산을 가를 만큼 엄청난 힘으로 낙리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쿵!
그때 목골도 백 장의 방대한 도망을 선보이며 골도를 휘둘렀다.
통천경 중기의 실력자 둘이 동시에 날린 공격은 위력이 엄청났다. 낙리는 바로 재빨리 수중의 장검으로 자신을 보호했다.
퍽!
세 갈래의 힘이 부딪치자 낙리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피를 머금은 채 뒤로 튕겨나 한 산봉우리에 내려앉았다.
소훤 등은 상대방이 드디어 살수를 두기 시작했단 생각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 형전 삼대장까지 잡힌 상황에서 이들한테 뾰족한 수는 없었다.
한편, 낙리는 낙신검을 꼭 잡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진동하는 낙신검에서 은은하게 파동이 일며 무서운 무언가가 봉인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
낙신검의 떨림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저 멀리 영무에서 다시금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와 다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영무 사이로 세 갈래의 빛줄기가 웅장한 영력을 싣고 쏜살같이 날아와 한 산봉우리에 내려앉았고, 누군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상방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하나같이 쓰레기네. 둘이서 여자 한 명을 공격하다니, 낯 뜨겁지도 않나?”
누군가의 목소리에 소훤 등의 안색이 순간 밝아졌다.
드디어 목진이 나타났다!
웅장한 영력이 주위에 퍼지며 세 사람이 산봉우리에 내려앉았는데 이들이 주는 압박감에 목골 등은 소름이 끼쳤다.
“심창생과 이현통이야!”
이들을 알아본 소훤 등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진이 홀로 온 줄로만 알았는데 천방 1, 2위까지 데리고 오다니, 이보다 좋은 소식은 없었다.
“심창생과 이현통의 실력이 회복되다니!”
목골 등은 중독되기 전보다 실력이 더 좋아진 심창생과 이현통을 보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용마독에 중독된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실력을 회복했단 말인가? 지존급 강자여야만 해독할 수 있는데, 설마 뒤에 누군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들에게 뒷배가 있다면 목골 등은 도망칠 시간도 없이 당하고 말 것이다.
“용마독은 지존급 강자만 해독할 수 있긴 하지만, 일정한 조건만 맞추면 가능해. 저들 뒤에 지존경이 있었다면 용마궁에서 이미 눈치챘을 거야.”
마룡자는 무덤덤하게 말하고 사람들을 달래며, 심창생과 이현통에게 고개를 돌렸다.
“너희가 용마독을 해독한 것은 내 예상 밖이긴 해.”
이에 심창생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마룡자를 노려보며 피식 웃었다.
“네 예상을 뛰어넘는 일은 이것 외에도 많을 거야.”
말을 마친 심창생은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는데, 그 힘은 일반 통천경 중기가 아닌 통천경 후기에 버금가는 실력이었다.
어마어마한 영력 파동에 목골 등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용마독에 중독된 상황에서 실력이 되려 좋아졌다니, 역시 심창생과 이현통은 대단했다.
마룡자도 흠칫 놀랐다. 용마궁의 특수한 수련 방법으로 수명을 단축하는 대가로 겨우 얻어낸 통천경 후기를 심창생은 그저 얻은 것 같아 얄미웠다.
“아직 그 경지에 이른 것도 아닌데 감히 나와 싸우려 하다니…….”
마룡자가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말했다.
“이번 싸움에서 승자가 누가 될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은데?”
북창령원 천방 패주, 북창령원의 얼굴인 심창생은 어떠한 상대를 만나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마룡자가 강적이긴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할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그때 마룡자가 옷깃을 휘날려 산봉우리에 던져진 형전 삼대장을 들어 올렸다.
이에 목진 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형전 삼대장은 역시 마룡자의 손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너희 둘은 살아남았지만, 이들 셋은 내 손에 들어왔네?”
마룡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등가 교환이라고 봐도 되나 몰라.”
“우리도 너희 쪽 사람을 두 명 잡았어.”
목진이 콧방귀를 뀌며 손을 굽히자 멀지 않은 곳에 누워있던 두 사람이 끌려왔다. 다름 아닌 적어와 모장이었다.
“난 저따위 녀석들은 신경도 안 쓰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
마룡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는 적어와 모장은 단 한 번도 벗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역시 넌 이들을 이용하려고 부른 거였어. 네 뒤쪽에 서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야.”
목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목골 등은 인상을 찌푸렸다. 목진이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걸 알지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녀석, 입만 살았네.”
심창생과 이현통의 용마독을 목진이 없앴을 거라고 짐작한 마룡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네가 그날 백헌을 죽이고 하마터면 내 손에 죽을 뻔했던 그 녀석이지?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실력이 이렇게까지 늘었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널 죽였어야 했어.”
“이제 더는 기회가 없을 거예요.”
“화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녀석이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너 같은 녀석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마룡자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진에게 달려가며 회흑색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는 마룡으로 변해 포효하였다.
위잉!
그런데 그때, 금광이 빗발치는 장창이 하늘을 가르며 마룡을 무찔렀다.
“내 앞에서 감히 누굴 죽여!”
심창생이 체내의 영력을 전부 끌어올려 장창을 휘두르자 창영들이 마룡자의 요해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마룡자는 바로 손가락을 튕겨 상대방의 공격을 무산시키고 뒤로 물러났다.
“마룡자, 나와 단둘이서 싸울 자신은 있어?”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마룡자를 잡고 싶은 심창생은 제대로 그와 한번 겨뤄보고 싶었다.
심창생은 곧바로 마룡자의 뒤를 따르며 수중의 금창에 영력을 불어넣었는데 그 속에서 눈부신 황금빛을 발산했다.
위잉!
금창이 진동하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모으더니 그 앞에 금련 한 송이를 만들어내며 지극히 날카로운 창망을 내뿜었다.
“전신금련(戰神金蓮)!”
심창생의 기합과 동시에 금련의 창끝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황금빛을 발했고, 이는 막 떠오른 태양처럼 짙은 영무를 뚫고 상대방에게 향했다. 그 여파로 주위 공간이 일그러졌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목골 등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들이었다면 절대 심창생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북창령원 천방 1위는 대단했다.
이에 마룡자가 두 손을 모았다가 떼자 손바닥에 검은색 용문이 나타났다.
“마룡쇄천장(魔龍碎天掌)!”
심창생의 공격에 백 장 정도 되는 마룡이 포효하며 나타나 놀라운 힘이 깃든 금련과 부딪쳤다.
퍽!
두 갈래의 강력한 힘이 부딪치자 금광과 흑망이 각자 반쪽 하늘을 물들였다.
쿵!
영력 폭풍이 일자 두 사람도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심창생은 금창을 이용해 몸을 추스르고, 멀리 뒷짐을 쥔 채 가볍게 내려앉은 마룡자를 노려봤다.
자신의 공격에도 마룡자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는데, 녀석의 실력은 역시 엄청났다.
“움직여.”
북창령원 무리는 이미 형전 삼대장을 잃기는 했지만 심창생이 마룡자를 막을 수만 있다면 목진과 이현통, 낙리가 나머지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마룡자가 갑자기 피식 웃더니 형전 삼대장을 목골한테 내던지며 말했다.
“심창생, 나와 제대로 싸우고 싶다면 기회를 줄 테지만 이곳은 아니야. 서황경 밖 서황성(西荒城)에서 기다릴게. 그곳이야말로 싸우기 좋은 곳이니까 저들을 구하려거든 제 때에 오는 게 좋을 거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북창령원의 천재들을 전부 죽일 테니까. 그럼 나 마룡자는 북창대륙에 이름을 날릴 것이고 북창령원이 용마궁보다 못 하단 사실도 온 천하에 드러나겠지!”
마룡자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마치고 사라졌다. 나머지도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형전 삼대장을 구하려거든 내일 점심까지 서황성으로 와. 기다릴게!”
“어딜 가!”
심창생이 뒤를 쫓으려 했는데 마지막에 따라붙은 오갑이 담담하게 웃으며 영무를 끌어모으자 그들은 순식간에 영무 속으로 사라졌다.
“심창생, 이들의 시체가 서황성에 걸려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제 때에 오는 게 좋을 거야!”
마룡자는 음산한 말소리만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서황성은 서황경에서 가장 큰 도시로 이곳에 수련하러 온 사람들은 전부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했기에 인기가 가장 좋았다.
그러나 서황성은 서극전(西極殿)의 관할 구역으로, 북창대륙에서 명성이 자자한 세력이었다.
하여 서황성은 별의별 사람이 다 드나들지만,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서극전처럼 막강한 세력을 상대하려면 그만큼 배후가 든든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서황성은 마룡자 때문에 떠들썩해졌다.
그들은 서황성에 도착하자마자 도시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서황대(西荒臺)로 향했다.
서황성의 가장 높은 자리에 우뚝 솟아오른 서황대는 서황성에 대사가 일어날 때만 여는 곳인데, 마룡자 등은 막무가내로 이곳을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서황대에 올려놓은 커다란 철장과 그 속에 갇힌 사람을 보고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감히 북창령원의 형전 삼대장을 저렇게 만들다니!
사람들은 그들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용마궁의 마룡자란 것을 알아내고 소름이 돋았다.
그해, 북창령원과의 혈투로 종적을 감췄던 용마궁이 아직 힘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고 여겼다. 그렇기에 북창대륙에서 막강한 세력인 서극전도 감히 용마궁에 덤비지 못했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궁금해졌다.
마룡자가 형전 삼대장을 잡아 서황대에 전시한 것은 북창령원에 시위하려는 걸까?
북창대륙에서 제일인 두 세력이 다시 싸우는 건가?
만약 사람들의 생각이 추측이 아닌 사실이라면 이는 북창대륙의 대사나 다름없었다.
이에 서황성은 떠들썩해졌는데 정작 마룡자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조용히 서황대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그 뒤로 목골, 귀웅, 오갑 등도 살기 가득한 모습으로 서 있었는데 전부 통천경에 이르러 최정예나 마찬가지였다. 서황성에 강자가 있긴 하지만 마룡자 등의 실력을 뛰어넘을 만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역시 용마궁에서 길러낸 천재는 남달라. 어린 나이에 벌써 통천경 후기에 이르렀다니, 참 대단한걸.”
누군가 마룡자의 놀라운 영력 파동을 읽고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마룡자는 용마궁에서 실력이 가장 좋은 사람은 아니래. 마형천이야말로 사신 그 자체라고 들었어. 거의 나서지 않지만 북창령원의 젊은이들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진정한 인재라고 들었어.”
“용마궁에서 사람을 키우는 솜씨가 북창령원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것 같군.”
“그렇다고는 말할 수는 없어. 북창령원은 모든 사람이 인정한 훌륭한 학원이고 용마궁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한 조직이니까. 그리고 어릴 때부터 피비린내를 맡으며 자란 용마궁 사람들에 비하면 올바른 교육을 받은 북창령원 학생들이 더 훌륭하지. 여태껏 북창령원이 길러낸 사람 중에 지존경에 이르러 대천세계에 명성을 날린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긴, 어떤 세력에서든 훌륭한 사람은 나오기 마련이지. 용마궁에는 마형천, 서극전에는 서청해(西青海), 구하상회에는 하유연(夏幽然), 천정성종에는 소불후(蘇不朽)…… 이들이야말로 젊은이 중 으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