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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47화 (246/1,000)

247화. 4인 대결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군대며 마룡자가 누구를 기다리는지 궁금해했다.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 없으나 이곳에서 곧 큰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명확했다.

그때, 서황전 중심의 한 대전에서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뒷짐을 진 채 담담하게 웃으며 서황대를 바라봤다.

“마룡자라…… 감히 서극전 통솔 구역에 발을 들였네?”

그 뒤에 누군가 깍듯이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소 전주,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될까요? 마룡자한테 잡힌 세 사람은 북창령원의 형전 삼대장으로 녀석은 이곳에서 북창령원의 구원 소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을 이곳에서 전부 죽일 생각이고요. 그의 계획대로 된다면 녀석은 용마궁에서 명성을 떨치고 큰 보상까지 받을 거예요.”

“마룡자도 벌써 통천경 후기에 이르렀네. 그러지 않고서야 형전 삼대장을 저렇게 만들 수야 없지.”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씨익 웃더니 손을 휘익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는 용마궁과 북창령원 사이의 일이야. 우리와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까 못 본 척해. 싸우려면 얼마든지 싸우라고 해.”

“네!”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서황대에 앉아있는 마룡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룡자도 실력이 좋긴 하나 마형천에 비하면 조금 뒤처진단 생각이 들었다.

“마형천…….”

마형천을 떠올린 사내는 성령산(聖靈山)이 열리면 녀석이 곧 자신을 위협하는 적이 될 거란 생각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 * *

서황성의 분위기는 점차 들끓었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전부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북창령원과 용마궁은 북창대륙에서 워낙 유명해 미세한 움직임에도 다들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한편, 서황대에 앉아있는 마룡자는 떠들썩한 도성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 앞에서 북창령원의 최정예들을 죽이면 북창령원의 체면은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용마궁에서의 그의 지위도 마형천을 뛰어넘을 것이고, 더는 마형천 때문에 무시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천부적 재능이 뛰어난 마룡자는 용마궁에서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마형천 때문에 지금껏 무시를 당하고 살았다. 이는 자존심 강한 그가 용납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번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면 나한테도 성령산에 들어갈 자격이 주어질 거야. 게다가 성령의 세례까지 받으면 지존경에 하루라도 빨리 이를 수 있을 것이고, 마형천을 짓밟을 수 있게 되겠지. 북창대륙 젊은이 중 나 마룡자야말로 천하제일이야!”

마룡자는 고개를 들어 서황경 밖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심창생, 부디 와줘. 내 계획은 너희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돼.”

* * *

시간이 흐를수록 서황성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졌다. 그들 대부분은 서황대를 보러온 것이었다. 사람들은 간혹 성 밖을 바라봤는데 마룡자가 기다리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태양이 정상에 올랐을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고 마룡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십수 갈래의 빛줄기가 신속하게 날아와 서황성 허공에 내려앉았는데 빛이 사라지고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가장 앞에 선 청년은 황금빛 장창을 들고 웅장한 영력을 뽐냈다.

“북창령원 천방 1위인 심창생이다!”

심창생은 북창대륙에서도 명성이 자자하여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옆에는 천방 2위인 이현통이겠지?”

“학요, 소훤, 서황…… 천방 10위권이 한곳에 모였네. 북창령원 쪽도 만만치 않아.”

“그런데 심창생 보다 어려 보이는 두 사람은 누구지? 보아하니 신생 같은데 이곳에는 왜 왔지? 파견할 사람이 그렇게도 없었나?”

“북창령원 천방 10위권과 현상방 10위권의 대결이라. 볼 만한걸.”

심창생 등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곳곳에서 수군거렸지만, 정작 그들은 개의치 않고 서황대에 있는 마룡자 등만 노려봤다.

“드디어 왔군.”

마룡자가 담담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심창생 등을 바라봤다.

“내 손에서 사람을 구해가려면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허공에 뜬 사람들 때문에 서황성은 순간 떠들썩해졌다. 용마궁과 북창령원의 대결에서 다들 누가 승리할 것인지 자못 궁금했다.

심창생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룡자를 노려보다가 커다란 철장에 갇힌 혈전 삼대장에게 눈길을 돌렸다.

목진도 중상을 입고 아직도 혼절해있는 세 사람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형전 삼대장을 존경하는 목진은 그들이 이토록 모욕당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엄청 화가 나나 보지?”

마룡자는 심창생과 목진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저들을 저곳에 가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바로 죽이려 하다가 간신히 참았어.”

“네가 한 짓을 배로 갚아줄 거야.”

심창생이 장창을 꽉 잡고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럴만한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네.”

“내가 다 받아줄 테니 어서 덤벼!”

형전 삼대장이 마룡자의 수중에 있어 심창생은 감히 선공할 수가 없었다.

“역시 천방 패주라 그런지 패기가 넘치네.”

마룡자는 엄지를 척 내밀며 사악하게 웃었다.

“대결은 간단해. 우리 쪽 네 명과 너희 쪽 네 명이 서로 싸우는 거야. 이번 싸움에 규칙은 없어. 죽거나 죽일 때까지 싸워 상대방을 처리한 뒤 다른 싸움에 동참하든 말든 그건 자유야.”

마룡자는 최대한 빨리 자신의 상대를 죽이고 다른 상대를 죽이려는 속셈이었다. 한 명씩 싸우면 마룡자가 상대할 사람은 기껏해야 통천경 후기에 이를 심창생일 것이고, 다른 사람의 습격을 염려할 필요도 없으니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누구라도 더 늘어나면 아무리 마룡자라도 버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형전 삼대장도 만약 동시에 공격을 개시했다면 절대 마룡자한테 잡히지 않았을 것이었다.

똑같은 수법을 사용하려는 것으로 봐서 마룡자는 자신이 분명 심창생을 이길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았다.

인수로만 치면 북창령원 쪽이 우세인데 형전 삼인방 때문에 결국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만 했다.

“자신감 넘치는군.”

심창생은 수중의 황금색 장창을 빼 들고 의젓하게 서서 말했다.

“네 제안을 받아들일게!”

“역시!”

마룡자가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휘익 젓자 뒤에서 나머지 세 명이 날아와 각각 네 방향을 차지했다.

그들은 현상방 3위인 목골, 4위인 귀웅과 5위인 오갑이었다.

통천경 중기 실력자 둘에 나머지 한 명은 5급 영진사였으니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나와 싸울 사람은 누구지?”

귀웅이 놀라운 살기를 내뿜으며 수중의 도끼를 휘둘렀고 목골은 무덤덤하게 웃기만 했다. 메마른 몸에서 은은하게 발하는 백망은 뼈에서 나는 빛처럼 느껴졌다. 녀석은 어제 낙리와 싸운 것이 여운이 남았는지 그녀 한 사람만 노려봤다.

오갑은 이상한 파동을 풍기며 조용히 허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런 사람일수록 독사처럼 조용히 상대방에게 접근해 치명적인 공격을 날리곤 하였다.

대전에서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도 흥미진진하게 이들의 대결을 지켜봤다.

“소 전주, 마룡자가 꽤 교활하네요. 그의 실력은 저들 중 제일로 일대일로 싸우면 심창생이 그나마 조금 버티겠지만 결국 오래가지는 못하겠죠. 그러다 녀석이 심창생을 제압하면 이번 전쟁도 서막을 내리겠네요.”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 뒤에 서 있는 이가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그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북창령원 쪽이 한 명이라도 승리하면 말은 달라지지. 통천경 중기인 목골과 귀웅을 상대할 자는 이현통 한 명뿐이고, 싸움에서 충분히 우세를 차지할 수는 있지만 싸움을 빨리 끝낼만한 실력은 아니야. 그리고 심창생과 이현통을 제외하면 학요가 최강자인데 기껏해야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니…… 참,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가 변수일 수도 있겠네.”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멀리 떨어져 있는 북창령원 학생들을 훑어보더니 목진한테 눈길을 멈췄다.

“화천경 후기라…… 이번 기 북창령원 학생이 이렇게까지 보잘것없나? 그리고…….”

사내는 조용히 허공에 앉아있는 오갑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네 사람 중 마룡자를 제외하면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은 사실 오갑인데…….”

이에 그 뒤에 서 있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5급 영진사와의 싸움은 아마 목골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북창령원은 사람만 많을 뿐, 형전 삼대장이 잡힌 뒤로는 내세울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남은 것은 마지막 발악뿐이었다.

“결정했어?”

마룡자가 웃으며 심창생 등을 바라봤다.

서황성 사람들도 심창생이 과연 누구를 내세울지 궁금했다.

“내가 마룡자를 상대할게.”

북창령원 학생 중 실력이 제일인 사람은 다름 아닌 심창생이었다. 그러니 그와의 싸움은 그가 맡아야 하는 자리였다.

“그럼 목골은 내가 맡을게요.”

낙리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오갑은 내가 상대할까?”

이현통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오갑이 순위는 마지막이지만 상대하기 제일 까다롭다는 걸 아는 이현통은 먼저 나서려 했다. 5급 영진사의 영진은 통천경 중기의 실력자도 한 방에 죽일 수 있었다.

이에 심창생은 목진을 바라봤는데 녀석은 멀리 떨어져 있는 오갑을 노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내가 상대할게요, 나도 영진사잖아요.”

목진은 이현통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수법이 괴상한 오갑한테 잘 못 걸렸다가 발목을 잡힐까 봐 걱정되었다.

지금은 속전속결이 유일한 답이라 마룡자한테 시간을 양보하는 짓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었다.

그러니 같은 영진사인 목진이 출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이현통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심해.”

“그럼 움직여볼까?”

말을 마친 심창생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마룡자한테 달려갔다. 심창생이 마룡자와 싸울 걸 예상한 사람들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현통이 귀웅에게 향했고, 낙리도 낙신검을 쥔 채 목진에게 말을 남기고 목골한테 날아갔다.

“조심해. 내가 최대한 빨리 녀석을 해결하고 도우러 갈게.”

사람들은 신생으로밖에 안 보이는 예쁘장한 소녀가 현상방 2위인 목골의 상대가 되자 흠칫 놀랐다.

홀로 남겨진 오갑과 북창령원의 나머지 학생들을 번갈아 보던 사람들은 목골과 귀웅보다도 상대하기 버거운 오갑과 싸울 사람이 누가 될지 자못 궁금했고 이는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때, 목진이 천천히 백기를 토하며 성큼 앞으로 나섰다.

목진의 실력을 확인한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화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소년이 나섰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도 손을 가볍게 튕기며 중얼거렸다.

“화천경 후기와 5급 영진사의 대결이라…… 흥미로운걸. 죽음을 자초한 짓일까? 아니면 숨겨둔 엄청난 수가 있는 걸까?”

목진이 걸어 나오자 서황성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했고 조용히 앉아있던 오갑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갑에 수백 장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북창령원의 신생 목진이라고 해. 잘 부탁해.”

“역시 신생이었어…….”

목진의 말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북창령원의 신생이면 학원에 들어온 지 한 해도 안 됐을 텐데, 벌써 북창대륙을 누비고 다니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그러나 오갑은 목진을 조금도 하찮게 보지 않았다. 신생이긴 해도 결코 상대하기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적어와 모장이 녀석한테 졌을 리 없었다.

사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전부 목진 탓이었다. 녀석이 심창생과 이현통을 찾아 체내의 용마독을 없애지만 않았어도 지금 철장에 있는 사람은 다섯 명일 것이었고 오늘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마룡자가 북창령원을 짓밟는 것을 조용히 앉아 구경만 하면 될 일이었다.

이러한 생각에 오갑은 서서히 영력을 끌어올리며 목진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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