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화. 구중산악진
쿵!
저 멀리 하늘에서 웅장한 영력이 심창생의 체내에서 폭발했는데 금련전신창을 든 그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무서운 영력을 싣고 마룡자를 향해 돌진했다.
“하하, 심창생. 그렇게 나와 싸우고 싶어? 내가 오늘 그 소원을 들어주지!”
마룡자가 오만하게 웃으며 회흑색 영력을 끌어올리자 이는 마룡으로 변하여 그 주위를 맴돌았고 그곳 하늘은 서서히 어두워졌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제대로 보여주지!”
말을 마친 마룡자가 주먹을 쥐자 마룡 두 마리가 자연스럽게 손에 쥐어졌는데 마룡은 곧바로 심창생을 향해 돌진했다.
퍽! 퍽!
두 사람이 부딪칠 때마다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쳐 주위의 구름을 전부 물리쳤다.
이때, 낙리와 이현통도 바로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공격을 개시했다. 이들한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 심창생이 완전히 패배하기 전에 상대를 꺾고 도와주러 가야만 했다.
그것이야말로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쿵!
세 곳에서 싸움이 벌어지자 웅장한 영력이 서황성 하늘을 휩쌌고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이를 지켜보았다.
통천경 후기는 북창대륙에서 일류라고 해도 무방했고, 자그마한 세력에서는 우두머리와도 같은 존재라 이들의 대결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이를 확인한 목진도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오갑을 노려보며 흑염이 깃든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위잉!
오갑도 조용히 인법을 변환하였는데 주위의 공기가 이글거리며 빛을 발하더니 순간 거대한 영진을 두 개를 형성했다.
역시나 미리 준비해뒀던 것이었다.
두 개의 영진은 빠르게 회전하며 강력한 영력 파동을 발산했다. 무려 4급 영진 두 개를 손쉽게 치다니, 역시 5급 영진사는 명불허전이었다.
쿵!
두 개의 영진이 회전하여 웅장한 영력을 모으더니 영력 거수가 되어 목진을 공격했다.
고개를 들어 이를 확인한 목진은 바로 인법을 바꿔 뒤쪽 공간에 똑같이 거대한 영진 두 개를 쳤다.
그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내 혀를 끌끌 찼다.
“목진도 영진사였어?”
“역시 오갑을 상대하겠다고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어. 그런데 5급 영진사인 오갑을 이길 수 있을까?”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영진사와 영진사의 싸움이라, 흥미롭군.”
* * *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두 개의 영진에서 커다란 황금빛 치륜이 나타나 하늘을 가르며 영력 거수와 부딪쳤다.
퍽!
영력이 폭발해 쌍방의 공격은 무산되었다.
“너도 영진사였네?”
오갑은 목진이 조금 달라 보였다.
이에 목진은 씨익 웃더니 웅장한 영력을 주먹에 실은 채 상대방을 향해 돌진했다. 목진은 영진사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한 오갑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해서야 5급 영진사의 발목을 잡을 수나 있을까?”
말을 마친 오갑이 옷깃을 휘날리자 뒤쪽에 또 4급 영진을 생성했다.
쿠쿵!
그 속에서 난폭한 영력을 내뿜어 상대방을 공격했는데 목진은 몸 표면에 검은색 뇌호를 내뿜으며 상대방의 공격을 그대로 맞았다.
“단체 신결을 수련했군.”
파죽지세로 달려오는 목진을 본 오갑은 흠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4급 영진으로는 목진한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이에 오갑은 오묘한 무늬가 새겨진 금속구를 소환하여 손가락을 튕겼는데 그 속에서 만 갈래 정도 되는 금광이 스며져 나왔다.
영진자였다!
금광은 빛을 발하다가 어느덧 엄청난 크기의 영진이 되었고 미친 듯이 영력을 끌어모아 커다란 금종으로 변해 목진을 삼켜버렸다.
4급 영진에 비해 훨씬 강력한 영력 파동을 내뿜는 것으로 보면 금종은 적어도 5급 영진이 분명했다.
한편, 금종은 목진을 삼키자마자 격렬하게 진동하며 맑은 소리를 냈는데 이는 목진이 영진을 뚫으려고 공격하면서 난 소리였다.
그때 오갑이 무덤덤하게 뒤로 물러나며 결인하자 영인들이 별처럼 쏟아지며 한곳에 모였다.
이미 수백 갈래를 넘은 것으로 봐서 살수를 두려는 듯했다.
슉!
수백 갈래의 영인이 공기 속에 스며들자 주위에 폭풍이 일며 천지의 영력이 오갑이 있는 구역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잔뜩 긴장한 채 오갑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녀석이 치고 있는 영진은 5급 영진에서도 꽤 대단해 보였다.
쿵! 쿵!
그때 황금종에 균열이 일다가 “퍽”하는 소리와 함께 흑뢰를 휘감은 손이 영진을 뚫고 나오자 금종이 산산조각이 났다.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주위는 이미 어두워졌고 수백 장 정도의 거대한 영진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었다.
“이건…….”
드디어 위험한 파동을 느낀 목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눈부신 영력이 포효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하자, 다들 하늘에 떠 있는 커다란 영진만 보일 뿐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를 뚫고 나오는 자가 승자일 거란 사실은 잘 알았다.
영력 광막 속에 있는 목진은 허공에 앉아 허덕이는 오갑을 바라봤다. 아무리 5급 영진사라도 이처럼 큰 영진을 치려면 영력 소모가 엄청났다.
“내가 친 구중산하진(九重山河陣)은 여태껏 통천경의 강자를 13명이나 죽였어.”
오갑은 독사 같은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씨익 웃었다.
“화천경 후기인 너를 상대로 내가 이 영진을 선보인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 너도 곧 이 속에 갇힌 13명과 똑같은 처지가 될 거야.”
오갑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결인하자 방대한 영진에서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그가 친 영진은 자그마한 영진 세계를 이뤘는데 산 9척이 신산처럼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서서히 나타났고, 이와 동시에 무서운 영력 위압감이 휘몰아쳤다.
아홉 척의 신산이 영광의 세계에서 황금빛을 발하며 우뚝 솟아올랐고, 엄청난 영력 위압감을 풍겼다.
오갑이 친 영진은 쌍련 형태의 요련도영진보다 절대 약하지 않았다.
그때, 오갑이 옷깃을 휘날리자 금산 아홉 척이 흔들리며 황금빛 기랑을 만들었다.
쿵!
그중 금산 한 척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목진에게 내려앉았다.
이에 공기마저 폭발했고 공간은 더욱 일그러졌다.
이러한 공격은 아무리 통천경 중기의 실력자라도 상대하기 버거울 것이다.
한편, 목진은 길게 백기를 내뱉고는 주먹을 휘둘렀는데 웅장한 영력이 뒤쪽에 별빛 공간을 이뤘고, 그 속에서 백호가 걸어 나와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목진의 권풍과 함께 신산에 맞섰다.
쾅!
목진은 신산을 물리쳤지만 백호도 함께 사라졌다.
그때, 오갑이 씨익 웃더니 인법을 바꿔 신산 세 척을 내던졌는데 목진은 다시금 별빛 공간에서 신수 세 마리를 소환했다.
슉!
신수들이 신산과 부딪칠 때, 목진의 몸에 검은색 뇌호가 번쩍이기 시작했고 가슴팍에 검은색 뇌문이 나타났다.
일문뇌체였다!
목진은 바로 속도를 끌어올려서 한 신산에 달려가 흑염이 깃든 영력을 주먹에 실어 휘둘렀다. 뇌호가 요동치는 주먹이 신산에 닿자 하늘이 격렬하게 진동하며 신산에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쿵!
하늘 높이 솟아오른 신산은 목진의 주먹에 완전히 부서졌다.
그때 이상한 낌새를 느낀 목진은 바로 용등술을 소환해 수백 장 정도 뒤로 물러났는데 신산 한 척이 목진이 서 있던 곳에 내려앉았다.
“실력이 괜찮네.”
주먹 하나로 신산 한 척을 부수자 오갑도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엄청난 단체 신결을 수련하지 않고서야 화천경 후기의 실력으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내 구중산악진이 그렇게 쉽게 뚫을 수 있는 영진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오갑이 곧바로 영인을 바꾸자 목진이 금방 부쉈던 신산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아홉 척의 신산은 네가 아무리 부숴도 다시 생길 거야. 넌 결국 영력을 소진하고 내 손에 죽겠지.”
오갑의 비웃는 듯한 말에 목진은 다시금 신산 한 척을 부쉈는데, 신산은 곧바로 원상 복귀되었다.
이에 오갑이 피식 웃었다. 포기를 모르는 목진이 우스웠다. 구중산악진에 발이 묶인 이상 제아무리 발악해도 뚫고 나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새 신산 세 척을 부순 목진은 다시 생긴 신산을 보더니 더는 영력을 소모하지 않고 피식 웃었다.
“그래 봐야 결국 5급 영진일 뿐인데 영진 대가처럼 왜 그래?”
오갑이 말한 대로라면 구중산하진은 절대 5급 영진일 리가 없었다.
목진은 오갑이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고 여기고 녀석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포위한 아홉 척의 신산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금빛 찬란한 신산은 진짜 금으로 만든 것처럼 눈부셨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진은 뭔가 알아낸 듯 중얼거렸다.
“허허실실이라…….”
목진의 말에 오갑은 흠칫하더니 금세 살기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목진은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아홉 척의 신산중 진짜는 한 척밖에 없지? 이를 부수면 네 영진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겠지.”
목진이 오갑을 노려보며 씨익 웃었다.
“네가 그럴만한 능력은 있고?”
흠칫 놀란 오갑은 인법을 바꿔 신산을 계속 움직였고 눈부신 빛으로 산의 정체를 숨겼다.
쿵! 쿵!
그는 끊임없이 목진을 공격해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목진은 용등술을 소환해 교묘하게 공격을 피했고 차마 피할 수 없는 공격은 주먹을 휘둘러 무산시켰다.
“진짜 신산을 찾아내야 해.”
눈부신 금광을 바라보던 목진이 서서히 눈을 감자 오갑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 * *
퍽!
영력 파동이 제일가는 서황성의 한쪽 하늘에서 영력 충격파를 형성하며 상대방을 계속해서 공격했다.
그곳은 바로 심창생과 마룡자의 전장이었다.
퍽!
황금색 빛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솟아오르자 용 울음소리와 함께 마룡 한 마리가 포효하며 맞섰다. 이에 하늘이 격하게 흔들렸고 주위에는 영력 폭풍이 일었다.
황금색 빛줄기가 튕겨 나가 심창생은 수중의 금색 장창으로 겨우 몸을 추슬렀다. 마룡자와 싸우다가 부상을 입은 것이다.
한편, 마룡자는 회흑색 영력을 몸에 감싸고 살기 가득한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다 등에 짊어진 흑검을 잡았다. 흑검에는 혈흔이 가득했는데 이는 수많은 사람의 피가 묻어 생긴 자국처럼 보였다.
“넌 여기까지야.”
심창생의 전투력에 놀란 마룡자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그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북창령원의 천방 패주인 심창생은 빨리 죽일수록 좋았다.
이에 마룡자가 흑검을 들자 검이 위잉 울었는데, 그 속에서 마룡의 포효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대전에서 이를 지켜보던 푸른색 도포의 사내도 마룡자가 쥔 흑검을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용마궁의 단룡검(斷龍劍)이라…….”
매우 위험한 파동을 느낀 심창생은 금련전신창을 쥔 채 곧바로 체내의 영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마룡자가 어떻게든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때, 흑검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구속에서 벗어난 마룡처럼 하늘을 맴돌았고, 마룡자가 결인하자 영력이 수막처럼 쏟아져 내려 흑검을 집어삼켰다. 그곳에서 회흑색 영력이 모이더니 용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흑검은 수천 장 정도의 진정한 마룡으로 변했는데 녀석이 시뻘건 눈을 부릅뜨고 훑어보자 주위가 순식간에 추워졌다.
심창생은 천지를 가를 것처럼 놀라운 체구를 가진 흉물을 보고 안색이 창백해졌으나 바로 정신을 차리고 숨을 들이켰다.
자신이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 나머지 세 명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끝까지 가보자!”
심창생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산했다.
그때, 방대한 영진 속 구중산악진에 갇힌 목진이 몸을 파르르 떨더니 감고 있던 마음의 눈을 천천히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