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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49화 (248/1,000)

249화. 심안으로 영진을 뚫다

목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신비로운 눈이 서서히 벌어졌다. 그 눈은 세상 속 모든 허상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가 서서히 눈을 뜨자 칠흑 같던 눈이 투명하게 변했다.

그가 보는 세계는 더 이상 다채롭지 않았고, 웅장한 영력도 분해되어 천지의 영기가 되었다.

목진은 이내 눈부신 금광 세계에 숨은 아홉 척의 신산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가장 오른쪽에 있는 신산만 유달리 밝게 빛이 났다. 그 속에서 내뿜는 영력 광선이 다른 여덟 척의 신산을 연결해 신비로운 파동을 뿜어냈다.

그것은 다른 여덟 척의 신산과는 전혀 달랐다.

“드디어 찾았네.”

담담하게 웃는 목진의 모습에 오갑은 화들짝 놀랐다.

“심안?!”

오갑은 목진이 수많은 영진사가 꿈꾸는 심안을 깨우친 것이 너무도 놀라웠다. 이는 그마저도 아직 깨우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영진사는 평생을 들여도 깨우치지 못하는 것을 소년에게서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오갑은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영진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고 여겼던 오갑은 소년의 모습을 보고 자신감이 와르르 무너졌다.

슉!

그때, 목진이 진짜 신산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것만 부수면 구중산하진은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다.

쿵!

목진의 모습에 안색이 변한 오갑은 바로 인법을 변환해 다른 여덟 척의 신산을 움직였다. 이에 목진은 주먹을 쥐고 흑광이 요동치는 흑탑을 소환했는데 이는 신속하게 커져 천 장 정도의 규모를 갖췄다.

그러자 구급부도탑에서 금룡 네 마리가 포효하며 만 갈래의 금광을 발산해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목진은 연이어 용등술을 소환했는데 전보다 훨씬 깔끔해진 발자취에 더 빠른 속도로 아홉 번째 신산 앞에 나타났다.

잇따라 하늘 높이 날아오른 목진의 몸 표면에 검은색 뇌호가 요동쳤다. 그는 맑은 눈으로 신산을 바라보며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부숴!”

놀라운 기합과 함께 흑뢰가 날뛰자 커다란 균열이 일며 신산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오갑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 * *

크으으으!

살기를 품은 흉악한 마룡이 상고의 마룡처럼 천지를 뒤흔들자 서황성의 강자들은 전부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룡자가 이 정도의 실력자일 줄은 몰랐다.

이에 대전에 서 있는 푸른색 도포의 사내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심창생, 이젠 진짜 끝내야겠어!”

마룡 아래쪽에 서 있던 마룡자가 씨익 웃으며 심창생을 가리키자 마룡이 포효하며 검은색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그 충격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폭발하였고 천지의 영기가 흩어지기 바빴다.

이는 통천경 중기의 강자를 단숨에 죽일 만큼 강력한 힘이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소훤 등도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심창생은 이에 굴하지 않고 손을 파르르 떨면서도 앞으로 나아가 눈부신 금광을 빛내며 금창을 휘둘렀다.

쿵!

심창생 앞쪽 공간이 일그러지며 수백 장 정도 되는 창영이 그 뒤에 나타났다.

“심판신결(審判神訣), 심판의 창(審判之槍)!”

나지막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황금빛 장창에서 위엄 넘치는 위력이 발산되었다. 사람들은 신령의 심판을 받은 듯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위잉!

방대한 황금빛 창영이 하늘을 가르며 마룡과 부딪쳤다.

쿵!

황금빛 영력과 회흑색 영력이 부딪쳐 영력 폭풍이 일자 하늘은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돌풍이 일었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며 방대한 영력 돌풍을 바라봤다. 마룡자의 매서운 공격에 심창생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대전에서 이를 바라보는 푸른색 도포의 사내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쿵!

그런데 이때, 영력 돌풍이 찢어지며 마룡이 커다란 황금빛 창영을 발로 잡았다.

퍽!

창영을 부순 마룡은 무서운 기세로 심창생한테 날아갔다.

이에 심창생은 웅장한 영력으로 최후의 보호막을 형성했다. 이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쿵!

마룡과 부딪친 심창생은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고 날개를 잃은 새처럼 맥없이 떨어져 바닥에 꽂혔다. 이로 인해 대지는 움푹 파였고 주위의 건축물들은 전부 무너졌으며 커다란 균열이 주위에 퍼졌다.

도성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사람들은 곧바로 하늘로 날아올라 움푹 파인 곳을 지켜봤다.

소훤 등도 이내 사색이 되어 마룡자를 바라봤다. 심창생마저 막지 못하는 존재를 상대할 방법이 과연 있을까? 그들은 씁쓸한 눈으로 이를 지켜보았다.

한편, 마룡자는 유심히 심창생이 있는 곳을 바라보더니 옷깃을 휘날려 그곳의 먼지를 모조리 치워버렸다.

그때, 옷이 찢어진 채 피투성이가 된 심창생이 휘청이며 일어섰다. 수중의 장창이 눈에 띄게 어두워진 것으로 보아 녀석은 중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심창생은 아직 목숨은 붙어있었지만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었다.

이제 마룡자가 전장을 휩쓸 일만 남은 걸까?

“심창생, 더 할 말이 남았어?”

마룡자가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

심창생은 실력이 있긴 하지만 아직 통천경 후기에 이르지 않아 마룡자와 싸우기에 역부족이었다.

심창생이 마룡자를 노려보며 영력을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다시금 피를 토하며 휘청거렸다.

“이번 대결은 결국 용마궁의 승리로 끝나겠네. 북창령원은 역시 별 볼 일 없어.”

마룡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고는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심창생의 천부적 재능과 그가 성장하는 속도는 두려울 정도여서 이번에 확실히 후환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다음 생애에는 더 이상 북창령원에 들지 마.”

마룡자가 씨익 웃더니 살기를 품고 공격을 개시하려 하였다.

쿵!

그런데 그때, 방대한 영진에 가려졌던 곳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렸다.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거대한 영진이 파르르 떨다가 결국 산산조각이 나며 눈부신 빛을 발했는데 그 속에서 은은하게 두 사람의 몸짓이 보였다.

푸른색 도포의 사내의 얼굴에 처음으로 현저한 변화가 생겼다.

“이럴 수가!”

어느덧 빛이 가시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목을 조이고 서 있었는데 후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옴짝달싹 못 하였다.

이를 지켜보던 소훤과 학요 등도 화들짝 놀랐다.

목을 조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목진이었다.

목진이 오갑을 꺾고 승리한 것이다!

서황성에 정적이 흘렀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다들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

한편, 목진은 너덜너덜한 윗옷 사이로 혈흔이 조금 보였고, 몸에는 흑뢰가 요동쳤다. 그는 더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얼굴이 한껏 상기된 오갑을 노려봤다.

오갑의 목덜미를 잡고 있던 목진은 손에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바로 오갑을 죽일 수 있었다.

아직 목진이 구중산하진을 뚫은 것을 실감하지 못한 오갑은 멍하니 상대방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미 통천경 초기에 이른 오갑은 목진이 영진을 뚫자마자 자신이 바로 패배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목진의 전투력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어느덧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서황성이 떠나갈 듯 환호했다. 심창생이 패배했을 때보다 더 뜨거운 반응이었다.

아무도 5급 영진사인 오갑이 화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목진한테 질 줄 몰랐다.

“흥미롭군.”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담담하게 웃으며 목진을 바라보았다. 역시 녀석이 이곳에 온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오갑을 이겼다고 해서 마룡자를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사내는 심창생이 이미 패배해 마룡자가 전력으로 덤비면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여겼다.

목진이 오갑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마룡자와 오갑의 실력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소훤 등도 잠시 기뻐하다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 심창생이 계속 싸울 힘이 있다면 모를까 그 전에 마룡자가 목진을 쓰러 눕히면 그대로 끝이었다.

그때, 목진이 오갑한테서 눈길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중상을 입은 심창생을 바라봤다. 역시 심창생도 마룡자의 상대가 아니었다.

“의외네.”

마룡자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씨익 웃었다.

“그래도 이미 늦었어.”

슉.

그때 소훤 등이 심창생에게 다가가 경계하듯 마룡자를 노려봤다.

이에 목진은 낙리와 이현통 쪽을 바라봤는데 그쪽에서도 이쪽 상황을 파악하고는 최대한 빨리 싸움을 끝내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목골과 귀웅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더 매서운 공격을 개시했다.

목진이 오갑의 가슴팍을 때리자 녀석은 이내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주위를 감쌌던 영력은 더욱 어두워졌다. 중상을 입은 것이다.

오갑을 해결한 목진은 그를 소훤 등에게 내던지고 차가운 눈빛으로 마룡자를 바라보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넌 절대 날 못 이겨.”

마룡자가 담담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목진은 못 들은 척 계속해서 녀석을 노려봤다.

“귀찮은 녀석이네.”

마룡자가 중얼거리며 살기 가득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이번 일은 눈앞에 서 있는 소년 때문에 변수가 생겨 일어난 일로 안 그래도 언짢았던 참이었다.

“지금 당장 널 죽여야겠어…….”

마룡자의 체내에서 들끓는 살기가 웅장한 영력과 함께 흘러나와 목진에게로 향했다.

“목진, 조심해!”

소훤 등이 다급히 외쳤다. 마룡자가 바로 목진에게 살수를 둔 것이다.

슉!

순간 목진 앞에 나타난 마룡자는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공격을 개시했는데 목진 주위에 용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바로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이건…… 설마 용등술인가?”

눈앞에서 스쳐 지나간 용의 그림자를 본 마룡자는 흠칫 놀랐다.

“용등술까지 배운 걸 보면 백룡지존 영장에서 좋은 걸 많이 얻었나 보네.”

백룡지존도 용마궁 사람이었는지라 마룡자는 그 필살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용등술은 대단한 신법 신결로 대성하면 용으로 변해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때가 되면 아무리 지존경의 강자라고 해도 막을 수 없었다. 백룡지존이 용마궁에서 벗어날 때도 바로 이 용등술 덕분에 살아남았다.

목진이 비록 초급 단계인 용영(龍影) 단계라고 해도 이미 속도가 엄청나 상대하기가 꽤 까다로웠다.

목진은 이곳저곳을 누비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려고 애썼다.

낙리나 이현통 쪽에서 싸움을 마치기만 하면 마룡자를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미 눈치챈 마룡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용등술이 대단하긴 아나 아직 초급 단계일 뿐이라 나한테는 아무런 소용도 없어.”

말을 마친 마룡자는 들끓는 영력으로 하늘을 뒤덮었고 주위는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용마지조(龍魔之罩)!”

회흑색 영력은 커다란 덮개를 만들어 주위 수천 장을 뒤덮었고, 차마 도망치지 못한 목진마저 둘러쌌다.

크으으으!

그 속에서 용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울음소리에 이상한 마력이라도 있는지 목진의 몸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용마지수(龍魔之手)!”

마룡자가 정색하며 손을 휘두르자 웅장한 영력이 한데 모여 백 장 정도로 큰 손으로 변했다. 이에 검은색 용린이 잔뜩 박힌 손에서 음산한 빛이 스며져 나왔고 귀청을 찢는 소리를 내며 목진을 향해 돌진했다.

목진은 곧바로 뒤편에 별빛 공간을 만들어 세 마리의 신수를 소환했다.

사신성숙경, 백호신인! 현무신인! 주작신인!

세 마리의 신수가 포효하며 회흑색의 거수와 부딪쳤다.

쿵!

그 여파에 목진은 멀리 튕겨 나갔고 체내의 기혈이 솟구쳤다. 마룡자와 제대로 맞붙어본 뒤에야 목진은 그의 실력을 실감했다. 심창생이 녀석을 이기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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