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화. 화룡혈결(化龍血訣)
안색이 잔뜩 어두워진 마룡자는 체내의 영력을 계속해서 끌어모아 방어벽을 강화했다. 이것이 목진의 최후의 수단일 거라 여긴 마룡자는 이것만 잘 막으면 상대방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 생각했다.
반면, 목진은 담담하게 웃으며 부단히 영진을 움직여 최강의 힘으로 마룡자를 공격했다!
쿵! 쿵!
화조의 미친 듯한 공격에 영력 광막이 계속 떨렸고 주위를 맴돌던 마룡도 점차 흐릿해졌다. 엄청난 열기에 마룡자는 땀에 온몸이 흠뻑 젖었다.
이에 사람들은 목진이 친 영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뚫어!”
목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정로는 미친 듯이 회전하더니 붉은색 화해에 폭동을 일으키며 곧 사라질 영력 광막을 공격했다.
찌직!
한계치에 닿은 영력 광막에 드디어 균열이 일었다.
퍽!
영력 광막이 드디어 부서지자 붉은색 화해는 마룡자를 미친 듯이 공격했다.
엄청난 온도에 마룡자의 옷은 순간 잿더미가 되었고 피부마저 빨갛게 그을렸으며 눈마저 충혈되었다.
풉.
더없이 창백해진 마룡자는 피를 토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목진을 노려봤는데 화해는 사정없이 그를 삼켜 버렸다.
설마 마룡자가 이대로 패배한 건가?
서황성에 순간 정적이 흘렀고 사람들은 화해가 들끓는 곳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한참이 지나 영력이 사라지자 거대한 정로 영진과 화해가 천천히 사라졌다.
그런데 마룡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에 다들 두리번거리던 찰나, 마지막 화염이 사라지며 하늘에 이상한 것이 나타났다.
목진도 순간 흠칫하여 그곳을 바라봤는데 갑자기 계속해서 피를 흘리는 살덩이처럼 생긴 자그마한 혈구가 나타났다.
하늘에 떠 있는 혈구는 살기를 내뿜으며 미세하게 움직였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살덩이처럼 생겨 섬뜩하였다.
기괴한 광경에 사람들은 소름이 끼쳐 저도 모르게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건…….”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설마 용마궁의 밀술인 화룡신결인가?”
“화룡신결이요?”
그 뒤에 서 있던 누군가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화룡신결은 용마궁의 밀술 중 하나로 지위가 아주 높은 사람만 수련할 수 있는데 아주 잔혹하다고 들었어. 이는 자신의 살을 떼어내 그곳에 마룡의 살을 이식하고 자신의 피를 먹이로 삼아 키우다가 필요한 시기에 소환해 실력을 끌어올리는 용도로 사용해.”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이 밀술을 사용하는 대가는 엄청나 마룡자는 아마 반년 내에 영력을 회복하기 힘들 거야.”
“화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녀석이 마룡자를 이렇게까지 만들다니, 대단하군요.”
그 말에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것이 행운일지 불행일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었다.
한편, 소훤 등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직 혈구의 정체를 몰랐지만 절대 자신들한테 유리한 물건은 아니란 것만은 확실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심창생은 안색이 조금 돌아와 서서히 눈을 떴는데 허공에 떠 있는 혈구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화룡신결이라…….”
심창생이 이를 악물며 피범벅이 된 손으로 장창을 쥐고 숨을 길게 내뱉었다. 목진은 절대 지금의 마룡자를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다시 싸울 준비를 했다. 목진을 상대로 마룡자가 이런 수까지 사용할 줄은 몰랐다.
목진도 미세하게 움직이는 혈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신정련천진마저도 마룡자를 쓰러뜨릴 수 없을 줄은 몰랐다. 무려 통천경 후기의 강자를 죽일 수 있는 영진이었는데도 말이다.
마룡자는 역시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쿵!
이때, 혈구가 파르르 떨었다. 그 속에서 뭔가 나올 것만 같았다.
이에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웅장한 영력 필련이 혈구를 가격했다.
퍽!
목진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혈구는 점차 격렬하게 떨더니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속에서 붉은 비늘을 뒤집어쓴 손이 비집고 나왔다. 뾰족한 손끝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는데 이는 절대 사람의 손이 아니었다.
그때, 그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는데 그 정체를 알아챈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다름 아닌 마룡자였다. 전보다 훨씬 튼실해진 녀석은 붉은색 비늘로 몸을 휘감았고 기다란 용의 꼬리가 생겼으며 용의 발로 변한 두 손과 두 발에서 음산한 기운을 풍겼다.
지금의 마룡자는 살육을 상징하는 흉수와 같았고 눈빛과 그의 영력 파동에 다들 소름이 끼쳤다.
크으으으!
마룡자는 고함을 지르며 낄낄 웃더니 멀리 떨어져 있는 목진을 노려보며 입맛을 다셨다.
마룡자는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나에게 이 방법까지 사용하게 하다니, 너도 참 대단해.”
말을 마친 마룡자가 씨익 웃더니 꼬리를 흔들며 어느새 눈앞에서 사라지자 목진도 바로 정색하며 용등술을 소환하였다.
슉!
그런데 목진이 뒤로 물러나자마자 뒤쪽에서 폭발음이 들리더니 흐릿한 그림자가 나타나 사악하게 웃었다.
“속도가 빠르다더니 이것밖에 안 되는 거였어?”
쿵!
이와 동시에 목진의 몸을 찢어버릴 것처럼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목진은 검은색 뇌호가 번쩍이는 두 팔로 몸을 보호했지만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 나갔다.
지금, 마룡자는 괴물 그 자체였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네 뼈를 전부 부숴줄게!”
마룡자가 씨익 웃더니 꼬리를 흔들며 사라졌다가 다시 목진 뒤에 나타나 이전보다 더 빨갛게 변한 주먹을 휘둘렀다.
쿵!
그때 목진이 손을 쥐자 흑탑이 나타나 앞에 나섰다.
마룡자의 주먹에 맞은 흑탑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멀리 튕겨 나갔고 목진도 함께 뒤로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반항할 생각을 하다니, 참 재미있는 친구야.”
마룡자가 피식 웃더니 다시 목진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오래는 버티지 못할 거야.”
슈슉!
목진은 마룡자의 놀라운 속도와 매서운 공격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흑탑이 아니었다면 이미 상대방의 공격에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피투성이가 된 목진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이에 소훤 등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제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은 목진이라도 실력 차이가 엄청난 마룡자에게는 절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내가 도와주러 가야겠어.”
심창생이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서려 했다. 이대로라면 목진은 마룡자의 손에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심창생이 나선다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탕!
그때, 마룡자가 다시금 그를 공격하자 흑탑이 파르르 떨리며 빛이 어두워졌고 어느덧 한 줄기의 흑광이 되어 목진의 체내로 돌아갔다.
마룡자의 끝없는 공격에 부도탑마저도 한계치에 도달한 것이다.
“뭐가 더 남았어?”
마룡자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물었다.
“없으면 그만 죽어!”
마룡자는 바로 목진 앞에 나타나 날카로운 선홍빛 발톱을 세워 상대방의 가슴팍을 찔렀다.
이에 혈안이 된 목진은 목숨을 걸고 덤볐다.
쾅!
그런데 그때, 검음이 쩌렁쩌렁 울리더니 검기가 날아와 마룡자를 가격했다.
퍽!
검기에 맞은 마룡자는 몸에서 불꽃을 튀기며 뒤로 멀리 튕겨 나갔다.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하늘에서 검은색 치마를 입은 소녀가 흑검을 들고 한기 가득하여 마룡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피투성이가 된 한 사람이 중상을 입은 채 맥없이 추락했는데 다름 아닌 현상방 3위인 목골이었다!
“낙리가 목골을 이겼어!”
소훤 등은 낙리가 때마침 목골과의 싸움을 끝마쳤다는 생각에 이내 화색이 되었고 사람들도 몰래 혀를 내둘렀다. 마룡자를 화룡검결까지 사용하게 만든 목진도,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소녀도 정말 엄청났다.
쿵!
그때, 난폭한 영력 충격이 퍼져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이현통이 수중의 장검으로 귀웅의 목을 찔렀고 상대방의 도끼도 이현통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목숨을 건 싸움이었지만 결국 이현통이 승리했다.
목이 뚫린 귀웅의 입에서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는데 자신이 당한 일이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부릅뜨고 이현통을 바라보다가 맥없이 쓰러졌다.
한편, 어깨에 꽂힌 도끼를 빼낸 이현통은 대충 피를 멈추게 하고는 목진에게 다가가 피투성이가 된 녀석을 힐끗 보며 말했다.
“수고했어.”
낙리도 서둘러 다가와 목진을 부축하였다.
“괜찮아?”
목진은 괜찮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마룡자한테로 눈길을 돌렸다. 세 명 중 두 명이 이미 상처투성이라 실력이 폭등한 마룡자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룡자는 독사처럼 목표물을 노려보더니 붉은색 꼬리를 가볍게 움직이며 씨익 웃었다.
“못난 것들, 저따위 녀석들한테 지다니…… 뭐 어쩔 수 없지. 내가 한꺼번에 해결해야지.”
목진 등이 인수로만 보면 우세를 차지한 듯 보이지만, 실력으로만 따지면 마룡자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밀술을 사용한 마룡자는 실력이 폭등해 목진 등이 힘을 합쳐도 막기 힘들었다.
하여 낙리와 이현통의 승전에 따른 기쁨도 잠시, 소훤 등은 곧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
한편, 목진도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살기 가득한 마룡자를 바라봤다.
“녀석의 실력이 더 강해졌어.”
마룡자의 실력이 폭등한 것을 알아챈 이현통도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계속 싸울 수 있겠어?”
이현통이 피투성이가 된 목진을 바라보며 묻자 녀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알을 굴리며 대책을 마련했다.
“나한테 맡기는 건 어때?”
옆에 있던 낙리가 속삭이자 목진과 이현통은 화들짝 놀랐는데 어느새 안색이 어두워진 목진이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처리할게.”
“할 수 있겠어?”
이현통이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낙리의 실력을 잘 아는 그는 그녀가 나설만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도 실력이 더 미약한 목진이 나서면 결국 패배할 것이다.
지금까지 목진이 버틴 것만도 대단했다. 계속하다간 목진이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옆에 있던 낙리는 피투성이가 된 목진이 너무 안쓰러웠고 화도 났다. 자신을 지키려는 소년의 마음은 잘 알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손 놓고 보고만 있자니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밖에서 목진의 의견에 반대하고 싶지 않아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휙 돌렸는데 누가 봐도 잔뜩 화가 난 모습이었다.
이를 본 이현통은 목진이 자못 부러웠다. 조용하고 독립적이며 사람들 앞에서 감정 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 낙리가 이런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다.
낙리가 화내는 모습을 처음 본 목진은 피식 웃더니 소녀의 손을 꼭 잡았다. 낙리는 손을 뿌리치려다가 만신창이 된 목진이 안쓰러워 조용히 입을 삐쭉 내밀기만 하였다.
“네가 뭔가를 숨기고 있고, 이를 내세우면 실력으로 나를 훨씬 뛰어넘을 거란 걸 잘 알아…….”
목진이 조곤조곤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곳에서 그걸 밝히면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는 생각해 봤어?”
이에 낙리는 흠칫 놀랐다. 그녀는 단 한 번도 목진한테 자신이 필살기를 숨겼단 말을 한 적 없는데 목진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필살기를 사용하면 분명 낙천신한테 들킬 것이고, 그러면 낙리는 바로 낙신족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는 낙천신이 낙리의 외출을 동의한 조건이라 어쩔 수 없었다.
낙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한 목진은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이에 여태껏 앞장서서 그녀를 보호한 것이다.
“난 너와 최대한 오래 함께하고 싶어.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내 결정에 따랐으면 좋겠어.”
자신의 손을 꼭 잡으며 하는 목진의 말에 낙리는 어느새 화가 전부 사라져 방긋 웃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걱정하지 마, 별일 없을 거야. 그러다 안 될 것 같으면 그땐 네가 나서도 되잖아?”
목진이 생긋 웃으며 하는 말에 낙리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