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화. 마주의 위력
“마룡자를 상대할 방법이 있긴 한 거야?”
이현통이 숨을 내뱉으며 물었다.
“최선을 다할게요.”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멀리 떨어져 있는 마룡자한테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대신 나를 위해 저 녀석의 시선을 좀 끌어줘요.”
“그래!”
“그럼 잘 부탁해요.”
말을 마친 목진이 서서히 눈을 감자 사람들은 또 엄청난 영진을 준비하는 건 아닐까 하여 숨죽여 지켜봤지만 아무런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마룡자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끊임없이 나오는 목진의 수법이 거슬려 더는 녀석한테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전력을 다해서 싸우고 있어 승리한다 해도 큰 대가를 치러야 했기에 더는 그 어떤 변수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슉!
마룡자가 주먹을 쥐고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목진에게로 향하자 이현통 도 곧바로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맞섰다.
“꺼져!”
그런데 마룡자는 씨익 웃더니 난폭한 영력이 깃든 주먹을 휘둘렀다.
퍽!
두 갈래의 웅장한 영력이 부딪쳐 괴성을 냈고 이현통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피를 머금고 뒤로 튕겨 나갔다. 마룡자와 직접 맞선 그는 그제야 녀석의 실력을 실감했다.
이때, 날카로운 검기가 다시 마룡자의 몸을 때렸다. 낙리가 수중의 장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개시한 것이다.
두 사람이 최선을 다해 마룡자의 공격을 막는 동안 목진의 기해에 앉아 있던 신백이 눈을 번쩍 뜨고 기해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암자색 만다라 꽃이 있었는데 이는 보라색 쇠사슬로 어둠의 기둥을 봉인하고 있었다.
어둠의 기둥은 목진이 백룡지존 영장에서 얻은 대서미마주였다. 이것은 엄청난 흉물로 체내의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로 봉인하지 않았으면 이미 의식을 지배당했을 것이다. 하여 여태껏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 물건 외에 마룡자를 상대할 만한 것이 없었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대서미마주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곳에 영원히 봉인되고 싶지 않으면 내 말을 따라!”
위잉.
그때 대서미마주에서 흑망을 발산하며 살기를 내뿜자 암자색 만다라 꽃에서 보랏빛을 발산해 바로 살기를 삼켜 버렸다.
대서미마주는 역시 다루기 어려운 흉기였다.
“날 집어삼키려고? 절대 그러지 못할 거야.”
말을 마친 목진이 신백을 움직여 대서미마주에 닿자 엄청난 살기가 신백의 팔을 따라 전해졌고, 눈 깜빡한 사이에 신백의 몸은 온통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목진의 눈동자는 부단히 붉은색과 검은색을 오가며 살기와 싸웠다.
이는 지극히 강력한 힘으로 사람의 의식을 삼켜 살인 흉기로 만드는 엄청난 물건이었다!
이를 견뎌내야만 물건을 조종할 수 있었기에 목진은 이를 악물고 버텼는데 부단히 몰려오는 살인의 충동에 어느새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위잉!
그런데 그때,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서 괴상한 빛을 발하더니 만다라 꽃이 활짝 피어나 목진의 신백을 감싸 안았다.
이와 동시에 청량감이 스며들며 살인의 충동이 사라졌다. 눈은 여전히 빨갛게 물들었지만 눈동자는 더없이 맑고 또렷했다.
목진은 두 손을 벌려 혈맥을 통해 사지에 뻗는 엄청난 힘을 느끼며 눈을 떴는데 주위에 순간 한기가 서렸다.
퍽!
이현통이 웅장한 영력을 실은 주먹으로 영력 필련을 일으키며 마룡자를 공격하자 상대방은 붉은색 비늘로 뒤덮인 손으로 손쉽게 이를 막았다.
“감히 어딜 덤벼!”
이현통을 상대하기 귀찮아진 마룡자는 살기를 품은 채 어느덧 녀석의 뒤쪽에 나타나 살수를 뒀다.
이때, 이현통은 뒤쪽에서 느껴지는 영력 파동에 순간 정색하며 수중의 장검으로 녀석의 목을 겨눴다.
자신의 목숨을 미끼로 마룡자를 낚으려는 작정이었다!
이에 마룡자는 손으로 검을 잡고 다시 살수를 날리려 하였는데 뒤쪽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순간 위협을 느꼈다.
이는 절대 이현통이 날릴법한 공격이 아니었다.
자신의 등을 노린 공격에 마룡자는 일단 이현통을 버리고 이에 맞서려 하였는데 이현통이 한발 앞서 나아가 녀석의 팔을 잡았다.
“야!”
마룡자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잡는 이현통 때문에 흠칫 놀랐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 온몸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며 엄청난 힘을 발산하였다.
퍽!
이에 이현통은 바로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고 뒤쪽에서 날아오던 검광도 바로 사라졌다. 낙리도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십수 보 물러났다.
휘청이는 이현통과 낙리를 바라보던 마룡자가 주먹을 쥐자 몸 표면에 있던 비늘의 색은 어두워졌고 살기는 더욱 짙어졌다.
“나와 함께 죽을 작정이었다니…… 꿈 깨!”
어느덧 안색이 창백해진 이현통 주위를 휘감은 영력도 무질서해졌다. 귀웅과 싸우다가 상처를 입은 그가 지금껏 버틴 것도 대단했다.
낙리가 그나마 상태가 괜찮았지만 필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수중의 낙신검으로 최선을 다해 마룡자를 막고 있지만 두 사람은 곧 무너질 것 같았다.
“일단 너희 중 한 명을 죽여야겠어!”
마룡자가 씨익 웃으며 이현통한테 달려갔다.
그때 “쿵”하는 소리와 함께 목진이 있는 곳에서 살기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이는 마룡자 몸에 깃든 살기보다 훨씬 강력했다!
엄청난 소리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고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허공에 있던 목진이 꼭 감았던 눈을 서서히 뜨자 한껏 충혈된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동공의 안쪽에는 맑은 빛이 돌았다. 이는 목진이 아직 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마룡자의 살기보다 더하다니, 목진은 대체 어떤 소년이지?”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정색하며 말했다. 그마저도 목진의 살기에 위협을 느꼈다.
놀라긴 마룡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피범벅이 된 목진한테서 스며져 나오는 살기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룡자는 그 속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았는데 용마궁에서 수련한 살기와 비슷했지만 그보다 훨씬 무섭고 난폭했다.
“도대체 어디서 굴러온 놈이야!”
마룡자는 이것이 절대 목진이 수련해서 얻은 살기가 아닐 거라 확신했다!
“네가 이현통을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너를 죽일 거야!”
선홍빛 살기로 온몸을 휘감은 목진은 곧 살육의 신으로 둔갑할 듯 더없이 무서워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목진의 변화에 불안해진 마룡자는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피식 웃었다.
한편, 살기가 온몸에 퍼진 목진은 몸이 불편하긴 했지만 백룡지구에 있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더는 그때처럼 살기 때문에 괴로워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널 먼저 죽여주지!”
마룡자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어느덧 목진 뒤에 나타나 머리를 공격했다.
퍽!
그때, 목진은 체내에서 난폭한 살기를 한껏 끌어올려 주먹을 휘둘렀다. 들끓는 살기가 실린 주먹은 마룡자보다 먼저 그의 가슴팍을 때렸다.
잇따라 눈으로도 확인 가능한 혈랑이 일었다.
쿵!
아무도 그의 기세를 막지 못했던 마룡자가 드디어 목진의 공격에 수백 장이나 튕겨 나갔다. 그의 가슴을 뒤덮고 있던 붉은색 비늘이 떨어지며 피를 흘렸다.
마룡자한테 계속 당하기만 했던 목진이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하자 사람들은 이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는 무려 통천경 후기의 강자였다!
소훤 등도 넋 놓고 이를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목진의 실력이 갑자기 폭등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놀라긴 이현통도 마찬가지였으니,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신생 목진은 어느새 자신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편, 멀리 날아간 마룡자는 안색이 잔뜩 어두워져 찢어진 가슴을 바라봤다.
자신이 화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녀석의 한 방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아무리 해도 믿기지 않았다. 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화룡신결을 소환한 마룡자는 북창령원의 신생 따위한테는 절대 지지 않으리라 굳게 믿었다!
쿵! 쿵!
두 사람이 부딪히며 놀라운 살기가 주위로 퍼져나갔고 엄청난 영력 여파에 사람들은 아찔했다.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웅장한 살기를 실은 주먹을 휘둘렀다.
쿵!
이에 수백 장 정도의 혈랑이 하늘에 퍼졌고, 두 사람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물러났다. 부단히 떨리는 손에서 비늘이 떨어지며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본 마룡자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마룡자의 살기는 목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상대방의 살기가 체내에 깃들어 부단히 휘젓고 다니자 마룡자는 점차 무기력해졌다.
이는 화룡신결이 곧 사라질 거란 징조이기도 했다. 한시라도 빨리 목진 등을 처리하지 못하면 그 손에 죽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내가 북창령원 신생 따위는 거뜬히 죽일 수 있어!”
마룡자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결인하자 머리에서 빛 한 줄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백 장 정도의 흑검으로 변해 무서운 검기를 뽐냈다.
이와 동시에 마룡자의 몸을 감쌌던 붉은색 비늘도 날아올라 흑검을 휘감았는데 그 속에서 선홍빛 마룡처럼 무서운 파동을 내뿜었다.
“용마신결(龍魔神訣), 단룡지참(斷龍之斬)!”
마룡자가 포효하며 휘두른 검에 하늘마저 반으로 갈라질 것만 같았다!
그는 목숨을 걸고 목진을 공격했다!
“드디어 목숨을 건 건가? 얼마든지 상대해주지! 과연 누가 누굴 잡을까?”
목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기해 속의 암자색 만다라 꽃이 서서히 피어나더니 그 속에 봉인되었던 대서미마주가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쿵!
그 살기는 목진의 머리를 뚫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수천 장 정도의 검은색 마주를 형성했다!
이에 천지는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살기가 들끓었다!
엄청난 살기가 태양을 가리며 하늘에 퍼져 주위는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사람들은 목진 뒤에 우뚝 솟아오른 마주에서 풍기는 무서운 파동에 흠칫 놀랐다.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마저도 두 눈이 휘둥그레져 이를 지켜봤다.
그는 이 물건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무서운 파동을 발산하는지 자못 궁금했다.
그러나 목진은 사람들의 반응은 개의치 않고 살기를 잔뜩 품고 마룡자를 바라봤다. 그 또한 마룡자처럼 이 싸움에 모든 걸 걸었다.
목진이 싸움에서 지면 많은 사람이 곤경에 빠질 뿐만 아니라 북창령원도 체면을 잃을 것이다. 그는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목진이 고함을 지르며 두 팔로 자신을 감싸 안자 마주가 기울어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쿵!
이와 동시에 거대한 영기 소용돌이를 형성하자 천지 영기가 미친 듯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비록 대서미마주의 본체는 아니었지만 그 위력은 목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엄청났다.
태고의 흉기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목진은 비록 신기의 위력을 본 적은 없지만 대서미마주는 절대 그보다 못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다만, 물건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해 이 속에 깃든 살기가 의식을 삼켜버리면 정말 큰 일이었다.
이런 생각에 목진은 다시금 체내에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쿵!
그때, 목진이 기합을 넣자 천 장 정도 되는 마주가 커다란 적룡이 맴도는 장검에 내리꽂혔고 그 움직임에 아래쪽에 있는 건축물들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또 대지는 움푹 파였고 차마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 나갔다.
쿵!
검은색 마주는 파죽지세로 날아가 검은색 장검과 부딪쳤다.
쾅!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장검 주위를 맴돌던 커다란 적룡이 비명을 지르며 폭발했다.
잇따라 장검에서 웅장한 영력을 내뿜으며 저항하려 했지만 결국 마주의 위력을 못 이기고 온몸을 파르르 떨다가 맥없이 추락해 대지에 내리꽂혔다.
마룡자의 회심의 일격이 마주 때문에 허무하게 무산되었다!
이를 본 마룡자는 어쩔 줄 몰랐다. 검은색 기둥이 도대체 뭐기에 자신의 최후의 일격을 막았단 말인가?
그러나 목진은 마룡자에게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으니, 검은색 마주는 커다란 영력 소용돌이와 함께 상대방을 향해 돌진했다.
드디어 두려움을 느낀 마룡자가 황급히 옷깃을 휘날리자 손바닥만큼 큰 검은색 비늘이 커다란 방패로 변해 그 앞을 막아섰다.
퍽!
검은색 방패는 마주에 닿자마자 균열이 생겨 폭발하였고 마주는 여전히 똑같은 속도로 마룡자를 가격했다.
퍽!
엄청난 소리와 함께 마룡자는 그대로 추락해 대지에 내리꽂혔고 그 여파로 천 장 범위의 대지가 움푹 파여 연기가 자욱해졌다.
검은색 마주는 임무를 마친 듯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고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