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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54화 (253/1,000)

254화. 세 가지 난제

흑룡지존은 태창 원장이 있는 한 절대 대서미마주를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북창령원과 싸울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싸우는 것은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 전까지는 참아야 했다.

“태창, 너무 우쭐대지는 말게. 용마궁에서 언젠가 북창령원을 송두리째 뽑아버릴 걸세!”

흑룡지존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태창 원장을 바라보더니 옷깃을 휘날려 한 줄기 빛으로 아래쪽에 있는 마룡자를 감쌌다.

“태창, 이번 일은 후배들의 대결일 뿐이니 북창령원의 승리로 볼 수 없네. 그러니 성령산에 오게나. 이는 북창대륙 젊은이들 사이에 열리는 거사이니 여태껏 자리를 비웠으면 이제 얼굴을 비출 때도 되지 않았나? 설마 대결에서 패배해 체면이 깎일까 봐 두려운 건 아니겠지?”

흑룡지존의 비웃는 듯한 말에 태창 원장은 여전히 무덤덤하게 답했다.

“그건 북창령원에서 결정할 일이지 당신이 염려할 일이 아니라네.”

“하하, 그럼 기다리고 있겠네. 절대 나를 실망케 하지 말게. 북창대륙의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거사에 북창령원이 빠지면 얼마나 무료할까…….”

흑룡지존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해, 북창령원의 가장 훌륭한 학생이 성령산에서 용마궁 사람의 손에 죽은 뒤로는 더는 참석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북창령원에서 참석한다면 분명 용마궁이 실력을 뽐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말을 마친 흑룡지존은 중상을 입은 마룡자를 들고 공간 사이로 사라졌다.

흑룡지존이 떠나자 긴장한 분위기도 어느새 완화되었고 대지를 내리쬐는 따스한 햇볕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태창 원장은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흑룡지존이 사라진 쪽을 바라봤다. 북창대륙에 수련하러 나온 북창령원 학생 중 대부분은 용마궁의 손에 죽었다. 그래서 두 세력 중 한 곳이 없어지지 않으면 절대 멈출 수 없는 싸움이 되었다.

이에 북창령원은 당장이라도 용마궁을 없애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북창령원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용마궁은 한때 북창대륙의 패주였는지라 쌓은 기반이 있어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지난번 대전의 승자는 비록 북창령원이었지만 결국 용마궁을 없애지 못했다. 북창령원은 그들을 철저히 없애고 싶었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었기에 여태까지 참아온 것이다.

그러다 지존급 강자라도 잃게 된다면 정말 큰 일이었고, 다른 학원에서 북창령원에 도전장을 내밀면 영락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원장님, 성령산은 뭔가요?”

목진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성령산은 북창대륙의 성지로 상고 때부터 존재한 성산인데 3년에 한 번씩 열린단다. 성령산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아주 신성한 성령 세례를 받을 수 있지.”

“성령 세례는 북창령원의 영광 관정과 비슷한가요?”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묻는 말에 태창 원장은 피식 웃었다.

“영관 관정이 성령 세례와 비슷하다면 북창령원은 오대원 중 하나일 뿐이었을까? 성령 세례가 실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창대륙의 젊은이들은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단다. 이는 성령 세례로 기반을 잘 닦을 수 있기 때문이지.”

“네?”

목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태창 원장을 바라봤다. 기반을 잘 닦는 것은 다른 보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굳이 성령 세례까지 받으러 가야 하나 싶었다.

“그것은 무려 지존급으로 기반을 닦는 거란다.”

태창 원장은 목진의 의문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목진을 바라봤다.

“아직 지존경에 이르려면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구나.”

이에 목진은 머쓱해 웃기만 하였다. 아직 통천경에도 이르지 못한 그가 지존경을 생각할 리가 없었다. 비록 언젠가 그 경지에 이를 것이지만 말이다.

“언젠가 네가 통천경 후기의 최상위에 이르면 알게 될 것이다. 지존경은 지금처럼 노력만 한다고 이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란다.”

태창 원장이 정색하며 말을 이어갔다.

“통천경 후기에서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그중에는 실력을 향상하려다 죽은 사람도 많단다.”

“그건 왜죠?”

“통천경 후기에서 지존경에 이르기 위해서는 누구나 겪는 세 가지 난제가 있는데 이를 전부 해결해야 지존의 몸을 갖추고 진정 지존경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지!”

“세 가지 난제라…….”

목진은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세 가지 난제에 괜히 등골이 오싹해졌다.

“대천세계에서 통천경 후기에 이르기까지는 순조로운데 결국 세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죽은 사람이 대부분이란다.”

태창 원장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지존급 강자가 남다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거란다.”

이에 목진은 조금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태창 원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존경에 이르려면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는 것은 몰랐다.

“그럼 이것과 지존급으로 기반을 닦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단 말인가요?”

“똑똑한 녀석.”

태창 원장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가지 난제는 정말 어려워 단 한 번의 실수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신백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성령 세례는 신백을 보호하고 난제들을 해결할 힘을 부여해줄 뿐만 아니라 불리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신백을 보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단다.”

“엄청난 효과네요…….”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태창 원장의 말을 들었다. 아직은 세 가지 난제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이르지만 성령 세례를 통해 세 가지 난제를 풀지 못했을 시, 목숨이라도 구할 수 있다니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세 가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 강자들은 성령 세례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목진은 그제야 성령산이 왜 북창대륙 최대의 거사인지 알았다. 북창령원의 영광 관정은 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없었다.

“원장님, 우리는 참석할 수 없나요?”

낙리가 함께 세례를 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목진이 묻자, 태창 원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성령산에는 북창대륙에서 실력이 가장 출중한 사람만 모이기 때문에, 북창령원은 그곳에서 우세를 차지하지 못 한단다. 우리도 딱 한 번 참석한 적이 있는데 천방 1위였던 녀석이 다시는 학원으로 돌아오지 못해 그 뒤로 북창령원에서는 더는 그곳에 간 적이 없단다.”

목진은 잠시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의 세력에서 최선을 다해 배양한 사람에 비해 북창령원 학생들은 보호를 받으며 편하게 수련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실력 향상을 위해 학원을 떠나고 새로 들어온 신생들은 북창대륙에서 부단히 실력을 갈고닦은 천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 차이가 나 그들을 이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북창령원에서 실력이 제일인 학생은 심창생인데 몇 년만 더 있으면 분명 크게 진보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때가 아니란다.”

태창 원장의 말에 목진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룡자도 겨우 상대했는데 그보다 실력이 더 뛰어난 사람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마룡자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난 마형천부터가 넘기 힘든 산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자신과 낙리에게 중요한 성령 세례를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원장님, 한 번만이라도 시도해보면 안 될까요?”

이에 태창 원장은 목진을 한참 노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넌 수련한 시간이 너무 짧단다. 네 능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나 지금 가기에는 너무 이르단다.”

그 말에 목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려는데 태창 원장이 손을 휙 저으며 말했다.

“저들을 불러오거라. 다들 너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이만 돌아가자꾸나.”

그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네가 마룡자마저 때려눕혔으니 곧 우리 북창령원의 영웅이 되겠구나.”

이에 목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심창생 등한테 날아갔고, 태창 원장은 잔뜩 굳어진 얼굴로 소년을 바라봤다.

한편, 사람들의 영력을 건네받은 형전 삼대장은 서서히 눈을 떴는데 부끄러운 듯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정신은 비록 혼미했지만 귀는 열려 있어 상황은 대충 알고 있었다.

“임쟁 선배, 우리는 절대 통천경 후기에 이른 마룡자의 상대가 아니에요.”

심창생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목진이 나서서 녀석을 쓰러뜨렸죠.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목진이 마룡자를 때려눕혔단 말이야?”

형전 삼대장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화천경 후기가 통천경 후기를 상대로 이겼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운이 좋았어요. 다행히 임무는 완성했으니 이제 북창령원으로 돌아가는 거죠?”

목진이 괜히 부끄러워 머리를 긁적이며 하는 말에 사람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그들은 모두 북창령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목진은 낙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손을 꼭 잡았다.

“내가 좀 대단하지?”

부끄러워 얼굴이 상기되었던 낙리는 눈을 흘기며 목진을 바라봤다. 사람들 앞에서 겸손한 척하던 목진이 자기 앞에서 이러는 모습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년의 몸에 난 상처가 눈에 들어온 낙리는 결국 소년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태창 원장은 무사한 학생들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서극지존한테 눈길을 돌렸다.

“서극지존, 오늘은 실례가 많았네.”

“별말씀을요.”

서극지존이 웃으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에 태창 원장은 옷깃을 휘날리더니 사람들과 함께 일그러진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서극지존은 북창령원 사람들이 사라진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담담하게 웃었다.

“마룡자가 패배할 줄은 몰랐구나. 성령산에 가는 사람이 한 명 줄겠구나.”

“마룡자는 그렇게까지 강력한 상대는 아니었어요.”

옆에 서 있던 서청해가 웃으며 말했다.

“심창생도 곧 통천경 후기에 이를 것 같던데 북창령원에서 성령산에 사람을 보낼까?”

서극지존의 말에 서청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심창생이 아무리 통천경 후기에 이르렀다고 해도 나보다는 못할 거예요.”

서청해가 목청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목진이라 불리는 신생은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목진 등이 돌아오자 북창령원은 떠들썩해졌다. 특히 목진과 마룡자의 대결을 전해 들은 학생들은 누구 하나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임쟁, 심창생 등도 처참하게 쓰러 눕힌 현상방 2위인 마룡자를 목진이 때려잡았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북창령원은 서황성 사건 때문에 들끓었고 목진의 명성은 어느새 심창생을 뛰어넘을 기세를 보였다.

북창령원에 들어온 지 한 해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토록 놀라운 성과를 이루다니 학생들은 그를 자못 부러워했지만 그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머지않은 미래에 심창생을 대신해 천방 패주의 자리에 오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소문의 주인공은 돌아오자마자 집에 숨어들어 요양하느라 바빴다.

천방 패주에 관심이 없는 그는 뛰어난 실력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고, 이번 대결에서 겨우 이겼기에 오히려 마음이 무거웠다.

마룡자는 비록 현상방 2위에 올랐지만 북창대륙을 놓고 말하면 그보다 실력이 더 좋은 젊은이들은 널리고 널렸다. 목진처럼 이제야 이목을 끌고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들을 전부 제치고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더 노력해야 했다. 그들이 더 오래 수련했고 나이가 많다는 것은 절대 핑곗거리가 되지 못했다.

진정한 힘은 나이와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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