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화. 용마낙인(龍魔烙印)
그 후로, 사흘이 지나고 목진의 몸도 완벽하게 회복되었다. 체내에 큰 상처를 입긴 했지만 뇌신체를 수련했기에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난번 못지않게 괴로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 태창 원장의 소환장이 도착해 목진은 바로 북창령원의 의사전(議事殿)으로 갔다.
대전에 들어간 목진은 흠칫 놀랐다. 그곳에는 태창 원장과 천석 장로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이는 북창령원의 최정예들이었다.
“하하, 목진아, 참 잘했구나. 내가 형전을 대신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올려도 될까?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형전은 아마 더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
형전 전주 맥유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하자, 그 옆에 소년 모양을 한 촉천 장로 외에 백발의 천석 장로 세 명 역시 그윽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이들한테서 아무런 영력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위압감만은 엄청났다.
북창령원에 이렇게 여섯 명의 지존급 강자들이 있기에 여태껏 북창대륙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들의 지위를 감히 흔들지 못한 것이다.
목진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천석 장로들에게 인사를 올리고는 태창 원장한테 고개를 돌렸다.
“원장님,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이에 태창 원장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체내에 있는 대서미마주 때문에 불렀단다.”
태창 원장의 말에 천석 장로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을 바라봤다. 북창령원과 용마궁이 싸웠을 때, 백룡지존이 대서미마주를 훔쳐 도망가지만 않았으면 북창령원은 패배했을지도 모른다.
하여 대서미마주가 어떤 물건인지 잘 아는 이들은 살기 가득한 기둥을 잘만 다스리면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엄청난 흉물이 어린 신생의 몸에 들어있다니 다들 화들짝 놀랐다.
한편, 목진은 태창 원장이 대서미마주를 내놓으란 뜻으로 알고 흠칫 놀랐다.
“걱정 말거라. 북창령원에서 그리하면 용마궁과 다를 게 없지 않겠느냐?”
태창 원장이 자신의 속내를 꿰뚫기라도 한 듯 웃으며 하는 말에 목진은 머쓱하여 고개를 긁적였다. 대서미마주는 지존급 강자라도 탐낼 물건이라 그리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대서미마주가 비록 네 몸속에 있긴 하지만 진정 너의 것은 아니란다.”
맥유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자신의 보물을 이토록 쉽게 빼앗길 용마궁이 아니지.”
이에 목진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날, 태창 원장이 나서지 않았다면 대서미마주는 이미 흑룡지존의 수중에 들어갔을 것이다.
“마주에 용마궁의 용마낙인이 새겨져 있다고 들었는데 네 실력으로는 알아채기 어려울 것이다.”
태창 원장의 말에 목진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확실히 낙인 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용마궁의 특수한 수단으로 지존급 존재가 직접 손을 써 대서미마주의 깊숙한 곳에 숨긴 거라 평소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단다. 하지만 용마궁에서 이를 소환하면 너는 바로 주도권을 잃을 것이고, 그쪽에서 너를 죽이고 싶으면 바로 체내에서 폭발시킬 것이다.”
촉천 장로가 배시시 웃으며 하는 말에 목진은 식은땀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잘만 다스리면 훌륭한 보물이 될 거라고 여겼던 대서미마주는 어느덧 목진의 목을 조이는 시한폭탄이 되었다.
용마궁에서 이를 가동만 시키면 목진은 바로 죽거나 의식없이 살인 무기가 될 것이다.
“네가 여태껏 대서미마주를 소환한 적이 없어 안전했지만 그쪽에서 발견한 이상 더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단다. 대신 북창령원에만 있으면 그들도 감히 쳐들어오지는 못하겠지.”
목진은 대서미마주가 폭발해 자신이 엄청난 살기를 감당하지 못해 살인 무기가 될까 봐 너무 무서웠다.
“설마 나를 겁먹게 하려고 부르신 건가요?”
겨우 정신을 차린 목진이 이내 웃으며 태창 원장을 바라봤다.
“역시 영리한 녀석이군. 이번 임무를 잘 완수한 보상으로 네 체내에 있는 대서미마주의 용마낙인을 지워주기로 했단다. 그럼 용마궁과 대서미마주는 연계가 끊어질 것이고 네가 물건만 잘 다스리면 그 속에 깃든 힘은 온전히 너의 것이 될 것이다.”
태창 원장이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목진은 화색이 되었다. 목진의 능력으로 용마궁에서 만든 용마낙인을 없애기는 불가능했지만, 태창 원장 등이 돕겠다고 하였으니 천만다행이었다.
“고마워요, 원장님!”
목진의 인사에 태창 원장은 괜찮다는 듯 손을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른 다섯 천석 장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들은 흩어져 목진을 둘러쌌다.
“대서미마주를 소환하거라.”
목진은 잠시 머뭇거렸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로 간식히 진압한 대서미마주를 불러내면 엄청난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지존급 강자가 여섯 명이나 있어 겨우 시름이 놓였다.
아무리 태고의 흉물이라도 지존경 강자 여섯 명을 감당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바로 기해 속 만다라 꽃이 품고 있는 대서미마주를 방출했다. 어느새 보랏빛이 철저히 사라지자 대서미마주는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한 갈래의 붉은빛이 되어 목진의 기해를 뚫고 나왔다.
슉!
목진의 머리에서 솟아오른 검은색 마의 기둥에서 태고의 살기가 풍겼다.
위잉!
대서미마주는 순식간에 커져 대전을 뚫고 도망치려 하였다.
그때 태창 원장 등이 기합을 넣어 주먹을 휘두르자 눈부신 빛이 공간을 뚫고 대서미마주를 휘감았다.
“진압!”
맥유 등 천석 장로 다섯 명도 함께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대서미마주에서 나온 살기를 억제하려 하였다. 이에 기둥은 부단히 발버둥 쳤고 대전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천석 장로들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대서미마주는 역시 태고의 흉기라 그런지 이들이 힘을 합쳐도 완벽하게 진압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굴복할 그들이 아니었기에, 최선을 다해 진압한 끝에 대서미마주가 드디어 조용해졌다.
슉!
이때, 태창 원장이 두 손으로 결인하자 웅장한 영광이 액체처럼 날아가 대서미마주를 뒤덮어 그 속에 스며들더니 기둥 표면에 그윽한 흑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꼭 마룡의 무늬 같았다.
아마 이것이 태창 원장이 말했던 용마낙인일 것이다!
“당장 지워!”
태창 원장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용마낙인을 바라보며 말하자 다섯 명의 장로들이 힘을 모아 용마낙인을 공격했다.
그런데 그때, 아주 멀리 떨어진 검은색 궁전에 앉아 수련 중이던 흑룡지존이 눈을 번쩍 뜨더니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말했다.
“태창, 너희가 감히 용마낙인을 지우려 하다니! 그렇게까지 나와 싸우고 싶다면 얼마든지 상대해주지. 너희가 용마낙인을 지울 능력이 있을지 어디 지켜보지!”
흑룡지존은 벌떡 일어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누군가를 소환했다. 그러자 검은색 궁전 가장 깊숙한 곳에서 용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공간이 일그러지며 지존급 실력자 다섯 명이 대전에 나타났고, 주위에 엄청난 위압감이 퍼졌다.
대전에 퍼진 웅장한 영력은 지극히 순수해 액화될 것만 같았는데 영력 덩이들 속에 깃든 영력은 통천경 강자 체내에 든 영력의 최대치에 달했다.
그리고 영력 덩이들의 중심에서 대서미마주가 부단히 울부짖으며 살기를 내뿜었는데 결국 영력 덩이들의 진압으로 꿈쩍하지 못했다.
비로소 용마낙인도 위험을 감지했는지 나지막하게 포효하며 음산한 흑망을 내뿜었다.
위잉.
그러나 지존급 존재가 여섯 명이나 나섰는지라 어느새 사라질 기색이 보였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이를 지켜보던 목진은 쓸쓸하게 웃기만 하였다.
지존급 강자 6명이 동시에 나서자 그 위압감에 목진은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화천경 후기의 실력은 지존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용마낙인이 지워지고 있으니 이는 목진한테는 더없는 희소식이었다.
쿵!
그때, 대서미마주에서 갑자기 무서운 힘이 방출되더니 태창 원장 등의 힘에 사라지고 있던 용마낙인에서 강렬한 흑광을 내뿜었다. 그리고 용 울음소리를 내며 폭등하더니 마주에서 뛰쳐나와 커다란 마룡으로 변했다.
마룡의 몸통에서는 무서운 파동이 일었는데 이에 주위의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태창, 당신들이 용마궁 보물을 빼앗으려 해도 절대 쉽지 않을 걸세.”
마룡의 커다란 눈이 사악하게 대전에 서 있는 사람들을 노려보며 포효했다.
“흑룡지존?!”
귀에 익은 목소리에 목진은 화들짝 놀랐다.
“흑룡지존, 드디어 찾아왔군.”
태창 원장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를 미리 내다본 것만 같았다.
“용마궁에서 투영 따위로 북창령원에 뛰어들다니, 겁도 없이!”
맥유 전주가 안색이 잔뜩 어두워져 말하자 마룡의 체내에서 다시금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또 다른 이의 목소리였다.
“용마궁이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지. 당신들이 뭐라고 우리 앞길을 막는 건가?”
“하하, 그쪽에서 용마낙인을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절대 투영을 보내지 못했을 것이네. 그러니 오늘 대서미마주의 힘을 빌려 당신들을 죽이면 될 것 같군.”
패기 넘치는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촉천 장로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한 사람이 아니었군. 용마궁의 육대 전주가 한자리에 모이기라도 했나 보지?”
“육대 전주라…….”
목진이 흠칫 놀라 마룡의 커다란 눈을 바라봤는데 흑망이 깃든 눈에 희미하게나마 사람 여섯 명이 보이는 것 같았다.
“오늘 당신들이 한자리에 모여도 결과는 절대 달라지지 않을 걸세.”
태창 원장이 이내 정색하며 옷깃을 휘날리자 웅장한 영력이 영력 바다를 이뤄 공간을 부수며 마룡을 공격했다.
이와 동시에 천석 장로 5명도 함께 공격을 개시했다.
크으으으!
이에 마룡은 포효하며 대서미마주를 덥석 잡아 영력 바다에 내던졌는데 그 속에서 무서운 살기를 내뿜으며 상대방의 공격을 바로 무산시켰다.
퍽! 퍽!
양측의 싸움에 목진은 부랴부랴 대전에서 뛰쳐나왔는데 영진으로 보호막을 형성한 대전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퍽!
그러다 대전은 더는 영력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깨졌고, 이로 인해 생긴 영력 돌풍에 학생들은 화들짝 놀라 모두 이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쿵!
방대한 마룡은 마주를 잡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여섯 갈래의 빛줄기가 그 뒤를 쫓아 공격을 개시했는데 이로 인해 생성된 영력 위압감에 공간마저 찢어졌다.
지극히 무서운 싸움에 학생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는 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때 북창령원에 경보음이 일자 다른 고위층들도 바로 달려와 잔뜩 정색하며 하늘에서 펼쳐진 대결을 지켜봤다.
한편, 멀리 떨어진 조용한 산봉우리에서도 누군가 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영계와 순아였다.
“원장님과 천석 장로들이 전부 출동했다니, 영력 파동이 엄청나요.”
순아가 화들짝 놀라 말했다.
“저건…… 용마궁 사람인 것 같아.”
영계가 인상을 찌푸리며 마룡을 노려봤다.
“언니는 나서지 않을 건가요? 마룡의 실력이 엄청난 것 같아요.”
순아는 그들이 북창령원 내부에서 싸우다가 학생들이라도 다칠까 봐 걱정되었다.
“마룡은 용마궁 사람들의 투영에 불과해서 절대 태창 원장 등을 못 이겨. 그러니까 내가 나설 필요까지는 없어.”
영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하더니 그 아래쪽 산봉우리로 시선을 돌렸는데 그곳에 목진이 서 있었다.
이에 그녀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지만 이를 전혀 모르는 목진은 하늘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에 집중했다. 용마궁의 육대 전주는 대서미마주의 힘을 빌려 실력이 폭등하긴 했으나 결국 투영일 뿐이라 태창 원장 등을 이길 수 없었다.
곧 북창령원 측에서 싸움을 종결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