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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59화 (258/1,000)

259화. 통천경

하늘에 복잡하게 얽힌 광선에 목진은 눈앞이 아른거려 바로 고개를 돌렸다. 목진마저도 궤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영진이라니, 얼마나 엄청난 힘이 깃들어 있을까?

영계의 실력에 목진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영진 대가라 불려도 전혀 손색없는 그녀를 따라잡으려면 목진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나쁠 건 없지.”

목진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천지의 영력이 웅장하고 말고를 떠나서 외부의 영력을 흡수해 제련하는 것은 전부 목진의 몫이었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럼 오늘부터 내가 8급 취영진에서 영기를 끌어올 테니 넌 그 영기로 열심히 수련해. 이제부터 통천경에 이를지 말지는 너한테 달렸어.”

“그래, 고마워.”

목진이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통천경에 이르지 못하면 절세의 강자가 되겠다던 낙리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

말을 마친 영계는 인법을 바꿨는데 수많은 빛줄기가 잔뜩 얽힌 빛줄기를 향해 날아갔다.

쿵!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눈부신 빛을 발산하더니 광선이 한데 모여 하늘에 수백 장 정도의 빛의 소용돌이를 형성했다. 소용돌이 한쪽은 텅 비어 있는 공간과 연결되었는데 그 속에서 웅장한 영력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소용돌이 아래쪽 산봉우리에 내려앉았다.

한편, 영계가 손을 휘두르자 빛의 소용돌이가 격렬하게 움직였는데 산봉우리 주위의 천지 영기가 순간 폭등해 영무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쿵!

웅장한 영력이 소용돌이를 타고 나와 천지의 영력 파동이 어느새 목진을 감쌌다. 영계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진을 힐끗 쳐다보고는 바로 목진을 떠났다.

이를 지켜보던 태창 원장 등도 그저 씁쓸하게 웃기만 하였다.

“영계가 8급 취영진에서 영기를 훔칠 줄은 몰랐네요.”

맥유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8급 취영진은 북창령원을 설립한 뒤, 북명룡곤이 대천세계에서 아주 강대하고 신비로운 세력에게 엄청난 대가를 주고 바꿔온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런 영진마저도 영계의 손에 균열이 일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내버려 두게.”

태창 원장이 가볍게 웃으며 말하더니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영력 기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남은 보름 동안 목진이 과연 통천경에 이를 지나 지켜봅시다.”

목진이 정말 해낸다면 북창령원에서 괴물급 신인을 배양한 거나 마찬가지라 나쁠 것이 없었다.

* * *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굵직한 영력 기둥이 너무 눈에 띄어 학생들은 어리둥절해 이를 바라보다가 어느새 그 출처를 알고 화들짝 놀랐다.

사람들은 목진이 이를 빌려 수련 중인 걸 알고는 다들 그를 괴물이라 생각했다.

북창령원에 들어온 지 1년밖에 안 된 녀석의 성장 속도에 노참들마저 몸둘 바를 몰랐다. 게다가 마룡자까지 때려잡았으니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라 여겼다.

한편, 이를 묵묵히 지켜보던 이현통은 한참 지나서야 서서히 신생 구역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낙리가 목진을 바라볼 때 짓는 눈빛과 미소를 자신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자 괜히 슬펐다.

그가 무시했던 소년은 어느새 자신을 초월해 한결같이 그 소년을 믿었던 소녀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다만, 이현통은 연적이라고 목진을 무턱대고 미워하지는 않았다. 그는 소년이 낙리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뛰어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녀석이 곧 우리를 뛰어넘을 것 같군.”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 뒤돌아보자 심창생이 커다란 암석에 앉아 이현통을 바라보고 있었다. 외모로만 보면 이현통이나 목진보다 못하지만 심창생은 기품이 남달랐고, 어떤 고난이 닥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목진이 마룡자를 이겼는데도 북창령원에서의 명성이 심창생보다 못한 이유였다. 심창생은 매력 넘치는 사람이었다.

“북창령원의 천방 패주께서 낙심하셨나? 너답지 않아.”

이현통도 어느새 심창생 옆에 다가가 앉았다.

“목진은 역시 대단한 녀석이야.”

심창생이 영력 기둥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웃었다.

“북창령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성과를 낸 사람은 10명도 채 되지 않아. 이전에 그와 비슷한 업적을 이룬 사람은 아마 백 년 전에 이곳 학생이었던 진전천(秦戰天)이 유일할 거야. 그해, 학원 대결의 주인공은 그였으니까. 성령원의 성자도 그분한테 처참하게 짓밟혔지. 그때가 아마 북창령원 백년 이래 가장 쾌거를 이룬 한 해였을 거야.”

“진전천 선배라…… 지금은 대천세계의 거장으로 통천의 실력자라고 들었어.”

“그분이 바로 내 목표야. 난 북창령원에 들어올 때부터 결심했어, 언젠가 그분처럼 될 거라고! 그래서 말인데…….”

심창생이 이현통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원장님한테 북창문(北蒼門)에 가서 수련할 수 있도록 사정해볼 거야.”

이에 이현통은 흠칫 놀라 물었다.

“북창문은 너무 힘들어. 그곳에 들어간 학생이 실제로 미쳐서 나갔다는 곳을 말하는 거 아냐?”

북창령원의 우수한 학생들이 북창문에 들어갔다가 결국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실성한 뒤로는 더는 그곳을 개방하지 않았는데, 이 또한 북창령원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따내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심창생은 지금 그토록 무서운 곳에 가려 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두려워하면 진전천 선배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해. 난 반드시 학원 대회에 참석해서 다른 학원의 천재들과 힘을 겨뤄서 이길 거야.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있다가 목진이 너와 나를 초월해 천방 패주의 자리에 앉기만을 기다리고 싶으면 넌 그대로 있어.”

그 말에 이현통은 먼 곳에 있는 영력 기둥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뭔가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북창문이라…… 나도 그곳이 궁금했던 참이었는데 함께 가자. 난 절대 만년 2등으로 남지 않을 거야! 그리고 목진만 학원 대회에서 이름을 날리게 할 수는 없지.”

“그래!”

심창생이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창문에서 나오면 일단 목진 녀석부터 잡자. 비록 우리를 구한 은혜는 있지만, 선배는 그리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걸 제대로 보여줘야지!”

* * *

눈부신 영력이 경천의 기둥처럼 하늘 높이 솟아올라 거대한 소용돌이와 연결되고 안개가 자욱해져 이곳은 북창령원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곳이 되었다.

목진과 태창 원장의 약속을 알게 된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곳을 바라봤다.

한편, 성령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노참들은 북창대륙의 엄청난 세력인 북창령원이 북창대륙의 젊은이 중 최정예들만 참가한다는 성령산에 참가하지 않는 것을 체면을 깎는 일이라 생각했고, 이로 인해 이상한 소문까지 퍼져나갔다. 이에 학생들은 적잖게 언짢았다.

다른 세력에서는 최선을 다해 겨우 한 사람을 길러내는 데 비하면 북창령원에는 인재가 많고 북창령원 출신인 지존도 많았다. 이들까지 합치면 북창대륙 전체가 북창령원을 두려워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하여 대부분의 학생들이 목진을 지지했다. 간혹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목진의 도전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아무리 통천경에 이른다고 해도 북창대륙의 정예들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마룡자보다 상대하기 훨씬 어려운 존재들이었다.

현재 모든 이들의 관심사는 오직 목진이었다. 다들 목진이 어디까지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이렇게 사람들의 기다림 속에 사흘이 흘렀고, 앞으로 이틀만 더 지나면 한 달 기한이었다.

* * *

낙신회 회원들이 평소에 수련하는 곳인 신생 구역의 호수 옆 광장은 오늘, 사람들로 가득 찼다. 다들 수련보다 목진의 상황이 궁금해 고개를 들고 굵직한 영력 기둥을 지켜보았다. 겨우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그곳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비록 목진이 통천경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도 북창령원의 명성에는 손해는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성령산은 모든 사람의 관심사라 그 결과가 궁금했다.

“낙리,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목진이 통천경에 이를 수 있을까?”

엽경령은 광장 중심에 주먹을 꽉 쥔 채 서 있는 소녀에게 물었다.

“실력은 절대 강요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죠.”

이에 낙리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태창 원장이 정한 목표에 불만인 낙리는 목진의 신념이 흔들린 것이 전부 이 목표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목진이 북창령원에 든 뒤로 실력 향상이 빨라 심경에 변화가 조금 있었는데 이를 태창 원장이 가속화시킨 거라고 여겼다.

다행히 지금은 원래의 마음을 찾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소년에 관한 일이라 낙리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어 태창 원장이 원망스러웠다.

“모두가 그리 생각하는 건 아닐 거야.”

엽령경의 말에 낙리가 담담하게 웃었다.

“수련은 자기 몫인데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아직 이틀이나 남았으니 지켜보는 게 어때요?”

“그럴 수밖에…….”

엽경령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렇게 또 하루가 흘렀고 북창령원의 분위기는 전보다 무거워졌다. 사람들은 수련 중에도 부단히 영력 기둥에 눈길이 갔으니, 다들 잔뜩 긴장해 마지막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마지막 날의 태양이 하늘에 높이 걸리자 북창령원의 학생들의 과반수가 수련을 멈췄다. 이들은 목진이 마지막 날에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한편, 영계는 대나무 집 앞 계단에 앉아 물끄러미 영력 기둥을 바라봤다. 그 옆에 함께 앉아 있는 순아 역시 목진이 걱정되는 눈치였다.

“영계 언니, 목진 오라버니가 해낼 수 있을까요?”

영계는 소녀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잘 모르겠네.”

영력이 너무 짙어 목진의 파동을 완전히 덮어버려 영계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순아는 오늘의 태양이 조금이라도 느리게 움직여 달라고 기도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하늘 높이 걸려있던 태양은 어느덧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지만 영력 기둥은 미동도 없었다.

사람들은 노을을 바라보며 북창령원이 올해에도 북창대륙의 최대 성사에 참석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태양이 지평선을 넘어가자 주위는 점차 어두워졌고 사람들은 오랫동안 바라봤던 영력 기둥에서 눈길을 거뒀다.

쿵!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나지막한 소리가 들리더니 엄청난 영력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커다란 영력 기둥이 격렬하게 움직이며 그 속에서 내뿜는 영력이 점차 웅장하고 난폭해졌다.

“드디어 해냈단 말인가!”

신생 구역에 있는 낙신회 회원들이 잔뜩 흥분해 외치자 낙리도 강력한 영력 파동이 이는 영력 기둥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심창생과 이현통도 잔뜩 긴장하여 이를 지켜봤다.

그 외에 소훤과 소령아, 학요, 서황 조청삼 등 북창령원에서 명성이 자자한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쥔 채 영력 기둥을 바라봤다.

쿵! 쿵!

엄청났던 영력 파동이 점차 난폭해지더니 어느덧 돌풍이 일었고 눈부신 빛을 발산해 어두워졌던 천지가 다시 광명을 되찾았다. 순간 지극히 강렬한 영력이 깃드는 용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영력 기둥이 격렬하게 떨리고 눈부신 빛 한 줄기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퍽!

잇따라 영력 기둥이 폭발하여 수많은 광점이 되어 내렸고 그 사이로 자그마한 빛덩이가 나타났는데 자세히 보니 온몸에 빛을 발산하는 목진과 똑같게 생긴 신백이었다.

대신 전보다 더 또렷해진 신백은 실체와 다름없었고 더 강력한 힘을 발산했다.

그때, 신백이 서서히 눈을 뜨자 그윽한 눈동자에서 오묘한 빛을 발산했고 입을 벌려 수많은 영력 광점을 전부 흡수하자 몸 표면에 난 빛이 서서히 금색으로 변했다.

슉!

어느덧 신백이 한 줄기의 빛이 되어 구천에 솟아올랐는데 엄청난 저항에도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에 북창령원이 순간 들끓었다. 신백이 육신을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곧 통천이었다!

목진이 드디어 삼천지경 중 마지막인 통천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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