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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60화 (259/1,000)

260화. 다시 나타난 마주

어느덧 천지를 꿰뚫은 빛의 기둥이 사라졌지만, 북창령원의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

다들 목진이 한 달 내에 통천경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기적을 만들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편, 북창령원의 가장 중심에 있는 대전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태창 원장 등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녀석, 정말 통천경에 이르다니, 대단한걸.”

맥유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목진이 여태껏 소식이 없다가 마지막 날 밤에 엄청난 반전을 선보일 줄은 몰랐다.

이에 촉천 장로 등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역시 영로에서 기현과 상대할 만큼 대단한 아이로 천부적 재능이 엄청났다.

“원장님, 목진이 통천경에 이르렀으니 성령산은…….”

맥유가 묻는 말에 태창 원장은 정색하며 의자를 두드렸다. 그마저도 목진이 통천경에 이를 줄 몰랐다.

녀석의 뛰어난 재능은 무척 기뻤다. 목진은 분명 반년 뒤에 있을 학원 대회에서 그는 큰 빛을 발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성령산에 갔다가 변고라도 당할까봐 걱정되었다.

촉천 장로 등은 태창 원장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도 그 생각에 동의하는 바였다.

“목진한테 사실대로 말하는 건 어떨까요? 지금은 성령산에 가기 적합한 시기가 아니긴 하잖아요?”

백발 장로 하나가 말을 건넸다.

“목진과 원장님의 약속이 어느새 북창령원에 퍼졌는데 우리 쪽에서 먼저 약속을 어기면 학생들의 실망이 클 것이네.”

맥유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래도 저 아이를 잃는 것보다야 낫지 않나?”

“참 골치 아프군.”

* * *

천석 장로 다섯이 아무리 대책을 마련하려고 애를 써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성령산은 북창대륙 젊은이들의 최대 관심사로 북창령원이 여태껏 참석하지 않은 것에 말이 많은지라 그들도 학생들을 보내고 싶었다.

목진이 잘만 하면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겠지만 학원의 명성 때문에 학생에게 목숨까지 걸라고 할 수는 없었다.

천석 장로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태창 원장은 한참이 지나서야 손을 휘익 저으며 입을 열었다.

“목진이 통천경에 이르렀으니 더는 막을 이유가 없긴 하지…….”

“그럼…….”

천석 장로들은 태창 원장의 확실한 답을 기다리듯 하나같이 고개를 돌렸다.

“다만…….”

태창 원장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성령산은 아주 위험한 곳이니 절대 얕잡아보면 안 되네. 그러니 내일 목진에게 형대에 가서 마지막 시험을 보라고 하게. 이것마저 통과하면 딴소리 없이 목진을 성령산에 보낼 걸세.”

* * *

이튿날, 목진의 마지막 시험에 관한 소식이 알려지자 들끓었던 학원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한편, 밤새 몸조리를 끝낸 목진은 낙리와 함께 신생 구역의 광장으로 나왔는데 낙신회 회원들이 잔뜩 흥분하여 몰려들었다.

이에 엽경령이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

“네가 이미 통천경에 이르렀는데 왜 또 시험이 있다는 거야? 원장님께서 너를 성령산에 보내고 싶지 않아 저러는 걸까?”

“원장님께서도 내가 위험해질까 봐 그러는 거예요. 북창대륙의 진정한 고수들이 모이는 곳이라 마룡자도 그중 최강은 아니잖아요.”

목진은 원장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시험을 통과하기가 절대 쉽지 않을 거야. 조심해.”

낙리가 옆에서 속삭였다.

“그래, 고마워. 그런데 태창 원장님께서 나를 위해 뭘 준비하셨는지 궁금하긴 하네.”

목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낙리와 함께 형대로 향했고, 대부분의 낙신회 회원들도 그 뒤를 따랐다. 오늘 같은 상황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련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목진 등이 신생 구역을 벗어나자 다른 구역 학생들도 이들을 유심히 지켜봤지만, 이러한 상황이 익숙한 목진은 태연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목진이 형대에 도착하자 주위에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앞쪽에는 심지어 심창생, 이현통, 소훤, 학요 등 북창령원의 정예들도 있었다.

“목진아, 힘내. 넌 분명 해낼 거야!”

소훤 옆에 서 있던 소령아가 손을 저으며 외쳤다.

“목진 오라버니.”

귀에 익은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순아도 어느새 도착해 있었고, 그 옆에는 하얀색 치마에 차가운 얼굴을 한 영계도 앉아 있었다.

목진과 눈을 마주치자 그녀는 흐뭇하게 웃었다. 이에 사람들은 북창령원에서 외모가 출중한 여인은 전부 소년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 괜히 목진이 얄미웠다.

목진은 사람들을 보고 담담하게 웃으며 커다란 형대로 눈길을 돌렸다. 그 위에는 태창 원장과 장로들이 서 있었다.

“원장님과 장로들을 뵙습니다.”

목진이 다가가 인사를 올리자 태창 원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일단 통천경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 네가 통천경에만 이르면 성령산에 가는 것을 허락한다고 했으나 더는 훌륭한 학생을 잃고 싶지 않은 우리 마음도 헤아려줬으면 좋겠구나.”

“그럼요, 원장님. 그러니 어떠한 시험이든 다 받아들일 거예요.”

목진의 말에 태창 원장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시험은 간단해. 투력에 관한 시험이다.”

태창 원장이 말을 마치고 옷깃을 휘날리자 암금색 빛줄기 세 갈래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석대 위에 내려앉았는데 빛이 가시자 수십 장 정도 되는 거인 세 구가 나타났다.

그들은 금속으로 다져져 더없이 단단했고 몸 표면에는 영문이 새겨져 있으며 몸에 상처가 가득한 것이 수많은 전투를 치를 것 같았다. 조용히 서 있기만 해도 풍기는 강력한 파동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건…….”

심창생 등도 흠칫 놀랐다.

“형령전우라…….”

형령전우는 형전에서 특별 제작한 전투형 영우(靈偶)로 18구밖에 없었는데 각자 통천경 후기의 실력을 갖췄고 아픔을 못 느낄 뿐만 아니라 몸이 더없이 단단해 일반 통천경 후기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런데 태창 원장은 영우를 한꺼번에 3구나 준비했으니, 엽경령과 낙신회 회원들의 안색은 잔뜩 어두워졌고 낙리마저도 정색하며 이를 바라봤다.

형령전우 3구면 마룡자를 세 명 상대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목진아.”

태창 원장은 사람들의 반응은 무시하고 형령전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녀석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면 성령산에 가게 할 것이다. 대신 실패 시, 네가 아무리 원망해도 난 절대 네가 성령산에 가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 거란다. 난 북창령원의 훌륭한 학생을 잃고 싶지 않으니 이것이 곧 너에게 주어진 마지막 관문이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목진을 바라봤다. 다들 태창 원장이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했지만, 목진은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이미 행동으로 그 답을 대신했다.

녀석은 태창 원장의 시험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목진이 앞으로 나가자 주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아무리 마룡자라도 이들을 보면 피하기 바쁠 텐데 통천경에 이른지 하루도 안 된 목진은 절대 이들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할 거라 여겼다.

더구나 영우는 상대방을 두려워하지도, 물러나지도 않아 보통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목진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심창생과 이현통도 잔뜩 굳어진 얼굴로 영우들을 바라봤다. 태창 원장이 최강수를 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맥유 등 장로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자신감 넘치는 목진을 바라봤다.

“결정을 마쳤으니 결과를 지켜보자꾸나.”

태창 원장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럼…….”

태창 원장이 옷깃을 휘날리자 무형의 파동을 발산하며 나지막한 목소리가 주위에 퍼졌다.

“바로 시작해볼까?”

쿵!

태창 원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영우들은 암금색 빛이 반짝이는 두 눈을 번쩍 떴는데 차갑고 단단한 몸에 영문이 나타나며 강력한 파동이 일었다.

쿵!

이들은 바로 목진을 목표물로 정하고 성큼성큼 다가갔고, 무거운 발걸음에 석대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커다란 몸집의 영우들은 눈 깜빡할 사이에 목진 앞에 나타나 황금빛을 발하는 주먹을 휘둘렀다.

크으으으!

그때 목진 체내에서 용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용 한 마리가 주위를 감싸며 녀석이 귀신처럼 사라졌다.

쿵!

커다란 금색 철권이 목진이 서 있던 자리를 가격하자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바닥에 균열이 일었고 영우들도 계속해서 무서운 공격을 날렸다.

무서운 공세에도 목진은 계속해서 후퇴하기만 했다.

목진은 통천경에 이르러 속도가 더 빨라졌기에 다행이지 한 달 전이었으면 분명 녀석들의 공격에 중상을 입었을 것이었다.

다만, 지금처럼 피하기만 하면 목진은 절대 시험을 통과할 수 없었다.

이에 지켜보던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쥐고 상황을 살폈다.

쿵!

그때. 한 영우가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몸 표면의 영문이 반짝이며 속도가 더 빨라져 용등술을 소환한 목진을 따라잡아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하였다.

퍽!

감정이 전혀 없는 영우는 황금빛을 비추는 두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산 한 채를 부술만한 힘을 실어 주먹을 휘둘렀다.

이에 엽경령, 순아, 소령아 등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이 공격에 맞으면 적어도 중상이었다.

쿵!

그때, 목진 몸 표면에 검은색 뇌호가 요동치더니 소년은 몸이 웅장해졌다.

뇌신체!

목진은 전혀 피하려 하지 않고 검은색 뇌호가 빗발치는 주먹을 휘둘렀다.

엄청난 크기의 주먹이 닿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난폭한 파문이 일며 그곳 바닥에 균열이 일었다. 목진은 뒤로 수십 보 물러났지만 영우는 바닥에 기다란 흔적을 남기며 뒤로 물러나더니 휘청이다가 넘어졌다.

목진의 엄청난 전투력에 사람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

한 달 전이었으면 이미 중상을 입었겠지만 목진은 바로 몸을 추스르고 상대방을 바라봤다. 그는 아픔도 공포도 모르는 영우를 상대로 싸우는지라 위압감을 형성할 수 없어 정면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는 절대 영우들을 이길 수 없어.”

하나는 거뜬히 해결할 수 있지만 형령전우가 3구나 있어 보통 방법으로 쓰러트리기란 절대 불가능했다.

잠시 고민하던 목진은 뭔가 결정이라도 한 듯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세 영우를 보더니 바닥을 힘차게 굴러 하늘 높이 날아올라 합장하였다. 그러자 붉은색 기둥이 솟아오르더니 거대한 마주에 뒤쪽 하늘에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살기가 부단히 주위에 퍼졌고 마주는 반항하듯 온몸을 파르르 떨었는데 온몸에 휘감은 암자색 꽃무늬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자 어느덧 떨림이 멈췄다.

“저건…… 대서미마주잖아?!”

태창 원장과 장로들은 이내 정색하며 마주를 바라봤다. 현재 눈앞에 나타난 마주는 허상이 아니라 본체였다!

그런데 목진의 실력으로 어찌 대서미마주의 본체를 조종한단 말인가!

“무언가로 대서미마주를 봉인한 것 같네.”

태창 원장은 바로 마주의 표면에 있는 암자색 꽃무늬에서 완전히 다른 파동을 발견했다. 이 꽃무늬가 바로 살기를 제압하고 마주가 목진의 명을 따르게 하는 진정한 힘이었다.

원장은 넋을 놓고 이를 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목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녀석의 체내에 태고의 흉기를 제압할만한 엄청난 물건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쿵!

그러나 영우들은 두려운 기색 하나 없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목진을 공격했다.

이에 목진은 씨익 웃었다. 비록 대서미마주를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고 마주도 봉인한 상태지만 태고의 흉기를 지닌 것만으로도 통천경의 실력자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목진이 팔로 몸을 감싸자 거대한 검은색 마주가 기울더니 들끓는 살기를 싣고 황금빛을 발하는 영우를 향해 돌진했다.

퍽!

영우들은 마주의 힘을 버티려 애썼지만 대서미마주의 최후의 일격에 결국 맥없이 추락해 바닥에 깊숙이 박혔고 형대에 내려앉은 마주 주위로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아래에 형령전우 3구가 깔렸지만 계속해서 살기를 내뿜었다!

그때, 목진이 대서미마주에 내려앉아 꼼짝 못 하는 영우들을 바라보더니 안색이 잔뜩 어두워진 태창 원장과 장로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원장님, 시험은 통과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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