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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66화 (265/1,000)

266화. 오동

쿵!

영력 광막이 사라지자마자 공간 강풍이 불어왔는데 두 사람과 가까워지자 바람의 세기가 갑자기 약해져 몸 표면에 친 영력 방어벽마저 뚫지 못했다.

마치 투명한 보호막을 주위에 두른 것 같아 신기했다.

“이만 가자.”

그러나 아무리 상품 영기가 있어도 바로 하늘로 날아오르기는 무리인지라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걸어서 앞으로 나아갔다.

다른 곳에 숨어있던 사람들은 목진과 하유연이 공간 강풍 속을 걷는 것을 발견하고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고 신속하게 보물 쪽으로 향했다.

어풍령주 덕분에 순조롭게 난폭한 공간 강풍을 넘은 두 사람은 어두운 돌풍 속에 숨은 빛이 점차 밝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빛과 점점 가까워질수록 목진 체내의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도 점차 세차게 움직였다.

“잠시만.”

목진이 손을 뻗으려 하는데 하유연이 멀지 않은 곳에 숨은 누군가를 발견하고 외쳤다. 그들도 돌풍 속에 숨은 보물을 발견한 것이 틀림없었다.

“보물을 노리는 사람이 또 있네.”

하유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공간 강풍을 무릅쓰고 이곳에 있는 보물을 탐내는 것으로 보아 절대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데 목진은 전혀 놀라워 보이지 않았다. 보물이 비범하니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일단 지켜보기로 하였다.

“저들이 보물을 취하고 싶은 것 같은데 일단 내버려 두죠.”

목진이 나지막하게 하는 말에 하유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이 한시라도 빨리 보물을 취하고 싶어 섣불리 행동했다가 변고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했다.

한편, 목진과 하유연이 온 것을 발견한 사람들은 점차 인내심을 잃었다.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보물을 얻기가 더 어려운 탓이다.

슉.

이때, 십수 갈래의 그림자가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돌풍을 향해 돌진했는데 돌풍의 포효와 함께 검은색 바람의 날이 나타나 녀석들을 공격했다.

잇따라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더니 그들 주위를 휘감았던 웅장한 영력이 사정없이 찢어졌고 녀석들의 몸통도 반으로 갈라지며 피를 쏟았다. 호신 영기를 지니고 있던 녀석만 피투성이가 되어 멀리 튕겨 나갔다.

이에 주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방금 돌풍에 뛰어든 사람은 전부 통천경의 실력자인데 통천경 후기인 사람 한 명만 겨우 목숨을 구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사망해 더는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공간 강풍은 여전히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방대한 흑룡처럼 엄청난 힘을 자랑했다.

“언제 갈까요?”

“돌풍이 조금 사그라들면 가자.”

하유연의 답에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분명 선배와 똑같은 생각일 거예요. 그때가 되면 아마 지금보다 보물을 얻기 더 어려울 거예요.”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어?”

하유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선배, 어풍령주를 잠시 빌려줄 수 있나요?”

“혼자 가려고?”

하유연이 화들짝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통천경 후기의 실력자도 겨우 목숨을 건진 공간 강풍인데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목진이 덤비면 실패할 확률이 절대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물은 나한테 맡겨요. 그리고 주위에 엄청난 영력 파동이 느껴지는데 이들을 막아줄 수 있을까요?”

하유연은 목진을 말리고 싶었지만 소년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암영상회와 천원상회의 차기 주인 유영과 동연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동연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들도 돌풍 속에 숨은 보물을 탐내는 것 같군.”

이에 유영은 손을 휘둘러 서 있던 산에 깊숙한 흔적을 남기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걱정 말게, 저 녀석은 절대 이 보물을 가질 수 없을 것이네.”

검은색 돌풍이 휘몰아치며 낸 소리는 꼭 거대한 용이 포효하는 것과 같아 대지마저 파르르 떨렸다.

사람들은 더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공간 강풍이 약해지기만 기다렸는데 하유연한테서 어풍령주를 받은 목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말했다.

“내가 물건을 수중에 넣으면 선배는 바로 이곳을 떠나요. 그리고 우리는 앞에서 만나기로 해요.”

목진이 보물을 취하면 분명 사람들의 달려들 것이다. 그는 하유연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유연은 상관없을 테지만 목진은 신세를 지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목진의 마음을 짐작한 하유연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몸조심해.”

목진은 생긋 웃더니 바로 흑염이 깃든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았는데 몸 표면에 검은색 뇌호까지 번쩍였다. 무서운 공간 강풍에 맞서기 위해 할 수 있는 방어 체계는 전부 가동하였다.

슉!

준비를 마친 목진은 이내 검은색 번개처럼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다들 잠자코 기회를 엿보고 있을 때 갑자기 움직인 목진의 행동에 사람들은 녀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또 누군가 나섰어!”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녀석이 죽고 싶어 환장했나…….”

“겁도 없이 어딜 감히 덤벼!”

통천경 후기의 강자도 맞서기 힘든 돌풍인데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목진이 뛰어들자 다들 녀석이 주제도 모르고 덤빈다고 비웃었다.

유영과 동연도 흠칫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홀로 보물을 찾으러 가다니!”

동연은 하유연과 함께 움직일 줄 알았던 목진의 행동에 조금은 놀란 모양이었다.

“흥미롭군. 이제야 북창대륙에 이름을 알린 녀석의 실력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겠군.”

유영이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하더니 어딘가로 손짓했다. 이어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검은색 그림자가 나타나자 주위에 있는 강자들이 잔뜩 경계하며 물러났다.

“저 사람이었군.”

동연이 검은색 그림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직접 나서려는 것은 아닌가 보군.”

“오동(吳峒)은 무려 천망성(天蟒城) 성주로 북창대륙에서도 어느 정도 이름을 날리지 않았나? 그날, 나한테 진 빚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갚아야지.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녀석이 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내가 나설 것까지는 없지 않나?”

유영이 담담하게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하는 말에 동연은 역시 녀석은 철저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편, 검은색 바람의 날은 이미 돌풍에 들어선 목진을 가끔씩 공격했지만 결국 영력 방어벽은 뚫지 못했다.

이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난폭한 바람의 날이 왜 목진의 몸에만 닿으면 가벼운 바람이 스치는 것처럼 지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녀석한테 돌풍을 막는 영기가 있네.”

동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천원상회의 차기 주인인 그의 눈썰미는 남달랐다. 특수한 영기로 호신하지 않고서야 목진은 절대 공간 강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하유연이 줬겠지…….”

하유연이 녀석을 보호하기 위해 별짓을 다 한단 생각에 유영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슉!

바로 커다란 돌풍에 접근한 목진은 이곳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간 것을 알고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는데, 돌풍도 목진을 감지하고 “위잉” 울리며 검은색 바람의 날을 날렸다.

이때,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어풍령주 속에서 푸른색 광권이 주위에 퍼졌다. 바람의 날과 부딪히며 빛이 순간 어두워졌지만 결국 전부를 막지는 못하고 목진의 몸에 닿았다.

이에 사람들은 목진도 곧 죽을 거란 생각에 피식 웃었는데 수많은 바람의 날에 맞은 목진은 뒤로 약간 물러났을 뿐,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목진이 바람의 날을 전부 받아낸 것을 목격한 통천경 후기의 강자들은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들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바람의 날을 맞고도 절대 무탈하지 못했을 것이다.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무시하고 바로 찢어진 옷 사이로 느껴지는 잔잔한 통증을 확인하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력이 폭등하였고 뇌신체와 어풍령주의 도움을 받아 공간 강풍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이다.

목진은 씨익 웃더니 곧바로 돌풍의 중심으로 돌진했다.

한편, 파죽지세로 보물을 취하러 가는 목진을 바라보던 유영은 멀지 않은 곳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죽여.”

이에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검은색 그림자가 씨익 웃더니 하늘 높이 날아올라 목진에게 향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오동을 본 사람들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저 사람은 설마 천망성 성주 오동인가?”

“이미 통천경 후기에 이르렀다고 들었는데 육신난은 넘었는지 모르겠군.”

“육신난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고 들었네. 그렇지만 죽지 않았으니 보통 통천경 후기보다는 실력이 훨씬 뛰어날 거야.”

“오동이 나섰으니 녀석이 고생하겠네.”

어느덧 사람들 앞에 정체를 드러낸 오동은 푸른색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표면에 은은하게 청광이 일었다. 이 또한 방어용 영기로 바람의 날의 공격에 흔적은 남았지만 결코 뚫리지는 않았다.

오동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온 것이다.

이때, 오동을 발견한 하유연이 바로 정색하며 손가락을 튕기자 웅장한 영력이 기(氣)의 회오리처럼 날아갔는데 녀석은 이를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영력 기(氣)의 회오리가 오동의 몸에 닿으려 할 때, 아래쪽에 갑자기 회색 빛줄기가 나타나 상대방의 공격을 막았다.

이에 하유연이 뒤돌아서 보니 유영이 미소를 지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

“유영, 뭘 하려는 거야!”

하유연은 꼴도 보고 싫은 녀석이 또 나타났다는 생각에 바로 정색하며 외쳤다.

“능력자가 보물을 얻는 법, 다른 사람이 이를 취하는 것을 막을 것까지는 없잖아. 녀석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북창령원에 돌아가 수련이나 해야지. 감히 이 보물을 탐내면 안 되지.”

유영이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유영은 강력한 영력 파동을 뽐내며 등장하였는데 이에 주위의 공기마저 폭발했다. 하유연은 멀지 않은 곳에서 흐뭇하게 웃으며 나타난 유영을 극도로 혐오했다.

양대 상회에서 협력할 일이 있어 구두로 혼약을 맺은 적은 있지만 이를 효력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유영뿐이었다. 그는 하유연이 이성 친구만 만나면 상대방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곤 했다.

그런 녀석이 또 나타났다는 것은 분명 목진이 하유연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아니꼬워서 그런 것이다.

하유연은 암영상회의 실력 때문에 여태껏 유영과 싸우지 않았지만 녀석에 대한 혐오감은 나날이 깊어졌다.

“유영, 내가 정말 너한테 손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하유연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묻는 말에 유영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난 그저 네가 녀석의 꾀에 넘어가지 말았으면 해서 그래. 저 녀석은 야망이 엄청나니 타격을 조금 받아도 괜찮아. 그리고 내가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은 너를 생각해서니까 너도 그만 멈춰. 조용히 저들의 대결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이에 하유연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내가 나서지 않는다고 오동이 목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녀석이 마룡자와 싸워서 이긴 것은 알지만 오동은 마룡자가 아니야. 육신난을 미처 넘지 못했지만 통천경에서 그의 상대가 될 사람은 없을 거야.”

유영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디 두고 보지!”

하유연은 유영의 꾀에 넘어가 그와 싸우는 것은 목진한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잔뜩 화가 났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그래, 두고 봐.”

하유연의 표정에 유영은 더 사악하게 웃으며 뒷짐을 쥐고 목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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