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화. 부러진 팔
슉.
신속하게 공간 강풍을 넘은 오동은 목진을 노려보며 웅장한 영력이 깃든 장풍을 쐈다. 그러나 이미 상대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아챈 목진은 바로 용등술을 소환하여 뒤로 십수 보 물러났다.
“네가 목진이야?”
오동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보물은 네가 탐낼만한 물건이 아니니까 썩 물러나.”
“당신은 누군데요?”
목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서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의 영력 파동은 마룡자보다 훨씬 강력했다.
“천망성 성주, 오동이다.”
오동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목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무덤덤하여 말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북창대륙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오동은 생각지도 못한 목진의 답변에 흠칫하였다. 이 나이에 한 도성의 성주가 되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기억할 만도 했는데 말이다.
“북창령원 학생들은 나날이 못 해지는 것 같군. 역시 하락세를 걷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어. 올해는 더는 못 견디고 너를 성령산에 보낸 것 같은데 명성을 날리기는커녕 체면이 바닥을 치지 않을지 모르겠네.”
“천망성 성주 따위가 감히 그런 망언을 하다니, 북창령원에서 너 같은 물건을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야.”
목진은 천망성 성주의 체면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안색이 어두워진 오동이 엄청난 영력을 실은 주먹을 휘둘러 목진을 공격하자 녀석은 다시 용등술을 소환하여 돌풍 안으로 들어갔다.
“네가 정말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오동은 씨익 웃더니 갑옷에서 발산하는 눈부신 빛으로 온몸을 감싸고 뒤를 따랐다.
그런데 목진은 공간 강풍으로 뛰어들고서야 그 위력을 실감했다. 어풍령주가 있어도 회오리치며 공격해오는 바람의 날을 견디기가 어려워 결국 뇌신체를 소환했다. 목진은 뇌호가 번쩍이는 몸으로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격을 맞으며 신속하게 보물을 향해 돌진했고, 그 뒤로 오동이 바짝 따라붙었다.
그때, 푸른색 갑옷을 입은 오동은 바람의 날을 완벽히 피하며 목진에게 창을 휘둘렀는데 날렵한 공격이 바람의 날마저 부수며 목진의 요해를 노렸다.
“내 눈앞에서 보물을 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뒤쪽에서 날아오는 웅장한 힘에 목진은 뒤돌아서 주먹을 휘둘렀는데 흑염이 깃든 영력이 상대방의 공격을 바로 무산시켰다.
슉!
목진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바로 오동에게 향했다.
“토끼처럼 도망만 칠 줄 알았는데 드디어 생각이 바뀐 거야?”
오동은 마룡자를 때려눕혔다고 뭐라도 된 줄 아는 목진이 우스웠다.
그때, 목진이 정색하며 인법을 바꾸자 뒤쪽 공간에 별빛 공간이 나타나더니 그 속에서 신수 세 마리가 걸어 나왔다.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나군.”
세 마리 신수에게서 느껴지는 영력 파동에 오동은 흠칫하였다. 마룡자와의 대결에서 이긴 것이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닌 듯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말을 마친 오동이 장창을 휘두르자 창영은 거대한 이무기로 변해 포효하며 세 마리의 신수와 맞섰다.
퍽!
난폭한 영력 파동에 주위 백 장 범위가 진공 상태가 되어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공간 강풍마저 뚫지 못했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봤다. 공간 강풍 속에서 싸우다 자칫 잘못하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육신난을 넘는 데 실패한 오동의 실력을 잘 아는 사람들은 목진의 실력에 조금 놀랐다. 일반 통천경 후기의 실력자보다 훨씬 강한 오동과 싸우는 데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슉!
한편, 공간 강풍이 점차 약해지는 것을 발견한 목진은 최대한 빨리 오동을 물리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래쪽에 모인 사람들을 전부 상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오동을 빨리 쫓아내는 것이다!
이에 목진은 검은색 뇌호를 번쩍이며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오동에게 향했다.
“단체 신결을 수련했군.”
바로 눈치챈 오동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아무리 단체 신결을 수련했어도 육신난을 통해 단련된 자신을 뚫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겁도 없이 감히 어딜 덤벼, 내가 한방에 너를 보내주마!”
오동도 몸에서 백광을 발산했는데 지극히 강력한 힘이 들끓으며 피부에서 스며져 나왔다.
목진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오동을 보더니 손가락으로 공간 강풍을 파헤치며 외쳤다.
“꺼져!”
이에 오동은 씨익 웃으며 백광을 발산하는 주먹을 휘둘렀는데 그 속에는 통천경 후기의 강자가 중상을 입을 만큼 엄청난 힘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목진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그와 맞서며 오동의 주먹에 손가락을 맞댔다.
두 사람의 손이 닿는 순간, 오동은 차갑게 웃는 목진의 표정에 소름이 끼쳤다. 녀석의 주먹에 닿은 목진의 손가락이 어느새 검은색이 되었다.
목진의 손가락이 검은색으로 변한 순간, 오동은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는 체내의 영력이 무질서해진 것도 무시하고 바로 주먹을 거둬 뒤로 물러나려 했다.
“지금 도망가기에는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
그때, 용등술을 소환한 목진은 커다란 용에 올라타 공간을 넘어 귀신같이 오동의 앞에 나타나 검은색 손가락으로 오동의 목을 찔렀다.
목진의 속도가 너무 빨라 미처 반응하지 못한 오동은 영력을 끌어올리고 팔로 몸을 보호했지만, 검은색 손가락은 웅장한 영력 방어벽을 뚫고 날카로운 비수처럼 상대방의 팔뚝을 베었다.
뒤로 물러나던 오동은 자신의 팔이 놀라운 속도로 어두워지며 검은색 선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지극히 무서운 독이었다!
깜짝 놀란 오동이 부랴부랴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리자 검은색 독은 빠르게 영력을 물들였다.
그의 능력으로는 절대 없앨 수 없는 독이었다.
오동은 영력마저 오염시키는 독이 온몸에 퍼지기 전에 서둘러 칼을 휘둘러 팔뚝을 잘라냈다.
으악!
애처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까맣게 그을린 오동의 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 속에서 스며져 나온 피마저 검은색을 띠었는데 눈 깜빡할 사이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목진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오동을 보고는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야심 차게 준비한 흑신뢰독지인데 상대방이 독을 배출할 수 없는 것을 알고 바로 팔뚝을 자를 줄은 몰랐다.
“또 덤벼보시죠.”
목진이 담담하게 웃으며 한 말에 오동은 잔뜩 화가 나 포효하며 도망쳤다.
“목진, 오늘의 원수는 내 반드시 갚아주마!”
황급히 도망가는 오동의 모습에 목진은 무덤덤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거뒀다.
사용할 때마다 독기가 조금씩 줄어들기에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동을 최대한 빨리 물리쳐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위력이 엄청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오동이 빠르게 도망쳤지만 목진은 오동을 쫓아가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보물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뛰어들었고 오동이 도망갈 때 외친 소리에 아래쪽 사람들은 순간 흠칫했다. 공간 강풍에 가려져 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소리에 흐뭇하게 웃던 유영도 바로 정색했는데 돌풍 속에서 누군가 갑자기 튕겨 나간 것을 발견했다.
이에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득의양양했던 오동이 사색이 되어 식은땀을 흘리며 도망가고 있었다.
또한, 녀석의 끊어진 팔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목진이 오동의 팔을 벴다는 것이 차마 믿기지 않았다.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급히 도망가는 오동을 본 유영은 안색이 어두워져 주먹을 꽉 쥔 채 씩씩거렸다. 목진 따위에게 부상을 입은 오동이 너무 무능하단 생각이 들었다!
반면, 하유연은 눈앞에 일어난 광경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이 북창령원을 대표해 성령산에 온 것은 분명 남다른 점이 있기에 그럴 거라 여기긴 했지만, 이 정도 실력인 줄은 몰랐다.
육신난을 겪은 오동은 보통 통천경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났다. 그런 오동을 손쉽게 물리쳤으니 그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유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히쭉 웃으며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유영을 바라봤다.
“네 생각대로 되지 않은 것 같네.”
이에 유영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다스리며 입을 열었다.
“너무 좋아하지는 마. 오동이 안 되면 내가 직접 나설 거야.”
말을 마친 유영은 바로 하늘 높이 솟아올랐는데 지극히 강력한 영력이 휘몰아쳐 공간 강풍마저 수백 장 밖으로 물러났다.
이것이 바로 북창대륙 최정예의 실력이란 생각에 사람들은 잔뜩 긴장했다. 실력으로 보아 유영은 이미 육신난을 넘었을 것이다.
“유영이 직접 나서려 하는군.”
유영 같은 고수는 보통 세례의 땅에서야 자신의 실력을 선보였는데 그가 나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어딜 감히!”
하유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쏜살같이 날아올라 유영의 앞을 막아섰다.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린 소녀의 피부가 형광으로 빛나 더 영롱해졌다.
“하유연!”
유영이 자신의 앞을 막아선 여인을 노려보며 외쳤다.
“비켜!”
“유영, 일을 키우지 마!”
하유연은 기세등등한 유영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내가 있는 한 너는 절대 목진을 건드릴 수 없어!”
소녀의 반응에 더욱 화가 난 유영은 당장 목진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네가 과연 나를 막을 수 있을까?”
“덤벼!”
두 사람의 영력 위압감에 뇌명 같은 폭발음이 들렸는데 사람들은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봤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삭막해져 난폭한 공간 강풍도 감히 범접하지 못했다.
한편, 어느덧 돌풍의 중심에 도착한 목진은 공간 강풍이 사라진 곳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는 빛덩이를 발견했다. 그 속에는 옥처럼 생긴 영롱한 뼈가 들어있었는데 그 파동에 주위의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이는 천지마저 떨리게 하는 엄청난 위압감으로 천지존의 뼈가 분명했다!
자그마한 백골의 위력에 그 구역 전체가 조용해졌고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물건을 바라봤다.
풍기는 위압감으로 볼 때, 백골은 분명 원고 시기에 이곳에서 별세한 천지존이 남긴 물건이 분명했다.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면 분명 미친 듯이 달려들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물건을 수중에 넣지 않으면 이성을 잃은 미친놈들에게 물건을 빼앗길 수도 있었다.
쿵쾅!
목진은 흥분해 마구 뛰는 심장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는데 기해에 있던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의 떨림이 점차 격렬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곧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만 뛰어, 물건을 얻으면 너한테 줄게.”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를 유난히 아끼는 목진은 물건이 몸 밖에 튀어나왔다가 다시 거두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는 천지존의 백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절대 체내의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를 잃고 싶지 않았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는 목진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떨림이 점차 줄었다. 지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인의 마음 정도는 헤아리는 것 같았다.
목진이 다시 빛덩이 속에 꿈쩍하지 않는 백골을 보고는 결심한 듯 손을 뻗었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체내에서 뇌명이 들리더니 사색이 되어 갑자기 피를 토했다.
백골에서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해 커다란 산맥에 진압된 듯 몸이 무거워졌고 온몸에서 피가 스며져 나왔다. 목진이 뇌신체를 수련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몸이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천지존이 별세하며 남긴 자그마한 백골은 아무나 수중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목진은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백골을 쥐고 있었는데 다시금 피를 토하며 영력이 무질서해져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기해에 있던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가 그윽한 흑망을 발산하더니 검은색 빛줄기가 되어 상고의 문향을 싣고 몸 밖으로 나왔다.
위잉!
상고의 범음이 체내에 울려 퍼지며 무질서해진 영력과 솟구치는 기혈을 잠재웠고 체내에서 요동치던 무서운 뇌명도 어느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