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천지존의 뼈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단 생각에 목진은 화색이 되었다!
어느덧 격렬하게 떨리던 목진의 팔도 안정을 되찾았다. 상고의 문향을 실은 검은색 빛줄기가 신속하게 백골을 향해 날아가 물건을 물들였다.
눈 깜빡할 사이에 백골은 검은색으로 변했고 무서운 위압감도 봉인된 듯 사라졌다.
목진은 몸이 다시 가벼워진 것을 느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더는 움직임이 없는 검은색 뼈를 조용히 바라봤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가 천지존의 뼈를 이렇게 쉽게 봉인한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목진은 대서미마주 같은 태고의 흉기를 봉인한 것도 모자라 천지존의 뼈까지 봉인한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 깃든 힘이 조금은 무서웠다.
쿵!
그때, 공간 강풍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빨리 떠나야 해!”
목진이 흠칫 놀라 백골을 거뒀다. 보물을 취하다가 부상을 입은 목진은 호시탐탐 이곳을 노리는 사람들과 맞서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용등술을 소환해 신속하게 자리를 피했다.
쿵!
잠자코 이를 지켜보고만 있던 사람들도 공간 강풍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보물을 취할 준비를 하였다.
한편, 하유연과 유영은 계속 대치하고 있었는데 서로 싸우고 싶지는 않은 눈치였다. 상대방의 실력을 잘 아는 두 사람은 일정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이기기란 불가능한 걸 잘 알았다. 세례받는 곳에 이르기 전까지는 힘을 아끼고 싶었다.
“공간 강풍이 사라지면 저들이 보물을 빼앗으려 들 텐데, 목진이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까?”
유영의 말에 하유연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건 네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야.”
이에 유영이 입을 열려는데 용 울음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어보니 용의 허상이 눈 깜빡할 사이에 천 장 밖에서 나타났다. 이는 그마저도 놀랄 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크으으으!
용 허상이 울음소리만 남긴 채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지자 다들 자연스레 공간 돌풍이 사라진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보물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용의 허상을 선보인 것이 그 녀석이었어.”
“이런, 녀석이 보물을 취했어.”
“속도가 이렇게 빠를 수가!”
“젠장!”
잠깐의 정적이 흐르더니 사람들은 씩씩거리며 투덜거렸다. 시간을 허비하며 반나절 동안 기다렸는데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 보물을 빼앗겨 화가 난 것이다.
“쫓아, 이대로 보물을 내어줄 수는 없어!”
누군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목진이 사라진 곳을 향해 날아가자 하유연은 피식 웃었다. 목진이 이렇게나 빨리 도망간 것을 보면 보물을 수중에 넣은 것이 분명했다.
반면, 목진한테 크게 당한 유영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녀석을 쓰러뜨리지 못했을 뿐더러 보물까지 내줬으니 이보다 큰 낭패는 없었다.
“계획이 틀어져서 어쩐담…….”
하유연이 히쭉 웃으며 영력을 조금씩 거두었다. 목진이 빠져나갔으니 더는 유영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녀석이 세례받는 곳에 나타나기만 하면 내가 직접 나서서 보물을 받아낼 거야!”
유영은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하유연을 바라보더니 씩씩거리며 그곳을 떠났다.
이에 하유연은 피식 웃더니 다른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남은 사람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슉!
용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한 갈래의 빛줄기가 놀라운 속도로 지나갔는데 마치 한 마리의 용이 누군가를 업고 날아가는 것 같았다.
이는 다름 아닌 용등술을 소환한 목진이었는데 그마저도 빠른 속도에 깜짝 놀랐다. 백룡지존이 용등술로 용마궁 지존들의 손에서 도망칠 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용등술은 첫 단계인 용영, 두 번째 단계인 용등, 세 번째 단계인 용둔(龍遁)으로 나뉘는데 목진이 통천경에 이르면서 실력이 폭등하여 용등술도 어느새 두 번째 단계에 진입해 이를 소환할 때마다 거대한 용이 나타나 목진을 태우고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날아다녔다.
육신난을 넘은 통천경의 강자라도 절대 목진을 쫓아올 수 없었다.
목진은 자신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보물을 노리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돌풍 속에 뛰어든 것이다.
“언제쯤 세 번째 단계인 용둔에 이를까?”
용등술이 세 번째 단계인 용둔에 이르면 진정 거대한 용으로 변해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어 일반 지존경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다.
목진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숨을 곳부터 찾았다.
“일단 상처부터 치유해야겠어.”
그는 한시라도 빨리 천지존의 뼈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다시 용등술을 소환해 은밀한 동굴을 찾아 들어갔다.
동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목진이 모든 영력 파동을 거두자 사람들은 씩씩거리며 주위를 훑다가 떠났다.
그제야 시름을 놓은 목진은 씨익 웃으며 유난히 조용해진 천지존의 검은색 벼를 조심스럽게 꺼내 살폈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영력을 불어넣어도 되레 튕겨내기만 했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의 봉인이 천지존의 뼈와 외부의 모든 물체와의 연결을 차단하였다. 이에 목진은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 맡겨보기로 하였다.
그때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는 목진의 뜻을 헤아린 듯 갑자기 흑망을 발산했다. 그리고 천지의 오묘함을 담은 듯한 오래된 무늬를 선보였다.
슉!
그러다 한 줄기 빛이 그 속에서 나와 천지존의 뼈에 닿자 검은색으로 물들었던 뼈는 눈 깜빡할 사이에 다시 맑고 투명하게 변했고, 더는 반항하지 않고 조용히 목진의 손에 내려앉았다.
결함 하나 없이 깔끔한 뼈는 완벽한 예술품처럼 영롱했는데 그 속에 황금빛을 띤 혈액 몇 방울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뼛속에 남아있는 건 천지존의 정혈이었다!
황금빛 혈액을 본 순간 목진은 흥분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천지존의 정혈은 지존경의 강자마저 애타게 원하는 물건이었다. 천지존이 별세한 지 오래되어 그와 연관된 모든 물건이 세월의 침식에 본모습을 잃었다. 그런데 이 자그마한 뼛속에 그의 정혈이 남아있다니.
이는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을 엄청난 보물이었다!
그때 기해 속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가 다시 “위잉”하며 울리자 천지존의 뼈가 서서히 떠오르더니 황금빛 정혈이 서서히 목진의 손으로 흘러들었다.
목진은 영력 파동은 없지만 무서운 힘이 깃든 정혈 몇 방울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 속에서 뇌명이 들렸다.
천지존도 목진과 비슷한 속성의 특수한 공법을 수련해 체내의 정혈에 무서운 벼락의 힘이 깃들어있는 것 같았다.
슉!
순간 황금빛 정혈들이 한 갈래의 빛이 되어 몸에 스며들자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지존의 정혈이 탐나긴 했지만 목진의 현재 실력으로는 한 방울만 흡수해도 육신이 버티지 못하고 터질 수 있었다!
그런데 황금빛 정혈은 목진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놀라운 속도로 목진의 경맥을 타고 체내를 누비고 다녔다.
쿠쿵!
체내에서 무서운 뇌명이 울려 퍼지자 그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 체내에서 폭발한 무서운 힘에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는 절대 목진이 감당할만한 힘이 아니었다!
다행히 황금빛 정혈들은 바로 기해 속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로 스며들었다.
슈슉!
검은색 종이가 파르르 떨더니 신비로운 황금빛 문자가 나타났다.
천지존의 정혈이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 숨어있던 무언가를 소환한 듯했다.
목진은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 적힌 내용을 알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천지존의 정혈이 목진의 체내를 지나며 남긴 미세한 흔적에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웠다.
그러다 황금색 뇌망이 깃든 황금빛이 체내에 퍼지자 목진은 엄청난 고통에 곧 죽을 것 같았는데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는 무언가에 휩싸여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이에 목진이 이를 악물고 옷깃을 휘날리자 검은색 뇌장으로 만들어진 연꽃이 나타났다. 이는 북명룡곤을 도와 천뢰주를 취할 때 얻은 뇌신련으로 육신을 단련하는 데 유리해 여태껏 이를 빌려 뇌신체를 수련했다.
지금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육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지 않으면 목진은 오늘 천지존의 정혈 때문에 죽을 수도 있었다. 그는 곧바로 뇌신련에 앉아 간신히 결인해 뇌신체를 소환하였다.
위험한 만큼 목진에게는 엄청난 기회였다. 체내에 남은 천지존의 정혈을 흡수할 수만 있다면 뇌신체에 한차례의 비약이 있을 수도 있다. 대신 실패하면 이대로 죽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목진에게는 또 다른 선택은 없었다!
쿵!
난폭한 뇌명이 목진의 체내에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현재 목진의 체내는 전부 황금빛으로 물들어 살과 피와 뼈마저 황금으로 빚은 듯 번쩍였고 미세한 뇌광이 깃든 황금빛은 부단히 목진의 육신으로 침투하였다. 무서운 힘을 지닌 뇌광이 지난 곳은 곧 폭발할 것처럼 팽창되었다.
육신이 강해지려면 엄청나게 괴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에 목진도 뇌신체를 소환해 검은색 뇌광으로 부단히 황금빛을 포위해 제련하려는 것이다.
다만, 황금빛 뇌광이 훨씬 무서웠으니 목진 체내에 아무리 흑신뢰가 깃들어있다 해도 상대적으로 약했다. 영수가 뇌겁을 치를 때에야 나타나는 흑신뢰의 위력은 지존경에 이를 때 겪는 삼난과 비슷했는데 황금빛 뇌광은 천지존의 소유라 전혀 비교도 되지 않았다.
다행히 목진의 체내에 스며든 것은 천지존의 정혈이 지나며 남긴 거라 양이 아주 적어 녀석이 끝까지 견딜 수만 있다면 분명 이를 제련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목진 체내의 검은색 뇌광은 미친 듯이 황금빛 뇌광을 덮쳤다. 육신은 그 과정에서 미세하게나마 새어 나온 금광을 바로 삼켜 점차 황금빛을 띠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발산하였다.
계속된 고통에 목진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고 황금빛 뇌광을 흡수하였다. 뇌신련은 검은색 뇌광을 번쩍이며 흑신뢰의 힘을 부단히 주입해 황금빛 뇌광의 힘과 상대하였다.
어느덧 하루가 지났지만 목진은 꼼짝 않고 뇌신련에 앉아 그 속에서 스며져 나온 검은색 뇌광을 온몸에 휘감은 채 무서운 영력 파동을 발산하였다.
위잉!
그때 목진의 육신을 감쌌던 검은색 뇌망에서 갑자기 은은한 황금빛이 스며져 나오더니 흑망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어느새 윗옷이 사라진 녀석의 피부는 은은하게 금광을 발산해 온몸이 금으로 칠해놓은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육신은 하루 만에 전보다 훨씬 튼튼해졌다!
금광이 사라지자 목진의 가슴팍에 검은색 뇌망이 모여 또 하나의 뇌문을 형성했다!
이문 뇌체였다!
천지존의 정혈을 흡수한 결과 목진의 뇌신체는 드디어 이문 뇌체에 이르렀다!
그때 목진이 서서히 눈을 떴는데 황금빛이 스쳐 지나간 목진의 눈은 예리하기 그지없었다.
목진은 점차 사라지는 뇌문을 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단체 신결을 수련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데다가 뇌신체는 특히 어려워 이를 배운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하였는데 오늘, 천지존의 정혈의 힘을 빌려서야 비로소 이문 뇌체에 이르렀다.
목진은 뇌신련에서 뛰어내려 물건을 거두고 체내에서 솟구치는 강력한 힘을 느끼며 히쭉 웃었다. 이문 뇌체는 일문 뇌체보다 훨씬 강해 육신난을 건넌 강자와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았다.
폭등한 힘을 마음껏 느끼던 목진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앞쪽에 떠 있는 천지존의 뼈를 바라봤다. 정혈을 잃은 뼈에는 여전히 엄청난 힘이 깃들어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이를 제련할 능력이 없기에 일단 챙겨두기로 하였다. 이는 언젠가 목진에게 큰 힘을 실어줄 것이 분명했다.
“참, 검은색 종이가 있었지.”
그제야 가장 중요한 물건을 떠올린 목진은 바로 기해 속을 탐색했는데 조용히 떠 있는 검은색 종이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는 이제 검은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표면에 황금빛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는 아주 오래된 오묘한 문자였다.
이에 목진이 마음을 움직이자 기해 속에 있던 신백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황금빛 문자가 새겨진 검은색 종이에 다가갔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뻗었는데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가 갑자기 금광을 발산하며 광막을 형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