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화. 구천제
목진은 넋을 놓고 광막에 서서히 나타나는 상고의 문자를 바라봤다.
그때 오래된 소리가 뇌리에 스치자 목진은 금세 태고의 정보가 떠올랐다.
“대일불멸신(大日不滅身).”
목진은 흠칫 놀라 정신을 차리고 숨을 고르며 오래된 황금빛 문자를 바라봤다. 이는 대일불멸신으로 위력이 상당한 지존 법신을 수련하는 신술이었다!
지존 법신은 지존경에 오른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으로 지존경에 이르러야만 이를 만들어 파멸의 힘을 지니고 천지를 휘두를 수 있게 된다.
흑룡지존과 태창 원장의 지존 법신은 엄청난 힘을 지녀 천지마저 부들부들 떨었다.
이는 목진이 수단과 방법이 아무리 많아도 절대 이길 수 없었다.
지존 법신도 등급이 나뉘는데 대천세계에서 이름을 알린 지존 법신은 99가지로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고 한 종족이나 세력의 비법으로 핵심 회원만 수련할 자격이 주어진다.
99가지의 지존 법신 외에 다른 것도 존재하는데 이는 본인의 영력으로 만들어낸 거라 별다른 능력은 없었다.
하여 지존경의 강자에게 99가지 지존 법신을 수련하는 방법은 가장 탐나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토록 엄청난 물건이 목진의 체내에 존재했다.
다만, 대일불멸신은 99가지 중에는 속하지 않아 목진은 다시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를 훑다가 엄청난 정보를 발견했다.
대일불멸신은 만고불후신(萬古不朽身) 중의 일부였다!
목진은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대천세계에 이름을 알린 99가지 지존 법신 중 4위가 곧 만고불후신이었다!
만고불후신은 대천세계에 알려진 99가지 지존 법신 중 무려 4위였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 이토록 엄청난 물건이 들어있다니 깜짝 놀란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렸다.
목진이 이처럼 엄청난 물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아마 북창령원에서도 목진을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
그 엄청난 유혹에 수많은 지존경 강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앗으려 들 것이 분명했다.
비록 목진 수중의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는 대일불멸신밖에 적혀있지 않지만 이를 수련하는 데 성공하면 만고불후신을 갖출 자격이 주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목진이 만고불후신까지 갖추면 낙신족은 물론이고 어머니께서 계신 베일에 싸인 곳까지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얼굴이 상기되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겨우 진정한 목진은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가 점차 의지를 불태웠다. 자신이 능력을 갖춰야 지키고 싶은 사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만 좋아하는 여인을 지킬 수 있고, 어머니도 구출해 함께 아버지를 보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만고불후신…….”
더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목진은 다시 기해 속에 있는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 깃든 상고의 문자를 바라봤다. 그때 또 다른 정보가 뇌리를 스쳤다.
“불후도록(不朽圖錄)…….”
“태고신전(太古神典)…….”
목진의 예상대로 체내의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는 무언가의 일부로 적혀있는 정보로만 보면 불후도록이라 불리는 물건에서 떨어져나온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건 진정한 태고의 신전이었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는 불후도록의 일부였어. 그럼 내 체내에 같은 종이가 세 장은 더 있단 말인데…….”
어딘가에 있을 세 장의 불후도록에도 대일불멸신과 비슷한 지존 법신을 수련하는 법이 적혀있을 것이다. 만약 목진이 이를 전부 찾아 수련한다면 만고불후신이 다시 세상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영생불멸의 힘을 가진 만고불후신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영생불멸이라…….”
목진은 이 세상에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방법이 존재한단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불후도록의 나머지 세 장을 찾아내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
목진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고불후신의 수련 방법이 적혀있는 불후도록은 엄청난 태고의 성물로 한 위면을 없앨 정도의 무시무시한 힘을 지녔다. 지금은 네 장으로 나뉘었고 각자 불후도록의 힘이 깃들어 특수하고 막강한 힘을 가져 신기라도 이와 맞서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다른 건 몰라도 목진 체내의 검은색 종이는 봉인의 힘을 지니고 있어 구유작과 대서미마주를 체내에 봉인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또한 목진이 불후도록을 전부 수중에 넣으면 만고불후신의 수련 방법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고로부터 전해진 성물을 계승할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아직 이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태고의 성물이 엄청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불후도록이 천지존의 정혈 덕분에 되살아났으니 앞으로 그 힘을 빌릴 수 있지 않을까?”
드디어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의 정체를 알아낸 목진은 천지존의 정혈이 필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누가 감히 천지존한테 손댈 생각을 할까?
목진이 성령산에서 천지존의 뼈를 얻지 않았다면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아직 세례의 땅에 가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수확을 얻다니 기분이 좋았다.
다만, 대일불멸신은 지존경에 이르러야만 수련할 수 있어 목진은 일단 체내에 넣어두기로 했다. 이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빼앗길 걱정도 없었다.
목진은 자신이 지존경에 이르러 대일불멸신을 수련할 날이 기다려졌다. 비록 99가지 지존 법신 중에는 없지만 만고불후신 수련의 바탕이 되니 그 위력은 엄청날 것이다.
“슬슬 나가볼까?”
목진이 수련하는 동안 사람들은 대부분 세례의 장소로 향했을 것이다. 천지존의 정혈 덕분에 이미 많은 걸 얻은 목진은 성령 세례를 받지 못해도 전혀 아쉽지 않았지만 북창령원을 대표로 온 이상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목진은 바로 하늘 높이 뛰어올라 주위를 살피고는 성령 산맥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그는 더 이상 보물에 한눈팔지 않고 세례의 땅만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성령산에서 세례의 땅보다 더 중요한 곳은 없었다.
한편, 하루 만에 오동의 팔을 잃게 만든 목진은 금세 성령산에서 이름을 날렸다. 육신난을 겪은 오동은 일반 통천경 후기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났다. 이런 사람이 한쪽 팔을 잃고 황급히 도망갔다는 소식에 다들 더는 목진을 무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목진은 그런 명성이 달갑지 않았다.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감추고 있어야 싸울 때 상대방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성령산에 수많은 이들이 들어왔지만 세례의 땅에 있는 구천제(九天梯)에 오르기 위해 혈투를 벌여 죽은 사람이 수두룩했다.
목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세례의 땅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하유연이 무사할지 걱정되었다. 자신을 성심껏 도와준 여인이라 무탈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슉!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용등술을 소환해 전력을 다해 세례의 땅으로 나아갔다.
이곳에 들어온 이상 반드시 성령 세례는 받아야 한다.
성령 산맥의 중심은 어느덧 사람으로 가득 찼는데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난폭한 영력과 더불어 곳곳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모든 싸움의 종점이었다.
북창 대륙에서 모인 강자들이 성령 세례를 받으려면 구천제에 올라야 하는데 실력으로 상대를 꺾어야만 가능했다. 이곳에서 힘만큼 유력한 무기는 없었다. 제아무리 뒷배가 엄청나도 성령 세례를 얻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손 가는 대로 사람을 죽였다.
그해, 북창령원의 학생들도 이곳에서 숨졌는데 이보다 뒷배가 든든한 사람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실력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조용히 숨어있는 것이 상책이었다.
한편, 혼잡한 대지의 중심에 산 한 척이 우뚝 솟아올랐는데 그 정상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다. 이는 거대한 계단으로 9층으로 나뉘었는데 층마다 십수 개의 석대가 있었고 위로 올라갈수록 그 개수는 적어졌다.
가장 위층에는 석대가 6개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구천제로 성령산 강자들이 가장 탐내는 곳이었다. 구천제에 올라야만 성령 세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노리는 자리에 오르려면 그만큼 실력이 따라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의 손에 죽을 가능성이 컸다!
진정한 강자만이 구천제에 설 자격이 있고 성령산 최고의 성령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미 그곳에 자리 잡고 서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최상위 3층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아래쪽과 달리 아주 조용했다.
최상위 3층 중 두 번째 층에는 사람이 열 명도 안 되었다.
그런데 이들한테 도전장을 내밀 사람이 없어 그저 조용히 서서 아래쪽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구경할 뿐이었다.
그러나 세 번째 층에 있는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두 번째 층을 바라봤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 자체가 그 실력을 충분히 증명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감히 나서지 못했다. 두 번째 층부터는 이들이 탐낼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북창대륙 젊은이 중 진정한 최정예들만 설 자격이 있는 곳이었다.
현재 구천제 두 번째 층은 분위기가 무척 괴이하였다. 그곳에 서 있는 일곱 명은 각자 떨어져 서 있었고 영력으로 위압감을 주는 사람은 전혀 없었지만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운 존재들이었다.
맨 앞쪽에는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옷차림을 한 사내가 눈을 비스듬히 감고 서 있었는데 나머지 여섯 명이 그를 무척 경계하였다.
그는 마형천으로 북창 대륙 젊은이 중 최강자였다.
구석에서 마형천을 지켜보던 하유연은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아래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가 찾고자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목진은 도대체 어딜 간 거야?”
하유연은 목진이 걱정되었다. 어제 온종일 기다렸는데 녀석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먼저 이곳에 왔는데 아직도 나타나지 않아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아직도 녀석을 기다리는 거야?”
멀지 않은 곳에서 유영이 콧방귀를 뀌며 걸어와 말했다.
“여태껏 나타나지 않은 것은 누군가의 손에 죽었거나 보물을 얻은 것으로 만족해서 이곳에 올 필요성을 못 느끼고 바로 성령산을 떠난 거야.”
유영이 히쭉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녀석이 멍청하지는 않군, 이곳에 오면 더는 성령산을 벗어나지 못할 걸 어떻게 알았을까?”
“닥쳐!”
하유연이 바로 정색하며 외쳤다.
“안 믿나 본데 일단 기다려 보지. 그러다 녀석이 정녕 이곳에 나타나면 내가 책임지고 손봐줄 테니 걱정은 하지 마. 내가 반드시 녀석의 손에서 보물을 빼앗고 이곳에서 쫓아낼 테니까.”
유영이 살기를 머금고 하는 말에 하유연은 치가 떨렸지만 지금 나서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아 피식 웃으며 상대방을 바라봤다.
“목진보다 훨씬 빨리 수련을 시작해서 암영상회의 자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면서 뭐가 그렇게 잘 났어? 한, 두 해만 지나면 넌 그 아이와 눈도 마주칠 수 없을 거야!”
이에 유영은 순간 정색하였다.
“그래? 네가 녀석을 그렇게까지 높이 평가할 줄은 몰랐네. 그럼 내가 오늘 목진을 죽이면 되겠네.”
유영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 목진이 이곳에 나타나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야. 그런데…….”
크으으으!
그때, 갑자기 용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커다란 용의 허상에 앉아 이곳으로 향했다.
“목진이다!”
익숙한 영력 파동에 하유연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담대한 녀석이군.”
유영이 씨익 웃으며 말했고, 목진이 나타났으니 이곳에서 죽이면 그만이었다.
눈을 감고 조용히 서 있던 마형천도 서서히 눈을 뜨더니 커다란 용의 허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용등술을 용등 단계까지 수련하였다니, 제법인걸.”
* * *
“저기가 곧 성령 세례를 받는 곳이란 말인가?”
그때 목진은 혼잡한 땅을 바라보더니 힘껏 발을 굴렀다. 경천의 울음소리와 함께 속도가 폭등해 바로 구천제를 향해 날아갔다.
“저건 북창령원의 목진 아니야?”
목진이 곧바로 구천제에 오르려 하자 막으려 했지만 팔이 잘린 오동이 생각나 감히 나서지는 못했다. 목진을 상대로 덤볐다가 목숨마저 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잔뜩 경계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목진을 바라봤다. 녀석이 과연 몇 층에 오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슉!
목진은 눈 깜빡할 사이에 네 번째 층에 올라 주위를 쓰윽 훑더니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두 번째 층 사람들의 주시하에 세 번째 층에 오른 목진은 오동과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을 쓰윽 훑더니 바로 하유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주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푸른색 도포를 입은 장발의 사내가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목진을 덮친 것이다.
“멈춰!”
드디어 누군가 겁도 없이 구천제를 오르는 목진을 막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