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화. 제압
사람들은 유영을 향해 웅장한 영력을 실은 다리를 휘두른 목진의 거침없는 행동에 흠칫 놀랐다. 그들은 목진이 아무 말 없이 바로 공격할 줄은 몰랐다.
“흥미롭군.”
옆에 있던 동연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소년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러는지 궁금했다.
반면, 하유연은 목진이 청호 등의 기를 꺾는 데는 성공했지만 육신난을 건넌 유영은 오동이나 청호 등보다 훨씬 강했기에 목진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이는 하유연이 간섭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목진이 이곳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세례를 받으려면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목진아, 이번 일은 온전히 너 자신한테 달렸어.”
하유연이 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아래쪽에서 싸우던 사람들도 목진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이들도 목진이 두 번째 층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목진이 유영과의 대결에서 패하면 어쩔 수 없이 세 번째 층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네 육신이 그렇게 단단하다며?”
유영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하더니 바로 음산한 빛을 발하는 손을 휘둘러 목진의 다리를 공격했다. 날카로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허공에 은은하게 흔적이 남았다.
이에 목진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몸을 힘차게 회전하며 다리에 힘을 실어 유영에게 향했다.
퍽! 퍽!
그러나 유영은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목진의 공격을 받고 주먹을 쥐어 녀석의 발을 노렸다.
쿵!
무서운 힘의 파문에 목진은 뒤로 십수 장 정도 뒤로 물러났고 지면에 기다란 흔적을 남기며 가까스로 몸을 추스르더니 잔영만 남기고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쿵!
이와 동시에 목진의 몸에 검은색 뇌광이 번쩍였고 가슴팍에는 뇌문 두 갈래가 나타났다. 온몸의 피와 살이 불타오르듯 웅장한 힘이 체내에서 폭발했다.
목진이 어두운 영력을 실은 주먹을 있는 힘껏 휘두르자 앞쪽 공기가 폭발하며 아래쪽 대지에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이에 세 번째 층에 서 있던 청호가 화들짝 놀랐다. 이는 자신을 상대했을 때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었다. 그러나 목진이 감히 육신난을 건넌 유영을 상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겁도 없이 어딜 덤벼? 이번 기회에 육신난을 건넌 사람의 몸이 얼마나 드센지 제대로 보여주지!”
유영이 피식 웃더니 온몸에서 어두운 빛을 발하며 앞으로 나아가 강철같은 주먹을 휘둘러 목진의 권풍에 맞섰다.
퍽!
이에 아래쪽 대지가 순간 산산조각이 나며 난폭한 영력 파문이 일어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수십 보 물러났다.
금세 몸을 추스른 목진의 안색은 잔뜩 어두워졌으나 뒤로 몇 보밖에 물러서지 않은 유영도 썩 기뻐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의 일격은 통천경 후기의 실력자를 가루로 만들 정도의 힘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진의 육신이 육신난을 건넌 자신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유영도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한편, 육신난을 건넌 사람의 육신이 자신의 이문 뇌체 못지않게 강력하다는 것을 깨달은 목진은 일반 통천경 강자가 전혀 상대가 안 되는 이유를 드디어 깨달았다. 이 정도 육신이라면 상대방을 손쉽게 짓밟을 수 있었다.
성령산에 들어와서 목진의 뇌신체가 이문 뇌체에 이르지 않았으면 방금 한 유영의 공격에 완전히 제압되었을 것이다.
“네 육신도 제법 튼튼하구나. 방금 청호를 물리친 것도 이와 연관이 있지?”
유영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육신의 우세만으로 나를 이기기는 어려울 거야.”
쿵!
유영의 체내에서 갑자기 엄청난 영력이 폭발하더니 이로 인해 생겨난 강력한 영력 위압감에 사람들은 흠칫하였다. 육신난을 건넌 사람은 영력도 일반 통천경 후기보다 훨씬 강력했다.
슉!
유영이 앞으로 나아가며 주먹을 쥐자 회흑색 영력이 요동치며 목진의 급소를 공격했다.
크으으으!
목진은 바로 용등술을 소환해 자리를 피했다.
유영의 공격은 목진이 서 있던 자리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는데 유영은 공격이 무산되었다고 낙심하지 않고 바로 옷깃을 휘날려 체내에서 회흑색 빛줄기를 끊임없이 내뿜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네가 아무리 빨라 봐야 이걸 막을 수 있을까!”
유영이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회흑색 빛줄기가 주위 천장을 감싸며 목진 한 사람만 집중공격했다.
목진을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빛줄기는 날렵하기 그지없었고 검기보다 음산해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합장하였는데 흑염이 깃든 영력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종소리가 들리며 거대한 검은색 광탑이 나타났다.
상대방의 공격에 맞은 검은색 광탑은 표면에 하얀색 흔적만 은은하게 남았을 뿐,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아무도 목진이 유영의 공격을 이토록 완벽히 막아낼 줄 몰랐다. 이는 통천경 후기의 실력자라도 해내기 힘든 일이었다.
역시 목진이 북창령원을 대표하여 성령산에 온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몇 번의 공격이 무산되자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유영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의 체면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검은색 광탁이 사라지고 다시 사람들 눈앞에 나타난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이따위 속도와 방어력이라면 아무도 너를 인정하지 않을 거야.”
유영의 말에 목진은 피식 웃더니 두 손을 모아 결인하자 뒤쪽에 별빛 공간이 나타나더니 기세등등한 백호와 현무, 불타오르는 주작이 놀라운 영력 파동을 발산하며 걸어 나왔다.
“드디어 공격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유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까짓 실력이면 당장 그만둬.”
“이게 과연 끝일까요?”
목진이 씨익 웃더니 다시 결인하였다.
“이건 어때요?”
크으으으!
하늘을 뒤흔들만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웅장한 영력이 미친 듯이 모여 영력으로 만들어진 청룡이 엄청난 위압감을 뽐내며 허공에 나타났다.
진정한 신룡이 하강한 것 같았다.
이는 사신성숙경, 청룡신인(青龍神印)이었다!
크으으으!
하늘을 뒤흔들만한 울음소리와 함께 별빛 공간에서 날아오른 청룡은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하였다. 사람들은 신룡이 하강한 것 같은 모습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두 번째 층에 서 있던 하유연, 동연 등도 순간 목진의 공격에 위협을 느꼈다.
마형천도 고개를 들어 별빛 공간에서 날아다니는 청룡을 보더니 여태껏 변치 않았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진정한 성령 청룡의 파동이 느껴지다니, 대단한 신결이야.”
목진을 상대하던 유영도 물끄러미 목진을 바라봤다.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목진은 수단과 방법이 다양하였다. 게다가 지금은 그마저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녀석을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하유연의 말대로 한, 두 해만 지나면 어린 녀석의 실력은 분명 자신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이는 유영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 바로 녀석을 죽여야만 했다.
“유영, 내 공격을 받아봐요.”
목진은 뒤쪽 별빛 공간에서 놀라운 파동을 발산하는 신수 네 마리를 바라보며 외쳤다.
“사신지인(四神之印)!”
크으으으!
신수 네 마리는 네 갈래의 부동한 색깔의 빛줄기로 변하더니 기세등등하게 유영에게 향했다.
이는 세 번째 층 사람들은 절대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네 갈래의 빛줄기가 자신을 향해 내리꽂히는 것을 보던 유영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것으로 나를 때려눕힐 수는 없지.”
말을 마친 유영은 있는 힘껏 발을 구르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암영신결(暗影神訣), 박천영(縛天影)!”
웅장한 영력이 유영의 위쪽 하늘에 모여 천 장 정도의 방대한 회색빛을 발하는 그림자가 되었고, 주위의 모든 빛을 흡수하였다.
슉!
회색빛을 발하는 그림자는 하늘 높이 솟아올라 회전하며 네 갈래의 빛줄기에 맞섰는데,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난폭한 영력 충격이 일자 부단히 회전하며 상대방의 공격을 전부 흡수하였다.
퍽! 퍽! 퍽!
“내 암영신결은 모든 공격을 흡수할 수 있어. 너 따위가 뚫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유영이 콧방귀를 뀌며 하는 말에 목진은 권인을 바꿔 속으로 외쳤다.
“폭발하라!”
쿵!
이에 네 갈래의 빛줄기는 눈부신 빛을 발산하며 폭발했고 난폭한 영력은 끊임없이 회색빛의 그림자로 향했다.
이에 회색빛의 그림자는 상대방의 공격을 전부 흡수하려 애썼지만 결국 한계치에 달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회색빛의 그림자가 한껏 밝아지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해 수많은 회흑색 빛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목진이 박천영을 무산시키자 유영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였다. 이는 육신난을 건넌 통천경의 강자도 상대하기 어려운 공격이었다.
“네가 언제까지 우쭐거릴 수 있을지 지켜보지.”
목진이 수단과 방법이 아무리 많아도 그는 통천경 초기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은 육신난을 건넜으니 분명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그때, 목진이 귀신같이 나타나 두 손가락으로 유영의 목을 찔러왔다.
“어딜 감히!”
겁도 없이 덤비는 목진이 어이없는 유영은 사악하게 웃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목진의 손가락이 어두워지는 것을 발견한 유영은 그 속에서 위험한 파동을 느꼈다.
“뭐지!”
불길한 느낌이 든 유영은 바로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네가 그런다고 내가 당할 줄 알아?”
목진의 검은 손가락에 엄청난 독이 깃들어있는 것을 발견한 유영은 피식 웃으며 녀석을 바라봤다. 목진과 가까이하지만 않으면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이런 유영의 생각을 꿰뚫어 본 목진은 씨익 웃으며 외쳤다.
“흑신뢰독지!”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 속에서 진득한 검은색 안개를 내뿜더니 흑망을 발산하며 검은색 광선을 발사하였다.
검은색 광선이 하늘에 잔잔한 검은색 흔적을 남기며 눈 깜빡할 사이에 유영의 앞에 나타나자 그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 검은색 광선을 막으려고 웅장한 영력을 실은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검은색 광선은 난폭한 영력을 지나 유영의 방어벽을 뚫고 주먹을 가격하더니 녀석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빠르게 독을 확산시켰다.
“엄청난 독이야!”
유영이 바로 옥병을 꺼내 단약을 먹고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리자 흑신뢰독지에 당한 팔 전체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다.
유영이 전력을 다해 독을 억제한 결과, 독기는 손바닥에 봉인되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한 손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목진은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흑신뢰독마저 억제할 수 있다니 유영은 역시 대단했다. 상회에 돌아가게 되면 지존경의 강자가 해독해줄 테니 결국 무탈할 것이다.
목진은 흑신뢰독을 낭비했단 생각에 괜히 아쉬웠으나 실력이 일정 정도에 이르면 흑신뢰독도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진!”
독을 막은 유영은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목진을 바라봤다. 자신이 직접 나섰는데도 목진을 내쫓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녀석의 독지에 당해 한 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는 엄청난 손실이었다.
정상에서 세례를 받으려면 두 번째 층에 있는 사람들과 싸워야 하는데 잠시지만 한 손을 잃은 것이 큰 타격이 될 거란 생각에 유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젠 내가 두 번째 층에 있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나요?”
씩씩거리는 유영을 상대로 목진은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
“널 죽여버릴 거야!”
유영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서려 하자 목진의 손가락이 다시 어두워졌다.
이에 유영은 바로 공격을 멈추고 이를 갈며 목진을 바라봤다.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독에 다시 중독될 순 없었다.
지금은 목진보다 성령 세례가 우선이란 생각에 유영은 결국 목진을 노려보며 뒤로 물러났다.
“고맙네요.”
방긋 웃는 목진을 본 유영은 너무 화가 나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때, 아래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목진이 정말 유영을 물리친 것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통천경 초기의 실력으로 육신난을 건넌 강자를 물리친 목진은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목진은 잔뜩 놀라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 속에서 하유연을 찾아내 옆으로 다가가 생긋 웃었다.
이에 하유연이 넋을 놓고 목진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려는데 위쪽에 있는 거대한 빛덩이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곧 신비로운 힘이 강림할 듯한 낌새를 보였다.
“세례의 힘이 곧 강림할 거야!”
하유연이 이내 화색이 되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