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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72화 (271/1,000)

272화. 마형천과의 싸움

위잉.

구천제 정상에 있던 커다란 빛덩이가 갑자기 눈부시게 빛나더니 곧 신비로운 힘이 강림할 듯한 낌새를 보였다. 나지막한 울림이 주위에 퍼져 천지가 흔들렸다.

이에 혈투를 벌이던 사람들은 점차 싸움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커다란 빛덩이를 바라봤다.

“세례의 힘이라…….”

목진도 고개를 들어 거대한 빛덩이를 바라봤는데 한없이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은 물건이 부서진 공간의 끝자락에 걸려있었다. 그러나 무서운 공간 홍류 때문에 아무도 가까이 가지 못했던 것이었다.

“저 빛덩이는 오래전, 이곳에서 별세하신 천지존의 심장이 만들어낸 거라던데 여태껏 아무도 가까이한 적이 없어.”

하유연이 나지막하게 하는 말에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지존의 정혈이 깃든 뼈만 해도 엄청난 힘을 자랑했는지라 커다란 빛덩이가 천지존의 심장으로부터 비롯되었단 말이 자연스레 믿음이 갔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례의 힘이 곧 강림할 것 같아.”

하유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주위를 살폈는데 세례의 힘을 어떻게 나눌지는 결국 싸워봐야 알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에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거대한 빛덩이의 움직임에 구천제에 다시금 정적이 흘렀고 사람들은 몰래 영력을 끌어올려 싸울 준비를 하였다.

세례의 힘이 강림하기 전에 서열 정리를 끝내야만 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두 번째 층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곳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나머지도 잇따라 싸우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창대륙 젊은이 중 최정예로 불리는 사람 중 일부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쫓겨날 것이 분명했는데, 그것이 누가 될지는 아직 몰랐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더니 가장 앞쪽에 서 있던 마형천이 피식 웃으며 주위를 훑었다.

여태껏 아무런 반응이 없던 청년은 북창대륙 젊은이 중 최강자로 더는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뜻을 알렸다.

“이번 세례는 네 명이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 같군.”

마형천의 말에 사람들은 흠칫하였다. 그 말은 두 번째 층에 있는 사람 중 네 명은 세례를 무사히 마칠 수 없다는 뜻이었는데 녀석이 말한 네 명이 과연 누구일지 자못 궁금했다.

이때, 마형천이 주위를 훑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동연, 주선, 유영은 나와 함께 정상에 오르자.”

다시금 정적이 흘렀다.

성령 세례는 여태껏 자신의 능력으로 상대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면 정상에 오르고 실패하면 두 번째 층에 머무르게 되어있었다. 그런데 마형천은 이런 규칙을 깨고 임의대로 승자를 결정하려고 하였다.

이에 동연, 유영, 회백색 도포를 입은 주선도 멍하니 마형천을 바라봤다. 마형천의 말 한마디로 성령 세례를 받을 사람이 정해졌다는 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곁을 주지 않던 마형천이 그러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마형천을 비롯한 네 사람의 기세를 꺾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이내 화색이 되었다.

한 사람씩 싸우면 가망이 있지만 마형천 혼자서 일곱 명의 통천경 강자를 꺾기는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특히 서극전의 서청해와 천정성종의 소불후는 잔뜩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형천만 아니었으면 벌써 상대방을 쓰러뜨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마형천, 무슨 짓이야!”

하유연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

용마궁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북창대륙에서 최강자라 자부할 수는 없었다. 오늘 일로 구하상회, 서극전, 천정성종의 미움을 살까 봐 정녕 걱정되지 않는지 궁금했다.

하유연 등이 마형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녀석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보상을 주는 거야.”

이에 유영 등은 어리둥절하였다. 이들은 마형천과 아무런 약조도 하지 않았는데 보상이라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형천, 네가 이러는 건 규칙 위반이야.”

서극전의 서청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용마궁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한마디로 성령 세례를 결정할 만큼은 아니잖아.”

백의의 소불후도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천정성종의 차기 주인인 그는 싸움에서 지면 기꺼이 자리를 내주겠지만 이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마형천은 히쭉 웃으며 말했다.

“내가 비록 한 달 전에 영력난 도전에 실패했지만, 너희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해.”

이에 하유연 등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목진도 인상을 찌푸린 채 마형천을 바라봤다.

지존경에 이르기 위해서는 삼난을 겪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해도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살아남는다면 일반 통천경 후기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지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육신난에 실패한 오동의 실력이 다른 통천경 후기의 실력자보다 월등한 원인이었다.

“나머지 세 사람은 다음번을 기약해.”

말을 마친 마형천은 목진을 힐끗 보더니 씨익 웃었다. 그가 말한 세 사람 중에 목진은 없었다. 사람이 죽으면 다음번을 기약할 수 없으니, 그는 반드시 오늘 목진을 죽일 작정이었다.

말을 마친 마형천이 구천제의 정상으로 향하자 유영, 동연, 주선도 바로 뒤따랐다. 그들 중 유영은 으쓱하며 목진을 흘겨봤는데 성령 세례를 받고 영력난까지 건너면 목진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란 생각이 들었다.

하유연, 서청해, 소불후는 천만번이라도 뛰어가 말리고 싶었지만 마형천 때문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 목진이 가볍게 숨을 고르며 살기 가득한 얼굴로 마형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하 선배, 서 형, 소 형. 이대로 포기할 건가요?”

목진은 세 사람한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목진아…….”

녀석의 생각을 읽은 하유연이 걱정되어 말했다.

“안 그럼 별다른 수가 있을까?”

서청해가 잔뜩 언짢아하며 말했다.

“당신들은 마형천이 엄청 무섭나 보네요.”

목진이 담담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소불후가 어깨를 들썩였다.

“무서운 건 아니고 실력이 뒤처지는 건 사실이잖아. 우리 넷 중 녀석과 싸워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어. 네 명이 힘을 합쳐 싸우면 모를까……. 그런데 저쪽에는 유영 등이 있으니 우리한테 아무런 승산도 없어.”

“만약 마형천을 처리할 수 있다면 어때요?”

목진이 나지막하게 묻는 말에 서청해 등은 녀석이 주제도 모르고 덤빈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영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

“그럼 우리 협력합시다. 마형천은 나한테 맡기고 당신들은 나머지 셋을 맡으세요.”

목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

이에 하유연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 인법을 바꿔 기해에 잠자코 있던 대서미마주에서 무서운 살기를 내뿜었고 녀석의 눈동자는 빨갛게 물들었다.

슉.

붉은색 기둥이 목진의 머리에서 튀어나와 살기 가득한 거대한 검은색 마주로 변하였고, 목진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검은색 마주 위에 내려앉았다.

이와 동시에 뒤쪽 하늘은 어두운 붉은색으로 변하며 엄청난 살기가 주위에 퍼져 나갔다.

“마형천, 넌 곧 있을 성령 세례를 받지 못할 거야.”

소년의 살기 가득한 목소리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거대한 마주는 하늘을 받치는 기둥처럼 놀라운 파동을 자랑하며 우뚝 솟아올랐고,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마주 위에 서 있는 소년을 바라봤다.

“저 녀석이 미쳤나…….”

사람들은 마형천한테 도전장을 내민 목진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유연, 서청해, 소불후 등 북창 대륙 젊은이 중 최정예들도 감히 마형천한테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데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목진이 나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람들은 목진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그저 웃음이 나왔으나 기세등등하게 거대한 마주 위에 서 있는 모습은 멋있었다.

한편, 하유연, 서청해와 소불후는 표정이 복잡미묘했다. 특히 서황성에서 목진이 마룡자와 싸운 것을 목격한 서청해는 자신보다 하수라 생각했던 목진이 이토록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마형천을 따라가던 일행들도 뒤돌아 목진을 바라봤다. 특히 유영은 목진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결국 마형천도 서서히 뒤돌아섰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목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서미마주의 살기를 사용하기로 한 거야? 하긴, 통천경 초기의 실력으로 여기까지 온 네가 대단하긴 했어.”

이에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북창령원 현상방에 오래 걸려있었으니 이젠 내려올 때도 됐어.”

쿵!

목진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 높이 날아올라 자신을 감싸 안았는데 거대한 대서미마주가 신속하게 작아져 10장 정도의 검은색 돌기둥이 되어 목진의 품에 안겼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돌기둥에는 전쟁의 흔적과 암자색 꽃무늬로 가득했다. 이는 목진 체내의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의 봉인의 힘이었다.

대서미마주의 살기가 엄청나 봉인하지 않으면 목진은 이를 장악하기 어려웠다. 비록 봉인하면 대서미마주의 위력은 그만큼 줄어들겠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슉!

목진이 돌기둥과 함께 엄청난 살기를 품고 마형천에게 향하자 유영, 동연, 주선이 나서려고 하였으나 하유연, 서청해와 소불후가 그들의 앞을 막았다.

“저들의 싸움이니 너희들은 잠자코 있어.”

하유연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유연, 저 녀석이 과연 마형천의 상대가 될까?”

유영이 음침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

“그건 싸워봐야 알지 않을까? 적어도 목진은 용기라도 있잖아.”

하유연은 목진이 유영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저것도 용기라고 하는 거야?”

유영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녀석의 시체를 거둘 준비나 해.”

“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야.”

하유연이 정색하며 말했다.

“싸우고 싶으면 우리가 상대해주지.”

그때 동연이 히쭉 웃으며 입을 열었다.

“녀석이 마형천의 손에 바로 죽을 건데 싸우긴 왜 싸워?”

이에 서청해와 소불후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목진이 정말 패배라도 하면 이들은 그만둬야만 했다. 그들에겐 엄청난 실력의 마형천을 상대할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렇지만 하유연은 목진이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쿵!

한편, 어느새 혈안이 된 목진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남루한 옷차림의 마형천을 노려보자 상대방은 태연하게 손을 튕겼다. 천지의 영기가 폭동을 일으키며 백 장 정도의 방대한 영력 기둥이 나타났다. 그 속에 깃든 영력으로 보면 마형천은 하유연 등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났다.

퍽!

그런데 목진은 전혀 회피할 마음이 없었다. 대신 대서미마주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쿵!

아찔한 소리와 함께 마주가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날아가 웅장한 영력 기둥을 산산조각냈다.

목진의 강력한 일격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슉!

어느덧 귀신같이 마형천의 위쪽에 나타난 목진이 들끓는 살기를 싣고 마주와 함께 녀석에게 향하자 마형천은 바로 정색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살기 가득한 웅장한 영력에 다른 사람들마저 위협을 느꼈다.

“용마경(龍魔勁)!”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휘두른 마형천의 주먹에 마룡이 포효하듯 살기를 품었다.

퍽!

엄청난 파문은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할 정도였다. 마형천이 서 있던 대지가 부서지며 계단도 함께 무너지기 시작하자 하유연, 유영 등은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이까짓 공격으로 대서미마주를 부수려 하다니, 용마궁의 보물을 너무 하찮게 생각하네.”

목진이 말을 마치며 씨익 웃자 대서미마주에서 살기 가득한 혈광을 발산하였다. 그 위력에 마형천의 주먹에 생긴 마룡은 곧바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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