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화. 마부
미친 듯이 몰려오는 살기가 어느덧 마형천의 피부에 닿아 체내에 스며들자 마형천의 영력이 무질서해지기 시작했다.
“대서미마주의 위력은 역시 엄청나군.”
현재 목진의 실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서미마주의 힘은 십분의 일이밖에 안 되었지만 마형천 체내의 영력이 무질서해지기 시작했으니 그 위력은 엄청날 것이다.
마형천은 검은색 연기가 되어 빠르게 뒤로 물러나려 하였다.
쿵!
하지만 그럴 기회를 줄 목진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마형천을 따라잡아 마주로 녀석을 때렸다.
퍽!
마주의 공격에 당한 마형천은 바닥에 기다란 흔적을 남기며 뒤로 수백 장 물러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는데, 옷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입가에는 핏기가 아른거렸다.
목진이 비록 대서미마주를 봉인하긴 했지만 태고의 흉기라 그 속에서 내뿜는 살기가 엄청났다. 이에 맞은 사람은 체내에 살기가 스며들어 정신을 잃고 미쳐간다고 했는데 마형천의 정신은 멀쩡했다. 역시 그의 실력은 엄청났다.
한편, 이를 지켜보던 하유연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형천과의 대결에서 목진이 우세를 차지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마형천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피식 웃더니 서서히 고개를 들어 혈안이 되어 자신을 노려보는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날 실망시키지 않아서 다행이야.”
말을 마친 마형천이 주먹을 쥐자 흑광이 모이더니 검은색 장창 한 자루가 나타났다.
검은색 비늘을 덮어쓴 장창에서 어두운 빛이 발했고 창끝은 마룡이 입을 쩍 벌린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천지를 찢을 듯 날카로웠다.
“저건…….”
검은색 장창을 본 하유연 등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용마궁의 절품 영기인 서룡마창(噬龍魔槍)이잖아!”
기세등등해진 마형천은 구속에서 벗어난 마룡처럼 하늘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럼 지금부터 제대로 놀아볼까?”
쿵!
무서운 기세를 뽐내며 서 있는 검은색 장창은 어두운 빛을 발하며 곧 마룡으로 변해 하늘을 뒤흔들 것 같았다.
목진도 검은색 장창의 비범함을 눈치채고 흠칫하였다. 대단한 영기의 파동으로만 보아 절품인 듯했다. 해당 등급의 영기는 용마궁의 최정예들한테도 거의 주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형천이 목진을 죽이기 위해 이런 무기까지 장착할 줄은 몰랐다.
“손쉽게 너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어. 대신 오랜만에 서룡마창을 사용하게 되어 기분이 썩 나쁘진 않네.”
마형천이 목진을 노려보며 한 말에 목진은 호탕하게 웃으며 빨갛게 물든 두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발을 구르자 거대한 용영이 나타나 하늘을 가로질러 마형천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잇따라 목진이 자신을 감싸 안자 대서미마주는 있는 힘껏 아래쪽으로 내리꽂혔다.
이에 마형천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마룡의 포효와 함께 장창을 휘둘렀다.
탕!
금속이 부딪치는 맑은소리가 들리고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파문이 일어 아래쪽 대지가 움푹 파였지만, 정작 마형천은 발로 허공을 몇 번 찍더니 바로 상대방의 공격을 무산시켰다.
“대서미마주가 네 손에서 실력을 제대로 뽐내지 못하는구나.”
마형천의 말에 목진이 무뚝뚝하게 앞으로 나아가자 수중의 대서미마주가 엄청난 살기를 풍기며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장 정도로 커졌다.
퍽!
목진이 다시금 자신을 끌어안자 마주는 마형천을 향해 묵직하게 내리꽂혔다. 이에 공간이 일그러졌고 천장의 공기는 전부 폭발해 순식간에 진공 상태가 되었다.
“용서(龍噬)!”
이때, 마형천 수중의 장창이 파르르 떨리더니 흑망을 내뿜으며 수천 장 정도의 마룡으로 변해 포효했다.
크으으으!
마룡은 백 장 정도 되는 발로 마주를 잡고 무서운 힘을 실은 꼬리로 대서미마주를 내리쳤다.
퍽! 퍽!
마룡과 대서미마주가 부딪치며 형성한 힘의 여파는 공간을 찢어버릴 듯 매서웠다.
이는 태고의 흉기와 절품 영기의 대결이었다!
봉인 상태에 있는 태고의 흉기에 비해 절품 영기는 마형천의 손에서 놀라운 힘을 선보였다.
한편, 사람들은 두 사람의 살기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선보였다.
그러나 용마궁과 북창령원의 사이를 떠올리면 금세 이해가 되었다. 지금 상황에서 상대방한테 여지를 주는 것이야말로 멍청한 짓이었다.
퍽!
마형천의 절품 영기 서룡마창에 비해 진정한 신기인 대서미마주는 봉인되지만 않았어도 분명 손쉽게 마창을 부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해 화가나 난 듯 더 강한 살기를 내뿜으며 마룡을 내리쳤다.
이러한 대서미마주의 공격에 마룡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대서미마주가 아무리 봉인된 상태지만 절품 영기가 상대할만한 힘은 아니었다.
마형천은 어느새 밀리고 있는 마룡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목진한테 고개를 돌렸다.
“대서미마주가 수중에 없는데 무슨 수로 나와 싸울 거야?”
대서미마주를 견제하려고 일부러 사룡마창을 내세운 마형천은 목진이 태고의 흉기를 잃으면 별다른 수가 없을 거라고 여겼다.
비록 서룡마창이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지만 목진을 처리하는 데는 충분했다.
슉!
말을 마친 마형천이 쏜살같이 목진에게 향하자 목진도 용등술을 소환해 잽싸게 피신했다.
“이따위 용등술로는 내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마형천이 씨익 웃으며 앞으로 나아가자 몸이 흐릿해지다가 어느덧 사라졌다.
목진은 불길한 예감에 바로 뇌신체를 소환했다. 검은색 뇌광을 내뿜으며 가슴팍에 뇌문 두 갈래가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누군가의 손이 공간을 뛰어넘어 엄청난 영력을 싣고 목진의 뒤쪽 급소를 노렸고 목진도 재빨리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퍽!
무서운 파동이 주위에 퍼지며 목진은 피를 머금은 채 뒤로 튕겨 나갔다. 마형천과 제대로 싸워보니 녀석이 얼마나 강력한 상대인지 드디어 알 수 있었다. 웅장한 영력은 무궁무진할 뿐만 아니라 보통 영력보다 더 순수하고 강력했다.
이는 녀석이 영력난에 도전했었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팔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무시하고 결인해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이에 녀석의 뒤쪽에 다시금 별빛 공간이 생겨 신수 네 마리가 신속하게 나타났다.
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목진이 마형천과의 싸움에서 열세에 처하지 않으려면 신결의 힘을 빌려야 했다.
“또 이거야?”
목진 뒤쪽에 형성된 별빛 공간을 바라보던 마형천이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영한테는 유용할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아.”
그러나 목진은 상대방의 말 따위는 무시하고 계속해서 인법을 바꿨다.
크으으으!
신수 네 마리가 포효하며 마형천을 향해 돌진하자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이때,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아주 복잡하고 낯선 인법을 그렸다.
그러자 신수들이 포효하며 빛을 발하더니 서로 연결되어 천 장 정도의 거대한 광인을 형성하였다. 그 속에 있는 청룡, 백호, 주작과 현무는 각자 다른 방향에 서서 천지를 봉인할 기세를 보였다.
“사신성숙경, 사신봉천인(四神封天印)!”
거대한 신인에서 “위잉” 하는 소리가 나더니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내려앉자 천지의 영기가 줄행랑쳤다.
이에 하유연, 유영 등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이 숨겨둔 필살기가 이렇게까지 많은 줄은 몰랐다.
퍽!
신인이 마형천 체내에서 내뿜은 웅장한 영력을 봉인한 듯 전부 무산시키자 마형천은 고개를 들고 가볍게 한숨을 쉬며 살기를 품었다.
“통천경 초기의 실력으로 이렇게까지 해내다니, 북창령원에서 너를 성령산에 보낼만했어. 그런데 너를 이대로 두면 한 해도 안 돼서 북창대륙에서 최강자가 되겠어. 그래서 난 너한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해.”
말을 마친 마형천의 손가락에서 갑자기 피가 흘렀는데, 그 피를 이마에 찍자 천천히 눈에 흘러 들어가 괴이한 피의 부적을 만들었다.
마형천의 기괴한 행동에 하유연 등은 잠시 멈칫했다가 뭔가 생각난 듯 사색이 되었다.
“이건 설마 시룡마부(弒龍魔符)인가?”
선혈로 그려진 무늬가 마형천의 얼굴에서 섬뜩한 부적을 그려냈는데, 자세히 보면 이는 꿈틀거리며 녀석의 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에 마형천의 얼굴은 전보다 창백하고 핼쑥해졌다.
하유연 등은 창백해진 얼굴로 마형천을 바라봤다. 그가 이토록 어마어마한 방법까지 내세울 줄 몰랐다. 이 자리에서 당장 목진을 죽이려는 게 틀림없었다.
시룡마부는 용마궁의 아주 무서운 밀술로 용혈을 몸에 심어야 하는데 일단 소환하면 마부는 사람의 피를 먹고 아주 무서운 힘을 발산했다.
대신 해당 밀술은 위력이 막강한 만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조건도 유난히 까다로워 용마궁의 젊은이 중 마형천만 이에 부합되었다. 그런데 하유연 등과 상대할 때도 선보이지 않았던 필살기를 목진한테 사용하다니, 녀석이 어떻게든 목진을 죽이려는 게 분명했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마형천은 무뚝뚝하게 자신을 향한 신인을 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마부가 얼굴에서 이탈해 순식간에 백 장 정도로 커지며 살기를 잔뜩 머금은 울음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죽여!”
마형천이 무덤덤하게 외치며 허공에 손을 튕겼다.
슉!
그러자 마부가 신인과 부딪치더니 파죽지세로 달려들던 신인이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에 목진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선홍빛 마부에서 치명적인 위협을 느낀 것이다.
이때, 마부가 혈망처럼 뒤덮이자 신인은 파르르 떨며 웅장한 영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신지인은 절대 선홍빛 마부의 상대가 아니었다.
목진한테 필살기가 있었던 것처럼 마형천도 역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수중에 쥐고 있었던 것이었다.
“없애!”
마형천이 담담하게 웃으며 주먹을 쥐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마부에서 혈망을 발산해 혈해를 이뤘고 신인은 혈해의 침투하에 철저히 무산되었다.
이에 목진도 피를 토하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사신성숙경의 수련을 마쳐도 마형천과 상대가 되지 않는 것에 조금은 실망한 목진은 실력을 더 연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신결의 문제가 아니라 온전히 목진의 실력이 미약한 탓이었다.
“그만하자.”
마형천이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옷깃을 휘날리자 마부가 미친 듯이 목진에게 향하며 그 주위를 둘러쌌다.
이렇게 싸움이 끝나려는 건가?
사람들은 숨죽여 목진을 지켜봤다.
* * *
성령산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통천경 초기의 실력으로 마형천에게 시룡마부까지 선보이게 한 목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몇 해만 더 수련하면 젊은이 중 최강자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천재는 빨리 요절하는 법이었다.
마형천 역시 목진의 천부적인 재능 때문에 살수를 두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에 사람들은 태창 원장한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북창령원의 원장은 아무렇지 않은 듯 영력 광막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태창 원장 뒤에 서 있던 낙리는 너무 긴장해 손이 한없이 차가웠다. 아무리 목진을 믿는다고 해도 변고가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
그때, 옆에 있던 영계가 소녀의 손을 살포시 잡으며 속삭였다.
“걱정 마, 변고가 있으면 나와 원장님이 나설 거야.”
이에 낙리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목진을 잘 알고 있는 그녀도 목진이 어떻게 이 상황을 바꿀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