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화. 최후의 승자
북창령원에 있는 심창생 등도 손에 땀을 쥐고 영력 광막을 바라봤다. 목진이 불리한 상황에 부닥친 것을 알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녀석이 무사하기만을 기도했다.
“목진아, 힘내. 넌 북창령원의 유일한 희망이야!”
심창생 등은 자신의 기도가 제발 목진에게 닿았으면 했다.
* * *
쿵!
선홍빛 마부는 마신처럼 엄청난 혈해를 이끌고 목진에게 향했는데 그 모습에 아래쪽에 있던 사람들은 아찔했다. 마형천은 역시나 북창 대륙의 젊은이 중 최강자였다.
사람들은 목진이 이대로 죽을 거라고 여겼다.
그때 하유연이 이를 악물고 나서려는데 유영 등이 그 앞을 막아섰다.
“목진은 곧 죽을 텐데 네가 나서봐야 뭐가 달라질까? 그러다 마형천의 미움이라도 사면 너한테도 좋을 게 없어.”
이에 하유연이 이를 악물고 유영 등을 노려보다가 결국 포기했다. 유영 등을 제치고 목진한테 갈만한 능력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하유연 뒤에 서 있던 서청해와 소불후도 이내 한숨을 쉬었다. 마형천을 상대할 용기가 없으니, 올해는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목진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마부를 바라보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지금까지 수십 번도 넘게 사경을 헤맸지만 결국 살아남은 것처럼 이번에도 꼭 무사할 거라 확신했다.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십수 개의 옥병이 나타났다. 그 속에는 붉은색 화염이 깃들어있었다. 손가락을 튕기자 옥병들이 부서지며 붉은색 화염이 한데 모여 붉은색 화해를 이뤄 목진을 감쌌다.
고온에 공간마저 일그러졌고 목진도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뭘 하려는 거지?”
아무도 목진이 뭘 하려는지 몰랐다.
하유연도 멍하니 옥병 속 화염을 바라봤다. 그것은 자신이 목진을 위해 구해준 것으로 녀석이 그걸로 마형천의 마부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목진이 이 화염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해도 마형천의 공격을 막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목진은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눈빛 따위는 무시하고 몸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참으며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허공에 내려앉아 한 줄기의 보라색 화염을 꺼냈다.
그것은 심창생과 이현통의 용마독을 없애기 위해 구유작한테서 빌린 불사화로 구유작이 진화에 성공해야 생기는 신비로운 화염이었다. 그 위력은 구유화에 비해 훨씬 강력했다. 이는 목진의 최후의 필살기였다!
그때 목진이 결인하자 붉은색 화염이 화의 기둥으로 변해 목진의 손바닥으로 향했는데 결국 보라색 화염이 이를 전부 삼켰다.
이렇게 붉은색 화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목진 수중의 불사화는 한껏 커져 신비로운 암자색 빛을 띠었다.
이에 목진은 멀리 떨어져 있는 마형천을 바라보며 씨익 웃고는 보라색 화염을 꿀꺽 삼켰다.
“어디 끝까지 가보자. 과연 누가 이곳에서 죽을지 궁금한걸.”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하유연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을 바라봤다. 비록 그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붉은색 화해를 전부 집어삼킨 미세한 불씨가 절대 보통 물건이 아니란 것만은 확신했다.
그런데 목진이 이를 삼켰다니, 죽기를 자청하는 거나 다름없는 녀석의 행위에 다들 어리둥절하였다. 누군가는 목진이 마형천의 손에 죽고 싶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말했다.
멀리 서 있던 마형천도 인상을 찌푸리며 목진을 바라봤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그가 끝까지 싸울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단지 녀석이 또 다른 필살기를 선보이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잔뜩 경계하였다.
“바로 죽여야겠어, 더 이상의 변수는 용납할 수 없어!”
마형천이 인법을 바꾸자 선홍빛 마부의 혈광이 짙어지며 목진을 공격했다. 이번 공격만 적중하면 목진은 분명 죽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 목진이 온몸을 파르르 떨며 서서히 고개를 들었는데 빨갛게 물들었던 두 눈과 피부에 보랏빛이 돌았다.
불사화는 목진의 몸에 들어간 후 바로 목진의 영력과 융합을 시작했다. 보통 사람이 불사화를 삼키면 순간 잿더미가 되겠지만, 구유작의 구유화와 융합한 목진의 영력은 구유작의 불사화와 만나 서로 배척하지 않았다.
목진 체내의 영력이 미친 듯이 보라색 불씨와 융합하더니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는 보라색 화염으로 변해 목진의 몸 전체로 퍼졌다.
엄청난 힘이 체내에서 폭발하며 목진은 영력을 장악하기가 점점 힘들었고, 경맥에서 전해지는 아픔은 뇌신체가 이문 뇌체에 이르지 않았다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을 것이다.
목진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자신을 향하는 마부들에 맞섰다. 육신이 안정을 되찾으려면 체내의 넘쳐나는 힘을 내보내야 했다.
이에 목진은 앞으로 나아가 주먹을 휘둘렀는데 체내에서 미친 듯이 솟구친 영력이 권풍으로 변해 힘껏 마부를 때렸다.
쿵!
보라색 화염이 깃든 목진의 공격에 주위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아래쪽에서 이를 보던 하유연 등은 흠칫하였다. 목진의 공격이 이렇게까지 무섭다니, 절대 통천경 초기의 실력자가 지닐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쿵!
어느덧 보라색 화염이 깃든 영력이 보라색 화해를 이루며 혈해와 부딪치자 파죽지세였던 혈해에 안개가 그윽하게 생기더니 빠르게 사라졌다.
그러다 보라색 화염이 선홍빛 마부에 닿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마형천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전부 태워!”
나지막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어느새 윗옷이 사라지고 보라색 화염이 몸을 뒤덮은 목진은 화신처럼 우뚝 솟아올라 마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에 피로 새겨진 마부의 무늬는 보라색 화염에 의해 사라지기 시작했고 활활 타오르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잿더미가 되었다.
이와 동시에 마형천은 사색이 되어 피를 토했다. 목진이 자신의 시룡마부를 이렇게 쉽게 처리할 줄은 몰랐다.
“이럴 리가!”
여태껏 무덤덤했던 마형천은 잔뜩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화들짝 놀랐다.
전세가 이렇게 빨리 바뀔 줄 몰랐다.
한편, 보라색 화염을 뒤집어쓴 목진은 마부를 없앤 뒤 바로 보랏빛이 짙어진 두 눈으로 마형천을 바라봤다.
아직 체내의 힘이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은 것이다.
“마형천, 내 공격을 받아봐!”
목진이 포효하며 체내에 남아있는 영력을 전부 끌어올리자 손바닥에서 내뿜은 보라색 빛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마형천에게 향했다.
이는 하유연 등마저도 소름이 끼칠 만큼 엄청난 힘이 담긴 공격이었다. 그들은 목진의 실력이 갑자기 폭등한 이유를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전과는 전혀 다른 녀석의 영력은 도대체 어떻게 얻은 것이란 말인가?
목진의 공격에 마형천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자신이 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녀석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여태껏 북창 대륙의 젊은이 중 최강자였던 그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함께 수련한 벗들까지 죽이며 실력을 키워왔다.
용마궁에서는 가장 친한 이들까지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굳은 마음을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에 마형천도 그토록 짧은 시간에 이러한 성과를 얻은 것이다.
“넌 절대 날 죽이지 못해!”
어느새 머리를 풀어헤친 마형천은 미친 듯이 포효하며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크으으으!
녀석의 영력은 거대한 마룡으로 변해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는데 두 사람의 공격이 부딪친 순간, 천지가 뒤흔들렸고 두 영력은 서로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주시하에 보라색 화염은 자신을 소모하며 마형천의 영력을 불태워 버리다가 갑자기 소멸했다.
“네가 졌어!”
마형천이 정색하며 소리쳤다. 목진은 외부의 힘을 빌려 강해진 대신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라 어느새 사색이 되었고, 더는 싸울 힘이 없어 보였다. 그러니 이제 목진을 벌레 죽이듯 쉽게 없앨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목진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으며 마형천을 바라봤다.
“패배자는 너야.”
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보라색 화염에서 미세한 검은색 빛줄기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마형천의 미간에 스며들었다.
미처 막지 못한 마형천은 검은색 빛줄기에 맞고 몸이 굳어졌다.
성령산과 그 밖, 그리고 북창령원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구천제에 서 있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하유연은 미간에 검은 구멍이 나타난 마형천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입을 틀어막았다. 옆에 서 있던 서청해 등도 잔뜩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이를 함께 바라보던 유영은 소름이 쫙 끼쳤고 윗몸을 드러낸 채 허공에 떠 있는 소년한테서 두려움을 느꼈다. 통천경 초기의 실력밖에 안 되는 소년한테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다.
북창 대륙 젊은이 중 최강자인 마형천이 수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소년한테 졌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얼마나 큰 충격일까…….
한편, 목진은 눈에 깃든 보랏빛이 사라지며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까맣게 그을렸던 손가락도 점차 원래의 색상을 되찾아갔다. 방금 마형천의 미간에 들어간 것은 흑신뢰독이었다.
목진은 최후의 일격으로 험악한 싸움을 끝마쳤다.
반면, 잔뜩 놀란 마형천의 미간에서는 검은색 피가 부단히 흘러내렸고 독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흑신뢰독이 온몸에 퍼진 이상 제아무리 실력이 대단해도 남은 건 죽음뿐이었다.
그런데 이때, 마형천의 몸에 균열이 일더나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폭발하며 영광 한 줄기가 몰래 빠져나왔다.
이에 목진은 바로 용등술을 소환해 그가 있는 곳에 나타나 영력으로 광막을 형성해 도망가려는 영광을 잡았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영광은 마형천의 신백으로 화들짝 놀라 목진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널 구해줄 사람은 없어.”
목진의 무뚝뚝한 말에 마형천의 신백이 온몸을 파르르 떨며 외쳤다.
“이미 이겼는데 왜 이래!”
신백이 녀석의 손에 들어간 이상, 아무리 마형천이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목진이 조금만 힘만 주면 신백은 바로 부서질 것이다.
“수많은 북창령원 학생이 네 손에 죽었으니 너도 그 대가를 치러야지?”
목진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네가 날 죽이면 용마궁에서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과연 그럴까?”
마형천의 말에 목진은 바로 손에 영력을 모아 신백을 없애려 하였다. 불사화만 아니었어도 절대 마형천을 이겼을 리 없는 목진은 이대로 녀석을 풀어주면 자신을 비롯해 북창령원의 학생들은 또다시 위험한 상황에 빠질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북창령원 현상방 1위의 악마를 철저히 없애려고 마음먹었다.
“네가 감히!”
그런데 그때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목진 위쪽 공간이 일그러지며 영력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손이 나타나 목진에게 향했다.
“흑룡지존, 당신은 정녕 북창령원이 우스운 건가?”
이와 동시에 다른 한쪽 공간도 일그러지더니 태창 원장의 소리와 함께 영력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커다란 손이 나타나 상대방의 공격에 맞서 영력 폭풍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용마궁의 졸개 따위가 뭐가 무섭다고 내가 이 녀석을 죽이지 못할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진은 뒤로 물러나 마형천의 신백에 최후의 공격을 날렸다.
으악!
애처로운 비명이 주위에 울려 퍼지며 마형천의 신백은 폭발했고 반짝이는 빛이 되었다.
이에 사람들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그들은 목진이 이렇게까지 담대하고 독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북창대륙 젊은이 중 최강자가 이렇게 사라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유영, 동연, 주선도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