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275화 (274/1,000)

275화. 신비로운 세례의 힘

목진은 북창령원 같은 온실에서 자란 화초가 아니었다. 북창대륙에서 살아가는 실력자들보다 훨씬 독했다.

옆에 서 있던 서청해와 소불후도 너무 놀라 말문이 턱 막혔고 하유연은 평소와 다른 소년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형천을 죽인 목진은 이제 성령산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마형천의 신백을 부순 목진이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대서미마주가 다시 체내로 돌아갔고, 마형천의 절품 영기인 시룡마창도 목진의 손에 쥐어졌다.

마형천이 죽자 움직임을 멈춘 시룡마창은 대서미마주의 위력 때문에 감히 목진에게 반항하지 못했다.

시룡마창 같은 절품영기는 북창령원의 영치전에서도 보기 힘든 보물이었기에 수중에 넣은 이상 용마궁에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대서미마주의 위력은 대단하지만 이를 완벽하게 장악하기는 버거웠다. 하지만 시룡마창은 지니기만 해도 싸움에 큰 도움이 되었다.

목진은 시룡마창을 거두고 유영, 동연, 주선한테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방금 마형천과의 대결을 끝마친 목진이 더는 싸울 힘이 없다는 걸 잘 알았지만, 감히 덤비지는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세 분은 다음 기회에 세례를 받으시죠.”

목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에 유영 등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하유연 등을 바라보고는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났다.

목진은 서청해와 소불후한테 눈길을 돌렸다. 목진한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두 사람은 소년이 세례의 힘을 나누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하 선배, 서 형, 소 형, 곧 성령 세례를 시작할 테니 준비합시다.”

목진이 생긋 웃으며 하는 말에 하유연은 녀석이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으리라 굳게 믿어 놀랍지 않았지만, 서청해와 소불후는 깜짝 놀랐다.

목진이 구천제의 정상에 오르자 하유연 등도 바로 그 뒤를 따랐고 목진보다 조금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높이 있을수록 받을 수 있는 세례의 힘의 양이 많았다. 그들은 목진에게 최고의 자리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드디어 목진이 자리를 잡고 앉아 고개를 들자 커다란 빛덩이가 점차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맑은 종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지며 황금색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성령 세례가 드디어 강림하였다!

북창령원에 순간 정적이 흘렀는데 학생들을 비롯하여 학원의 선생들까지 두 눈이 휘둥그레져 영력 광막을 바라봤다.

상체를 훤히 드러낸 늘씬한 소년이 허공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마형천을 바라보며 신백을 으깨자 신백은 반짝이는 빛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목진이 무려 북창령원 현상방 1위, 북창 대륙 젊은이 중 최강자라 불리는 마형천을 죽인 것이다!

“녀석 참 대단해.”

심창생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장로들이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북창령원 학생을 죽인 마형천을 잡기란 무척 어려웠다. 그런데 이렇게 목진의 손에라도 죽었으니 한시름 놓였다.

옆에 서 있던 이현통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 앞에 나타날 때마다 실력이 일취월장하네. 정말 북창문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겠어. 이러다간 반년 뒤에 있을 학원 대회에서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될지 몰라.”

이에 심창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에게 실력으로 계속 밀리고 싶지 않았다.

북창령원 학생들은 흥분을 가라앉힐 길이 없어 학원이 떠나갈 듯 환호하였다. 노참들도 한시름 놓은 듯 숨을 내뱉었다. 북창 대륙에서 수련할 때 마형천과 마주칠까 봐 걱정이 가득했던 이들은 이제 마음 놓고 수련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마룡자까지 목진의 손에 중상을 입었으니 변고만 없으면 북창령원 밖에서 수련하다가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목 형은 역시 대단해!”

낙신회 회원들이 득의양양하여 외쳤다. 신생으로 구성된 낙신회는 목진 덕분에 북창령원에서의 지위가 올라가 노참들도 감히 이들을 괴롭히지 못했다. 이는 온전히 목진의 피와 땀으로 맺은 결실이었다!

한편, 소령아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허공에 떠 있는 목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평소 상냥한 목진과 완전히 다른 목진의 모습에 수많은 소녀들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그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그렇게 보다가 영력 광막이 닳겠어.”

옆에 서 있던 소훤이 피식 웃으며 소녀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

“언니, 목진의 몸은 괜찮겠죠?”

소령아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걱정 마. 원장님이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길까?”

소훤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소령아는 그제야 시름을 놓고 몰래 목진을 쳐다봤는데 금세 입을 삐쭉 내밀며 고개를 숙였다. 녀석이 좋아하는 낙리와 비교하면 자신은 더없이 평범했다.

* * *

환호성으로 가득 찬 북창령원과 달리 성령산 밖 분위기는 살벌했다.

마형천이 죽자 성령산 밖에 순간 정적이 흘렀으니, 그들은 목진의 잔혹함과 결단력에 감탄을 자아냈다.

“빌어먹을, 감히 용마궁 사람을 죽여? 내 오늘 네 녀석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며 엄청난 살기로 하늘이 음침해졌다.

이에 사람들이 용마궁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흑룡지존이 살기 가득한 얼굴로 서 있었다. 꼭 악마가 강림한 것 같았다.

“용마궁 손에 죽은 북창령원 학생들도 만만치 않네. 흑룡, 오늘 당신이 목진을 죽이면 북창령원에서는 용마궁을 없애버릴 걸세!”

태창 원장의 말에 천지의 영기마저 그의 기분에 따라 난폭해졌다.

“너무 오만한 소리 아닌가? 그해, 백룡지존이 용마궁의 보물을 훔친 채 도망가지 않고 우리가 소환식을 치루기만 했었어도 북창령원은 절대 용마궁을 이길 수 없었을 걸세.”

흑룡지존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럼 한 번 더 싸워보든지!”

태창 원장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북창대륙 제일인 세력이 드디어 다시 싸우는 건가?

이는 북창대륙 전체를 뒤흔들만한 엄청난 일이었다.

* * *

거대한 빛덩에서 황금색 빗방울이 떨어져 대전의 여파를 잠재웠고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산뜻한 느낌에 흠뻑 젖어 하늘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바로 자리에 앉아 성령 세례를 받을 준비를 했다. 비록 목진 등처럼 완벽한 세례의 힘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세례를 받는다면 수련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때 정상에 앉아있던 목진이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황금색 빗방울을 보더니 바로 체내의 영력을 소환해 이를 흡수하였다. 빗방울이 닿는 순간, 목진은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청량한 파동이 체내에 퍼지며 마형천과의 대결로 생긴 상처가 놀라운 속도로 회복되었고 고갈된 영력도 빠르게 차올랐다.

“참 신기한 힘이야!”

육신과 뼈, 경맥은 미친 듯이 황금색 빗방울을 삼켰는데 이는 본능으로 목진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신비로운 황금색 빗방울이 몸에 유익한 것을 알아챈 것이다.

목진은 미묘한 느낌에 도취되어 황금색 빗방울을 맞았고 세례의 힘을 전부 흡수할 수는 없었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서 세례의 힘이 가장 짙고 가장 많은 양을 흡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자신에 비하면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이 나눠 가질 수 있는 세례의 힘은 너무 미약했기 때문이다.

목진이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은 수련 상태에 빠지자 세례의 힘으로 인해 녀석의 몸에서 은은하게 금광이 발했는데 꼭 온몸이 금으로 만든 것처럼 신비로워 보였다.

황금색 빗방울이 목진의 피와 살, 뼈, 경맥을 거쳐 기해에 들어가자 그 속에 조용히 앉아있던 신백의 손에 모여 결정체로 변할 듯할 조짐이 보였다.

* * *

성령산 밖은 여전히 살벌했고 곧 북창대륙을 뒤흔들만한 대전이 벌어질 듯한 조짐이 보였다.

살기 가득한 분위기에 성령산 밖에 있는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아무리 갖은 풍파를 겪은 그들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었다.

“하하하. 태창, 용마궁에서 정녕 북창령원을 두려워할 거라고 여기나?”

흑룡지존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용마궁에서 여태껏 잠자코 있다고 아무런 성과도 못 낸 줄 아는가? 오늘 그쪽에서 싸우고 싶지 않아도 용마궁에서는 북창령원을 없앨 걸세!”

그 말에 북창대륙의 각 세력을 대표해 온 강자들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여태껏 숨어지내던 용마궁이 갑자기 도발한 이유가 궁금했다. 용마궁에서 설마 지존을 잃는 위협마저 무릅쓰고 북창령원과 싸우려는 건가.

지존급 강자를 잃는 것은 북창령원이나 용마궁이나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용마궁에서 무슨 자신감으로 도전장을 내미는지는 몰라도 북창령원에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본때를 보여줄 걸세.”

태창 원장이 정색하며 말했다.

북창령원이 용마궁을 북창대륙의 패주 자리에서 물리친 뒤로 용마궁은 명성을 잃고 여태껏 숨어 지내며 수련을 나온 북창령원 학생들을 계속해서 죽여왔다. 이에 태창 원장은 용마궁을 없애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저 악마 같은 조직을 없애야 한다.

“하하하.”

흑룡지존이 괴이하게 웃으며 손을 휘둘렀다.

“태창, 이곳 성령산이 곧 그대의 무덤이 될 걸세!”

흑룡지존의 포효와 함께 하늘이 일그러지며 만 장 크기의 빛줄기 다섯 갈래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하늘을 뒤덮었다. 천 리 밖에서도 훤히 보일 만큼 깃들어있는 영력이 엄청났다.

그때 다섯 갈래의 빛줄기에서 사람 다섯 명이 나타나 지존급 위압감을 형성하였고, 이에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저들은 용마궁의 5대 지존이야!”

누군가 알아채고 입을 열었다. 용마궁의 지존급 강자까지 나섰다는 것은 분명 미리 계획하고 움직인 것이다. 이곳에서 태창 원장을 죽이려는 그들의 계획이 훤히 드러났다.

슈슉!

이에 사람들은 두 세력 사이의 싸움에 불똥이라도 튈까 봐 바로 뒤로 물러났다.

용마궁의 목표는 태창 원장인지라 방해만 하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은 받지 않을 것이다.

이때, 태창 원장 뒤에 서 있던 영계와 낙리도 흠칫 놀랐는데 영계는 낙리를 잡고 바로 뒤로 물러났다. 지금 낙리가 태창 원장의 곁에 남아있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용마궁에서 미리 계획한 일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날 이곳에서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건가?”

태창 원장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해봐야 알지 않겠나?”

흑룡지존이 말을 마치고 몸을 파르르 떨자 빛줄기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다른 다섯 갈래와 함께 태창 원장을 감쌌다. 그는 용마궁의 육대 지존의 힘으로 태창 원장을 죽일 작정이었다.

이에 태창 원장은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같은 오급 지존인 흑룡지존과 그는 실력이 비슷하였고 나머지 다섯 명은 일급 지존이라 여섯 명이 힘을 합치면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낙리를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간 영계는 웅장한 영력이 퍼진 구역을 바라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낙리야, 난 태창 원장을 도우러 가야 하니 넌 이곳에 가만히 있어.”

영계는 비록 북창령원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은 북창령원의 장로로 살아가며 태창 원장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그런 그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조심해요, 영계 언니.”

낙리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북창대륙에서 명성이 자자한 실력자들도 놀랄만한 상황이었지만 정작 낙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서천계의 사대 신족 중 하나인 낙신족은 요즘 들어 하락세를 걷고 있지만 절대 북창령원과 용마궁이 상대할 수 있는 세력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신녀였고 차기 낙황으로 이런 장면을 수도 없이 봐와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