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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78화 (277/1,000)

278화. 마주의 힘, 신검의 위력

황룡지존의 살기가 부단히 소년과 소녀를 억눌렀는데도 두 사람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에 사람들은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곧 황룡지존의 손에 죽을 걸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목진은 마형천보다 훨씬 강한 사람을 상대할 생각해 아찔했다. 비록 황룡지존이 일급 지존일 뿐이지만 지존경인 것만으로도 목진을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낙리야…….”

목진은 눈을 부릅뜨며 낙리를 바라보고는 당장 물러나라고 눈치를 줬다. 그런데 낙리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목진을 바라봤다. 그것은 단단히 화가 났다는 뜻이었다.

이에 목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지존이고 뭐고 우리 함께 잡자. 대신 넌 반드시 내 말을 따라야 해.”

목진이 낙리를 노려보며 진지하게 말하자 낙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낙리는 목진이 혼자 나서서 만신창이가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황룡지존은 너무 강해. 그렇지만 우리한테도 기회는 있어. 저 정도 실력자라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는 진정한 힘을 선보이지 않으려 할 거야. 이것이 바로 우리의 기회야. 내가 먼저 나설 테니 넌 기회를 엿보다가 한 방을 노려. 우리한테 기회는 한 번뿐이라 반드시 성공해야 해. 그러다 정 안되면…….”

목진이 또 위험한 일을 자처했단 생각에 낙리는 기분이 썩 좋지만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황룡지존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은 낙신검 뿐이었다. 목진 체내의 대서미마주가 대단하긴 하지만 너무 흉악해 장악하기가 어려웠다.

“조심해.”

낙리가 속삭이는 말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황룡지존을 바라봤다. 목진은 싸우다가 안 될 것 같으면 잠든 구유작을 소환할 생각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구유작도 죽기 때문에 진화에 방해되는 한이 있어도 불러내야만 했다.

“의논을 끝냈느냐?”

황룡지존이 히쭉 웃으며 물었다. 목진과 낙리가 무슨 수를 쓰든지 결국 지존경에 이른 자신의 상대가 아니란 생각에 으쓱하였다.

쿵!

그때,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피부 표면에 검은색 뇌망이 폭발하며 몸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가슴팍에는 뇌문 두 갈래가 나타나고 엄청난 살기가 체내에서 폭발하였다.

자신과 황룡지존의 실력 차이를 잘 아는 목진은 필살기를 전부 선보였다.

몸통이 점차 커지는 목진을 본 사람들은 소년이 마형천을 죽일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던 하유연은 황룡지존을 상대하려는 목진이 걱정되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뒤돌아서 하천염을 바라봤다.

“아버지, 구하상회에서는 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나요? 용마궁의 짓거리를 보고만 있을 거예요? 용마궁이 이기는 건 우리한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잖아요!”

이에 하천염이 목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웃으며 물었다.

“저 녀석이 걱정되는 것이냐?”

“장난칠 때가 아니에요!”

하유연이 괜히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직은 때가 아니란다. 용마궁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움직였으니 우리도 신중해야 한단다. 그릇된 선택으로 구하상회를 날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

하천염이 한숨을 쉬며 한 말에 하유연은 시무룩하게 하천염을 바라봤다. 북창령원과 용마궁에 비하면 구하상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신 저 녀석의 목숨만은 보장하지. 너한테 도움을 준 아이를 그냥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란다.”

하유연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위잉.

어느새 목진 주위의 파동이 최대치에 이르자 그는 대서미마주를 안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들끓는 살기를 실은 마주로 황룡지존을 공격했다.

그런데 황룡지존은 이를 피하려 하지 않고 한 손을 내밀어 마주의 공격을 받았다.

퍽!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엄청난 파동이 주위에 퍼져 공간마저 일그러졌지만 황룡지존은 끄떡없었다. 커다란 마주에 비해 한없이 왜소했지만 황룡지존의 자그마한 몸집에 하늘을 뒤흔들 만큼 무서운 힘이 깃들어있었다.

“대서미마주가 네 손에서 진정한 힘을 발하지 못 하는 것이 참으로 아쉽구나.”

황룡지존이 미소를 지은 채 말하더니 손을 휘둘러 대서미마주를 공격했다.

탕!

묵직한 소리가 들리며 거대한 대서미마주가 멀리 튕겨나자 목진도 피를 토했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나지 않고 다시 대서미마주를 휘둘러 공격을 개시했다.

탕! 탕!

황룡지존이 대충 휘두른 손에 대서미마주는 격렬하게 떨렸고 목진은 부단히 피를 토해 어느새 옷이 흠뻑 젖었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낙리는 낙신검을 꽉 쥔 채 기회를 노렸다. 피로 물든 낙신검이 선홍빛을 발하며 그 속에 새겨진 부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탕!

사람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덤비는 목진을 발견하고 혀를 끌끌 찼다. 감히 지존경의 강자와 싸울 생각을 하다니 소년은 곧 죽을 것이다.

그런데 황룡지존은 흥미진진하게 목진을 바라봤다. 하찮은 녀석의 반항이 우습기만 했다.

쿵!

혈안이 된 목진이 다시 기합을 넣으며 황룡지존을 향해 대서미마주를 휘둘렀다.

“이 정도면 나도 봐줄 만큼 봐줬다.”

황룡지존이 씨익 웃더니 손바닥에 빛을 모아 대서미마주를 공격했다.

그런데 대서미마주와 황룡지존의 손이 닿으려는 찰나, 목진의 기해 속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서 보라색 광문이 일며 보랏빛 한 줄기가 대서미마주를 타고 황룡지존의 체내에 스며들었다.

잇따라 체내의 웅장한 영력과 강력한 위압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황룡지존은 바로 표정이 굳어졌다.

꼭 무언가에 봉인된 것 같았다.

퍽!

황룡지존은 결국 무서운 힘을 실은 대서미마주에 맞아 멀리 튕겨 나갔다.

“낙리야!”

목진이 낙리를 향해 외치자 멀리 떨어져 있던 소녀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선홍빛 부적이 사라진 낙신검을 휘둘렀다.

이에 맑은 검음과 함께 눈부신 혈광을 발하는 낙신검에서 선홍빛 검광이 한 줄기의 혈하를 이뤄 공간을 가르며 황룡지존에게 향했다.

퍽!

혈광이 하늘에 퍼지자 그곳 공간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엄청난 광경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눈부신 선홍빛 검광이 빨간색 불꽃처럼 하늘에 피었는데 아름다운 것도 잠시, 사람들은 그 속에 깃든 무서운 힘에 흠칫 놀랐다.

목진이 휘두른 마주에 튕겨 나간 것도 놀랍지만 갑자기 폭발한 낙신검의 무서운 검광에 황룡지존이 튕겨 나가다니 이는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황룡지존이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한 싸움에서 이런 반전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선홍빛 검광이 사라진 자리에 황룡지존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황룡지존의 옷은 갈기갈기 찢어졌으며 가슴을 중심으로 목과 배꼽까지 혈흔이 남아있었다.

황룡지존의 몸에 상처가 났다!

이에 사람들은 통천경의 실력으로 지존급 실력자를 상처 입게 한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는 삼난 중 하나를 건넌 사람이라도 해내기 힘든 일이었다!

“대단한 신검이군.”

낙리 수중의 낙신검을 뚫어지라 쳐다보던 하천염이 입을 열었다. 그마저도 낙신검에서 위험한 파동을 느꼈으니, 이를 지존급 실력자가 들고 있었더라면 분명 엄청난 위력을 선보였을 것이다.

이는 신기중에서도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저 아이는 도대체 누구지? 엄청난 신기를 지닌 걸 보면 절대 보통 사람은 아닌데…….”

하천염이 흠칫하며 말했다. 아무리 구하상회라도 신기는 없는데 북창령원 학생한테서 이를 발견하다니, 그마저도 이 신기가 탐났다.

그러나 이런 신기를 지닌 소녀라면 뒷배도 엄청날 거라는 생각이 들자 함부로 그녀를 건드릴 수 없었다.

옆에 서 있던 하유연도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도도한 절세미인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출중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저 아이의 실력으로는 신기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겠구나. 만약 두 아이의 실력이 일정한 경지에 이르렀다면 신검과 마주 두 가지 신기만으로도 황룡지존을 때려잡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구나.”

하천염이 안타까운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마 지금쯤 황룡지존의 속은 발칵 뒤집혔을 거야.”

하천염의 말대로 황룡지존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팍에 난 상처를 보더니 얼굴이 한껏 상기된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따위 상처는 그한테 아무런 타격이 되지 않았지만 북창대륙의 수많은 강자가 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무려 지존경이 통천경인 어린아이들과 상대하다 상처를 입었다니, 이보다 낯뜨거운 일은 없었다.

“이것들이…….”

황룡지존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목진과 낙리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당장에라도 두 사람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죽기보다 못한 것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지.”

황룡지존이 포효하더니 눈 깜빡할 사이에 낙리 앞에 나타나 손가락을 튕기자 앞쪽 공간이 부서지며 무서운 파문이 일었는데 그 속에는 파멸의 힘이 깃들어있었다.

슉!

그때, 용영과 함께 목진이 나타나 낙리를 껴안고 파문이 닿기 전에 자리를 피하였다.

“스스로 살아남기도 바쁜데 사람을 구할 생각을 하다니, 허허.”

황룡지존이 씨익 웃으며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진득한 액체 같은 빛줄기가 공간을 가르며 목진의 등을 가격하였다.

풉.

목진은 등이 피투성이가 된 채 피를 토하며 낙리와 함께 멀리 튕겨 나갔다. 뇌신체가 이문 뇌체에 이르지 않았다면 몸에 이미 커다란 구멍이 났을 것이다.

“목진아!”

낙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에 묻은 목진의 피를 보더니 입술을 깨물며 황룡지존을 노려봤다.

“죽을 정도는 아니야.”

목진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역시 지존경은 남달랐다. 그의 공격은 낙리와 목진이 손조차 쓸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아무리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의 힘을 빌려 황룡지존 체내의 영력을 잠시 봉인했어도 목진은 절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 너한테 생지옥이 무엇인지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죽으면 안 되지.”

말을 마친 황룡지존이 다시 손을 들자 낙리는 낙신검을 쥐고 결인하였는데 검에 아주 복잡한 선홍빛 부적이 나타났다. 낙리는 낙신검의 봉인을 완전히 없애려 하였다.

그런데 그때, 목진이 갑자기 손을 뻗어 검을 쥐자 그 검기에 손이 피범벅이 되었다.

“이거 놔!”

낙리가 황급히 검기를 거두며 외쳤다.

“하지 마. 난 쉽게 안 죽어!”

목진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낙리가 숨겨둔 필살기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를 선보이면 황룡지존은 막아도 그녀는 이대로 낙신족에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목진은 이를 원치 않았다.

낙리는 그런 목진의 마음도 잘 알고, 자신도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았지만 그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서슴없이 봉인을 없앨 것이다.

“날 믿어!”

이에 낙리는 이를 악물며 목진을 바라보더니 결국 결인을 멈추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안 될 것 같으면 내가 나설 거야!”

낙리의 의지는 확고했다.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뜻이었다.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용등술을 소환했는데 상대방의 공격에 급소는 피했지만 결국 얼굴에 상처가 났다.

그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극히 무서운 영력 파동이 일더니 유암과 영계가 싸우기 시작했다. 유암과 대치 중이던 영계가 갑자기 정색하며 지독한 공격을 펼치자 유암은 순간 깜짝 놀랐다.

“꺼져!”

영계가 살기 가득한 얼굴로 외쳤다.

한편, 소녀의 반응에 유암은 황룡지존 쪽을 바라보더니 뭔가를 알아챈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계야, 전처럼 척만 하면 안 될까? 싸워서 좋을 게 뭐지?”

쿵!

유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영계가 손을 휘두르자 그곳 공간에 파동이 일며 수많은 빛을 발사해 하늘에 수천 장 정도의 붉은색 영진을 쳤다. 영진은 그 속에 수천 장 정도의 웅장한 화산을 만들고 있었다.

“당장 꺼져!”

영계가 정색하며 옷깃을 휘날리자 화산에서 놀라운 파동이 일며 암장을 내뿜어 커다란 암장 이무기를 만들더니 포효하며 유암에게 향했다.

이에 유암도 바로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뒤쪽에 엄청난 거인이 나타나 공간을 가르며 암장 이무기에 맞섰다.

유암이 지존 법신을 소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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