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화. 학원 대회 준비
위잉.
상고 영진에 꽂힌 영력 기둥은 영진의 영력 전송을 막은 듯 어두워졌고 무질서한 파동이 일다가 중심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북명 선배!”
영계의 말에 북명룡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균열이 생긴 곳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만 척의 산도 부술 엄청난 힘에 상고의 영진 전체가 진동하며 한순간에 균열이 영진 전체로 퍼져나갔다.
퍽!
영진은 결국 더는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였고 이로 인해 형성된 무서운 충격파에 태창 원장마저도 튕겨 나갔다.
퍽! 퍽!
상고의 영진 속에 있던 용마궁은 엄청난 타격을 입어 무너졌고 충격파에 사람들도 대부분 폭발해 죽었다.
그러나 비명으로 가득 찬 용마궁에 흑룡지존은 보이지 않았다. 태창 원장 등은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주위를 살폈다.
“저쪽에서 영진의 파동이 느껴져요!”
영계가 가장 깊숙한 곳을 가리키며 외치자 북명룡곤이 다가가 보니 진득한 혈해가 있는 곳에서 무서운 살기가 느껴졌다.
그곳에서는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살기를 모아 선홍빛 영진을 치고 있었다. 그 속에는 흑룡지존도 있었는데 창백한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
“저들을 멈춰요. 저건 공간을 넘을 수 있는 영진이에요! 저들이 도망치려고 해요!”
영계가 정색하며 말했다.
이에 북명룡곤이 그쪽을 향해 공격을 날리자 흑망이 공간을 가르며 쏜살같이 날아가 그들의 몸을 뚫었고 체내의 신백마저 산산이 부서졌다.
“하하, 태창 원장, 용마궁이 이대로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나? 내가 남아있는 한 절대 불가능하네. 난 언젠가 돌아와 복수할걸세!”
혈광으로 온몸을 둘러싼 흑룡지존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포효했다.
“어딜 도망가!”
그때 북명룡곤이 다가가 용마궁의 세 지존급 강자를 공격했다.
풉!
피를 토한 그들의 영력 파동은 거의 사라졌지만 공간이 일그러지며 세 사람은 북명룡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에 북명룡곤이 무질서한 공간에 메마른 손을 넣어 당기자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와 동시에 북명룡곤의 손에 피가 주르륵 흐르는 세 개의 팔이 쥐어졌다.
“놓친 건가?”
태창 원장이 황급히 달려와 물었다.
“저들이 가는 길에 장애를 만들고 팔을 부러뜨리고 중상까지 입혔으니 곧 죽을 걸세. 저들이 목적지에 도착한들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야.”
“용마궁 본부가 없어졌으니 흑룡지존이 살아남는다고 해도 돌아올 곳은 없겠군.”
태창 원장이 한시름 놓은 듯 웃으며 말했다. 북창령원은 오늘에서야 용마궁을 완전히 없앴다.
북창대륙에 용마궁은 더 이상 없다!
이제 용마궁은 북창대륙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한때 북창령원과 실력이 비슷했던 용마궁이 더는 이곳에 나타나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북창령원이 북창대륙의 패주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다행이지, 안 그러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더는 없어 불안해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북창령원의 진정한 실력을 두 눈으로 본 세력들은 바로 마음가짐을 새로 했다. 북창령원이 여태껏 너무 조용해 무시했던 사람들은 북창령원이 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맹수라는 걸 깨달았다.
* * *
북창령원이 용마궁을 없앤 일로 북창대륙 전체가 축배를 들었다.
지금껏 학생들이 외출해 수련하려 하면 늘 용마궁의 협박을 받았고 마형천을 만나면 무조건 죽음이었는데 이제부터는 마음 편히 외출과 수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북창령원의 학생들은 정말 기뻤다.
한편, 거처로 돌아간 목진은 옥상에 앉아 떠들썩한 북창령원을 쓰윽 훑더니 고개를 들어 끝없이 펼쳐진 하늘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는 영수들을 바라봤다.
목진이 북창령원에 막 들어왔을 때만 해도 진정한 융천경이 아니었는데 어느덧 통천경에 이르렀고 이곳에서 그 누구보다 명성이 자자해졌다.
소년은 짧은 시간 동안 부단히 발전하며 사람들 마음속에 눈부신 별이 되어 갔다.
자신의 엄청난 진보에 아버지께서도 분명 기뻐하실 거란 생각에 목진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영체일 뿐이었지만 잠시나마 어머니를 뵐 수 있어 기뻤다. 언젠가 자신이 충분히 강해지면 아버지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어머니를 모셔 올게요.”
목진이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아직도 정 이모 생각해?”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검은색 치마를 입은 소녀가 장발을 드리운 채 미소를 지으며 걸어왔다.
목진은 잠시 넋 놓고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봤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아름답고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난 소녀의 모습에 목진은 마음이 근질근질해졌다.
목진의 마음을 꿰뚫어 본 낙리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자신 앞에서 감정을 전혀 감추지 않는 목진이 자못 귀여웠다.
“언제까지 볼 거야?”
낙리가 드디어 참지 못하고 이글거리는 목진의 눈을 바라보며 묻자 소년은 바로 달려와 소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속삭였다.
“낙리야, 어머니께서 너를 그렇게 좋아하시는데 언제쯤 손자를 안겨드릴 거야?”
이에 흠칫 놀란 낙리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목진의 입을 당장 꿰매고 싶었다.
목진이 히쭉 웃으며 말을 이어가려고 하자 낙리는 수중의 장검으로 소년의 목을 겨눴다.
이에 목진이 머쓱해 헛기침하며 조심스럽게 검을 밀었다. 이에 낙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발끝을 들어 소년의 볼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는 소년을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장난은 그만 치고 원장님을 만나러 가자.”
“원장님께서 찾으셔?”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북창문에 관한 일이야. 반년만 있으면 학원 대회인데 한시라도 빨리 준비해야지.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낙리의 말에 목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북창령원이 오대원 중 하나이긴 하지만 가장 늦게 설립하였고 실력도 가장 보잘것없었다. 이번 학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오대원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었다. 이는 북창령원의 명성이 걸린 중요한 문제였다.
“가자.”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낙리와 함께 북창령원의 중심에 있는 대전으로 향했다.
1각이 지나 두 사람은 대전에 도착했는데 심창생, 이현통, 소훤, 학요와 조청삼 등 천방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이미 와있었다. 그리고 맨 앞쪽에는 태창 원장, 북명룡곤과 오대 천석 장로까지 서 있었다.
목진이 도착하자 사람들은 복잡 미묘한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성령산에서 마형천을 죽인 목진은 심창생의 천방 패주의 자리에 도전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북창령원의 최강으로 등극했다.
목진과 낙리도 대전에 흐르는 긴장된 분위기 때문에 금세 차분해졌다.
그때 태창 원장이 뒤돌아서 목진을 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북창령원에 나타난 괴물급 신인에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오늘 너희를 부른 것은 반년 뒤에 있을 학원 대회 때문이란다.”
태창 원장이 주위를 훑어보며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북창령원은 늘 오대원 중 꼴등이었다. 하여 올해마저 좋은 성적을 따내지 못하면 북창령원은 오대원에서 제명될 수도 있다.”
이에 순간 정적이 흘렀고 심창생 등은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북창령원의 학생임이 자랑스러운 이들은 절대 이곳이 오대원에서 제명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북창령원은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편애하지 않았고 지위나 신분이 높다고 해서 특별 대우도 하지 않았기에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끌어들이지 못했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그들은 다른 령원에서 보통 학생들과 차별된 대접을 받기를 원했기에 북창령원에 들어오지 않았다.
또한, 다른 사대원은 역사가 유구해 전부 신비로운 수련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런곳은 학생들의 실력을 대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천재들의 실력 향상에는 이로웠다. 하지만 북창령원은 북창문을 닫고 여러 해 동안 열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실력 향상이 늦어졌고 학원 대회에서 자연스레 좋은 성적을 따낼 수 없었다.
하여 올해 대회에서는 더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시 북창문을 열고자 한 것이다.
“원장님, 다른 사대원에는 어떤 학생들이 있나요?”
목진의 질문에 심창생 등도 태창 원장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대원은 우리보다 역사가 유구한 데다가 특수한 수법으로 천재들을 끌어들이곤 했다.”
태창 원장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정예의 수와 질로만 따지면 북창령원은 역시나 오대원 중 꼴등이다.”
이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원장을 바라봤다.
목진도 태창 원장을 노려보며 물었다.
“성령원에는 누가 있나요?”
“희현이다.”
태창 원장이 소년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희현이라…….”
태창 원장의 말에 목진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목진이 영로에서 내쳐진 것은 희현 때문이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천부적 재능마저 부인할 수는 없었다. 희현은 수련뿐만 아니라 술수를 써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능수능란해 천재로 가득 찬 영로에서도 눈부신 존재였다.
목진이 영로에서 마주쳤던 상대 중 희현만큼 어려운 상대는 없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결국 목진의 추방으로 끝났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목진은 피 튀기는 방식으로 영로의 수련을 미리 끝마쳤었다.
그는 영로를 떠난 것은 상관없지만 희현은 반드시 죽이고 싶었다!
한편,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는 목진이 풍기는 살기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두 사람 사이에 엄청난 과거가 있을 거라 짐작했다.
이때, 낙리가 목진의 손을 잡고 다독여서야 비로소 진정한 소년은 머쓱하게 웃었는데 눈가에 서린 차가운 빛만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목진은 이번 기회에 희현과 제대로 싸워보리라 결심했고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이기리라 마음먹었다!
태창 원장은 목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희현은 성령원 원장이 직접 뽑은 학생으로 한 해 동안 심혈을 기울여 키워신생의 신분으로 성령원의 최정예가 되었다. 노참 중 그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다른 삼대원은요?”
“무령원(武靈院)은 신생 무령(武靈)인데 그 아이도 영로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가 바로 무령원의 원장이란다.”
“무령이라…….”
무령도 절대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목진이 영로에서 만난 무령은 격살에 능통하고 잔인하여 자주 맨손으로 흉수를 잡았는데 그때마다 만신창이 되었지만 그 과정을 즐겼다.
목진은 그와 영로에서 힘을 겨룬 적이 있었고 각자 한 번씩 패하여 큰 원한은 없었다. 그 뒤로 세 번 정도 더 마주쳤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다만, 녀석의 천부적 재능은 엄청나 천재로 가득 찬 영로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목진은 문득 할아버지의 무령원을 놔두고 영로처럼 험악한 곳에서 수련할 생각을 한 무령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천령원(青天靈院)은 신생은 유청운(柳青雲)으로 영로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영로 천재들 못지않게 뛰어나다. 그는 대천세계의 풍령족(風靈族) 출신인데 그곳에서도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또한, 실력이 막강해 학원에 든 첫날에 령원 순위권 앞쪽에 있는 선배 한 명을 쓰러뜨려 눕혔고 실력 향상이 목진 못지않게 빠르다.”
태창 원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말에 목진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보아하니 청천령원에서 풍령족의 힘을 빌린 것 같은데 성적을 내기 위하여 별수를 다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