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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84화 (283/1,000)

284화. 다시 열린 북창문

“그럼 만봉령원은요?”

오대원 중 제일인 만봉령원은 여학생만 취급하는데 그렇다고 아무도 이를 무시하지 않았다. 이곳 출신 중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만봉령원이라……. 그곳 신생도 영로에 참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명성이 자자했다. 그해, 왕들의 전쟁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최종 우승했는데 그 아이가 바로 만봉령원의 신생이란다. 이들 중 희현은 낙리의 손에 중상을 입어 마지막 전쟁에 참여할 자격을 잃어 싸워보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심창생의 질문에 태창 원장은 목진 곁에 서 있는 낙리를 힐끗 보더니 답했다.

이에 심창생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낙리를 바라봤다.

“그녀의 이름은 아마 온청선일 거예요. 예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손도 매운 것으로 기억해요. 그때는 희현을 상대하느라 그녀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말이죠.”

“온청선이라…….”

목진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먼저 영로에서 추방당해 영관을 따내고 영로의 가장 눈부신 여인이 된 소녀를 만난 적은 없었지만 자못 궁금했다. 영로에는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파다한데 이들을 꺾고 영관을 따냈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목진이 상대할 이들 중 무시할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온청선은 만봉령원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이 되었다.”

태창 원장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렇게 네 명이 사대원의 신예로 아주 눈부신데, 북창령원에도 괴물급 신인인 목진이 있어 다행이구나.”

“목진은 이 중에서 몇 위 정도 될까요?”

심창생이 웃으며 물었다.

“실력으로만 따지면 목진이 최약체란다. 그런데 목진의 실제 실력은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니 싸우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다만, 마지막 반년이 가장 중요하니 사대원 학생들도 갖은 수를 써서 실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되면 그들은 지금보다 훨씬 강대해질 테니 진정한 승패는 대회에서 힘을 겨뤄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태창 원장이 웃으며 답한 말에 심창생 등은 이내 감탄하였다. 목진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대원에도 비슷한 존재가 있었다니, 이번 기 신생은 특히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로란 곳도 궁금해졌다.

“이 네 사람이 사대원에서 최근 한 해 동안 나타난 신예지만, 다른 노참들도 실력이 상당하다. 또한, 사대원 이외에도 실력이 뛰어난 세력은 많아 북창령원에서 성과를 내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원장님, 그럼 얼른 북창문을 열죠. 하루라도 빨리 그곳에 들어가 보고 싶어요.”

심창생은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목진이 마형천을 죽인 것이 큰 충격이었던 그는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어서 빨리 북창문에 들어가 자신을 갈고닦고 싶었다. 그곳 수련이 아무리 고되고 위험해도 반드시 버텨내리라 결심했다.

이현통 등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태창 원장을 바라봤다. 마지막 반년은 학생들의 실력이 폭등할 때라 학원 대회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을 지지하기로 했다.

“준비가 끝났으니 내일부터 북창문을 열 것이다!”

태창 원장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사람들은 심장이 콩닥거렸고, 설레는 한편 긴장되기도 했다.

목진은 자신의 실력이 아직 부족해 학원 대회에서 큰 우세를 차지하지는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가 마형천을 죽이긴 했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렀고, 싸울 때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실력을 키우는 것이 유일한 살길이었다.

학원 대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실력이 막강할 것이고 수단과 방법도 다양할 것이다.

“북창문은 잠시 천방 10위권에게만 열 것이다.”

그때 북명룡곤이 갑자기 주위를 쓰윽 훑더니 목진에게 시선을 멈췄다.

“대신 목진은 북창문에 들어가지 말거라.”

이에 사람들은 흠칫 놀라 북명룡곤을 바라봤다.

“앞으로 반년 동안 내가 너한테 특훈을 해주겠다.”

북명룡곤이 씨익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특훈이요?”

목진이 화들짝 놀라 북명룡곤을 바라봤다. 상대방의 씰룩거리는 입꼬리에 소름이 끼쳤다.

“모든 학생을 똑같이 대하는 것으로 유명한 북창령원에서 저만 따로 수련하면 불공평하지 않나요?”

이에 북명룡곤은 녀석을 흘겨보며 답했다.

“네 실력이 제일 볼품없어 그러는 거다. 북창문은 팔급 취영진 속에 있어 그 속에서 수련하면 효과는 괜찮겠지만 한계를 뚫고 진보하기란 어려울 거다.”

“북명 대인께서 너를 키우시겠다고 하는데 마다하면 될까? 반년 뒤, 우리가 북창문에서 나왔을 때 네 실력이 형편없으면 너 자신도 괴로울 거야. 저들 중 너와 싸워 이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니까 말이야.”

심창생이 목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하자 이현통 등은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목진은 북창령원에 들어온지 한 해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도 실력이 너무 빨리 늘어 어느새 천방 10권의 도전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반응에 소훤도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옆에 서 있는 낙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는 반년 동안 못 보겠네?”

그 말에 낙리는 얼굴이 불긋해져 소년을 바라보며 손을 잡았다.

“괜찮아. 내가 없으면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너한테는 그게 더 좋아. 대신 절대 수련을 게을리하면 안 돼. 안 그럼 넌 절대 날 따라잡을 수 없을 거야.”

농담이었지만 그 말에 목진은 조금 긴장했다. 수련에 큰 도움을 주는 북창문에서 반년만 수련하면 심창생 등의 실력은 부쩍 늘어 삼난을 겪을 차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자신만 제자리걸음이라니 절대 안 될 말이었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거라. 내일 북창문에 들어갈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그 속에서 반년이나 지내야 할 테니 말이야.”

“네.”

태창 원장이 손을 휘익 젓자 다들 인사를 올리고 떠났다.

“반년 동안 저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할지 모르겠군.”

떠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태창 원장이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북명, 정녕 목진을 북창문에 들이지 않을 건가?”

이에 북명룡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북창문이 수련에 큰 도움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목진한테는 그다지 어울리는 곳이 아니라네. 하여 난 반년 동안 녀석의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특훈을 할 걸세.”

“그럼 수고하게.”

북명룡곤의 말에 태창 원장은 조금이나마 시름이 놓였다. 반년 동안, 다른 학원의 최정예들의 실력도 분명 일취월장할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시기에 조금이라도 나태해지면 바로 뒤처질 것이다.

그는 목진이 뒤처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 * *

이튿날, 태창 원장은 심창생 등을 쓰윽 훑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북창령원에서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그 속에는 목진도 있었다. 그는 낙리를 배웅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북창문이 궁금해 동행했다.

1각 정도가 지나자 그들은 수비가 엄청난 곳에 이르렀다. 이곳은 나무가 무성한 숲으로 짙은 영무에 휩싸였고 천지의 영기가 그윽하기 그지없었다. 일부 영무는 한데 뭉쳐 영액이 되어 아름다운 빛을 발했다.

어느덧 천지의 영무의 농도가 최대치에 이르렀을 때, 태창 원장은 멈춰서 옷깃을 휘날렸다. 그러자 주위에 파동이 일며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앞쪽 공간이 일그러졌고 빛줄기를 발산하며 만 장 정도의 방대한 광진이 나타났다.

커다란 광진 속 공간은 일그러졌는데 그 속은 분리된 공간으로 웅장한 영력을 내뿜었다. 북창령원의 천지의 영기는 전부 이곳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엄청난 팔급 취영진이군.”

목진이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취영진이 스스로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내다니, 이 정도는 종사급 인물이라야 칠 수 있었다.

이때, 태창 원장이 인법을 바꾸자 팔급 취영진 앞쪽에 빛이 모이더니 수백 장 정도 되는 청동 대문이 나타났다. 꼭 닫힌 대문에 새겨진 신비로운 무늬는 봉인처럼 웅장한 영력을 전부 독립된 공간에 묶어뒀다.

“이곳이 바로 북창문인가요?”

심창생 등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청동 대문을 바라봤다.

이에 태창 원장이 손가락을 튕기자 한 줄기의 빛이 청동 대문을 가격하였는데 신비로운 무늬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끼익.

잠시 후, 꼭 닫혔던 대문이 묵직한 소리와 함께 서서히 열리며 웅장한 영기를 내뿜었는데 바로 회오리를 형성해 미친 듯이 날뛰며 한순간에 북창령원 전체로 퍼져나가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는 보통 때보다 몇 배는 짙은 영기였다.

“맥유 전주와 촉천 장로가 너희와 함께 북창문에 들어갈 것이다. 변고가 생기면 바로 너희를 데리고 나올 거야.”

태창 원장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북창문 속 영기가 너무 짙어 미세한 움직임마저도 엄청난 후과를 초래하니 부디 조심하거라.”

“네!”

심창생 등이 진지하게 답했다.

“준비를 마쳤으면 이만 들어가거라.”

태창 원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마치자 심창생이 먼저 앞장섰고 이현통 등도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바로 뒤를 따랐다.

한편, 낙리는 옆에 서 있는 목진을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나도 이만 들어갈게. 반년 동안 북명 선배의 말을 잘 따라야 해.”

“몸조심해.”

반년 동안 낙리를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목진은 벌써 그녀가 그리웠지만 지금으로써는 이 말밖에 해줄 수가 없었다.

목진이 갑자기 자신을 끌어안고 가볍게 입을 맞추자 낙리는 발그레해진 얼굴로 가볍게 인사를 하고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북창문으로 들어갔다.

잇따라 맥유 전주와 촉천 장로가 들어가자 청동 대문은 다시 닫히며 무서운 영력을 완벽히 봉인하였다.

“성령원의 희현과 사이가 안 좋은 것이냐?”

북명룡곤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누구 하나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관계예요.”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희현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그는 성령원에서 너 못지않게 발전하고 있단다. 네가 비록 성령산에서 마형천을 죽였지만 두 달 전, 희현이 수련을 나갔다가 한 세력을 없앴단다. 그 세력에 이미 육신난을 겪은 사람이 셋이나 있었는데도 말이다.”

북명룡곤의 말에 목진은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육신난을 건넌 사람이 세 명이나 있는 세력을 혼자서 없애다니, 이는 마형천을 죽인 것 못지않았다. 희현은 역시 강적이었다.

“성령원에는 성령천이 있는데 이는 북창령원의 북창문과 비슷한 존재로 그곳의 비밀 수련지란다. 희현은 이미 그곳에 들어갔으니 반년 뒤에 분명 실력이 잔뜩 늘어서 나오겠지. 그러니 그때까지 네가 제자리걸음이라면 학원 대회에 참석하지 말아라. 넌 절대 희현의 상대가 아닐 테니.”

이에 목진이 피식 웃더니 북명룡곤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북명 선배, 그런 말로 날 자극하지 않아도 돼요. 선배가 준비한 것을 전부 받아들일 각오가 되었으니 절대 봐주지 마세요. 전 이번 학원 대회에서 희현을 반드시 이길 거예요.”

목진의 말에 북명룡곤의 메마른 얼굴에 웃음이 드리웠다.

“그래, 좋구나!”

목진은 방긋 웃다가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번 기회에 희현과 제대로 싸워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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