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화. 특훈
낙리 등이 북창문에 들어간 이튿날, 목진은 북명룡곤을 따라 낯설지는 않지만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칠 만큼 무서운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바로 뇌역의 마지막 단계였다.
꽈르릉.
어두운 공간에는 뇌해가 끝없이 펼쳐졌고 굵직한 흑신뢰가 잔뜩 화가 난 용처럼 포효하여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검은색 뇌해에 들어간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무서웠다. 뇌해의 검은색이 꼭 모든 물체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북명 선배, 수련은 어떻게 진행할 건가요?”
목진은 뇌해에서 떨어지는 뇌하를 바라보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뇌신체는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느냐?”
북명룡곤이 반들반들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이문 뇌체요.”
“나쁘진 않군. 그러나 남은 시간 내에 너는 사문 뇌체에 이르러야 한다.”
북명룡곤의 말에 목진은 화들짝 놀랐다. 단체 신결 자체가 수련하기 어려운데 그중 순위가 앞쪽에 있는 뇌신체는 더하였다. 목진은 이문 뇌체에 이르기 위해 겪은 일들을 떠올리고는 눈앞이 아찔했다.
“앞으로 넌 저 안에 들어가 수련하거라. 뛰쳐나오면 절대 안 된다.”
북명룡곤이 메마른 손으로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검은색 뇌해였다.
“그리고 흑신뢰독으로 네 영력 파동을 감추지 말거라.”
목진은 뇌해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지난번 흑신뢰독으로 파동을 가리지 않았다면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못 하게 하다니, 그럼 흑신뢰는 목진이 뇌해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미친 듯이 공격할 것이다.
목진이 아무리 그때보다 실력이 늘었다고 해도 무서운 흑신뢰를 상대할 만큼은 아니었다. 또한, 북명룡곤마저 상대하기 버거워하는 뇌령까지 있는데 그 녀석이 눈치채고 공격하면 목진은 순간 잿더미가 될 것이다.
“뇌해에는 흑신뢰의 힘이 가득해 뇌신체를 수련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란다. 또한, 흑신뢰에도 강력한 힘이 들어있어 네가 이를 견뎌내기만 하면 수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북창문에 들어간 것 못지않은 효과를 볼 것이다.”
북명룡곤이 조곤조곤하게 말을 이어갔다.
“네가 두렵다고 하면 다른 방법으로 수련해야겠지만 그리되면 반년이 흘러 수련을 마친 심창생 등 보다 실력이 훨씬 뒤처질 것이다.”
북명룡곤의 자극적인 발언에 목진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시작하죠.”
“그래야지.”
북명룡곤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뇌령은 이미 봉인하였으니 네가 아무리 난동을 부려도 괜찮을 것이다. 너만 버틸 수 있다면 말이지.”
잇따라 북명룡곤이 주먹을 쥐자 검은색 뇌광이 모여 뇌광이 요동치는 검은색 옥책(玉簡)이 나타났는데 이를 건네받은 목진은 어리둥절하여 물건을 살폈다.
“어뢰술(馭雷術)이라…….”
뇌광으로 새겨진 세 글자에 목진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이건 공격 신결인가요?”
“신결이라니?”
북명룡곤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이는 신결이 아니라 신술이란다!”
“신술이요?”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신술은 신결보다 더 오묘하고 대단한 방법으로 천지간의 각종 힘을 빌려 지극히 무서운 힘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신술은 구하기도, 수련하기도 너무 어려워 지존급 강자들마저도 탐내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런 물건을 북명룡곤한테서 건네받으니 너무 놀라웠다.
“신술은 보통 지존급 강자라야 취급할 수 있는데 어뢰술은 네가 수련한 뇌신체와 비슷한 점이 있어 그 진정한 의미를 깨우칠 수만 있다면 분명 수련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적을 상대할 때,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실린 벼락을 소환해 상대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단다.”
“벼락을 소환한다고요?”
북명룡곤의 말에 목진은 신술은 역시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일부 신결도 벼락을 만들어 공격을 개시할 수 있지만, 그것은 진정한 벼락이 아니라 영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러나 목진 수중의 신술은 진정한 벼락을 다룰 수 있는 엄청난 물건이었다.
“신술의 수련은 신결보다 더 어렵지만 결국 너한테 달렸으니 잘 연구해 보거라.”
북명룡곤은 이에 관해 도움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목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뢰술을 거두고 검은색 뇌해를 보며 숨을 깊게 들이켰다.
목진은 특훈을 받기로 한 이상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강력한 힘을 얻으려면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얻는 힘은 미덥지 않아 아무리 위험해도 노력해서 얻는 편이 더 좋았다.
“버티지 못할 것 같으면 뇌신련을 소환하거라. 그 물건이 너를 지켜줄 거다.”
북명룡곤의 말에 목진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바로 하늘 높이 날아올라 웅장한 영력으로 몸을 휘감고 뇌광을 번쩍이며 뇌해에 뛰어들었다. 무서운 뇌해를 상대하려면 신중해야 했다.
쿵!
목진의 파동을 읽은 뇌해에 뇌명이 들리더니 소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목진의 옷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고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지만 뇌신체가 이문 뇌체에 이른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이 정도는 육신만으로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진정 무서운 흑신뢰는 뇌해 속에 들어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목진은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
목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뇌해에 접근하고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뛰어들었다.
흑신뢰독으로 파동을 감췄던 그 날과는 달랐다. 뇌해에 들어서자 목진은 미친 듯이 몰려오는 난폭한 벼락의 힘을 느꼈다. 그는 그제야 뇌해에 깃든 진정한 힘을 실감했다.
목진은 부단히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벼락의 힘을 견디며 수십만 장 정도 되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웅장한 영력으로 자그마한 진공 구역을 만들었다.
그는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위에 요동치는 흑신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만 시작해볼까?”
자신이 북창문에 들어갈 수 없는 이상,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여 수련하리라 마음먹었다.
앞으로 남은 반년은 북창령원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다른 학원에서 최정예들의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기에 마형천을 죽였다고 자만하다가는 큰 망신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이에 목진이 숨을 고르고 흑신뢰를 바라보며 외쳤다.
“네가 무섭다고 해봐야 나를 이길까!”
쿵!
목진의 체내에서 갑자기 웅장한 영력이 폭발하자 굵직한 흑신뢰가 뇌해를 가르며 자기 구역을 침범한 이방인한테 공격을 개시했다.
쿵!
무서운 뇌명과 함께 백 장 정도의 흑신뢰가 이글거리며 날아와 목진을 공격하자 뇌장이 폭발하였고 소년도 수천 장 정도 튕겨 나갔다. 뇌호가 몸 표면에서 미친 듯이 요동쳤다.
목진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지며 피를 토하였고 엄청난 고통에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뼈마저 부서질 것만 같았다.
흑신뢰는 역시 무서웠다.
목진의 뇌신체가 이문 뇌체에 이르고 흑신뢰에 어느 정도 적응하지 않았다면 이는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목진이 입가의 피를 닦아내기 바쁘게 다시 뇌명이 들려오며 또 하나의 거대한 흑신뢰가 소년을 때렸다.
퍽!
다시 튕겨 나간 목진은 전보다 더 많이 피를 토했다.
그는 뇌해 속 흑신뢰가 쉼 없이 공격을 개시하여 숨쉬기조차 어려웠고 어느덧 피부가 까맣게 그을렸으며 그 속에서 피까지 스며져 나왔다. 목진의 체내는 흑신뢰의 공격으로 엉망이 되었다.
목진은 이제야 특훈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했는데, 흑신뢰에 맞을 때마다 생지옥을 경험하였다.
이렇게 목진은 끝없는 흑신뢰의 공격에 눈이 점차 상기되었고 숨쉬기 어려워졌지만 더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목진의 실력이 빠르게 늘어난 것만 봤지 이를 해내기 위해 소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는지는 모른다. 그는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실력자를 상대하며 생사를 오갔고 그러면서 실력을 키운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분명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입가의 피를 닦고 멀리서부터 날아오는 엄청난 흑신뢰를 보고는 포효하며 이에 맞섰다.
퍽!
엄청난 소리와 함께 뇌장이 사방에 튀었고 목진도 멀리 튕겨 나갔다.
한편, 북명룡곤은 뒷짐을 쥔 채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가는 소년을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 목진은 여태껏 18갈래의 흑신뢰를 견뎠는데 이는 육신난을 건넌 사람도 견디기 힘든 강도였다.
그는 목진이 북창령원에서 이름을 날릴만했단 생각이 들었다.
“미친 녀석, 이러다 특훈을 마치기도 전에 목숨부터 잃겠네.”
목진이 흑신뢰 다섯 갈래를 더 받은 것을 보던 북명룡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러다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순식간에 소년한테 다가가 흑신뢰를 물리치며 말을 건넸다.
“첫 시도에 20갈래도 넘는 흑신뢰를 견뎌내다니, 상당히 좋은 성적이다. 일단 뇌신련을 소환해 몸을 좀 추스르고 수련을 계속하거라. 그리고 이 수련은 흑신뢰의 공격을 견뎌내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육신이 계속 강해지는 느낌을 찾아야 비로소 수련에 도움이 될 것이다.”
목진은 온몸의 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고 체내의 근육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지만 씨익 웃었다. 그는 겨우 손을 들어 뇌신련을 소환해 가까스로 자리를 잡고 앉아 상처를 치유했다.
치칙.
검은색 뇌호가 목진의 피부 표면에서 이글거리더니 흑신뢰의 힘이 부단히 체내에 스며들어 손상된 육신을 단련해주었다.
고통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만 근육과 뼈와 피가 뜨거워지며 힘이 늘어난 것이 느껴졌다. 흑신뢰의 미친 공격이 가져다준 것은 고통뿐이 아니었다.
이렇게 목진의 육신은 아주 미세하게나마 강해졌다.
진정한 수련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반 시진이 지나 목진이 다시 눈을 뜨자 까맣게 그을렸던 곳이 벗겨져 하얀색을 띠었는데 그 속에는 아주 무서운 힘이 깃들어있었다.
목진은 육신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는 비틀거리며 다시 흑신뢰를 맞으러 갔다.
“너무 다그치는 것 아니냐? 네 어머니의 도움이 있었으면 넌 이미 지존경에 이르렀을 거야.”
“어머니께서는 엄청난 실력자지만 아버지께서는 더없이 평범하죠.”
북명룡곤이 인상을 찌푸리며 한 말에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그렇군. 그럼 네 어머니의 신분이 너한테 엄청난 화를 부르겠구나.”
북명룡곤이 흠칫하더니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종족 특성상 반드시 목진을 죽이려 들 것이기에 아이의 곁을 떠난 것이다.
“언젠가 꼭 어머니를 찾아 집에 모시고 갈 거예요. 아버지와 그리 약속했거든요.”
목진의 말에 북명룡곤은 불가능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 어머니도 못 해낸 일을 네가 어찌…….”
이에 목진은 고개를 들어 검은색 뇌해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럼 제가 어머니보다 더 강한 사람이 돼야죠. 우리 사이의 장애물을 손쉽게 없앨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요.”
목진이 두 손을 벌려 호탕하게 웃으며 다시 흑신뢰를 맞으러 가자 북명룡곤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녀석의 포부가 엄청나긴 하지만 그 종족은 절대 상대하기 쉬운 이들이 아니었다. 그러니 소년의 미래를 장담할 사람 또한 없었다.
* * *
이곳 천지의 영기는 무서울 정도로 그윽하여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산을 제외하고 식물은 전부 단단하지만 왜소하였다. 그리고 공기는 외부보다 백 배 정도는 더 무거웠다.
그러나 그 속을 걷고 있는 이들은 전부 이를 악물고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다. 이곳에 들어온 뒤로 엄청난 위압감에 영력을 끌어올리는 것조차 힘들어 움직일 때마다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
무서운 위압감 때문에 몸이 천만 근이었다.
“이곳이 정녕 북창문이란 말인가? 이렇게 괴롭다니,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군!”
조청삼이 창백해진 얼굴을 하고 휘청거리며 중얼거렸다. 땀으로 옷은 흥건하게 젖었고 온몸이 욱신거렸으며 눈앞이 핑 도는 것이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여태껏 습격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 앞에서 걷고 있는 심창생과 이현통 등도 땀범벅이 되었고 입이 바짝 말랐다. 북창문에 들어온 뒤로 이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다. 생기 하나 없는 이곳에서 동행자가 없었더라면 아무도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