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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89화 (288/1,000)

289화. 재돌파

백색 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작아지며 밝아졌고 어느덧 이를 조종할 수 있게 된 목진은 그 백색 영력이 더는 작아질 수 없을 것 같을 때를 노려 기합을 넣었다.

“뭉쳐!”

이에 목진의 체내에 백광이 발했고 어느덧 백광이 사라진 곳에 미세한 백색 광점 한 점이 나타났다.

음종을 만들어야지만 대부도결의 음과 양 두권을 융합해 음, 양이 어우러진 영력을 수련할 수 있었다.

그때 기해에 앉아있던 신백이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하얀색 광점이 경맥을 타고 기해 속 신백의 손에 들어갔다.

후우.

신백이 백기를 내뿜으며 음권 인법으로 결인하자 목진의 체내에 순식간에 강력한 흡인력이 폭발해 주위에 그윽하던 영무가 영력 기둥이 되어 부단히 체내로 들어갔고, 이어 소년은 은은한 백광을 내뿜었다.

그 속에서 목진의 영력과 전혀 다른 파동이 느껴졌다.

목진의 체내에 들어간 영력은 경맥을 따라 흐르며 순식간에 하얀색 영력으로 변해 신백의 손에 있는 하얀색 음종으로 들어갔다.

목진 체내의 두 가지 영력을 융합하려면 양자의 양과 깃들어있는 영력이 비슷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하얀색 영력은 전부 어두운 영력에 먹힐 것이다.

완벽한 융합을 위해서는 일단 음종을 키워야 했다.

그것은 비록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다행히 목진에게는 아직 3개월이란 시간이 남아있었다. 열심히 영기를 흡수하면 음종을 키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때, 바깥쪽에서 탐욕스럽게 천지의 영기를 흡수하는 목진을 바라보던 영계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음종을 만들어낸 목진이 8급 취영진의 힘을 빌린다면 그것을 키우는 것은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대부도결을 수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영계는 목진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영계가 허공에 날아오르자 갑자기 주위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태창 원장과 촉천 장로 등 5대 장로가 나타났다.

“영계 장로, 여기 네가 원하는 물건이란다.”

태창 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여러 갈래의 빛줄기가 영계에게 향했는데 그 속에 바둑판, 거북의 껍질 등 괴이한 물건이 들어있었다. 특수한 영기처럼 보였는데 전부 공격을 목적으로 하는 영기는 아니었다.

영계가 영기를 하나씩 확인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원장님. 그런데 장로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이에 촉천 장로 등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어리둥절한 얼굴로 영계한테 고개를 돌렸다. 영계가 먼저 도움을 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목진 때문이냐?”

태창 원장이 미소를 지은 채 엄청난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은 소년을 가리키며 묻자 영계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지금 공법 수련 중인데 장로들의 힘을 빌려 영진을 치려고 해요. 일단 성공하면 누군가에게 들킬 수 있어서 그쪽에서 눈치챌 수 없도록 목진의 영력 파동을 막아야 해요.”

영계의 말에 태창 원장 등은 흠칫 놀랐다. 도대체 누가 공법 수련에 성공한 것만으로 목진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정 이모께서 부탁한 일이라 꼭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영계가 진지하게 말하자 태창 원장 등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의 어머니와 만난 그날, 그녀가 주었던 충격이 엄청났기에 그녀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었다.

“걱정 말거라. 목진은 북창령원의 학생이니 우리가 힘이 닿는 대로 돕겠다.”

태창 원장은 더는 캐묻지 않았다. 목진의 어머니는 분명 출신이 범상치 않아 보였는데 그 내막을 아는 것이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고마워요, 여러분.”

영계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올렸다.

목진이 있는 깊은 산속에는 천지의 영기가 너무 짙어 영무가 그윽하게 피어올라 주위의 산마저 흐릿하게 보였다.

그런데 산봉우리 위쪽의 거대한 소용돌이만큼은 훤히 잘 보였다. 수백 장의 소용돌이가 주위의 천지의 영기를 미친 듯이 흡수해 그 아래쪽에 자리 잡고 앉아있는 목진의 체내에 스며들었다.

목진은 한 달 동안 가만히 앉아 영력을 흡수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에 사람들은 역시 북창령원의 최강자는 수련하는 것도 엄청나다며 이내 혀를 내둘렀다.

그때 영계가 가볍게 주먹을 쥐자 수중에 손바닥만 한 검은색 바둑판이 나타났다. 표면에 오묘한 무늬가 새겨진 물건은 특수한 파동을 발산했다.

잇따라 영계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보통 사람한테는 평범한 하늘로 보였지만 소녀가 바라보는 것은 복잡한 광선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영진이었다.

이것이 바로 영계가 한 달 동안 공들여 친 영진이었다.

영계 역시 한 달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영진을 치느라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이대로 멈출 수는 없었다. 목진이 완전한 대부도결을 수련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정 이모의 말에 따르면 대부도결은 그 종족의 기초 법결로 양권만 수련하면 괜찮지만 목진이 음권까지 접해 완전한 대부도결을 수련하는 데까지 성공하면 그 종족의 막강한 존재에게 들킬 수도 있다.

영계는 기억이 봉인되어 있음에도 그 종족이 얼마나 무서운 종족인지 느껴졌다. 그것은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우러러 나오는 공포감으로 정 이모 같은 실력자도 목진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니 그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에 영계는 자신의 미천한 실력으로 그 종족으로부터 목진을 지켜낼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제아무리 무서운 존재라도 엄청난 거리를 두고 영진으로 영력 파동까지 막은 목진의 존재를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모, 걱정 마요. 목진은 제가 지켜요.”

영계가 의지를 확고히 다지며 중얼거렸다.

* * *

어느덧 두 달이 지났지만, 목진은 계속해서 천지의 영기를 흡수하기만 했고 산봉우리는 엄청난 영력에 휩싸여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목진 체내의 영력이 두 달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음은 확실했다.

한편, 멀지 않은 곳에서 눈을 감고 앉아있던 영계는 산봉우리의 웅장한 영력에 변화가 생긴 것을 알아채고 눈을 번쩍 떴다.

“드디어 음양이 융합하려는 건가?”

영계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봉인할 준비를 했다.

그때 목진 체내의 신백의 손에 쥐어진 음종은 어느덧 주먹만 해져 영롱한 빛을 발하는 진주 같았는데, 그 속에는 웅장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이는 목진이 두 달을 공들여 이룬 성과였다.

“이젠 되었겠지?”

목진이 중얼거리자 신백이 입을 쩍 벌리고 진주알 같은 음종을 꿀꺽 삼켰다.

위잉.

순간, 목진의 체내에서 동시에 백광과 흑광을 발산했는데 신백마저도 흑과 백 두 가지의 색을 띠기 시작해 무척 괴이해 보였다.

신백이 내뿜는 웅장한 영력이 목진의 체내에 퍼지자 소년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머리 쪽에서 영광 기둥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흑과 백 두 가지 색을 띤 신백도 함께 날아올라 천지의 웅장한 영무를 흡수하였다.

어느덧 신백이 허공에 내려앉아 자신을 감싸 안았는데 흑과 백 두 가지 빛이 손바닥에 빠르게 모이며 신기한 파동이 일었고, 아래쪽에 있는 목진의 몸 깊숙한 곳에서 광점이 나타나 서로 연결되더니 탑을 이뤘다.

탕!

상고의 종소리가 목진의 체내에 울려 퍼지고 뒤쪽에 광권이 일며 수백 장 크기의 검은색 광탑이 나타났다.

이는 이전의 부도탑과 거의 비슷했는데 탑 외벽에 새겨진 오래된 금룡의 무늬에서 황금빛 화염이 미세하게 보였다. 그것은 아주 미약했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이를 지켜보던 태창 원장 등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목진의 어머니가 황룡지존을 죽였을 때 똑같은 흑탑을 소환했는데 그 속에 깃든 황금색 화염이 그 지존 법신과 육신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황금색 화염은 아주 무서운 존재였다.

비록 목진이 소환한 흑탑의 화염은 아주 미세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무척 놀라웠다.

“태창 원장님!”

목진 뒤쪽의 부도탑을 발견한 영계가 바로 정색하며 태창 원장을 불렀다.

이에 태창 원장 등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검은색 광막이 신속하게 퍼져 주위 수천 장을 감쌌다.

그렇게 어둠이 깃든 이곳은 철저히 외부와의 연결이 끊어졌다.

그때 영계가 정색하며 손을 휘두르자 검은색 바둑판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목진이 앉아있는 산봉우리를 막았는데, 순간 사라진 것처럼 아무런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꼭 목진이 대천세계에서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와 동시에 목진도 눈을 뜨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는데 음양의 조화를 이룬 신백이 다시 머릿속으로 들어가 기해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지극히 웅장한 영력이 체내에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졌다.

영력은 흑과 백이 섞여 음양이 조화를 이루며 존재하듯 신기해 보였고, 목진의 이전 영력보다 훨씬 강력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에 목진이 두 손을 벌려 고함을 지르자 체내의 영력 파동이 조금씩 강해져 통천경 중기, 통천경 후기마저 넘어 통천경 후기의 정상에 도달했다!

이에 목진은 화색이 되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육신난을 건널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 것이다.

그는 이번 수련을 통해 통천경 후기를 넘고 삼천 지경의 정상에 오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체내에 들끓는 웅장한 영력을 확인한 목진은 만족해하며 씨익 웃었다. 완전한 대부도결의 힘은 엄청났다. 목진은 두 달 사이에 곧바로 통천경 후기의 정상에 올랐다.

목진은 현재 조금만 노력하면 육신난을 건널 수 있을 것이고 육신난을 건너면 진정한 지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지존경에 이르러야 대천세계에서 진정한 강자라 불릴 수 있었다!

목진은 언젠가 지존경에 이르면 지존 법신을 수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흐뭇하게 웃었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서 얻은 대일불멸신의 수련방법을 확실하게 기억한 목진은 99가지 지존 법신 중에는 없지만 대일불멸신의 위력이 다른 지존 법신에 비해 약하지 않을 것을 확신했다.

대일불멸신을 익혀야 만고불후신을 수련할 수 있는데 후자는 천지존이라도 탐낼만한 엄청난 물건이었다.

그는 자신이 언젠가 만고불후신을 수련하면 얼마만큼 강해질지 정말 기대가 되었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어머니를 구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목진은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것은 지존경에 이르러 다시 생각해도 될 문제였다.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가 위쪽에 생긴 검은색 광막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속에서 이상한 파동이 느껴졌는데 외부와의 연결이 모두 끊어지고 이곳에 갇힌 것 같았다.

다만, 북창령원 내부에서 자신을 해칠 사람이 없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목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위잉.

그때 검은색 광막이 빠르게 사라지며 따스한 햇볕이 드리웠고 검은색 바둑판도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아름다운 소녀의 손에 들어갔다.

한편, 영계는 목진이 무사한 것을 보자 그제야 시름을 놓은 듯 숨을 내뱉었다.

“영계 누이, 뭘 하는 거예요?”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영계를 발견한 목진은 바로 달려가 물었다.

“대부도결 수련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았어? 내가 이 공간을 격리하지 않았다면 넌 벌써 이모의 종족 사람들한테 들켰을 거야.”

영계가 투덜대자 목진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 채 수련에만 집중했는데 그동안 영계가 적잖게 고생한 듯했다.

“고마워요, 영계 누이.”

“이모께서 부탁하신 일인 데다 나도 널 지켜내겠다고 다짐했으니 그냥 두고 볼 수야 없지.”

영계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하고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태창 원장 등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 태창 원장과 장로들이 없었다면 나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했을 거야.”

그 말에 목진은 태창 원장 등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원장님과 장로들께 폐가 되진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북창령원의 명예를 위해 싸울 전사인데 최선을 다해 도와야지.”

태창 원장은 목진의 성과에 만족한 듯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의 실력을 알아본 그는 목진이 육신난을 건넌 사람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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