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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90화 (289/1,000)

290화. 한가한 소년

“낙리와 심창생 등은 아직도 북창문에 있나요?”

목진이 북창령원의 가장 깊숙한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들도 북창문에 들어간 지 곧 반년이 된다. 그는 그들이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도 궁금했고 낙리도 너무 보고 싶었다.

“그렇단다.”

태창 원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북창문은 우리가 늘 지켜보고 있으니 별 탈 없을 거다. 그리고 반년 동안 그들의 실력도 일취월장했으니 조심해야 할 거야. 심창생 등이 북창문에서 나오자마자 너와 대결하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이에 목진은 씨익 웃었다.

그는 3개월 동안은 뇌신체 수련에만 집중하고 마지막 2개월은 영력 수련에만 몰두했는데 대부도결 덕분에 적잖은 성과를 따냈다. 그러나 북창문에 들어간 이들이 자신보다 더 큰 성과를 이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는 삼난을 건넌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창생 등이 아무리 진보가 빨라도 목진은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고, 영력난을 건넌 사람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만약 반년 전에 목진이 이 정도 실력이었다면 마형천을 상대할 때, 절대 구유작의 불사화의 힘을 빌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푹 쉬거라. 학원 대회까지 보름도 안 남았구나. 그리고 곧 신생이 들어올 테니 너희도 이젠 노참이구나.”

태창 원장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신생이라…….”

목진이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돌이켜보면 그가 북창령원에 들어온 뒤로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실력이 이 정도까지 오르게 될 줄 전혀 몰랐다.

태창 원장 등은 목진과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자리를 떴다.

“영계 누이, 일단 돌아가 쉬세요. 너무 고생이 많았어요.”

태창 원장 등이 떠나자 목진은 고개를 돌려 영계를 바라보며 히쭉 웃었다. 이에 영계는 기지개를 켜더니 목진을 힐끗 보며 물었다.

“수련이 끝났으니 나 같은 건 필요 없어졌다는 건가?”

“그럴 리가요. 남은 시간은 누이와 함께할 거예요.”

목진이 고개를 긁적이며 답하자 영계는 그제야 방긋 웃으며 집으로 향했고, 목진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길게 숨을 내뱉었다. 이제 수련도 마쳤으니 곧 열릴 학원 대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 * *

실력이 폭등한 목진은 남은 며칠을 마음껏 즐겼다. 무턱대고 수련에 몰두한다고 좋은 일이 아니었기에 영계의 집과 신생 구역을 오가며 한가한 일상을 누렸다.

어느 날, 목진은 대나무집 앞에 앉아 영계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소녀의 검은색 장발이 미풍에 가볍게 움직이며 치마 사이로 작고 정교한 발이 은은하게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한껏 경계하던 영계가 목진 앞에서는 전혀 거리낌 없었다. 이에 목진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소녀를 바라봤다.

그제야 목진의 눈빛이 느껴진 영계는 얼굴이 불긋해져 발을 감추고 소년을 노려보고는 이내 정색하며 물었다.

“영진 수련은 어떻게 됐어?”

그 말에 목진은 화들짝 놀랐다.

반년 동안 뇌신체와 영력 수련에만 집중하느라 영진을 소홀히 한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묻는 영계가 괜히 얄미웠다.

“글쎄요, 심안 상태를 소환하면 5급 영진을 칠 수 있으니까 5급 영진사 정도 되지 않을까요?”

목진이 어색하게 답했다.

반년 동안 영진을 연구할 시간이 없어 별다른 진보가 없었는데 영계가 갑자기 영진에 관해 묻자 무안해진 것이다. 게다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영계의 실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에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어머니의 가르침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목진이 이룬 성과도 평범하진 않았지만 영계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5급 영진사라고?”

영계가 피식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영진 대가에 이르지 못한 영진사의 등급은 전혀 중요하지 않단다. 천지존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 하여 영진 대가가 되어야만 진정한 영진사라고 말할 수 있어. 그리고 정 이모는 영진으로만 말하면 대종사 급인데 그 아들인 네가 영진 수련이 이 정도면 될까?”

영계의 말에 목진은 괜히 시무룩해졌다.

“그럼 영진 대종사는 어느 단계와 비슷한가요?”

영계가 목진을 힐끗 보더니 생긋 웃으며 답했다.

“영진을 제대로 모르는구나. 사람들은 보통 영진사를 1부터 9급으로 나누는데 6급부터 영진 대가라고 불러. 이는 또 천, 지, 인 삼품으로 나뉘며 또 각각 3개 등급으로 나눠 총 9개의 등급으로 9급 지존에 맞먹지. 또한, 대가 다음이 종사로 지지존과 비슷하고 그 위가 대종사야.”

“그럼 어머니는 천지존이나 마찬가지네요?”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영계를 바라봤다. 어머니께서 영체만으로도 황룡지존을 죽이고 흑룡지존과 무량노조를 쫓아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역시나 놀라웠다.

천지존은 대천세계에서 한 지역의 패주가 되고도 남는 실력으로 오래된 종족에서도 깍듯이 대했다. 천지존을 뒷배로 두면 대천세계에서 두려울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평범한 실력 때문에 목진은 자신이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내가 천지존에 이르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버지가 정말 대단한걸.”

목진인 탄복하듯 중얼거렸다. 아무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내가 천지존인 아내를 맞이했다는 걸 믿기 어려울 것이다. 목진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못 궁금했다. 아버지께서는 어떻게 어머니 같은 사람과 연을 맺게 되었을까.

영계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녀한테 목진의 어머니는 너무 완벽해 눈이 높을 줄 알았는데 그 남편은 평범하기 짝이 없으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영계 누이는 몇 급 영진 대가인가요?”

목진의 물음에 영계가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

“난 아마 인품 고급으로 실력은 3급 지존과 비슷할 거야.”

“3급 지존이라…….”

3급 지존은 촉천 장로나 천석 장로보다 실력이 월등하고 북창대륙에 놓고 봐도 실력이 좋은 세력의 우두머리와 비슷했다. 목진은 어머니의 가르침도 큰 몫을 했겠지만 영계의 천부적 재능도 엄청날 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난 영력 수련에 재능이 없어 이제 신백난을 건넜을 뿐, 진정한 지존경에 이른 건 아니야.”

영계가 목진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누구나 너처럼 영력과 영진에 대한 천부적 재능이 전부 뛰어나긴 어려워.”

영계는 목진과 지내면서 그가 영력 수련에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처럼 영진에 대한 재능도 엄청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타인의 도움 없이 이 정도의 실력을 이뤄낸 것이다.

이에 목진은 히쭉 웃었다. 자신이 영력 수련에서는 영계보다 낫다는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정 이모께서 영진에 대한 조예가 남다르시다는 걸 알면 더 열심히 수련해야지? 적어도 종사급은 되어야 이모의 체면이 서지 않을까?”

영계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하자 으쓱하던 목진은 순간 머쓱해 코를 쓰윽 만졌다. 엄청난 실력자인 어머니가 있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종사급 영진사가 되려면 천부적 재능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 천재는 많지만 해당 등급에 이르는 사람은 몇 명 없었기 때문이다.

목진이 다시 겸손해지자 영계는 만족한듯 웃으며 차를 마셨다. 그러다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고 북창령원 외곽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 북창령원이 왜 이렇게 소란스러울까?”

“오늘 신생이 들어오는 날이에요.”

목진이 기지개를 켜며 답했다. 신생이 오는 날이면 북창령원 전체가 떠들썩해졌는데 바로 이전 기 학생들의 기분이 가장 좋았다. 이제 그들은 더는 신생이 아니었고, 아래로 후배를 두게 되었으니 말이다.

영계는 그제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가롭게 차를 마셨다.

* * *

북창령원의 외곽이 사람으로 가득 차 엄청 시끄러웠다.

수많은 신생이 갖은 고생 끝에 시험을 통과해 비로소 꿈에도 그리던 북창령원에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젠가 충분히 강해져 고향에 돌아가기만을 바랐다.

그중 7명으로 된 한 무리가 쭈뼛거리며 주위를 훑었다. 원래 있던 령원에서는 정예에 속했는데 이곳에서는 더없이 평범했기에 스스로가 너무 볼품없이 여겨졌다. 게다가 신생 중에는 신백경에 다다른 사람도 있었는데 그들의 아버지와 실력이 비슷했다.

“이곳이 바로 북창령원이구나. 역시 오대원 중 하나라 그런지 대단해. 우리 북령원보다 훨씬 좋아.”

상큼하게 생긴 소녀가 주위를 훑더니 옆에 서 있는 소년한테 속삭였다.

“청산 오라버니, 북령원의 전 기 학생 중 실력이 제일이라는 목진 선배도 이곳 북창령원에 있다고 했는데 명성이 어떤지 모르겠네요. 그는 북령원 역사상 가장 훌륭한 학생이라고 들었어요.”

“우희(雨曦)야,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내 형님인 유모백(柳慕白)도 아주 뛰어나거든. 그리고 그는 무려 성령원에서 수련 중이야.”

옆에 서 있던 우람한 몸매의 소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유양(柳陽), 지금 와서 그런 걸 논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는 북창령원에서 한없이 평범한데 똘똘 뭉치지 않으면 괴롭힘당하는 건 시간 문제야.”

담청산(譚青山)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유양은 칭얼대다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북령원에서 우수한 편에 속했던 그는 자신만만하게 북창령원에 왔다가 다른 학생들의 엄청난 실력에 금세 주눅이 들었다.

“그런데 올해 북창령원에서 왜 이렇게나 많은 북령원 학생들을 뽑았을까? 시험까지 면제하다니 너무 이상해.”

유양이 어리둥절해서 한 말에 다른 북령원 동기들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기수까지만 해도 북령원의 학생은 기껏해야 한 명 뽑았는데 이번에는 10명 가까이 되었고 시험까지 면제하였으니 이런 횡재도 없었다.

“야, 거기…….”

그때 앞쪽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어보니 청년 여러 명이 히쭉거리면서 걸어왔다. 그들은 다름 아닌 노참들이었다. 담청산 등은 이들한테서 무서운 영력 위압감을 받고 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우리가 이 구역의 신생을 책임지게 되었는데…….”

노참 중 한 명이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요문에서 외문 회원을 뽑고 있으니까 너희는 앞으로 요문 사람이야. 특별한 요구는 없고 달마다 일정량의 영치를 내면 돼. 그럼 앞으로 너희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거든 우리 이름을 대면 금방 해결될 거야. 알겠지?”

영치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유양 등은 그들이 말하는 것이 절대 좋은 일은 아닐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선배님들, 일단 북창령원에 대해 알아본 뒤 요문에 들지 말지 결정하면 안 될까요?”

담청산이 용기 내어 말하자 상대방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왜, 요문이 우스워?”

이에 담청산은 무서워 식은땀이 주르륵 흘렸는데 옆에 있던 우희가 대신 나서서 말했다.

“우리 오라버니도 북창령원에 있는데 당신이 우리를 괴롭히는 꼴을 좌시할 것 같아요?”

소녀의 말에 요문 회원들은 배를 끌어안고 낄낄거렸는데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했다. 청년은 융천경에 이른 실력자로 신생들이 덤볐다가는 큰코다칠 것이 뻔했고 노참이 신생을 괴롭히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라 다들 그러려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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