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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92화 (291/1,000)

292화. 옛친구 상봉

쿵!

목진의 체내에서 전해진 뇌명이 주위에 울려 퍼지자 그 육신은 어두운 뇌광으로 둘러싸였고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한 힘이 몸 전체로 퍼졌다.

이는 목진이 뇌신체를 사문 뇌체까지 수련한 뒤 처음 선보이는 것이었는데 그 힘은 이곳 천지를 부수고도 남을 만큼 강했다.

목진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뇌신체를 소환해 주먹을 휘둘렀다.

목진의 무서운 권풍에 공간마저 일그러졌고 뇌명도 부단히 주위에 울려 퍼졌다.

퍽!

그러다 두 사람의 주먹이 닿자 순간 정적이 흘렀고 잇따라 난폭하고 웅장한 힘의 충격파가 만 장 크기의 파도처럼 주위에 휘몰아쳐 폭풍을 만들었다.

퍽! 퍽!

목진은 뒤로 8보 물러났고 뒤쪽에 뇌광이 부서지며 뇌명이 울려 퍼졌다.

반면, 심창생은 뒤로 10보 물러났고 뒤쪽의 광인에 균열이 일더니 완전히 폭발해 광점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결을 숨죽여 지켜보았는데 목진이 우세를 차지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뇌신체를 이 정도까지 수련했을 줄은 몰랐군.”

어느새 빨개진 심창생의 손바닥에서 찌릿한 통증이 전해졌다. 이에 심창생이 고개를 들어 목진을 바라보고는 길게 숨을 내뱉고 해탈한 듯 웃었다. 그리고 천방 석비로 눈길을 돌렸다.

“천방 패주의 자리를 너한테 내줄 때가 된 것 같아. 앞으로 네가 우리 북창령원의 천방 패주야!”

사람들은 그제야 심창생이 왜 목진과 싸우려 했는지 눈치챘다. 그것은 북창령원의 제일가는 영예를 내려놓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천방 1위의 자리를 다년간 차지하고 있던 그는 드디어 자신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 물려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목진은 멍하니 심창생을 바라봤다. 그는 천방 1위 자리에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할 때가 아니란 걸 잘 알았다. 심창생은 천방 패주였던 것을 자랑스러워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짓밟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신, 구 패주의 교체를 보고는 이내 환호했다.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진 심창생은 목진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가 북창문에서 낸 결론이 있는데 뭔지 알아?”

목진은 자신을 노려보는 이현통, 학요, 서황, 조청삼 등을 보자 괜히 불안해졌다.

“만약 심창생이 너와의 싸움에서 패배하면 우리가 너를 혼내주겠다고 했어!”

이현통이 말을 마치고 주먹을 쥐어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자 학요, 서황 등도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갑자기 목진한테 달려왔다.

“이 나쁜 놈들아!”

목진은 순간 사색이 되어 도망치려고 하였다.

슉!

그때 낙리가 이현통 등의 뒤쪽에서 날아와 목진 앞을 막아서더니 방긋 웃으며 수중의 장검으로 이현통 등을 겨눴다.

“낙리야, 이러면 안 되지.”

학요, 서황 등이 뾰로통하여 말했다.

“약속했잖아!”

불만 가득한 상대방의 표정에 낙리는 생긋 웃으며 뒤로 물러나 목진 옆에 섰다.

“내가 어떻게 목진한테 그래…….”

이에 북창령원에 순간 질투로 가득 찬 사내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오늘 있었던 일은 그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술수 따위는 없는 인간미 넘치는 북창령원에서는 잠시 분쟁이 있어도 바로 화해하고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들 이곳을 지키려고 애쓰는 것이다.

심창생, 이현통, 낙리 등 유명인사가 나타나자 북창령원은 다시 생기를 되찾았고 새로 들어온 신생들과 천방 패주의 교체라는 엄청난 대사에 며칠 동안 그 열기가 계속됐다.

이러한 열기 속에 학생들은 곧 다가올 학원 대회를 기다렸다. 올해, 북창령원의 정예들은 역대급이라 이번 대회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따낼지 자못 궁금했다.

한편, 목진은 담청산 등이 북창령원에 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신생들을 위해 신생 구역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목진 등은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할 곳의 천지의 영기는 신생 구역보다 훨씬 짙었고 이사한 후의 낙신회 본부의 위치도 아주 좋았다.

7급 취영진과 가까워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였지만 딱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 북창령원에서 가장 기세등등한 세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었다.

목진은 새로운 낙신회 수련장에서 담청산 등과 만났다. 그는 고향 친구와의 상봉에 너무 기뻐 활짝 웃으며 달려가 담청산을 꽉 껴안았다.

“청산아, 북창령원에 온 것을 환영한다.”

목진은 문득 2년 전, 아직 북령원의 학생이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오대원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그때의 친구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고 쌓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목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에 조금은 경직되어 있었던 담청산도 긴장을 풀고 목진과 뒤에 서 있는 소녀를 번갈아 바라봤다. 소녀는 다름 아닌 이틀 전, 북창령원 사내들의 마음을 훔친 바로 그 소녀였는데 미소를 지은 채 기쁨에 흠뻑 젖은 목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 형,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북창령원에서 이렇게 잘 나가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어요.”

담청산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북창령원에서 왜 북령원 사람을 그렇게 많이 들였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이건 다 목 형 덕분이에요.”

북령원은 아주 작은 학원이라 북창령원에서 모르는 것이 정상인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분명 목진 덕분이었다.

이에 목진은 히쭉 웃더니 담청산 뒤에 서 있는 유양한테 눈길을 돌렸다.

“너도 북창령원에 왔네?”

유양은 북령원에 있을 때부터 목진과 사이가 안 좋았고 그의 할아버지까지 목진의 손에 죽어 관계를 개선하기가 어려웠다. 비록 그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유양의 가문이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이는 결코 목진의 탓이 아니었다.

그러나 목진은 지난 일을 아직 마음에 품고 있을 만큼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었고 더는 2년 전의 어린 소년도 아니었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절대 북창령원에 올 수 없었어요. 우리 실력이 볼품없잖아요.”

“목 형, 이 아이는 우희에요. 형이 떠난 후 들어온 아이인데 엄청난 천재예요.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우리와 실력이 비슷해졌어요. 그리고 형이 이 아이의 우상이에요.”

목진의 가문과 유양의 가문 사이의 일을 잘 아는 담청산은 곧바로 말을 돌렸다.

“그래?”

목진이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봤다.

“오라버니, 안녕하세요? 우희에요.”

소녀는 목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너무 긴장해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으며 말까지 더듬었다.

북령원에 있을 때부터 목진에 대해 들어왔던 우희는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그가 훨씬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 앞으로 북창령원에서 열심히 수련해. 북령경이 작긴 해도 실력으로는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

목진이 귀여운 듯 우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네, 오라버니. 난 열심히 수련하여 천방 1위가 될 거예요!”

목진의 행동에 더 수줍어진 우희는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목진을 우상으로 삼고 그가 이룬 대로 자신도 전부 이뤄나가기로 다짐했다.

목진이 현재 천방 1위이니 자신도 언젠가 천방 1위가 될 것이다.

이때, 목진이 낙리를 데려와 웃으며 소개했다.

“여기는 낙리라고 해.”

“낙리 누이, 안녕하세요?”

이틀 동안 낙리에 대해 주워들은 담청산 등은 바로 인사를 올렸다. 낙신회란 이름만 봐도 낙리를 위해 설립한 것이 분명했고 목진과의 관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안녕.”

낙리가 담담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낙리 언니, 너무 예뻐요.”

우희가 부러운 듯 낙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귀여운걸.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한테 말해, 알겠지?”

낙리가 우희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이에 담청산은 엄지를 척 내밀며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옆에 저렇게 예쁜 여인을 두다니, 목 형, 대단해요. 그런데 천아 누이의 마음은 썩 좋지 않겠네요.”

“천아는 누구야?”

우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낙리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목진을 쏘아보자 소년은 담청산을 노려보더니 머쓱해 코를 쓰윽 만졌다.

“당천아(唐芊兒) 언니는 목진 오라버니와 함께 자란 친구로 지금은 만봉령원에서 수련하고 있어요.”

우희가 대신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구나…….”

낙리가 목진을 쓰윽 훑으며 말하자 목진은 왠지 기뻤다.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낙리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질투해?”

목진이 히쭉 웃으며 다가가 묻자 자기 때문에 한껏 부풀어 오른 소년의 모습에 낙리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심창생, 이현통 등을 찾아가 너와 대결하라고 해야겠어. 대신 내가 도울 거란 망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목진이 바로 시무룩해지자 낙리는 생긋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바보야, 내가 어찌 너를 그 많은 사람과 싸우게 둘 수 있을까?”

목진은 그들과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낙리한테 우희 등을 맡기고 담청산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아버지는 좀 어때?”

“아저씨는 엄청 대단하세요. 북령경을 통일하셨고 북령맹(北靈盟)을 세워서 구역이 더는 존재하지 않아요. 아저씨는 인제 북령맹의 맹주에요.”

“그래?”

목진이 조금은 놀란 듯 담청산을 바라봤다.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문제가 많은 북령경을 통일했다는 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형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저씨는 융천경에 이르렀고 천아 누이의 아버지와 북령맹을 세웠어요. 유역(柳域)에서 잠시 반항하긴 했지만 결국 포기해서 지금의 북령경은 예전에 비하면 훨씬 강해졌어요.”

이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북령경에서는 융천경의 실력이 최강이었기에 통일을 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비록 연맹에 취약한 점은 있지만 유역만 조심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걱정된 목진은 태창 원장 등과 상의하여 북령경에 그를 보호할 사람을 몇 명 파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청산아, 기회가 되면 내 소식을 북령경에 전해줘.”

목진이 지금껏 이룬 성과를 알면 깜짝 놀랄 것이고 북령대륙에서 목진의 아버지를 건드릴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알겠어요.”

담청산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목진은 소년의 어깨를 다독이며 깊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북령경에 관한 일을 전부 처리하면 곧 학원 대회에 참석할 때가 될 것이다. 목진은 곧 열릴 학원 대회가 자못 기대되었다.

“희현, 이번 학원 대회에서 우리 사이를 정리하자. 지금의 넌 충분히 준비되었겠지? 영로의 피바람이 너한테까지 불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거야.”

* * *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틀 뒤면 학원 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목진, 낙리, 심창생, 이현통 등 천방 10위권에 속한 정예들은 북창령원의 중심에 있는 대전에 모였고, 맨 앞쪽에는 태창 원장, 촉천 장로, 맥유 전주 등 북창령원의 요원들까지 자리하였다. 그 안에는 심지어 영계도 있었다.

이는 북창령원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한편, 태창 원장은 북창령원을 대표해 학원 대회에 참석할 젊은이들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틀만 지나면 학원 대회가 열릴 것이다. 이번 대회가 북창령원에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다들 알고 있겠지?”

이에 심창생 등은 진지한 눈빛으로 태창 원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창령원에서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면 오대원에서 제명될 것이고, 이는 북창령원의 명성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너희는 처음으로 학원 대회에 참석하는 것이니 일단 규칙부터 말해주겠다.”

태창 원장이 주위를 쓰윽 훑더니 말을 이어갔다.

“학원 대회는 조별 단위로 힘을 겨루는데 다섯 명이 한 조로 임무를 수행한단다. 하여 북창령원에서는 너희 10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그중 첫 조 대장은 심창생으로 조원은 이현통, 학요, 소훤과 양린(楊麟)이고 두 번째 조 대장은 목진으로 조원은 낙리, 서황, 조청삼, 모풍양이다.”

이에 목진은 심창생과 서로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눴다.

“북창령원의 최정예를 한 조에 넣고 싶었지만 오대원은 적어도 2개 조를 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단다.”

태창 원장이 시무룩해져 말했다. 북창령원은 오대원에서 실력이 가장 약해 한 조만 파견하고 싶었지만 규칙을 어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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