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화. 순위
어느새 상처를 입은 채 원패의 점수를 잃고 바닥에 철썩 주저앉은 사람이 늘어났다. 이들은 씩씩거리며 주위를 휘젓고 다니는 강자들을 노려봤다.
“이들 중 6개 소조의 실력이 제일 강한데 전부 대형 학원 출신일 거야. 그중 두 소조는 같은 학원 출신이라 함께 다른 소조를 공격하고 있고 6개 소조의 조장의 실력은 통천경 후기보다 강하지만 육신난을 건너지 않은 것으로 보면 육신난을 건너는 데 실패한 것 같아.”
낙리가 아수라장이 된 전장을 지켜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6개 소조의 실력이 제일이었고 그중 두 소조는 처음부터 협력해 다른 네 소조에서 감히 이들을 건드리지 못했다.
서황 등은 잔뜩 흥분해 목진을 바라봤다.
“저들이 이곳에서 최강이라면 우린 저들을 친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면 우린 최강자의 위엄을 보여야지!”
목진이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앞으로 나아가자 사람들은 잔뜩 경계하며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이 나서자 다들 잔뜩 경계하여 그를 바라봤다. 사람들은 가슴팍의 휘장을 보고 바로 오대원 중 하나인 북창령원 출신이란 것을 알아챘다.
비록 북창령원이 학원 대회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오대원 중에서도 순위가 최하위이지만 뛰어난 실력을 지닌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통천경 후기의 실력밖에 안 되는 목진을 경계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그 뒤에 서 있는 여인을 보며 아마 육신난까지 건넜을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첫 번째 싸움은 끝났나 보지?”
목진은 한 차례의 약탈을 거쳐 기세등등해진 사람들을 바라보며 히쭉 웃었다.
“뭘 하려는 거야?”
같은 학원 출신인 두 소조가 한 데 뭉쳐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는데 그들 대장의 실력은 통천경 후기보다 훨씬 강했다.
“왜, 어부지리를 노리려는 건가?”
이에 목진이 씨익 웃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자 두 조장은 흠칫하더니 바로 정색하였다.
“너희가 북창령원 출신이라고 우리가 두려워할 줄 알아? 우리를 모두 이길 자신은 있어? 그러다 양쪽 모두 다치면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한테 점수를 내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야? 그러니까 함부로 나서지 말고 신중하게 결정해!”
두 조장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록 육신난을 건너는 데 실패했지만 통천경 후기를 훨씬 뛰어넘는 실력으로 힘을 합치면 낙리를 상대하는 것쯤은 문제없을 것이다. 나머지 통천경 후기의 실력자는 자신의 조원들한테 맡기면 그만이었다.
그러다 양쪽 모두 다치면 사람들이 바로 달려들 텐데 북창령원에서 그렇게 멍청한 짓은 하지는 않을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이를 지켜보던 다른 네 소조도 이내 콧방귀를 뀌며 목진 등을 바라봤다. 한 차례 벌어진 싸움에서 지켜만 본 것을 눈치챈 이들은 북창령원의 명성 때문에 감히 덤비지는 못했지만 대신 나서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다.
육신난을 건넌 실력자 한 명에 통천경 후기의 실력자 네 명으로 이룬 소조는 이곳에서 최강이었지만 점수를 빼앗으려다 바로 탈락할 수도 있었다.
또한, 목진이 지금 나서는 것은 더없이 멍청한 짓이었다. 이는 모든 사람의 적이 되겠다고 선포하는 거나 마찬가지로 정말 부상이라도 입으면 다들 굶주린 짐승처럼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그때 주위의 시선에 언짢아진 서황 등이 나서려 하자 목진이 막아섰다.
“우리가 그만큼의 실력이 안 될까 봐 걱정되어 한 말이었네?”
목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상대방을 바라봤다.
“너희 따위를 꺾는데 실력 걱정을 할 것까지 있을까?”
“뭐? 죽고 싶어 환장했어?”
두 조장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며 그들은 곧바로 영력을 끌어올렸다.
이에 목진은 씨익 웃으며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는 용 울음소리와 함께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퍽!
잇따라 상대편에서 난폭한 영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자 통천경 중기의 실력자 네 명이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언제 어떻게 상대편에 나타나 공격한 것인지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한방에 통천경 중기의 실력자 네 명이 쓰러트렸다니, 그는 절대 통천경 후기가 아닐 것이라고 여겼다.
“네가 감히!”
그제야 정신을 차린 조장 두 명이 동시에 주먹을 휘둘렀는데 온몸이 금광으로 뒤덮인 듯 번쩍거렸다. 두 사람의 권풍에 공기마저 폭발하였고 지면에는 균열이 일었다.
두 사람도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춰 조장이 되었는지라 육신난을 건넌 사람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은 목진이 통천경 초기에 영력난을 건너다 실패한 마형천을 죽인 사람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난폭한 영력에 목진의 옷이 펄럭이었는데 정작 소년은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나아가 두 팔을 휘둘러 주먹을 날렸다.
쿵!
검은색 뇌호가 번쩍이는 목진의 권풍에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잇따라 네 개의 주먹이 부딪쳐 난폭한 영력 파동이 일었는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 여파에 튕겨 나갔고 두 조장은 금세 사색이 되었다.
두 사람은 바닥에 기다란 흔적을 남기며 수백 장 정도 튕겨 나갔고 윗옷은 상대방의 무서운 힘에 바로 부서졌는데 정작 목진은 끄떡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풉!
피를 토한 두 조장과 현저한 차이를 이룬 목진의 모습에 주위는 순간 정적이 흘렀고 목진 등을 비웃었던 사람들의 안색도 한껏 어두워졌다. 통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소년이 한 방에 자신과 실력이 비슷한 사람을 때려눕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는 육신난을 건넌 사람도 해내기 힘든 일인데 통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소년이 어떻게 해냈단 말인가?
이때, 목진은 천천히 팔을 거두고 옷을 정리하더니 멀리 튕겨 나간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따위가 나를 상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에 두 조장은 입가의 피를 묵묵히 닦아내기만 하였다. 그들은 아직도 목진이 통천경 후기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원패나 내놔.”
목진이 손을 내밀며 말하자 두 조장은 이를 악물며 수중의 원패를 건넸다.
두 사람의 원패의 수를 합치면 100 정도 되었는데 자신의 원패를 소환해 쓰윽 훑자 숫자는 바로 10에서 65가 되었다.
목진은 원패를 내던지고 나머지 네 소조한테 고개를 돌렸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가 너희 점수를 빼앗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똑같은 원패는 하루에 점수를 한 번밖에 깎을 수 없었다. 이는 일종의 보호 조치로 학생들이 바로 탈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목진의 한기 어린 눈빛에 호시탐탐 그들을 노리고 있던 사람들은 씁쓸하게 웃었다. 목진 등이 상대방과 싸워 상처를 입으면 어부지리를 누리려고 했는데 혼자서 자기 소조와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해결한 것을 보고는 바로 생각을 접었다. 여기서 반항해봐야 몸에 멍이 늘기만 할 뿐이었다.
하여 이들은 이를 악물고 수중의 원패를 건넸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최약체들은 괜히 속이 후련했다. 목진 등이 점수를 돌려주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을 괴롭혔던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목진이 여섯 소조의 점수를 빼앗고 나니 점수는 순식간에 440점이 되었는데 서황 등도 원패를 바라보고 히쭉 웃었다.
그 모습에 목진이 웃으며 이곳을 떠나려 했는데 원패에서 갑자기 빛을 발하더니 정보가 떠올랐다. 모풍양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16위까지 정보가 떴어! 이 사람들 미친 거 아니야?”
목진도 바로 원패를 봤는데 그 숫자에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1위, 만봉령원, 대장 온청선, 점수 합계 2,530점.
2위, 성령원, 대장 희현, 점수 합계 2,000점.
3위, 무령원, 대장 무령, 점수 합계 1,800점.
……
6위, 성령원, 대장 조강(曹罡), 점수 합계 1,400점.
……
9위, 황령원(荒靈院), 대장 기경천(紀擎天), 점수 합계 1,000점.
……
16위, 만검령원, 대장 엄수(嚴修), 점수 합계 820점.
* * *
원패에 나타난 숫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목진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자신도 충분히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16위권에마저 들지 못할 줄은 몰랐다.
그러다 그는 2위 쪽에 손길을 멈추며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 대장의 이름을 쏘아봤다.
거대한 암석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원패에서 빛을 발하자 다들 순위를 확인하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들은 100점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16위권은 이미 2천 점도 넘었다.
“다들 미쳤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모풍양이 원패를 확인하더니 잔뜩 놀라 말했다. 그들도 충분히 점수가 높다고 생각했는데 16위권에 들지 못할 줄은 몰랐다.
“이들은 유적 대륙에 도착하자마자 주위에 있는 다른 소조를 전부 쓰러뜨렸을 거야. 그것도 누군가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말이야.”
낙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 말에 목진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규칙에 근거해 두 소조가 싸웠을 때, 패배한 쪽에서 점수의 절반을 내주게 되어있는데 목진 등이 지금 당장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쓰러뜨려도 반의반밖에 얻지 못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직접 나서는 건데…….”
조청삼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다고 해도 16위에 겨우 오를 정도야. 1위인 만봉령원은 2천 점이나 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낸 것인지 모르겠군.”
이에 서황 등도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이토록 엄청난 점수를 따냈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사람들이 전송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쓰러뜨리면 돼.”
낙리가 히쭉 웃으며 한 말에 서황은 잠시 넋이 나갔다. 짧은 시간 내에 전송점 몇 개를 발칵 뒤집어놓는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원 대회에 참석한 사람 중 어느 하나 평범한 사람이 없고 전송점마다 분명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육신난을 건넌 사람도 있을 텐데 만봉령원의 점수를 보면 분명 거리낌 없이 마주친 모든 소조의 점수를 빼앗은 게 분명했다.
“온청선…….”
목진은 1위에 새겨진 이름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그녀는 영로의 왕들의 전쟁에서 1위를 한 사람으로 이곳에서도 희현을 꺾고 1위를 차지하였으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로의 왕의 대결에서 1위를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군.”
목진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로에서 쫓겨난 목진은 왕들의 대결에서 1위를 한 소녀를 직접 보지 못했기에 자못 궁금했다.
“그렇게 보고 싶어? 난 그녀와 만난 적이 있는데 아주 예쁘더라.”
낙리가 생긋 웃으며 말하자 목진은 머쓱하여 머리를 긁적였다.
“그럴 리가, 아무리 예뻐 봐야 우리 낙리보다 예쁠까?”
괜히 불안해진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목진의 의도를 알아챈 낙리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는데 당황한 소년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성령원이 대단하긴 해. 네 소조 전부 16위권에 들었어.”
서황이 원패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규칙에 근거해 16위권 중 8조가 원패를 태우면 탈락전은 바로 끝나. 네 개의 조가 모두 16위권에 든 성령원에서 다른 소조와 협력하면 학원 대회의 종결 시간을 장악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서황의 말에 조청삼 등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16위권에 들면 자신들의 위치가 드러나겠지만 대회의 끝을 결정할 권리가 생긴다. 이에 16위권이 언제 원패를 태워 올해 학원 대회의 예선전을 끝낼지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