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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96화 (295/1,000)

296화. 구면

“16위권이 원패를 태우면 우리한테 알림이 온대. 이곳에서 같은 학원 출신을 제외하고 전부 적인데 누가 쉽게 상대방의 말을 믿고 그와 손을 잡을까? 성령원의 네 소조가 전부 결승전에 들어가는 것이 다른 학원에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잖아.”

낙리가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린 어떡할까? 16위권 중 적어도 한 자리는 차지해야 안전할 텐데 지금쯤 전송을 마친 사람들은 이미 흩어져 한꺼번에 점수를 따내기는 어려울 거야.”

“소조를 하나씩 찾아 점수를 따는 것은 효율이 너무 낮아요.”

“그럼 생각해둔 방법이라도 있어?”

서황 등이 어리둥절하여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에 우리 목표가 적혀 있잖아요. 하나만 마주쳐도 수백 개의 소조를 때려잡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이에 서황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은 16위권에 든 최정예들의 점수를 빼앗으려 하였다.

“불가능할 거라고 여기는 건가요?”

목진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현재 16위권을 차지한 소조 중 소수가 진정한 실력자이고 나머지는 운이 좋았던 것뿐이에요. 내일이면 순위가 완전히 바뀔 텐데 난 이 엄청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목진의 말에 서황 등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를 악물며 답했다.

“못할 거야 없지. 너만 괜찮다면 우린 끝까지 따를 거야.”

결정을 내린 서황 등은 걱정은커녕 조금 흥분한 것 같았다. 목진과 함께라면 언제든지 가슴이 떨리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최약체를 찾아 점수를 빼앗고자 할 때, 목진만 16위권에 든 강자들한테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이 정도 일로 두려워해서는 최강자가 될 수 없다. 이에 목진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디부터 공략할까?”

서황 등이 원패를 바라보며 묻자 목진은 자연스레 희현의 이름에 눈길을 멈췄다.

“처음부터 2위를 공략하려고?”

목진의 의도를 알아챈 서황 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목진이 정말 희현을 선택하려 할까 봐 조금 두려웠다.

이러한 조원들의 반응에 목진은 바로 생각을 접었다. 목진은 희현과 싸우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북창령원과 성령원은 실력 차이가 있었다. 목진과 낙리의 실력은 뛰어나지만 나머지 세 사람은 상대적으로 평범해 희현이 이끄는 소조와 싸우면 승산이 거의 없을 것이다.

영로에 있을 때는 자기 실력만 끌어올리면 그만이었지만 북창령원을 대표해 출전한 지금은 무턱대고 밀고 나갈 수는 없었다. 그는 북창령원과 조원한테 최선인 답만 제시해야 했다.

현재로서 목진은 조원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손으로 가볍게 희현의 이름을 찍으며 언젠가 만날 날이 올 거라고 여기고 피식 웃으며 손을 아래로 그었다.

“우린 이들을 공략할 거예요. 우리와 거리가 가장 가까운 소조예요.”

목진의 손이 닿은 곳은 현재 9위인 황령원으로 조장은 기경천, 점수는 1천 점이었다.

황령원은 실력이 뛰어난 학원으로 북창령원에 뒤처지지 않는 곳이었다. 그해, 그들은 하마터면 오대원 중 하나가 될뻔했는데 북창령원이 나타나 그 자리를 차지했었다.

기경천을 조장으로 한 소조도 절대 평범하지는 않겠지만 성령원에 비하면 상대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서황 등이 동의하는 듯한 눈치에 목진은 원패를 거두며 말했다.

“별다른 의견이 없으면 바로 떠납시다.”

서황 등은 순간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북창령원 출신인 자신이 황령원 따위를 겁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갑시다!”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낙리를 힐끗 바라보고는 바로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떠났고 서황 등도 살기 가득한 얼굴로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이제야 비로소 학원 대회의 도살장에 발을 들였다!

* * *

유적 대륙은 부서진 곳이 많았지만 그 면적은 엄청났다. 그 사실을 목진 등이 황령원을 찾아가면서 실감했다.

목진 등이 쉬지 않고 하루를 달렸는데도 황령원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었이다. 유적 대륙은 적어도 북창 대륙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는 부서진 한 조각일 뿐이라 완전한 유적 대륙은 얼마나 더 넓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대천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 중 하나인 유적 대륙은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목진 등은 황령원을 찾아가면서 수많은 소조와 마주쳤는데 뿔뿔이 흩어진 이들은 미친 듯이 다른 소조의 점수를 빼앗으려고 잔인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목진 등이 본 것만 해도 수백 건이었고 이들을 노리는 소조도 있었지만 결국 철저하게 패배하여 3백 점도 넘는 점수를 공헌하였다.

그들의 점수는 이제 8백 점 가까이 되었는데도 16위권에 들려면 아직 부족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16위권의 점수가 놀라운 속도로 오르고 있었다.

1위는 여전히 온청선이 이끈 만봉령원으로 3,300점이 되었고 16위의 점수도 어느새 1,500점이 되었다.

목진의 말대로 16위권은 시시각각 바뀌었고, 점점 진정한 실력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목진의 목표물은 9위에서 11위로 떨어졌을 뿐, 여전히 16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그 실력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이 갑자기 순위권에서 사라지면 목진 등은 헛수고한 것이 되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 * *

슉!

하늘에 여러 갈래의 빛줄기가 지나갔다.

“목진아, 드디어 녀석들을 찾았어!”

서황의 흥분 가득한 말에 목진이 원패를 꺼내 보니 목표물의 구체적인 좌표가 나타났다.

서북향, 300리.

“드디어 찾은 건가?”

목진은 담담하게 웃더니 속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경계하며 전진하라!”

슈슉!

다섯 갈래의 빛줄기가 전력을 다해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이렇게 1각이 지나 목진 등은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잔뜩 경계하며 주위를 살폈다. 순위권에 오른 소조를 노리는 것은 목진 뿐만이 아니라서 항상 조심해야 했다. 황령원을 노리다가 자신이 누군가의 먹이가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 구역에 사람들이 꽤 있어.”

낙리가 다가와 주위를 훑으며 말했다.

“황령원을 노리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아니야?”

목진도 인정하듯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 일행과 목표가 같은 사람이 주위에 적잖게 숨어 있었는데 황령원을 노리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쿵!

이때, 갑자기 놀라운 영력 파동이 폭발해 목진 등은 바로 그곳으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여러 소조가 함께 싸우고 있었다.

“저들이 황령원 학생들이야. 그런데 저렇게 많은 사람이 한 소조를 공격해?”

서황이 당황하여 한 말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허공에 다섯 소조가 있었는데 그중 네 조가 한편이었다.

상대편의 막강한 실력에 황령원은 반격조차 하지 못했는데 주위에 수백 개도 넘는 소조가 황령원을 노리고 있었다. 이들은 황령원과 싸우고 있는 다른 네 소조의 실력 때문에 여태껏 덤비지 못했던 것이었다.

목진은 이 광경이 너무 괴이하단 생각이 들었다.

“저들 중에 청천령원이 있어!”

조청삼의 말에 목진과 낙리가 흠칫하며 살펴보니 그중 다섯 명은 청천령원의 원복을 입고 있었다. 오대원 중 하나인 청천령원에서 목진은 낯익은 사람을 발견했다.

다섯 소조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난 청천령원은 황령원의 길만 막았을 뿐, 싸움에는 동참하지 않고 히쭉거리며 상대방을 바라봤다.

“다른 소조들이 왜 보고만 있나 했네. 청천령원 때문에 다들 감히 뛰어들지 못했던 거였어.”

모풍양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젠장, 우리보다 먼저 저들을 찾았다니! 우린 황령원을 찾기 위해 하루 꼬박 고생했는데…….”

“목진아?”

어느새 안색이 어두워진 목진의 눈에서 한기가 흘러넘쳤다. 그 모습에 낙리도 정색하며 수중의 장검을 꽉 쥐었다.

“왜 그래?”

서황 등은 목진과 낙리가 왜 갑자기 정색하는지 몰라 당황해하며 물었다.

“영로에 있을 때 만났던 사람이 보여서요.”

목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구북해(邱北海), 네가 무려 청천령원에 들어가 있었군…….”

낙리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 사람은 영로에 있을 때 희현의 오른팔이었고 네가 영로에서 쫓겨나고 나서 날 잡으러 온 적도 있었어. 그날, 내가 녀석의 손가락을 몇 개 자르긴 했지만 결국 해왕이란 호칭을 얻었지. 그때, 난 희현을 상대하느라 저 녀석을 깜빡했지만 녀석도 절대 평범하지 않아.”

낙리의 말에 목진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녀석을 바라봤다.

“이곳에서 또 만나다니, 인연인걸.”

서황 등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 이들이 청천령원의 구북해라 불리는 소년과 원한이 있다는 걸 알아채고는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럼 우린 누굴 상대해? 황령원이야, 청천령원이야?”

청천령원 쪽을 상대하는 것이 번거롭긴 했지만 목진이 결정을 내린다면 다들 두려울 것이 없었다.

“서황,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봐요.”

목진은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황령원을 노리는 것이 수상하다고 여겼다. 잠시 후, 1각 정도가 지나 서황은 잔뜩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돌아왔다.

“황령원에서 상고의 유적에 관한 정보를 얻은 것 같아.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은 전부 그 정보를 알아내려는 거야.”

“상고의 유적에 관한 정보라…….”

목진은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황령원에서 엄청난 정보를 확보하지 않고서야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몰려들 이유는 없었다.

“어떻게 할까?”

조청삼 등도 황령원의 정보와 점수가 탐이 났다.

이에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허공에 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갑시다.”

슉!

말을 마친 목진은 잽싸게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서황 등은 바로 그 뒤를 따랐다. 목진 등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흠칫 놀란 듯하였다.

“북창령원 사람들이잖아.”

“젠장, 저들도 정보를 캐러 왔단 말인가?”

“우리가 정보를 따내긴 글렀어!”

치열한 싸움을 벌이던 사람들도 목진 등이 나타나자 잠시 동작을 멈췄다.

“조장, 북창령원 사람들인데 어떡할까?”

“바로 쓰러뜨릴까? 북창령원은 날이 갈수록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들었는데 끼어들기만 하면 바로 쳐냅시다!”

청천령원 학생들이 조장을 둘러싸고 수군댔다.

이에 조장은 인상을 찌푸리고 북창령원 쪽을 바라보다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 낙리!”

어느덧 황령원 학생들과 가까워진 목진 등은 서서히 속도를 늦췄다.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청산령원에 목진은 씨익 웃으며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노려봤다.

“구북해, 이렇게 또 만나다니, 우리 인연이 꽤 깊나 보네?”

구북해는 목진과 낙리를 한참 쏘아보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영로에서 쫓겨난 녀석이 오대원 중 하나인 북창령원에 들어갔다니, 대단한걸? 그런데…….”

구북해가 피식 웃더니 사냥감을 노리듯 목진을 바라봤다.

“통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감히 학원 대회에 왔어? 영로의 혈화자가 큰 화를 부를까 봐 걱정되지도 않나 보지? 희현은 너보다 한참 앞서가고 있어. 그러니까 언젠가 그와 마주치게 되면…….”

흠칫 놀랐던 구북해는 목진의 실력을 확인하고는 더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영로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했던 혈화자가 지금은 자신보다 훨씬 뒤처져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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