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화. 강력한 위압감
“구북해, 남은 손가락도 잘리고 싶나 보지?”
낙리의 말에 구북해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 이를 악물고 소녀를 바라봤다. 구북해는 두 손가락을 잘렸는데 이는 영로에서 낙리를 잡으려다 입은 상처였다. 낙리는 이미 육신난을 건넌 듯 보였기에 구북해는 그녀를 잔뜩 경계했다.
“북창령원에서 두 조밖에 파견하지 않았다며? 이번 대회만 끝나면 북창령원도 오대원에서 제명되겠네? 지금은 너희를 상대할 여유가 없으니까 당장 비켜. 목진, 내가 너라면 바로 숨었을 거야. 그러다 희현을 만나 싸우다 죽기라도 하면 어떡해? 영로의 유명한 혈화자의 체면은 지켜야지.”
“뭐라고?”
구북해가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서황 등이 발끈하여 말했다.
“너무 멍청해서 내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가?”
말을 마친 구북해가 손을 휘두르자 뒤쪽에 있던 조원 네 명이 다가왔는데 그중 한 명이 구북해의 옆에 멈춰서서 비웃듯 목진 등을 바라봤다.
“육신난을 건넌 사람이 한 명밖에 없다니, 북창령원도 이젠 안 되겠네.”
구북해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청년은 말을 마치자마자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구북해처럼 육신난을 건넌 실력자였다.
청천령원은 이렇게 육신난을 건넌 실력자 두 명에 나머지 세 명은 통천경 후기의 실력으로 목진 등보다 실력이 좋아 보였다.
그 외, 이들과 협력 관계인 나머지 세 소조는 실력이 조금 뒤처졌지만 육신난을 건넌 실력자가 각자 한 명씩 있어 황령원을 상대할 사람을 제외하고도 목진 등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육신난을 건넌 사람이 한 명밖에 없는 북창령원을 쓰러뜨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한편, 뒤쪽에서 황령원을 포위했던 세 소조 중 한 조가 바로 목진 등을 향해 달려왔다. 그 조장은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목진 등을 바라보더니 낙리를 쓰윽 훑었다.
“북창령원에 이렇게 예쁜 여인이 있었다니, 우리 대정령원(大鼎靈院)에는 왜 없을까? 북해, 도움이 필요한가?”
청년이 히쭉 웃으며 구북해를 바라봤는데 그 또한 육신난을 건넌 실력자였다.
이렇게 두 소조가 목진 등의 앞을 막아 나서자 서황 등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한 소조와 상대하는 건 전혀 두렵지 않지만 대정령원까지 합세하면 버거웠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네.”
구북해가 득의양양하게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때, 그렇게나 두려워했던 소년이 지금은 한없이 평범해졌단 것이 우습기만 하였다.
“목진, 너를 상대할 기분이 아니니까 당장 꺼져. 그러다 큰코다쳐.”
구북해가 무덤덤하게 한 말에 목진은 피식 웃더니 낙리한테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나눌까?”
“대정령원은 나한테 맡겨.”
낙리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섯 명 모두?”
“날 못 믿는 거야?”
목진이 흠칫하여 묻는 말에 낙리는 수중의 낙신검을 휘두르며 답했다.
“아무리 너라도 날 쉽게 이기지는 못할 거야.”
이에 목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청천령원의 육신난을 건넌 두 사람은 내가 맡을게. 그리고 나머지 셋은 서황 등한테 맡겨야겠어.”
목진은 같은 조에 속한 서황 등을 계속 보고만 있게 할 수 없었다.
“그래, 알았어.”
서황 등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청천령원에서 육신난을 건넌 두 사람을 제외하면 다른 통천경 후기의 실력자들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목진, 너 제정신이 아니구나!”
자신의 말 따위는 무시하고 싸울 준비를 하는 목진의 모습에 구북해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혼자서 우리 다섯 명을 쓰러뜨리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대정령원의 조장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아무리 육신난을 건넜다고는 해도 혼자서 다섯 명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위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북창령원의 결정에 흠칫 놀랐다. 육신난을 건넌 사람이 한 명밖에 없는데 감히 청천령원과 대정령원을 상대하려는 목진 등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황령원을 둘러싼 나머지 두 소조 사람들은 공격 속도가 현저히 늦어졌다. 16위권에 들어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황령원의 실력은 만만치 않아 청천령원과 대정령원이 합세해야만 승산이 있었는데 이들이 빠지고 나니 더는 전처럼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황령원은 조금 숨통이 트였다. 목진 등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상대방한테 점수를 빼앗기고도 남았을 것이다.
튼실하게 생긴 황령원의 조장은 멀지 않은 곳에서 청천령원, 대정령원과 대치 중인 북창령원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는 목진 등이 청천령원과 대정령원을 막아주길 간절히 바랐다.
한편,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진 구북해를 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구북해, 내가 영로에서 너를 내 상대로 취급하지 않았듯이 여기서도 마찬가지야. 넌 아직 그럴 자격이 없어.”
이에 구북해가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목진을 노려보며 웃었다.
“과연 누가 자격이 없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쿵!
말을 마친 구북해는 바로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저들을 죽여!”
퍽!
구북해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선홍빛 장검을 소환하자 그 뒤로 청천령원의 육신난을 건넌 다른 두 고수도 목진을 향해 돌진했다.
“네가 무슨 수로 우리 소조를 쓰러뜨리려는지 보지!”
대정령원의 조장도 피식 웃으며 낙리를 노려봤다.
슉!
이때, 낙신검의 예리한 검기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자 청년은 바로 검은색 방패를 소환해 앞을 가렸다.
쾅!
검기가 방패에 깊숙한 흔적을 남긴 것을 확인한 청년은 흠칫 놀랐는데 앞에 귀신처럼 나타난 낙리는 다시 칼을 휘둘러 방패를 베었다. 이에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하는 영기는 바로 뚫렸고 낙신검은 청년의 머리에 한없이 가까워졌다.
드디어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청년은 이내 고함을 질렀고, 청년의 미간에서는 피가 주르르 흘렀다.
“죽여!”
그때 그 뒤에 서 있던 대정령원 학생들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낙리에게 향했다.
허공에서 순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쿵!
웅장한 영력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구북해의 음산한 빛을 발하는 선홍빛 장검는 결코 보통 영기가 아니었는데 목진을 노려보며 순식간에 소년 앞에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슉!
엄청난 검기가 폭동을 일으켰고 장검은 수많은 검영으로 변해 미친 듯이 목진을 공격했다.
이에 목진이 이내 정색하며 주먹을 쥐자 손바닥에 검은색 흑광이 빛을 발하며 검은색 장창이 나타났다. 검은색 용린을 뒤집어쓴 창끝은 용이 입을 쩍 벌린 모양을 했고 장창이 발산한 살기에 공간은 파르르 떨렸다.
그것은 목진이 마형천을 죽이고 얻은 서룡마창으로 절품 영기인지라 위력이 상당했다. 그날 마형천은 서룡마창으로 목진의 대서미마주를 막아냈었다.
목진이 대서미마주의 봉인을 풀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서룡마창도 절대 만만치 않은 물건이었다.
이때, 서룡마창이 파르르 떨자 살기 가득한 용 울음소리가 주위에 퍼졌고 목진이 마창을 휘두르자 검은색 광파가 솟구쳐 다가오는 검영을 모조리 없앴다.
슉!
창영이 검영을 뚫고 공간을 가르며 구북해의 숨통을 겨누자 녀석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서룡마창의 위력에 흠칫 놀란 그는 바로 선홍빛 장검을 휘둘렀는데 피가 흐르는 것 같은 장검은 혈광을 싣고 목진의 장창에 맞섰다.
탕!
창과 검이 부딪쳐 불꽃이 튕기며 생성한 여파에 주위 공간이 일그러졌고 난폭한 영력은 폭풍이 되어 휘몰아쳤다.
한편,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구북해는 손을 파르르 떨며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힘을 겨루고 나서야 목진이 일반 통천경 후기의 실력자보다 훨씬 뛰어나단 것을 알아챘다.
“젠장!”
구북해가 이를 악물고 외쳤다.
“심준(沈駿), 저 녀석을 죽여!”
“죽어!”
그때 누군가 목진 뒤에 나타났는데 그는 청천령원 조원 중 육신난을 건넌 다른 한 사람이었다. 심준은 뇌호가 번쩍이는 손으로 천 근 무게를 싣고 목진의 등을 겨눴다.
퍽!
장풍에 공기마저 폭발하였다.
심준은 구북해와 함께 목진을 죽이려고 작정했다.
이에 목진은 바로 정색하며 뒤로 주먹을 휘둘렀는데 그 팔에서 검은색 뇌호가 요동쳤고 손가락 사이로 검은색 뇌장이 흐르는 것 같았다. 목진의 공격에 대지를 부술 만큼 엄청난 힘이 실렸다!
어느덧 두 사람의 손이 닿자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힘의 파문이 일며 뇌명이 들렸다.
심준은 압도적으로 자신을 진압한 목진의 무서운 힘에 흠칫 놀랐고 육신난을 건넌 자신보다 더 단단한 녀석의 육신이 조금 무서워졌다.
“녀석의 육신이 어찌 이렇게 단단하단 말인가?”
이에 심준은 뒤로 물러나려고 했는데 목진이 씨익 웃으며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꺼져!”
퍽!
무서운 힘에 심준은 뒤로 수백 장이나 튕겨 나갔고 손바닥은 순간 멍이 들었다. 엄청난 고통에 팔 전체를 못 쓸 것만 같았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통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소년이 육신난을 건넌 사람을 두 명이나 상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방에 심준을 물리칠 줄 아무도 몰랐다.
이는 육신난을 건넌 실력자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북창령원의 목진이 청천령원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가 있었군. 흥미진진한걸.”
북창령원이 다른 다섯 소조에 비해 실력이 뒤처졌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목진의 실제 실력에 깜짝 놀랐다.
“천해검결(天海劍訣), 장천검(葬天劍)!”
이때, 구북해가 고함을 지르며 서룡마창을 튕겨내고 앞쪽 하늘에 선홍빛 검문을 그렸는데 이는 선홍빛의 거대한 검으로 변해 목진을 공격했다.
녀석의 엄청난 위력의 공격에 아래쪽 산이 반으로 갈라졌는데 목진은 용등술을 소환해 녀석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심준, 조심해!”
공격을 실패한 구북해가 갑자기 정색하며 외쳤다.
그런데 목진은 이미 심준의 위쪽에 나타나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부터 해결해야겠어.”
쿵!
목진은 체내의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흑백이 아우러진 소년의 영력은 음양이 조화를 이룬 듯 신기했고 그 위력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때 목진의 뒤쪽에 별빛 공간이 나타났고 네 마리 신수가 그 속에서 걸어 나와 거대한 신인으로 변했다.
“사신성숙경, 사신봉천인!”
목진이 결인하며 손을 휘두르자 신인에서 눈부신 신광을 발산하여 천지의 영기마저 도망갔다.
“천광륜인(天光輪印)!”
목진의 무서운 공격에 심준도 바로 기합을 넣으며 합장해 체내의 영력을 전부 끌어올렸다. 이에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치며 심준의 앞쪽에 수백 장 정도의 거대한 광권을 이뤘고 그 속에 거대한 광인이 만들어졌다.
두 사람의 공격이 부딪치자 심준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자신의 광권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신인은 봉인의 힘이 깃든 것처럼 닿자마자 심준의 영력을 진압하고 봉인하였다.
목진이 통천경 초기였을 때 선보인 사신봉천인으로 마형천이 마지막 필살기까지 사용하게 한 기술이었다. 지금은 통천경 후기에 이르러 그 위력이 더해졌으니 마형천보다 실력이 뒤처진 심준이 상대하기에는 훨씬 어려웠다.
“진압!”
목진의 말과 함께 신인은 순간 광권을 뚫고 도망치려던 심준의 주위를 완벽하게 둘러쌌다.
풉!
미친 듯이 피를 토하는 심준은 영력 파동이 신속하게 쇠약해졌고 피부 표면에 은은하게 광문이 나타나 봉인처럼 녀석의 체내의 영력을 억누르고 봉인했다.
이렇게 심준은 맥없이 추락해 한 산봉우리에 내리꽂혔는데 산 전체가 격렬하게 떨리며 커다랗게 구멍이 생겼고 그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심준이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에 상대편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을 바라봤다. 녀석이 이렇게 빨리 육신난을 건넌 고수를 처리해버릴 줄은 몰랐다.
심준의 상태를 확인한 목진은 고개를 돌려 한기 어린 눈빛으로 화들짝 놀란 구북해를 바라봤다.
“내가 영로를 떠나고 나서 네가 낙리를 잡으려고 했다며?”
목진이 씨익 웃으며 한 말에 구북해는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너의 나머지 손가락은 내가 잘라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