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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01화 (300/1,000)

301화. 자격

“저쪽은 북창령원인가?”

당미아가 고개를 돌려 목진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북창령원의 조장이 누구지?”

당미아는 낙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같은 여인이 봐도 낙리는 충분히 눈부셨는데 그녀보다 실력이 뒤처진 소년 뒤에 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하, 북창령원의 조장은 바로 나, 목진이야.”

“그래?”

당미아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목진을 바라봤다. 통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목진이 조장이 된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네 이름이 목진이라고?”

당미아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라도 난 듯 뚫어져라 쳐다보자 목진도 흠칫하였다. 분명 처음 보는 여인인데 무슨 수로 자신을 안단 말인가?

“혹시 날 알아?”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알다 뿐인가, 귀가 닳도록 들었는걸.”

당미아가 씨익 웃으며 목진을 쓰윽 훑었다.

“내 동생이 너를 정말 그리워해. 2년 동안 목진이란 이름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네.”

“혹시 천아 누이를 알아?”

목진이 아는 만봉령원 학생은 당천아와 홍비단 뿐인데 당미아라면 아마 당천아를 말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 동생을 잊지는 않았나 보네.”

당미아가 생긋 웃으며 답했다.

이에 목진은 머쓱해 낙리를 뒤돌아봤는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방긋 웃었지만 목진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목진은 천만번이라도 변명하고 싶었지만 그럴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당천아와 당미아가 진짜 자매란 말인가? 그럼 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지?

“천아는 늘 네가 대천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사내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 더없이 평범한걸. 하지만 네가 통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조장이 된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당미아의 직설적인 발언에 목진은 그저 웃기만 했다. 변명을 줄줄이 늘어놔 봐야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만 못했다.

“그렇게 속 좁은 인간은 아닌가 보네.”

당미아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목진 조장은 내 말을 어떻게 생각해?”

그 말에 목진은 하후 등을 힐끗 보며 답했다.

“나도 미아 조장의 말에 동의하는 바야. 보물은 인연이 닿는 사람이 얻는 법, 이곳에 찾아왔다면 누구한테나 기회는 있지. 그러니 누군가 독점하려다 큰코다칠 수도 있지 않을까?”

성령원에 호감이 전혀 없는 목진이 말을 예쁘게 할 리가 없었다. 그해, 희현은 성령원의 힘을 빌려 목진을 영로에서 내쫓았다.

성령원이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홀로 오대원 중 세 곳을 한 번에 상대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한편, 사람들은 당미아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말 몇 마디로 성령원의 기세를 한순간에 꺾어버렸다.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성령원 학생 중 누군가가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통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녀석이 감히 입을 놀려? 성령원에서는 너 같은 건 학원 대회에 참석할 자격조차 없어.”

만봉령원과 무령원이 성령원보다 실력이 조금 뒤처지긴 해도 당미아와 주원은 상당한 실력자라 성령원 학생들은 감히 반박하지 못했지만 자신보다도 못한 목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들은 실력이 그나마 괜찮은 낙리만 빼면 나머지를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뭐?!”

녀석의 말에 서황 등이 발끈하자 상대방은 경멸의 눈빛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통천경 후기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자기와 말을 섞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에 목진은 그저 웃으며 서황 등을 말렸다.

“난 목진 조장의 말에 반대하는 바야.”

여태껏 조용히 서 있기만 하던 하후가 드디어 미소를 지은 채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성령원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3대원을 두려워한다고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라 목진은 하후가 나설 줄 알았다.

“보물은 인연이 닿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능력이 충분한 사람 거라고 생각해.”

하후가 기다란 손가락을 놀리며 말을 이어갔다.

“만약 막강한 힘이 없다면 보물을 얻어봐야 결국 누군가한테 빼앗기겠지. 그러니까 실력이 미약하면 함부로 나서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러다 목숨까지 잃으면 안 되잖아?”

하후가 목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나도 하후 조장의 말에 동의하는 바야.”

하후를 노려보던 목진이 유쾌하게 웃으며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장 조원들과 함께 이곳을 떠나. 난 너희가 이곳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거든.”

하후도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거든…….”

하후의 말에 순간 정적이 흘렀고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도 조용한 하후가 이토록 놀라운 말을 할 줄 몰랐다.

그 말은 무령원, 만봉령원, 북창령원에 대한 반격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하후가 아무런 움직임을 취하지 않으면 성령원의 체면이 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당미아와 주원의 실력은 하후보다 못하지만 영력난에 도전한 적이 있었기에 보통 육신난보다는 실력이 훨씬 뛰어났다. 하여 두 사람이 협력하면 아무리 하후라도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반해 목진은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통천경 후기의 실력은 하후의 조원이 될 자격조차 없었고, 세 사람 중에서 골라 상대하라고 하면 누구든 목진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하후의 말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입꼬리만 씰룩거렸다.

“하하, 하후 조장. 상대를 잘 못 골랐네.”

당미아가 비웃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비록 북창령원과 아무런 연관도 없지만 동생이 좋아하는 소년이 다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에 하후는 무덤덤하게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북창령원의 체면을 만봉령원이 지켜줄 줄은 몰랐군.”

하후의 가시 박힌 말에 다들 흠칫 놀랐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우리 북창령원의 인맥이 넓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뿐이야.”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목진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하후를 바라봤다.

“난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이에 당미아와 주원을 포함하여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아무리 성령원이 마땅치 않아도 실력 차이가 현저하게 나는 상대에게 이런 말을 내뱉다니 경솔한 행동이었다.

그러다 진짜 하후가 화라도 나면 목진은 오늘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었다.

반면, 서황 등은 아무렇지 않은 듯 목진 뒤에 서서 하후 등을 노려봤다. 비록 성령원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목진과 낙리가 있는 이상 두렵지 않았고 그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하후를 상대할 자신이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한편, 목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후는 씨익 웃더니 조용히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두 청년이 체내의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은 육신난을 건넌 실력자로 다른 소조에서 조장을 맡고도 남았지만 성령원에서는 일반 조원을 할 자격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두 사람은 바로 목진을 향해 돌진하며 수중의 장도를 휘둘렀다.

쿵!

백 장 정도 되는 도망 두 갈래가 공기를 가르며 목진에게 향하자 아래쪽 지면에 깊숙한 흔적이 남았고, 두 사람은 바로 그에게 살수를 뒀다.

그런데 목진은 그저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슉!

도망이 목진에게 닿으려고 하자 옆에 서 있던 낙리가 다가와 낙신검을 휘둘렀다.

쿵!

도망과 검기가 부딪치자 성령원의 학생들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자신들의 공격에도 낙리가 끄떡없는 것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법인걸.”

당미아가 낙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목진이 태연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리의 실력은 아마 자신과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왜 낙리를 놔두고 목진으로 조장으로 정했을까?

“너희가 먼저 공격했으니 날 탓하지는 마.”

낙리는 한기가 드리운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더니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마저 반으로 가를 듯 날카로운 검기가 쏜살같이 두 육신난 고수에게 향했다.

이에 안색이 어두워진 두 사람도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장도를 휘둘렀다.

“단해신도(斷海神刀)!”

“도참산악(刀斬山嶽)!”

도광 두 갈래가 눈부신 빛을 발하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쨍그랑!

검기의 광과 도광 두 갈래가 부딪치자 금속이 부딪친 듯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위에는 돌풍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하늘은 금세 평온해졌고 소녀는 무덤덤하게 장검을 거뒀다. 그때 상대편 고수들은 갑자기 사색이 되어 낙리를 바라봤는데 그들 수중의 상품 영기가 균열이 일다가 그만 부서지고 말았다.

낙리는 한 방에 육신난 고수 두 명을 쓰러뜨리고 상품 영기 두 자루를 망가뜨렸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낙리를 바라봤다. 그들은 여리여리한 절세의 미인이 이토록 엄청난 실력자 일 줄 몰랐다.

“대단하군.”

당미아와 주원이 감탄하며 말했다. 낙리의 실력은 영력난까지는 아니어도 그와 비슷해 보였고, 북창령원의 신생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조용히 서 있던 하후도 드디어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목진 뒤에 서 있는 예쁜 소녀의 실력만 믿고 목진이 겁 없이 덤볐다고 여겼다.

“북창령원에서는 실력이 강한 사람은 숨겨두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녀석으로 눈가림하려는 건가? 그게 전략인가 보지?”

하후는 두 조원을 물러나게 하고 낙리를 노려보고는 백옥같은 손에서 은은한 빛을 모았다. 드디어 직접 나서려는 것이었다.

“북창령원이 얼마나 대단한지 제대로 봐야겠어.”

하후가 정색하며 앞으로 나오자 무서운 영력 위압감으로 하늘마저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육신난을 건넌 고수보다 실력이 훨씬 좋았다.

영력난은 영력에서 비롯된 변화로 육신난을 건넌 이들과는 급이 달랐다.

슉!

하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낙리의 위쪽에 나타나 손가락을 구부렸는데 백옥의 광택이 비치는 손끝이 아주 예리해 보였다.

“적성옥수(摘星玉手)!”

하후의 나지막한 고함에 그의 새하얀 손이 공간을 뚫을 것 같은 엄청난 속도로 낙리에게 향했는데 정작 소녀는 여유롭게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하후는 이런 낙리의 반응이 수상쩍기는 했지만 자신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슉!

그때 뒤쪽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와 하후는 순간 뒤로 공격을 날렸다.

퍽!

백옥같은 손이 바람에 닿자 하후는 그 속에 뇌호가 번쩍이는 검은색 장창을 쥐고 있는 소년이 씨익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그는 다름 아닌 목진이었다!

목진 손에 들린 검은색 장창이 백옥같은 하후의 손에 닿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돌풍이 일었는데 그 여파에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목진이 바로 뇌신체를 소환하자 피부 표면에는 뇌호가 번쩍이기 시작했고 가슴팍에는 뇌문 네 갈래가 나타났다. 몸 전체가 은은한 검은색을 발하는 것이 아주 튼튼해 보였다.

퍽!

두 사람의 공격으로 인한 충격파에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조금 물러났다. 하지만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

상대편에 서 있던 하후도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물러났지만, 그는 몸으로 받아낸 것이 아니라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자신을 보호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수십 장 정도 뒤로 물러나서야 겨우 멈춰 섰다.

주위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다들 통천경 후기밖에 안 되는 목진이 육신난을 건넌 하후와 정면 승부를 보려하자 깜짝 놀랐다. 그 모습에 당미아와 주원도 목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하후의 실력은 학원 대회에서 최정예라 할 수 있었는데 이들 둘도 녀석의 공격을 간신히 막을 수 있을 정도였다.

반면, 목진은 그와 실력 차가 한참 나 보이지만 실제 전투력은 엄청났다.

낙리의 실력을 보고 다들 목진이 꼭두각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소년이 조장이 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천아가 반한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네.”

당미아가 생긋 웃더니 흥미진진하게 목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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