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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03화 (302/1,000)

303화. 구출

목진은 생각을 정리하고 원시림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고 낙리, 서황, 임주 등도 바로 뒤를 따랐다.

한편,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공격을 당했는데 일부는 조원 전체가 사망해 백골이 되었고 극소수의 막강한 실력자들만 이를 뚫고 나왔다.

성령원, 만봉룡원, 무령원도 목진처럼 독무를 흡수할 수 있는 독지는 없어도 독기를 막을 수 있는 영기가 있어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느덧 마수의 시달림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전력을 다해 원시림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이곳의 방어력으로 보면 원고의 유적에 있는 보물도 평범한 물건은 아닐 것이다.

다들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을 때, 제일 마지막에 들어온 무리는 귀신처럼 숲속을 누비며 그곳을 지났다.

그들이 일정한 공간에 들어서자 대지가 파르르 떨리며 수많은 덩굴이 솟아올랐는데 가시가 가득한 덩굴에서 검은색 액체가 떨어졌다. 그 속에는 엄청난 독이 들어있어 일단 닿으면 바로 죽음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그중 하나가 무덤덤하게 고개를 들더니 메마른 손을 내밀어 파란색 영력을 내뿜어 파란색 부적을 만들었다.

슉!

부적은 공기를 가르며 다가오는 덩굴에 부딪히자 바로 스며들더니 바로 이를 조종해 다른 덩굴을 부수고 이들 주위를 감쌌다. 그들은 직접 마수를 제어하게 되었다.

그것은 목진보다 훨씬 강하고 괴이한 수법이었다.

잠시 후, 서로 싸우던 마수들은 이들이 조종한 마수의 손에 제압당했고 우두머리가 손을 휘두르자 살아남은 마수들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해 흑혈을 내뿜었다.

이에 그들은 검은색 독액을 피하기 바빴다.

“독마수가 참 많이도 자랐네. 시간만 넉넉하면 영력을 부식할 수 있는 독을 수집하는 건데. 그럼 가격이 엄청날 거야.”

무리 중 한 사람이 흑혈을 바라보며 아쉬운 듯 말했다.

“우리 목표는 목신전의 신목비(神木碑)야. 그것만 얻으면 진정한 목신전의 유적을 찾을 수 있어. 이것이야말로 목령족(木靈族)에 큰 공을 세우는 거야.”

우두머리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곳에 들어온 이들 중 실력이 제법인 소조가 있더군. 특히 4대원 사람들은 상대하기 쉽지 않을 거야.”

“이곳은 우리 세상이야. 아무도 신목비를 얻으려는 우리 앞을 막을 수는 없어. 누군가 감히 그런 짓을 한다면…….”

조원의 말에 우두머리가 담담하게 웃더니 주먹을 꽉 쥐며 살기를 품었다.

“난 그들의 피로 이곳 대지를 물들일 거야!”

이에 조원들도 피식 웃으며 녀석을 바라봤다.

말을 마친 무리는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앞으로 나아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마수들이 서로를 공격하다가 죽은 괴이한 현장만 남았다.

* * *

어느덧 어두운 숲의 깊숙한 곳에 접근한 목진 등은 마수의 공격을 열 차례도 넘게 당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태연하게 상대했고 독무는 전부 목진한테 맡겼다.

“숲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아.”

낙리가 앞쪽에서 은은한 빛을 발견하고 말했다.

이에 서황 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숲은 위험천만해 늘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했는데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반면, 계속해서 독무를 흡수하던 목진은 아쉬움에 혀를 끌끌 찼다. 독무를 흡수해 독지의 독이 전보다 훨씬 강해졌는데 더는 보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한테 중요한 것은 유적을 찾아 조원들의 실력을 올리는 것이었다.

“뭐지?”

오른쪽 깊숙한 곳에서 극강의 영력 파동을 느낀 목진은 바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낙리도 이를 발견하고 목진을 바라봤다.

“무시합시다.”

목진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학원 대회에서 같은 학원 출신만 아니면 전부 적이라 굳이 도와줄 필요는 없었다.

이에 낙리 등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쿵!

목진이 낙리 등과 떠나려고 하는데 또 다른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이는 분명 성령원 사람들이었다.

“하후가 누군가와 싸우고 있어.”

목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상대편의 영력 파동이 꽤 센 것으로 보아 만봉령원이나 무령원일 가능성이 커.”

낙리가 잠시 생각하더니 흠칫 놀라 말했다.

“하후가 왜 갑자기 저들을 노린 걸까?”

당미아와 주원이 하후보다는 실력이 뒤처져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후가 특수한 수단이 없는 이상, 분명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이들의 점수를 빼았을 수 있을 것이다.

“가서 상황이나 살펴볼까?”

낙리의 말에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하후는 언젠가 우리를 칠 거야. 적의 적은 아군이란 말도 있잖아? 또 만봉령원과 무령원은 우리와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지금 도와주면 언젠가 우리한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줄 거야.”

만약 하후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당미아라면 목진은 당천아 때문에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괜히 머쓱하여 낙리를 힐끗 바라봤는데 소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생긋 웃으며 말했다.

“결정을 내렸으면 바로 가보자.”

이에 목진은 어색하게 웃더니 바로 영력 파동이 전해지는 방향으로 돌진했다.

* * *

어두운 숲에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쳐 주위에 있던 마수마저 파르르 떨리다 몸통에 균열이 일었다.

쿵!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치는 중심에는 두 사람이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여리여리한 여인은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 나갔다. 이에 아래쪽 대지에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조장!”

뒤쪽에서 소녀들이 달려와 여인을 부축하며 외쳤다.

“당미아 조장, 그쪽을 상대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버릴 수야 없지.”

성령원 조장 하후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하자 뒤쪽에 있던 조원들이 다가와 만봉령원을 호시탐탐 노렸다.

이에 당미아는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하후를 노려봤다.

“하후 조장, 넌 역시 야비해. 시기를 어떻게 이렇게 잘 맞췄을까?”

“행운이 따랐던 거지.”

당미아의 비웃는 듯한 말투에도 하후는 아무렇지 않은 듯 미간에 흑기가 맴도는 소녀들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소녀들은 독에 중독되어 있었고, 마침 독 때문에 실력이 폭락한 당미아를 발견한 것이다. 이곳이 아무리 위험천만하다고 해도 당미아가 대처 못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일단 마주쳤으니 이대로 보내줄 수는 없었다.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 당미아가 목진과 주원의 힘을 빌려 성령원의 기를 꺾으려 한 것만으로도 그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당미아 조장, 원패나 줘.”

하후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여인한테 이러는 것은 좀 그렇지만 나를 충분히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이에 당미아가 이를 악물고 하후를 노려봤다. 지금 그녀는 청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무리해서 싸우려고 했다가는 온몸에 독이 퍼져 이대로 죽을 수도 있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늘 일은 내 절대 잊지 않을 테니 명심해.”

당미아가 어쩔 수 없이 원패를 소환해 하후한테 던졌는데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원패를 낚아챘다.

“누구야!”

하후가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 외쳤다.

“지나가던 길인데 점수가 이렇게나 많은 원패를 얻을 줄은 몰랐군. 내 운이 좋았어.”

뒤쪽 어두운 숲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목진 등이 나타났다. 소년은 2,000점도 넘는 점수에 혀를 끌끌 찼다.

“목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하후와 달리, 당미아는 이내 화색이 되었다.

“원패를 이리 내!”

하후가 손을 내밀자 목진은 곧바로 서룡마창을 소환하였고 낙리 등도 뒤에서 싸울 준비를 했다.

“하후 조장이 이곳에서 우리와 싸우고 싶다면 얼마든지 상대해주지.”

목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하후 뒤쪽에 서 있던 조원 네 명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러나 목진은 그들을 무시하고 하후한테만 집중했다. 그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주먹을 쥐고 잠시 고민하더니 숨을 들이마시며 입을 열었다.

“목진 조장한테 그 원패를 내주지. 그런데 다시 만나면 난 반드시 네 원패를 빼앗을 거야.”

하후는 당장 목진을 죽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유적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 참기로 했다. 그리고 언젠가 목진을 제대로 혼내주리라 다짐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자!”

하후의 말에 조원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이를 갈며 그곳을 떠났다.

이에 서황 등은 긴장을 풀며 숨을 돌렸고 목진은 원패를 쥔 채 당미아 등을 바라봤다.

“고마워. 원패에 있는 점수의 절반은 답례로 줄게.”

당미아가 생긋 웃으며 말을 건네자 목진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고는 원패를 돌려줬다.

“필요하면 너희가 실력을 회복한 뒤에 빼앗을게.”

그 말에 당미아 등이 목진을 보는 눈빛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그들은 훤칠하게 생긴 소년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신세 좀 질게.”

당미아는 바로 원패를 거두고 방긋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내 동생이 사람 보는 눈이 있었네. 언니인 내가 다 설레는걸?”

소녀의 말에 목진은 흠칫하였는데, 뒤에 서 있는 낙리가 수중의 낙신검을 꽉 쥔 것이 느껴졌다.

낙리의 눈빛에 목진은 머쓱해서 괜히 콧등을 만지며 웃었다.

“미아 조장, 괜찮아?”

이에 당미아는 입을 삐쭉 내밀며 답했다.

“우리는 독에 중독되어서 하후 등의 목표물이 되었던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목진이 흠칫 놀라 물었다. 어둠의 숲에 있는 마수가 아무리 상대하기 쉽지 않다지만 당미아 등이 중독될 정도는 아니었다.

“우린 이름 모를 소조의 기습에 당했어.”

당미아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들의 수단은 아주 괴이했고 이곳 마수들을 조종할 수 있었어. 우리가 결국 그들을 물리치긴 했지만 이렇게 중독되었지.”

목진이 흠칫 놀라 낙리를 바라봤다. 유적지에 이토록 실력이 뛰어난 소조가 있을 줄은 몰랐다. 보아하니 오대원 중 하나는 아닌 것 같은데 역시 학원 대회에 참석한 사람 중 호락호락한 상대는 없었다.

비록 오대원이 학원 중에서 제일이라고 말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다른 학원에서도 막강한 실력을 지닌 종족의 천재를 유입해 학원 대회에 참석하게 하곤 하였다. 그중에는 성령원과 실력이 비슷한 소조도 여럿 있었다.

또한, 올해 학원 대회의 규모가 유난히 커 실력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았다.

당미아 등을 습격한 사람들도 이런 사람들이 분명했다.

목진이 당미아 등을 살피자 역시나 미간에 흑기가 맴도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독수가 내뿜은 독무로 영력을 부식하는 힘이 있어 일단 닿으면 피와 살까지 녹아내렸다. 다행히 당미아 등은 많이 흡입하지 않아 여태껏 살아있었던 것이었다.

“괜찮아?”

“아니, 이 독은 영력을 계속 침식해와서 계속해서 영력을 끌어올려 이를 억제해야만 해. 그러다 더 이상 독을 제어할 수 없게 되면…….”

목진의 질문에 당미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로서는 체내의 독을 없앨 수 없어 골치가 아팠다. 이렇게 되면 유적을 찾는 것은 물론 생명에도 큰 지장을 줄 것이다.

“내가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목진이 잠시 고민하며 말하자 당미아 등은 깜짝 놀라 소년을 바라봤다. 그들은 이 독이 보통 방법으로 해독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방법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그쪽에서 손해 볼 건 없잖아?”

목진이 생긋 웃더니 손바닥을 내밀자 당미아도 이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 만약 해독에 성공하면 절대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거야.”

목진은 여인이 유혹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자 잠시 놀랬으나 아무렇지 않은 척 독지로 그녀의 손바닥을 짚었다. 그러자 미간에서 맴돌던 흑기가 조금씩 움직이더니 경맥을 따라 손바닥에서 나와 목진의 독지로 들어갔다.

“야!”

당미아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 목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바보야, 그렇다고 내 몸에 있던 독을 네가 흡수해버리면 어떡해?”

이에 목진은 머쓱해서 낙리를 힐끗 봤는데 소녀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딴청을 부렸다.

“괜찮아. 내 체질이 특수해서 이 정도 독은 아무렇지도 않아.”

목진의 해명에 당미아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고 소년을 보는 눈빛이 자못 달라졌다.

“다음은 누가 할래?”

목진이 나머지 네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

목진은 결국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나머지 네 여인의 독까지 흡수하였는데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상대방의 눈빛에 가슴이 철렁하였다. 그제야 만봉령원의 여인들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한편, 서황과 임주 등은 목진을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빛에서 색다른 감정을 읽고는 목진이 너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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