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화. 주전
도무지 알 수 없는 청년의 행동에 목진 등은 어리둥절하여 그대로 지켜봤는데 조각상 머리 안에서 녹광 한 줄기가 나타나더니 오래된 푸른색 나뭇잎으로 변했다. 나뭇잎 표면에는 복잡한 무늬가 가득했고 특이한 파동을 발산하였다.
“선령수가 진귀하긴 하지만 일단 너희한테 맡길게. 선령수는 결국 우리 손에 들어올 거니까…….”
말을 마친 청년이 나뭇잎처럼 생긴 부적을 수중에 넣고 떠나려고 하자 목진이 귀신같이 나타나 가슴팍을 공격했다. 청년은 간신히 목진의 공격을 피했지만 정작 목진은 나뭇잎처럼 생긴 부적을 노렸다.
목진은 나뭇잎처럼 생긴 부적이 무슨 물건인지는 몰라도 빼앗길 바에는 없애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청년은 기합을 넣으며 영력으로 부적을 지키려 했고, 목진의 장풍은 청년의 손을 뚫고 그 속에 깃든 부적을 가격했다.
“가자!”
나뭇잎처럼 생긴 부적의 빛이 어두워진 것을 확인한 청년은 목진을 한껏 째려보더니 조원들과 함께 떠나려 했다. 이에 뒤에 있던 조원들은 옷깃을 휘날리며 수많은 검은색 장창을 발사하고 귀신처럼 사라졌다.
목진 등은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엄청난 독이 깃든 장창을 피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녀석들이 사라진 곳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때, 낙리가 청목 조각상을 살피더니 말을 건넸다.
“저들의 목표는 선령수가 아니었어.”
이에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뭇잎처럼 생긴 부적으로 청목 조각상을 조종할 수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저들은 왜 이걸 얻으려고 하는 걸까?”
목진의 말에 낙리 등도 어리둥절해 고개를 흔들었다.
“저들은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서황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들은 이곳 대전에 무슨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유적지는 대부분 나무와 연관되어 있고 목령원도 나무를 다루는 학원인 것 같은데 서로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그럼 이제 어떡하지? 저들이 부적을 왜 가져갔는지는 몰라도 우리한테 불리한 것만은 사실이야.”
목진의 말에 조청삼이 걱정되어 물었다.
“내 공격으로 부적이 손상되었으니 뭘 하려던 영향은 받겠죠.”
목진은 아수라장이 된 대전을 바라보고는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저들의 실력이 상당해 정면 승부를 보기에는 낙리와 목진만으로 역부족이었다. 부적만 취하고 떠난 것이 다행이었다.
“정비하고 바로 주전으로 갑시다. 당미아 등과 뭉치는 것이 좋겠어요.”
말을 마친 목진은 서둘러 선령수를 취해 개자탁에 넣고는 주전으로 향했고 낙리 등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대전에서 나온 목진 등은 1각 후에 복도의 끝자락에 있는 드넓은 주전에 도착했다. 푸른색 거목으로 만들어진 대전은 은은한 청광이 반짝였고 대문은 이미 부서졌으며 지극히 웅장한 영력 파동이 퍼져 나왔다.
주전에서는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속에서 당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인들이 드디어 하후 등과 싸우기 시작했다!
커다란 대전에는 수백 장 정도의 기둥이 우뚝 솟아 올라와 있었고 푸른색 덩굴이 이를 감싸고 있었다. 전부 거목으로 만들어진 주전은 은은한 빛을 발산했는데 더없이 견고해 보였다.
대전은 너무 크고 웅장해 수십 조가 모여 있는데도 더없이 왜소해 보이고 한산해 보였다.
쿵!
그중 실력이 제일인 두 소조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는데 다들 감히 끼어들 수도,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다. 두 소조 중 누가 패배하든 쌍방은 분명 일정한 대가를 치를 것이고,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이 보물을 얻을 확률이 커질 것이다.
쿵!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이 돌풍처럼 휘몰아쳤는데 그 중심에서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당미아로 어느새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노려보며 웅장한 영력을 온몸에 휘감았고 그 여파에 공기마저 폭발하였다.
그리고 담담하게 웃고 있는 상대편은 하후였는데 한 손은 뒷짐을 진 채 태연하게 당미아의 공격을 받아냈다.
“하하, 당미아 조장, 지금 이러는 건 절대 좋은 결정이 아니야.”
하후가 무덤덤하게 웃으며 당미아를 바라봤다.
“하후, 그렇게 우쭐대더니 나와 제대로 싸울 담력이 없나 보지? 내 절대 너희를 무사히 떠나보내지 않을 거니까 보물을 수중에 넣을 생각은 하지도 마.”
당미아가 피식 웃으며 하후를 노려봤다. 하후의 실력이 자신보다 강하단 걸 잘 알고 있지만 빈손으로 학원에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하후 등을 무사히 밖으로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에 하후는 자못 후회되었다. 당미아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다. 그는 지금 여인이 화가 나면 무섭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었기에 하후는 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당미아를 노려봤다.
“당미아 조장, 내가 계속 양보해준다고 너무 우쭐대는 것 같은데 멋모르고 덤볐다가 큰코다쳐.”
“그건 싸워봐야 알지.”
당미아는 씨익 웃더니 선홍빛 채찍을 소환했는데 영력 파동으로 보아 보통 영기가 아니었다.
당미아가 잇따라 영기를 휘두르자 한 줄기의 붉은빛이 바람을 가르며 하후에게 향했다.
“흥!”
이에 하후는 백옥같은 손을 내밀어 채찍을 낚아채더니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위압감에 사람들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영력난을 건넌 실력자의 영력은 육신난을 건넌 사람보다 훨씬 뛰어났다!
어느새 귀신처럼 당미아의 앞에 나타난 하후가 백옥같은 손에 살기를 가득 실어 장풍을 쐈다. 이에 당미아도 정색하며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는데 손바닥에 꽃무늬가 나타나더니 거대한 영력 꽃잎을 이뤘다.
“화멸장(花滅掌)!”
퍽!
두 사람의 손이 닿자 난폭한 영력이 돌풍처럼 주위에 휘몰아쳤고 당미아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피를 머금은 채 뒤로 튕겨 나갔다. 그녀는 영력난을 겪긴 했지만 건너는 데 실패해 하후보다 실력이 뒤처졌다.
하후는 바로 따라붙어 당미아의 가슴팍을 공격했고 소녀는 이를 악물며 이에 맞서려 하였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아주 날카로운 창영이 하후의 목을 겨눴다.
이에 하후는 손으로 창영을 내치고 뒤로 물러나 앞쪽을 바라봤는데 늘씬한 한 소년이 다가와 당미아를 안고 뒤로 물러나는 것이었다.
“하후 조장, 이렇게 예쁜 여인을 그렇게 막 대해서야 쓸까?”
“목진!”
하후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목진을 바라보며 외쳤다.
“미아 누이, 괜찮아?”
“역시 네가 저 녀석보다 훨씬 나아.”
당미아가 입가의 피를 닦고 생긋 웃으며 목진을 바라보자 소년은 지금 상황에서마저 자신을 농락하는 당미아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때, 만봉령원의 나머지 조원 네 명도 얼른 다가와 당미아의 상처를 확인하고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저 녀석의 실력이 좋긴 해.”
당미아가 목진을 가볍게 밀어내더니 이를 갈며 상대방을 노려봤다.
이에 목진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나자 낙리 등도 얼른 달려와 잔뜩 경계하며 하후 등을 노려봤다.
한편, 목진은 하후를 힐끗 쳐다보고는 궁전을 쓰윽 살폈는데 하늘을 떠받들고도 남을 것 같은 기둥이 궁전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자신은 한없이 왜소해 보였다.
지금 대전에는 수십 소조가 모였는데 대부분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들이었다. 간난신고를 겪고 이곳에 왔다는 것이 그 실력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유적지의 주전이겠군…….”
“앞쪽을 봐.”
당미아의 말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대전의 끝자락에 수백 장 정도의 조각상이 서 있었는데 푸른빛이 도는 것이 전에 본 청목 조각상과 비슷했다.
다만, 여기 있는 조각상은 암녹색 갑옷을 입었고 갑옷에 오래된 무늬가 가득하였으며 이는 어두운 빛을 발했다.
마치 나무로 만든 갑옷 같았다.
그 외, 푸른색 조각상은 목비를 들고 있었는데 목비에 복잡한 글이 적혀있는 것이 오묘하기 그지없었다.
“조각상이 입은 갑옷은 절품 영기 같아.”
당미아의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절품 영기는 실력을 한 층 높여줄 수 있는 엄청난 물건으로 보아하니 방어형 영기인 듯했다. 누가 얻게 되든 육신난을 건넌 사람보다 방어력이 훨씬 좋아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저 목비에 적힌 글은 신술일 수도 있어.”
“신술이라…….”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어뢰술이라는 신술이 있는 목진은 이를 북명룡곤한테서 얻은 뒤로도 아직 선보인 적이 없었다. 신술은 지존경 강자마저 탐낼 만한 물건이었으니,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가 바로 이곳 유적지의 중심이겠군…….”
목진이 주위를 훑어보니 성령원 외에 무령원도 이미 와 있었다. 주원은 미친 듯이 주위를 살피며 자신을 공격했던 사람을 찾으려는 것 같았지만 이곳에서 녀석을 저리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후 뿐이었다.
이에 목진은 입맛을 다시다가 당미아와 눈을 마주쳤는데 두 사람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하후한테 눈길을 돌렸다.
목진이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만봉령원과 북창령원 사람들이 바로 흩어져 하후 소조를 노렸다. 두 사람이 다시 손을 잡자 하후는 흠칫 놀랐다.
이곳에 모인 다른 사람들도 북창령원과 만봉령원이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에 놀라다가 금세 흥미진진한 얼굴을 했다.
두 학원에서 과연 하후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
목진과 당미아의 행동에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고 세 소조가 각자 상대방을 바라보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자 공기마저 일그러졌다.
전체적인 실력으로 보면 성령원이 세 소조 중 제일 좋지만, 나머지 두 소조가 협력하였으니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그들의 대결을 지켜봤다. 어느 하나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없었고 얼마나 치열하게 싸울지 기대도 되었다.
“북창령원과 만봉령원에서 함께 우리 성령원을 상대하겠다는 건가?”
하후가 목진과 당미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이건 그쪽에서 가장 잘하는 수법 아닌가? 설마 억울하기라도 한 건 아니지?”
“그렇다고 날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당미아가 생긋 웃으며 묻는 말에 하후가 괴이하게 웃으며 답했다.
“너희만 손을 잡은 것이 아니야.”
이에 당미아는 자연스레 무령원으로 눈길을 돌렸다. 현재, 이곳에서 이들 세 소조만 빼면 무령원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난 내 친구를 죽인 사람을 찾아낼 생각밖에 없어.”
주위를 훑어보던 주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한 말에 하후는 의미심장하여 웃었다.
“하하, 하후 조장이 말한 건 우리 같군.”
그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와 대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 다섯이 히쭉 웃으며 나타났다.
이들은 일전에 목진 등이 마주쳤던 바로 그들이었다.
“드디어 나타났군!”
주원은 이내 혈안이 되어 포효하더니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을 향해 무서운 힘이 깃든 검은색 철곤을 휘둘렀다.
“허허, 주원 조장은 참 성급해.”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이 담담하게 웃으며 손을 휘두르자 푸른색 영력이 휘몰아치며 오래된 나무 무늬가 새겨진 거대한 손바닥을 만들어 철곤에 맞섰다.
쿵!
두 사람의 공격으로 무서운 영력 충격이 주위에 퍼졌다. 주원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두 눈이 휘둥그레져 뒤로 물러났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은 영력난을 건넌 것이 분명했다.
이를 알아챈 것은 주원뿐만이 아니었으니, 다들 하후와 실력이 비슷한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목진도 깜짝 놀랐다. 일전에 청년과 싸웠을 때는 상대방이 싸울 마음이 없어 완전한 실력을 선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젠장!”
당미아도 자신을 습격한 사람을 알아보고 이를 갈며 말했다. 저들만 아니었으면 독에 중독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하후 등이 끼어들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