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화. 어뢰술의 위엄
꽈르릉.
천지의 위력이 깃든 우렛소리와 함께 검은색 뇌운이 놀라운 속도로 모여들었고, 그 속에서 번쩍이는 검은색 뇌광은 꼭 검은색 흑룡이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목진을 바라봤고 견청마저도 두 눈이 휘둥그레져 검은색 뇌운을 쳐다봤다. 그 속에서 내뿜는 천지의 위압감에 체내의 영력이 무질서해진 것을 느낀 견청은 뇌운 속 벼락이 영력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란 걸 알아챘다.
이는 영력난을 건넌 사람이라도 소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편, 목진은 뇌망이 번쩍이는 손을 파르르 떨며 인법을 그렸다. 그는 어뢰술을 처음 선보이는 것이었다. 신술은 수련하기 어려워 목진은 몇 달을 거쳐서야 조금이나마 터득했는데 천부적인 재능과 뇌신체를 수련한 경험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꽈르릉!
검은색 뇌운이 들끓으며 계속해서 검은색 벼락을 만들었다.
쿵!
9개의 별이 닥치려 할 때, 목진은 갑자기 인법을 바꿨다. 이에 검은색 뇌운이 움찔하더니 아찔한 뇌명이 울려 퍼졌고 대전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격렬하게 흔들렸으며 주위의 천지 영력마저도 멀리 흩어졌다.
그때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검은색 뇌운이 쩍 갈라지며 검은색 뇌광이 살벌한 뇌룡처럼 공간을 가르며 내리꽂혔다.
파멸의 힘이 깃든 검은색 뇌광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았다.
그것은 구유작이 겪었던 뇌겁보다는 못해도 그 속에 깃든 파멸의 파동은 영력난을 건넌 사람을 상대하기엔 충분했다.
하후는 검은색 벼락이 떨어지며 뇌광이 번쩍이는 장면에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검은색 벼락은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어 9개의 별보다 먼저 목진의 앞에 다가왔다.
쿵!
그러다 두 갈래의 힘이 부딪치자 눈부신 뇌광이 일며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충격파가 일었는데 특수한 재료로 만든 바닥과 주위의 기둥마저 그 힘에 못 이겨 균열이 일었고 덩굴들은 뇌광에 닿자 순간 잿더미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 엄청난 파괴력에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충격파의 중심에 두 갈래의 무서운 힘이 미친 듯이 서로를 침식하고 있었는데 검은색 뇌광이 현저히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흑신뢰는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유작마저도 흑신뇌겁을 세 번 만에 건넜으니까.
비록 목진이 소환한 흑신뢰가 구유작이 겪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하후는 그때의 구유작과 비교하면 많이 뒤처졌다.
“구성폭(九星爆)!”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하후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인법을 바꾸며 외쳤다.
쿵! 쿵!
별들이 동시에 폭발하며 무서운 힘이 솟구치자 목진은 살기를 품고 허공에 손가락을 가볍게 그었다.
“부셔!”
간단한 두 글자에 엄청난 패기가 깃들어 있었다.
퍽!
검은색 벼락이 팽창해 검은색 뇌광이 번쩍이는 뇌룡처럼 포효하며 날아가자 구성이 폭발한 무서운 힘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럴 수가!”
하후는 순간 사색이 되어 외쳤다.
흑신뢰가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한 것이다.
쿵!
그때 목진이 손을 내밀자 검은색 뇌광 한 줄기가 구성을 삼키고 공간을 가르며 하후에게 향했다.
이에 하후는 드디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온몸을 파르르 떨며 외쳤다.
“내가 졌어!”
하지만 목진은 하후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어뢰술을 소환했는데 이대로 하후를 풀어주면 다음번엔 이보다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영력난을 건넌 실력자를 상대하기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여 목진은 검은색 벼락으로 하후를 사정없이 때렸다.
퍽!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하후의 영력 방어막은 와르르 무너졌다. 녀석은 결국 피를 토하며 바닥에 수천 장 정도의 기다란 흔적을 남기며 기둥에 꽂혔다.
쿵!
기둥에 균열이 일며 흔들리는 것이 곧 무너질 것 같았다.
하후는 피범벅이 되어 기둥 아래편에 쓰러졌는데 온몸의 뼈가 부서진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으며 숨소리가 점차 약해지는 것이 곧 죽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하후를 바라봤다.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고 있던 하후가 순식간에 저런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당미아, 주원 등도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안색이 창백해진 소년한테 눈길을 돌렸다.
소년은 겨우 통천경 후기의 실력으로 무려 영력난을 건넌 하후를 쓰러뜨렸다!
“미친놈…….”
당미아 등은 드디어 목진이 북창령원을 대표해 이곳에 온 이유를 알게 되었고 한 조의 조장을 하고도 남을 천재란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없이 평범해 보이는 소년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전투력을 지녔다.
이 세상에는 싸움에 능한 사람들이 적잖게 있는데, 그중 괴물급 천재가 아닌 사람은 없었으며, 목진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반면, 성령원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하후를 바라봤다. 그들은 아직도 목진이 하후를 이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견청도 어두워진 안색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더는 소년을 하찮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목진은 사람들의 눈빛 따위에 전혀 개의치 않고 조금은 창백해진 얼굴로 하후를 바라봤다. 어뢰술은 신술이라 영력 소모가 엄청나 목진이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이를 소환하기는 어려웠지만 지존급 강자라야 비로소 소환할 수 있는 수단이라 그런지 위력이 엄청났다.
목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하후의 원패를 가져왔다. 하후 소조는 4,200점으로 현재 7위였다.
이는 목진 등이 확보한 점수의 두 배도 넘는 점수였다.
목진은 성령원의 점수를 절반 빼앗고 순간 3,700점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원패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는데 16위권에 속해있던 하후 소조는 빠르게 사라졌고 새로운 소조가 놀라운 속도로 치고 올라와 결국 9위에 멈춰 섰다!
학원 대회 9위, 북창령원, 대장 목진.
목진은 결과를 확인하더니 담담하게 웃었다. 이들도 드디어 16위권에 들었으니 희현을 포함한 모두가 그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희현, 내 이름을 보면 넌 무슨 생각부터 날까?”
목진은 원패를 꼭 쥐고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 *
적황색 산맥에 광풍이 일었는데 그곳에 다섯 명의 사람이 산봉우리에 끄떡없이 서 있었다.
가장 앞쪽에 선 사람은 옆에 있는 거대한 바위에 기대서서 산의 깊숙한 곳에서 솟구치는 난폭한 영력 파동을 바라봤다.
그는 하얀색 도포를 입은 청년으로 늘씬한 몸매에 훤칠한 외모를 가진 미남이었고 그의 따뜻한 웃음은 소녀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고도 남았다. 뒤에 서 있는 나머지 네 명도 기품이 남달랐지만 그와 비하면 조금 부족했다.
그는 다름 아닌 성령원의 희현이었다.
“조장, 저쪽 싸움이 곧 끝날 것 같아. 12조가 남았고 다들 실력이 괜찮은데 그중 육신난을 건넌 사람이 적어도 12명은 될 거야.”
희현 뒤에 서 있던 금발 청년이 히쭉 웃으며 산속 깊숙한 곳을 바라봤다.
“12조라…… 원 없이 점수를 따긴 할 것 같은데 배 채우려다 옆구리 터지는 건 아니겠지?”
희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조장이 있는 한 영력난을 건넌 고수도 피해가야 할 텐데 나머지는 더 말할 것도 없지.”
곰처럼 튼실하게 생긴 한 사내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는데 얼굴에 난 무서운 상처 때문에 표정이 조금 흉악해 보였다.
“학원 대회에 숨은 실력자가 얼마나 많은데……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전멸할 수 있어.”
희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다른 학원에서 이번 대회를 위해 유명한 종족의 천재들을 포섭했다고 들었는데 왜 아직 한 명도 만난 적이 없지? 그들과 대면할 때부터 진정한 싸움이 시작되는 거야. 그 외, 다른 4대원에서도 우리 못지않게 실력이 상당한 소조가 있잖아? 예를 들어 현재 우리보다 앞서가는 만봉령원의 온청선이 이끄는 소조 말이야.”
온청선이란 말에 희현 뒤에 서 있던 네 명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학원 대회가 시작되면서부터 온청선이 이끄는 소조가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록 현재의 순위가 최종 순위는 아니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그 실력을 충분히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온청선이 엄청난 미인이라고 들었는데…….”
한 청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대장과 함께 영로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너마저도 그녀를 품지 못한 거야?”
이에 희현은 무안한 듯 어깨를 들썩이며 답했다.
“내가 영로에서 가장 꺼리던 여인 중 한 명이 온청선이야. 그리고 그녀한테 미남계는 안 통해.”
“그 외에도 꺼리는 여인이 있다는 말이야? 누가 감히 온청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단 말이야?”
금발 청년이 흥미진진해서 묻는 말에 희현은 웃음을 거두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여인은 낙리라고 하는데 온청선 못지않게 뛰어나지만 온청선처럼 순위에 연연하지 않지…….”
희현은 문득 검은색 치마에 장검을 짊어진 소녀가 검은색 장발을 드리운 채 서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의 유리알같은 투명한 눈망울은 너무 눈부셨는데, 온청선을 고귀한 봉황에 비유한다면 낙리는 외진 곳에서 홀로 피어난 흑련과도 같았다. 그녀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해 절세의 아름다움을 뽐낼 그런 존재였다.
온청선 못지않게 천부적 재능이 있는 낙리는 원한다면 충분히 그녀와 동등한 지위에 설 수 있을 텐데 결국 그 녀석의 옆에 서 있기로 했다. 그녀의 생기 없는 얼굴은 그 녀석을 볼 때만 화색이 되곤 하였다.
옛 생각에 희현이 화가 난 듯 옆에 놓인 거대한 암석을 꽉 쥐자 움푹 파이며 손가락 자국이 났다.
“낙리야…….”
희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녀가 목진과 죽고 못 사는 관계가 되기 전, 희현은 낙리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녀가 누군가에게 추격 당했지만 그는 넌지시 지켜보기만 했다. 영로에서 이런 일에 함부로 끼어드는 것은 더없이 멍청한 짓이었고 희현도 그럴만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숲에서 쏜 누군가의 화살에 소녀가 휘청이다가 희현과 눈이 마주친 것이었다.
낙리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청년을 뒤로 한 채 묵묵히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후, 희현은 반년이 지나서야 낙리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녀는 이미 길쭉한 몸매에 훤칠한 얼굴을 한 소년과 함께 있었다. 죽음 앞에서도 무덤덤했던 소녀는 소년을 볼 때만 생긋 웃었는데 그 아름다움에 희현은 소년이 질투가 났다.
그날, 만약 자신이 나섰었다면 소녀의 옆에 선 사람은 자기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희현은 목진이 낙리를 구한 뒤, 소녀가 반년 동안 소년을 추격한 것은 전혀 몰랐다. 목진은 반년 동안 낙리를 타이르다가 실패하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고 생사를 오가는 일도 많이 겪었다. 이에 시간이 흘러 소녀의 무덤덤한 표정에 드디어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반년쯤 지난 어느 날 밤, 미친 성장 속도를 자랑하던 소녀가 소년의 교활한 수법을 눈치채고 장검으로 그 목을 겨누자 소년은 쓸쓸하게 웃으며 소녀를 바라봤다.
그러나 희현은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알 리가 없었다. 그 뒤로 목진에게 원한이 맺혔고 결국 누구 하나 죽지 않고는 같이 못 사는 관계가 되었다.
목진과 희현 두 사람 모두 훌륭했는데 희현의 성격상 자신만큼 뛰어난 사람이 같은 구역에 존재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고 언젠가 적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희현이 목진을 적대시하기 시작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녀석을 쓰러뜨리고 자신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낙리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런데 희현은 목진을 상대할수록 소년의 놀라운 성장 속도에 진정한 위협을 느꼈고 그를 꺾고 영로의 최강자로 거듭날 자신이 없었다.
이에 그는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진을 영로에서 내쫓았던 것이었다.
그러다 목진이 혈화자로 이름을 날리고 영로에서 쫓겨나던 날, 소녀는 먼 곳 산봉우리에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희현을 바라보더니 눈앞에서 사라졌고 영로의 종점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다.
그날, 소녀는 영로의 최고의 영예를 따낼 기회를 포기하고 희현를 잡는 데만 몰두하여 두 사람은 결국 중상을 입은 채 싸움을 끝냈다.
“내가 널 살려둔 건 언젠가 목진이 직접 널 죽일 거라서 그래. 넌 목진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어.”
이건 소녀가 희현한테 한 첫 마디였다. 무덤덤하던 희현은 혈안이 되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퍽!
이러한 생각에 화가 난 희현이 갑자기 주먹을 날리자 옆에 있던 거대한 바위가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