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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12화 (311/1,000)

312화. 전리품

소녀는 낙신검을 들고 바로 견청을 노려봤다.

“혼자서 우리 다섯을 상대하려고?”

견청이 피식 웃으며 묻자 낙리는 조용히 낙신검을 들었다. 낙신검은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놀라운 검의를 발산했는데 이는 천지를 꿰뚫을 것처럼 날카로웠다.

“우리와 함께 저 여인을 상대하자. 그럼 너희는 하후를 위해 복수할 수도 있고 좋잖아? 저들을 쓰러뜨리면 이곳에서 얻은 점수와 보물의 절반을 줄게.”

낙신검의 검의에 흠칫 놀란 견청은 성령원의 남은 네 사람한테 고개를 돌렸다.

비록 하후가 위독하긴 해도 성령원의 나머지 넷도 실력이 괜찮아 낙리를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성령원 조원 네 명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 때문에 잔뜩 겁을 먹긴 했지만 그는 현재 상태가 최악이었고 낙리만 쓰러뜨리면 목진을 잡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슉!

결정을 마친 네 사람은 바로 낙리 뒤쪽에 나타나 견청 등과 함께 소녀를 포위하더니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너한테 신기가 있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는 버거울 거야!”

견청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10명 중 적어도 절반은 육신난을 건넌 고수고 영력난을 건넌 견청까지 더하면 낙리 혼자서 상대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낙리는 녀석의 말 따위는 무시하고 서서히 눈을 감았는데 낙신검을 쥔 손에서 피가 흘러나와 선홍빛 검문을 형성했다.

쿵!

그때 낙신검에서 아주 무서운 검기를 내뿜었는데 이는 꼭 잠들었던 흉물이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공격!”

견청은 무서운 검기에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쿵!

견청 등은 거의 동시에 낙리를 공격했는데 소녀는 눈을 꼭 감은 채 장검을 쥔 손을 파르르 떨자 무서운 검기가 돌풍처럼 주위를 감싸 상대방의 공격을 순간 무산시켰다.

낙신검의 선홍빛 검문이 밝아질수록 낙리의 안색도 창백해졌는데 어느덧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낙리가 눈을 번쩍 뜨더니 팔을 휘둘러 앞쪽 공간에 검흔을 남겼다.

잠시 후, 수백 장 크기의 검련이 낙리 앞에 빠르게 형태를 갖췄는데 유달리 아름다운 연꽃에 파멸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때 검이 파르르 떨자 검련이 허공에 서서히 떠오르며 눈부신 빛을 발했고 소녀의 맑은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졌다.

“검심통명(劍心通明), 낙신검련(洛神劍蓮)!”

위잉!

투명한 검련이 낙리 앞쪽에 서서히 떠오르며 눈부신 빛이 대전 전체를 비췄는데 따뜻하기는커녕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웠고 그 속에 깃든 검의는 천지를 뚫고도 남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목진도 흠칫 놀라 낙리를 바라봤는데, 그 역시 낙리의 공격에 위협을 느꼈다.

견청 등의 안색도 한껏 어두워졌다. 아름다운 검련에서 짙은 죽음의 냄새가 느껴졌다.

낙리는 바로 진정한 필살기를 선보여 살수를 두려 하였다.

낙리는 갑자기 돌변한 상대방의 안색을 확인하고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허공에 손가락을 가볍게 찍었다. 그러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검련이 떨리며 연꽃이 피어나더니 엄청난 검기가 솟구치며 꽃잎 열 개를 발사했다.

아름다운 꽃잎에 깃든 날카로움에 공간에도 은은하게 흔적이 남았고 아래쪽 바닥은 스며져 나온 검기에 깊숙한 검흔이 생겨났다.

견청 등은 아름다운 검련 꽃잎이 아직 채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피부가 찌릿했다.

“전력을 다해 공격하라!”

견청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고 다른 아홉 명도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최강수를 뒀다. 그러지 않으면 낙리의 공격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목신창(木神槍)!”

“성광장(聖光掌)!”

* * *

아홉 명의 엄청난 공격에 이어 견청도 손을 내밀자 웅장한 영력이 솟구치며 앞쪽에 광문이 가득한 거대한 손이 나타났다. 그 속에 깃든 그윽한 영력은 상당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녀석도 살수를 두려는 것이다.

“창송신수(蒼松神手)!”

쿵!

어느덧 열 명의 공격이 연꽃 꽃잎에 닿자 낙리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앞쪽 허공에 가볍게 손을 그었다.

한없이 약해 보이는 아름다운 연꽃 꽃잎은 신검의 검의를 품어 웅장한 영력 공격을 손쉽게 무산시켰다.

녀석들의 필살기가 낙리한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은 것이다.

기이한 광경에 견청 등은 너무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열 명이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소녀는 아무렇지 않다니, 이럴 수는 없었다.

슉!

어느덧 녀석들한테 다가간 연꽃 꽃잎은 신속하게 공격을 개시했고, 다들 사색이 되어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사방에 피가 튀기며 나머지 아홉 명의 팔이 끊어졌는데 절단면이 거울처럼 반듯했다.

으악!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아홉 명은 맥없이 추락하며 끊어진 팔을 잡고 괴로워했다. 게다가 영력은 빠르게 쇠약해졌으며 날카로운 검의가 몸에 스며들어 아무리 영력을 끌어올려도 피가 그치지 않았다.

낙리는 녀석들의 비명은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자신의 검련 꽃잎을 막아낸 견청한테 눈길을 돌렸다. 견청은 영력난을 건넌 고수라 그런지 역시 남달랐다.

그러나 견청은 전력을 다해 소녀의 무서운 공격을 막느라 체내의 영력이 무질서해졌다.

“젠장!”

비명에 흠칫 놀란 견청은 낙리의 공격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는 목진이 하후한테 날린 공격 못지않았다. 목진의 공격은 한 명을 상대하는 데 유리했다면 낙리의 공격은 여러 명을 상대하는 데 유리했다.

“역시 영력난은 대단해.”

말을 마친 낙리는 견청을 노려보며 수중의 낙신검을 가볍게 파르르 떨었다.

위잉!

검음이 들리더니 다른 아홉 명의 팔을 잘랐던 검련 꽃잎들이 되돌아와 견청을 포위했다.

이에 견청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검련 꽃잎 한 개를 막는 것도 힘겨운데 나머지 아홉 잎까지 상대하라니, 이는 자신을 죽이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젠장!”

견청이 이를 악물며 바닥을 내리치자 암녹색 영력이 대전에 스며들었다.

쿵!

주위의 기둥들이 느슨해지며 덩굴들이 미친 듯이 솟구쳐 견청 주위에 방패를 형성했다.

퍽! 퍽!

낙리의 공격에 덩굴이 산산이 부서졌다.

“내가 얻지 못할 물건은 너희도 못 가져. 난 절대 여기 있는 보물을 너희한테 주지 않을 거야!”

견청은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목진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낙리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녀석은 갑자기 인법을 바꾸더니 암녹색 빛을 발사해 대전의 기둥들을 공격했다.

위잉.

기둥에 갑자기 오래된 주문이 나타나더니 점차 밝아졌고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이 솟구치며 균열이 빠르게 퍼졌다.

쿵!

그러자 대전을 지탱하던 기둥들이 전부 폭발하며 무서운 영력 충격이 휘몰아쳐 당미아 등의 몸을 휘감았던 덩굴이 한순간에 부서졌고 그들은 그 무서운 충격파에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한편, 대전은 곧 무너질 듯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균열이 일어 당미아 등을 집어삼켰다.

견청이 대전을 폭발시키는 장치를 가동한 것이다.

“하하, 너희는 곧 이곳에서 방출될 거야. 그런데 이번 일은 이대로 끝이 아니야. 내가 반드시 배로 갚아줄 거야!”

이곳 유적지에 온 사람들의 점수를 따고 보물까지 전부 수중에 넣을 줄 알았던 견청은 목진과 낙리 때문에 일이 틀어지자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조원들과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목진은 흠칫 놀라 낙리한테 다가갔는데 서황 등도 마침 덩굴에서 빠져나왔다.

“어떡하지? 곧 무너질 것 같아.”

서황의 말에 목진은 인상을 찌푸리고 자신이 봉인한 목신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현재, 이곳에서 챙길만한 보물은 목신위뿐인데 여태껏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아무런 수확도 없이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목신위를 챙깁시다!”

말을 마친 목진은 바로 목신위에 다가가 개자탁에 넣으려 하다가 실패하였다.

“젠장!”

빠르게 퍼지는 공간 균열을 확인한 목진은 바로 뇌신체를 소환해 목신위의 팔을 잡았다. 녀석을 직접 들려는 것이다.

그런데 목신위는 산 한 채만큼 무서워 목진이 뇌신체를 소환해도 너무 버거웠다.

슉!

낙리 등도 바로 달려와 영력을 끌어올려 목진과 함께 목신위를 들어 올렸다.

“다들 조심!”

그들은 결국 목신위와 함께 난폭한 영력 파동이 느껴지는 공간 균열로 뛰어들었다.

퍽! 퍽!

목진 등이 떠나자마자 대전은 바로 무너졌고 영력 폭풍이 일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느 황량한 산맥 위쪽 하늘이 일그러지면서 공간 균열이 생기더니 사람들을 왈칵 토해냈다. 그 속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함께 추락해 아래쪽에 있던 산이 와르르 무너졌다.

유적지에서 나온 목진은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허공에 멈춰서서 주위를 살폈고 안전한 것이 확인되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낙리 등도 몸을 추스르고 낯선 구역을 살폈다. 이곳은 유적 궁전에 들어갈 때 머물렀던 곳이 아니었다.

“우리가 공간 균열을 넘어 어디로 왔는지 모르겠어.”

서황의 말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원패를 확인했다.

“괜찮아요, 우린 아직 유적 대륙에 있어요. 일단 전리품부터 볼까요?”

목신위는 은은한 빛을 발하며 부서진 산 위에 조용히 서 있었는데 순간 그 속에 깃든 무서운 힘이 느껴졌다.

“적어도 신백난을 건넌 고수라야 이 목신위를 막아낼 수 있을 거예요.”

낙리도 진지하게 목신위를 쳐다봤다. 목진이 나뭇잎 부적을 발견해 봉인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함께 상대한다고 해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비로소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었을 것이다.

“신백난이라…….”

서황 등은 혀를 끌끌 차며 목신위를 바라봤다. 아무리 실력자가 많은 학원 대회라지만 신백난을 건넌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목진도 이글거리는 눈으로 목신위를 쳐다봤다. 만약 녀석을 조종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목신위는 특수한 부적의 명만 따르는데 이는 견청이 제련한 거라…….”

낙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부적을 제련할 수 있는 사람이 견청만 있는 것은 아니지.”

목진이 히쭉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목신위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 않나?”

낙리 등도 목진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목신위를 처음 봤을 때, 녀석은 광문이 반짝이는 신기인 목갑을 입고 있었고 목신위 수중에 목비도 있었던 것 같았다.

목진이 목신위의 이마 쪽에 다가가 나뭇잎 부적을 보려고 손을 뻗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부적에서 영력 파문이 일며 목진을 막으려고 했다. 견청이 곁에 없어 반격할 수 없던 터라 목진은 녀석의 이마에서 부적을 강제로 끄집어낼 수 있었다.

오래된 냄새가 가득 담긴 나뭇잎 부적에는 영력 낙인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영력 파동은 다름 아닌 견청의 것이었다.

견청은 이 영력 낙인으로 목신위를 조종한 것이다.

목진이 담담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어두운 불씨가 나뭇잎 부적으로 스며들었다.

부적의 구조가 아주 복잡하긴 했으나 목진은 영진사였다. 미세한 힘에 대한 제어력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났기에 어두운 불씨는 본연의 구조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견청의 영력 낙인을 찾아내 조금씩 태워 없앴다.

그렇다고 견청의 낙인을 지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목진이라도 한참을 애써야 녀석의 흔적을 완벽히 지울 수 있었다.

견청의 영력 낙인을 완벽히 지운 뒤, 어두운 불씨는 빠르게 모여 새로운 영력 낙인을 형성해 부적의 중심에 나타났다.

목진의 낙인은 구유화로 만들어져 앞으로 누군가 부적을 빼앗아 영력 낙인을 없애려 하면 구유화가 바로 부적을 태워 없앨 것이다.

목진은 역시 견청보다 한 수 위였다.

목진의 낙인이 새겨진 나뭇잎 부적에서 어두운 빛을 발했는데 약간의 손상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한 건가?”

목진이 중얼거리며 부적을 바라봤다. 견청이 부적을 빼앗으려 했을 때, 목진이 공격해 남은 상처인 것 같은데 그 덕분에 목신위를 쉽게 봉인할 수 있었다.

비록 녀석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부적을 고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또한, 이 부적은 한 번 사용하면 그 속에 깃든 힘을 일정하게 소모해 철저히 효능을 잃어버린다.

그건 다름 아닌 목신위를 수중에 넣어도 마음껏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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