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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13화 (312/1,000)

313화. 수확

한편, 목진이 부적을 제련할 때 목신위의 메마른 몸이 번쩍이더니 청목색 목갑이 다시 나타났는데, 아주 복잡한 광문이 새겨진 갑옷에서 지극히 강대한 파문이 일었다.

청목갑은 방어력 극강의 절품 영기였다.

그때 낙리가 낙신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날카롭기 그지없는 검기는 청목갑에 은은한 흔적을 남겼을 뿐 얼마 지나지 않아 갑옷에서 빛을 발하며 흔적이 서서히 사라졌다.

청목갑은 복구의 힘까지 지녔다.

“역시 절품 영기는 대단해.”

서황 등이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이들에게 이런 방어형 영기가 있으면 육신난을 건넌 실력자를 상대해도 절대 두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견청이 목신위를 조종했을 때 녀석이 청목갑을 소환해냈다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쉽게 빠져나오지는 못했을 거야.”

낙신검의 위력을 잘 아는 낙리 역시 적잖게 놀란 것 같았다. 아무리 신검이 봉인 상태라 해도 청목갑의 방어력은 엄청났다.

이에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신위를 조종하는 부적의 손상 때문에 견청이 목신위의 힘을 전부 선보이지 못했고 청목갑을 소환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때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수중의 부적이 다시 목신위의 이마에 스며들었다. 순간 목진은 목신위를 조종할 수 있을 것 같은 신기한 느낌이 들어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자 청목갑이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목진에게로 날아왔다.

부적이 손상되어 목진이 목신위를 조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청목갑을 거두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이 청목갑은 낙리한테 줍시다. 낙리가 마침 방어형 영기가 필요했는데 청목갑이 있으면 우리 소조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목진이 서황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지 낙리만 챙겨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목신은 뇌신체를 수련해 방어형 영기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지만 다섯 명 중에서 전투력 최강인 낙리는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황 등도 동의하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과 낙리가 무사해야 소조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은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에 낙리가 생긋 웃으며 청목갑을 건네받았다. 낙리는 낙신검으로 전력을 다해 싸우기 위해서는 청목갑 같은 방어형 절품 영기가 필요했다.

목진은 잇따라 목신위가 쥐고 있는 물건을 살폈는데 복잡한 글이 적혀 있는 적당한 크기의 신목비에서 오묘한 파동이 일었다.

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왠지 목신위, 청목갑, 신목비 세 물건 중 신목비가 제일가는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목신위 수중의 신목비에는 오묘한 글이 가득 적혀 있었는데 은은한 빛을 발하는 것이 한없이 신비로워 보였다.

잠시 신목비를 노려보던 목진은 서서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신목비에서 눈부신 푸른빛을 발하며 주위의 황무지에 새싹이 돋기 시작했다. 그것은 강력한 힘을 방출하며 목진의 접근을 거부했다.

이에 목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는데도 신목비의 푸른 광권을 뚫지 못했다.

“흥!”

목진이 기합을 넣으며 뇌신체를 소환해 다시 시도하자 푸른빛은 부단히 흔들리다가 사라졌다. 목진은 뇌신체를 수련해 흑신뢰의 세례를 수도 없이 받아 이를 소환할 때마다 피부 표면에 흑신뢰광이 나타나곤 했는데 신목비의 순수하고 강력한 힘이 마침 흑신뢰광과 상극이었다.

목진은 결국 신목비를 수중에 넣었다.

위잉!

이와 동시에 푸른빛 한 줄기가 쏜살같이 목진의 미간에 스며들었다.

순간 목진의 뇌리에 오래된 정보와 함께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웅장하고 오래된 전각들은 소년이 방문했던 유적지보다 훨씬 컸고 전부 특수한 나무로 만들어져 취약해 보였지만 더없이 견고했다.

아주 방대하고 오래된 유적지였다.

그곳 하늘은 유달리 파랬고 만 장 정도의 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대지에 생기를 불어넣었으며 웅장한 영력이 하늘에 푸른색 구름을 만들었다.

목진은 웅장한 유적지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정도의 유적을 남길 만한 세력이라면 원고 시기의 엄청난 거장이 틀림없었다.

이곳이야말로 완전한 원고의 유적지였으니, 이 속에 분명 원고의 계승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들어갔던 곳은 그곳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그때 장면이 또 바뀌었다. 안개가 그윽한 산봉우리에 유달리 눈부신 빛을 발하는 곳이 있었는데 각양각색의 보물이 자라났다. 이들은 천지의 영기를 먹고 자라 순수한 영력 파동을 내뿜었는데 대충 봐도 진귀한 보물이 가득했다.

그곳은 보물 천지였다!

그러다 목진은 산 정상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눈부신 노란빛이 비치는 그곳은 마치 태양이 뜬 것처럼 보였다. 너무 뜨거워 주위에 아무런 생물도 자라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노란빛의 물체는 영지의 모양을 한 식물로 빛덩이 아홉 송이가 피어나 무궁무진한 빛을 발하며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그것은 엄청난 빛과 함께 영력 파동을 내뿜었는데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목진은 특이하게 생긴 영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구양신지야!”

아무도 목진이 이곳에서 대일불멸신을 수련하는 데 필요한 보물 중 하나인 구양신지를 찾을 줄 몰랐다.

대일불멸신을 수련하려면 세 가지 보물이 필요한데 어느 하나 얻기 쉽지 않았다. 전부 지존급 존재들도 탐낼만한 물건이었으며 북창령원의 영치전에서도 찾지 못해 걱정하고 있었다. 목진은 아직 통천경 후기일 뿐이지만 언젠가 지존경에 이르면 재료가 부족해 지존 법신을 수련하지 못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다만, 세 가지 보물이 너무 진귀해 그중 하나를 얻는 일도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구양신지를 발견하자마자 이토록 흥분했던 것이었다.

한참 후, 정보를 확인한 목진은 감았던 눈을 서서히 뜨며 씨익 웃었다.

“어떻게 됐어?”

낙리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목진이 사람들 앞에서 흥분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은 거의 볼 수가 없었기에 그 이유가 궁금했다.

“우린 엄청난 걸 얻은 거야.”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방긋 웃으며 신목비를 바라봤다.

“견청 등의 진짜 목표는 목신위가 아니라 이거였어.”

이에 서황 등이 고개를 기웃거리며 신목비를 바라봤다.

“우리가 방문했던 원고의 유적지는 원고 시기의 목신전이었어. 그건 오래된 종족의 유적이긴 하지만 진정한 목신전 유적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해. 그리고 완전한 목신전 유적에 관한 정보가 이 신목비에 들어있어.”

목진의 말에 서황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이 발견한 보물만 해도 이렇게 대단한데 진정한 목신전 유적지에는 얼마나 놀라운 보물이 숨겨져 있을까?

“그럼 진정한 목신전 유적은 어디 있어?”

서황이 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신목비가 알려줄 거예요.”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하더니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이곳 유적 대륙에는 우리가 갔던 곳과 비슷한 유적지가 여러 군데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다른 소조에서 이 정보를 알고 있다면 분명 보물을 취하러 갔을 텐데 그중에는 하후, 견청 등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분명 많을 거예요.”

이에 서황, 조청삼, 모풍양의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하후, 견청 등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이보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나면 어쩐단 말인가? 다섯 명 중에서 목진과 낙리만 빼면 나머지는 실력이 부족해 두 사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수련에 집중할 거예요. 이곳이 마침 외지고 좋은 것 같네요.”

목진이 서황 등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우린 한시라도 빨리 실력을 향상해야 해요.”

서황 뿐만 아니라 목진도 실력을 올려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실력자가 나타났고 누군가 유적 대륙에서 원고의 유적이나 계승을 받아 실력이 폭등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목진은 비록 하후와의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영력 소모가 엄청났고, 통천경 후기의 실력은 그 전투력을 따라가지 못했다. 목진은 이런 실력으로는 절대 우승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반드시 육신난을 건너야 했다.

이에 서황 등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목진과 낙리만 소조를 위해 애쓰는 것이 미안했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했다. 그런데 지금은 선령과를 얻어 육신난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육신난을 건너게 되면 소조 전체의 실력이 부쩍 늘 것이고 목진과 낙리의 짐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서황 등을 보며 피식 웃더니 수중의 오래된 신목비를 꽉 쥐었다. 신목비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들어있었는데 그중 소년의 마음을 움직인 신술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소신술, 천목신륜.

목진 등은 커다란 산에 구멍 다섯 개를 뚫고 그 속에 들어가 수련을 시작했다.

후우.

목진은 반듯하고 차가운 푸른색 암석 위에 앉아 백기를 토하며 옆을 바라봤다. 영력 파동이 바위 너머로 느껴지는 것이 낙리 등도 수련을 위한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육신난이라…….”

지존경 삼난은 직접 겪지 않아도 그 무서운 정도를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였고, 수많은 천재가 여기서 요절하였다. 지존경에 이르기 위해 겪어야 할 3가지 관문은 그만큼 어렵고 위험했다.

하여 아무리 뇌신체를 수련해 육신난을 건넌 사람보다 육신이 강한 목진이라도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 육신이 강할수록 육신난을 건널 때, 겪을 고난이 더 할 테지만 겁난을 건너기만 하면 실력은 엄청나게 폭등할 것이다.

역시 힘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만 했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서서히 눈을 감고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실력이 통천경 후기에 이르면 육신난을 건널 자격이 주어지는데 스스로 준비되었다고 생각하면 직접 건너면 된다.

육신난은 체내의 모든 영력을 경맥으로 빠르게 돌리면 그 힘이 경맥에서 피와 살로 스며드는 것으로 실력이 어느 정도에 이르면 체내의 혈기가 일정한 포화 상태를 이루어 영력이 움직이며 생긴 힘이 스며들어 함께 혈화를 이룬다.

이렇게 생성된 혈화가 온몸에 퍼져 육신을 단련하는 데 성공하면 전보다 더 강한 육신을 얻게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육신이 활활 타올라 잿더미가 되어 숨이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체내에서 비롯된 화로 육신을 단련하는 것이 곧 육신난으로 본인의 힘으로 겁난을 건너야만 비로소 새로 태어날 수 있다.

목진은 사흘 동안 꿈쩍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빠르게 체내의 영력을 돌렸는데 경맥은 이미 뜨거워졌고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힘이 피와 살에 스며들었다.

이와 동시에 온몸에 짜릿함을 느꼈는데, 이는 체내에 혈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징조였다. 혈화가 온몸에 퍼졌을 때의 고통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마저도 견디지 못하면 바로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목진의 피부도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 열기 때문에 동굴 내부는 유달리 건조했다.

그때 소년의 뜨거운 피부에서 피가 스며져 나왔는데 바닥에 떨어지자 순간 “치직” 하며 증발하였다.

잠시 후, 목진은 눈을 비스듬히 뜨더니 이를 악물고 옥석 같은 푸른색 과일을 꺼냈다. 그윽한 향기에 순수한 힘의 파동을 발산하는 과일에서 빛이 발했다.

이는 목진이 유적지에서 얻은 선령과로 육신난을 건너는 데 도움이 되는 물건이었다. 목진은 선령과를 입에 넣고 인법을 바꿔 체내의 영력을 더 빨리 움직였다.

치직.

들끓는 경맥의 온도가 더 높아지며 기이한 힘이 빠르게 피와 살에 스며들었다.

화악.

목진은 격렬하게 몸을 떨었고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입술을 깨물자 피가 스며 나왔다. 잠시 후, 체내에 갑자기 선홍빛 화염이 나타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의 몸 전체로 퍼졌다.

선홍빛 화염은 피와 살에 붙어 온도를 방출하는 것이라 그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이를 악물며 참았고 훤칠한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조금 흉악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부단히 땀을 흘렸는데 땀방울은 흘러내리기도 전에 증발하였다.

혈화는 목진의 체내에서 살아 숨 쉬듯 활활 타올랐다.

그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목진은 이를 악물고 참느라 입술에서 피까지 났지만 바로 선령과를 삼키지는 않았다. 육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끝날 때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며 참아내야 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육신은 혈화에 활활 타올라 잿더미가 되어 목진은 이대로 목숨을 잃을 것이다.

“육신난이 얼마나 무서운지 어디 보자!”

목진이 빨갛게 달아오른 피부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외치자 체내의 혈화는 이를 듣기라도 한 듯 더 거세졌고 그 속에서 기이한 힘이 스며져 나와 목진의 피와 살을 단련시켰다.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럴수록 육신은 더 단단해졌다.

안개 가득한 동굴에 앉아있는 목진의 피부 표면에는 피가 흐르다가 딱지가 생겼고 또 피가 흐르기를 반복했다. 그는 그 엄청난 고통을 덜어내고자 주먹으로 부단히 바닥을 때리며 울부짖었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통천경 후기의 고수가 두려워하는 육신난으로 지존경에 이르기 위한 첫 단계였다!

이러한 고통은 목진 체내의 피와 살들이 혈화의 단련을 마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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