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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15화 (314/1,000)

315화. 육신난 돌파

어느덧 서황 등의 앞쪽 하늘에 멈춰선 무리에서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이 걸어 나왔다. 음침한 눈빛에 얇은 입술이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사람이었다.

“너희가 북창령원 학생들이야? 너희 조장 목진은 어디 있어?”

청년이 서황 등을 쓰윽 훑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너흰 누구야? 뭘 하려는 거야?”

셋 중 서황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진희(陳熙)라고 해.”

청년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당연히 너희 점수를 탐내서지. 그리고 목신전의 신첩은 원래 견청의 것이었어.”

청년은 꼭 닫힌 동굴을 힐끗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수련 중이었네. 지금 와서 수련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우리 손에 들어온 물건을 빼앗겠다니, 꿈도 야무지지.”

서황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목진과 낙리를 위하여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목진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데 육신난을 막 건넌 녀석들이 감히! 북창령원도 별것 없네.”

진희는 무덤덤하게 웃더니 손을 휙 저으며 조원들한테 말했다.

“저들을 잡고 동굴을 부숴.”

“네!”

이에 뒤에 서 있던 조원 다섯 명이 서황 등을 향해 돌진했는데 전부 육신난을 건넌 고수들이었다.

“죽여!”

서황 등은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 웅장한 영력을 잔뜩 끌어올려 육신난을 건넌 다섯 명과 맞섰다.

쿠쿵!

엄청난 영력 충격이 휘몰아쳤고 그들은 셋이서 다섯 명을 막아냈다.

한편,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서 이를 지켜보는 소녀들이 있었으나 나설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조장, 북창령원의 조장은 아직도 수련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세 녀석은 그들을 절대 못 이겨요.”

쌍둥이가 상황을 살피며 말했다. 이에 온청선이 고개를 들어 우아하게 웃었다.

“저들 일에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그 유명한 영로의 혈화자가 이까짓 일도 해결하지 못할까 봐? 우린 잠자코 보고만 있으면 돼.”

그때 진희가 무덤덤하게 서황 등을 보더니 꼭 닫힌 두 동굴을 향해 손가락을 튕기자 뇌명과 함께 날카로운 영력이 한 줄기의 빛이 되어 그중 한 동굴로 향했다.

“목진, 얼른 나와!”

쿵!

웅장한 영력의 충격에 산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고 커다란 균열이 산 전체를 따라 퍼졌으며 위쪽에서 바위가 부단히 굴러떨어졌다.

“젠장!”

서황 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살기 가득한 얼굴로 육신난 고수 다섯 명을 향해 수중의 장창을 휘둘렀다. 죽을 각오로 달려드는 이들의 공격에 상대방은 피하기 바빴지만 인수로 밀어붙여 서황 등이 동굴로 가까이하지 못하게끔 견제했다.

한편, 동굴 입구를 막고 있던 바위가 부단히 떨어져 나가며 먼지가 자욱해졌다.

그러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동굴 문이 열리자 진희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는데 또 하나의 영력 빛줄기가 동굴로 들어가 난폭한 영력이 그 속을 누비며 폭발음을 냈다. 만약 누군가 계속 수련 중이었다면 분명 중상을 입고 수련에 실패했을 것이다.

“끄집어내.”

진희가 담담하게 웃으며 손을 휘익 젓자 뒤에서 세 사람이 걸어 나왔는데 역시 전부 육신난을 건넌 이들이었다.

세 사람은 쏜살같이 동굴로 들어갔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인기척이 없는 것이 마치 들어가자마자 사라진 것 같았다. 이에 진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진희는 조금 놀란 듯했다. 동굴에서 아무런 영력 파동도 느끼지 못한 것을 보면 육신난을 건넌 세 사람은 영력을 끌어올리기도 전에 혼절했다는 말인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북창령원 사람은 거북인가? 숨는 걸 너무 좋아하네.”

진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신이 공격하기 전에 녀석은 이미 수련을 마친 듯했다.

퍽! 퍽!

진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사람이 동굴에서 공처럼 굴러 나와 바닥에 내리꽂혀 커다랗게 구멍이 났다. 그 모습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피범벅이 된 세 사람은 상황을 살피러 동굴에 들어갔던 고수들로 지금은 생사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진희는 이를 악물고 칠흑 같은 동굴을 노려봤는데 그 속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누군가 어둠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는데 다들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는 온몸에 두꺼운 피딱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괴이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무뚝뚝하게 진희 등을 바라보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딱지가 떨어지며 목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웃통을 드러낸 목진의 메마른 체구에서 무서운 힘이 느껴졌다. 햇빛이 드리운 피부는 옥석같이 반짝였고 검은색 눈동자는 밤하늘처럼 그윽하고 영롱했다.

서황 등은 순조롭게 육신난을 건넌 목진을 보자 이내 화색이 되었다.

“멋지네요.”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 서 있던 쌍둥이들은 소년의 멋진 모습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소년이 영로의 혈화자, 목진이란 말인가?”

온청선도 조금은 놀란 표정이었다. 소년의 실력이 겨우 육신난이라니, 이건 결코 놀라운 실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온청선은 목진이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알았다. 동굴에 들어갔던 육신난 고수 세 명을 한순간에 쓰러뜨린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너희 학원에서는 수련 중에 건드리는 것은 실례라는 걸 가르쳐주지 않았어?”

목진이 고개를 들어 음산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진희 등을 보며 씨익 웃었다.

“네가 조장 목진이야?”

진희가 노려보며 묻는 말에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목신전의 목신첩을 이리 내. 그럼 이대로 풀어줄게.”

진희가 손을 내밀자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희 점수를 나한테 줘. 그럼 죽이지는 않을게.”

“풉.”

멀리 산봉우리에 서 있던 쌍둥이들이 입을 가리며 피식 웃었다.

“네가 감히!”

진희는 목진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이끄는 이들 중 육신난을 건넌 고수들이 15명에 이르고, 자신은 영력난까지 건넜다. 또한, 나머지는 통천경 후기로 영력난 고수도 도망치기 바쁠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그런데 그들을 전부 상대하겠다니 정말 우스웠다.

“전부 나가서 녀석을 잡아. 폐인으로 만들어!”

“네!”

진희의 말에 고수들은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고 산을 부수고도 남을 기의 회오리 수십 갈래가 목진에게 향했는데 정작 목진은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쿠쿵!

엄청난 공격에 산 전체가 무너졌다.

“왜 피하지 않고 맞고만 있어?”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 서 있던 쌍둥이 소녀가 화들짝 놀라 외치자 온청선은 영력이 휘몰아친 곳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감히 겁도 없이!”

진희는 안개가 자욱한 곳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영력난을 건넌 고수라도 몸으로 받아내기 힘든 공격이었다. 아마 지금쯤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북창령원에서 이토록 멍청한 학생을 보냈다는 것이 우스웠다.

그런데 안개가 가시자 윗옷을 벗은 소년은 상처 하나 없이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이에 서황 등은 식은땀을 왈칵 쏟아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은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육신난을 건넌 뒤, 소년의 육신은 무서울 정도로 단단해져 영력 방어를 하지 않았는데도 상대방의 공격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이는 그가 육신난을 건넜기 때문이었다.

“내 제안을 거절했군.”

목진은 차갑게 웃으며 진희를 바라봤다.

“그럼 내가 움직이는 수밖에…….”

“저 녀석을 죽여!”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진희는 소년이 견청을 쓰러뜨린 것이 요행이 아니었단 것을 그제야 알아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로 목진 혼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위잉!

그때 목진 뒤쪽 산봉우리에서 엄청난 검음이 들리더니 검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산을 반으로 갈랐고, 반듯한 절단면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목진의 곁에 날아와 얼굴을 드러냈다.

장검을 든 소녀는 유리알같이 맑은 눈망울에 은하수같이 찰랑거리는 장발을 가진 절세의 미인이었다.

낙리도 드디어 겁난을 무사히 건넌 것이다.

이때, 산봉우리에 나긋하게 서 있던 온청선이 드디어 눈을 번쩍 뜨며 씨익 웃었다.

“낙리야, 드디어 널 만나게 되었구나.”

낙리가 나타나자 검기는 체내로 돌아왔지만 반으로 갈라진 산은 어쩔 수 없었다.

“낙리도 드디어 나왔어!”

서황 등은 구세주를 보듯 낙리를 바라봤고 목진도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소녀한테서 느껴지는 영력 위압감이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영력난을 건넌 거야?”

목진이 화들짝 놀라 묻자 낙리는 생긋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력 수련이 진정한 전투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일정한 성과를 이뤄 낙리와 비슷해지려고 하면 소녀는 한 발 더 앞서 나곤 했다.

“날 뛰어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거야.”

낙리는 시무룩한 목진을 바라보며 득의양양하게 고개를 들었다.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소녀는 목진이 있어야만 이런 모습을 보이곤 했다. 목진은 소녀를 노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만해, 그러다 엉덩이 맞는 수가 있어? 네가 영력난을 건넜다고 내가 못 때릴 줄 알아?”

이에 낙리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변태야!”

이 말을 한 사람이 목진이 아니었으면 낙리는 벌써 낙신검을 휘둘렀을 것이었다.

“흥!”

두 사람이 장난치는 모습에 잔뜩 화가 난 진희는 씩씩거리며 물었다.

“목진, 정녕 목신첩을 내주지 않을 거야?”

목진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진희를 힐끗 보더니 목신첩을 소환해 흔들어 보여주며 물었다.

“이걸 말하는 거야?”

목진 수중의 목신첩을 확인한 진희는 탐욕스럽게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물건을 당장 나한테 넘기면 바로 풀어줄게. 이건 너희가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이에 목진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속삭였다.

“사양할게.”

“야!”

목진의 말에 진희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목진, 너희가 아무리 오대원 출신이라도 학원 대회는 중원맹(眾院盟)의 세상이야. 우리한테 잘못 걸려들면 집에 영원히 돌아가지 못하는 수가 있어!”

“중원맹이라…….”

목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그건 뭐지?”

소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떠나고 싶지 않으면 전부 남아.”

“전부 나서 녀석들을 잡아!”

진희는 목진이 서른 명도 넘는 중원맹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스웠다.

그때 진희가 결인하자 강력한 영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뒤쪽에 눈부신 빛을 발하는 거대한 석비가 나타났다. 오묘한 무늬가 새겨진 석비에서 특이한 파동이 느껴졌다.

잇따라 진희 뒤에 서 있던 고수들이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석비로 들어가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석비가 눈 깜빡할 사이에 천 장 정도로 커졌고 지극히 난폭한 영력 파동이 퍼져 주위가 어두워졌다.

“네가 우리를 이곳에 남길 자격이 있는지 보지!”

“진천신비(鎮天神碑)!”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진희는 전력을 다해 수십 명의 힘을 실은 석비를 움직여 목진 등을 공격했다.

“다른 사람의 영력을 빌려 공격하다니, 녀석이 수련한 신결도 꽤 신기하군.”

낙리가 석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앞으로 나아가 낙신검을 휘둘렀다. 검광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날카로운 검의를 품은 거대한 검영을 이루며 주위 산봉우리를 순식간에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낙신검영(洛神劍影)!”

낙리가 손가락을 허공에 가볍게 찌르자 거대한 검영이 빠르게 석비를 향해 돌진했다.

퍽!

놀라운 영력 파동이 일며 검영은 석비의 밑부분에 꽂혔고 양자는 미친 듯이 서로를 파고들었다.

이를 묵묵히 바라보던 목진은 발을 힘껏 굴러 날아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검영의 아래쪽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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