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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16화 (315/1,000)

316화. 양대 미인

목진의 주먹 주위에서 은은하게 뇌명이 들렸고 공간마저 일그러질 것 같았다. 육신난을 건넌 소년의 육신의 힘은 무서울 지경에 이르렀다.

쿵!

목진이 검은색 뇌광을 휘감은 주먹을 휘두르자 검영이 그 힘을 빌려 석비를 꿰뚫었다.

검영에 뚫린 석비에 균열이 빠르게 퍼지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풉!

이와 동시에 수십 명의 고수가 순간 사색이 되어 피를 토하며 뒤로 수백 장이나 튕겨 나갔고 체내의 영력은 거의 소진되었다.

진희는 가까스로 몸을 추스르고 목진과 낙리를 바라봤는데 수십 명이 겨우 두 명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소년과 소녀는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데도 두려운 기색 하나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목진과 낙리는 이들을 전혀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가자!”

진희는 입가의 피를 닦고는 철수하기로 했다. 북창령원의 소조에서 세 명은 전혀 두렵지 않았는데 목진과 낙리는 유달리 무서웠다.

이들 둘은 아마 중원맹의 우두머리들과 실력이 비슷할 것이다.

“이번엔 너희가 이겼지만 너무 우쭐대지는 마. 다음번에 만나면 너희한테 숨 돌릴 기회조차 주지 않을 거야!”

진희 등은 이렇게 말만 남기고 초라하게 물러났는데 목진은 막아서지 않았다.

“왜 가게 놔두는 거야?”

서황 등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목진이 나서면 진희 등은 절대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리더니 산봉우리를 바라봤고 낙리도 똑같은 곳을 보며 말했다.

“저쪽에 불청객이 있어서 그래. 저들과 비교하면 진희 등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에 서황 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 주위를 살폈다. 엄청난 실력자들이 자신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이때, 목진이 웅장한 영력을 실은 채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에 말을 건넸다.

“이만큼 구경했으면 모습을 드러낼 때도 되지 않았나?”

멀리서 전해져 오는 은은하면서 강대한 위압감은 학원 대회가 시작되면서 처음 느끼는 파동이었다.

목진 등은 엄청난 실력자의 목표물이 된 듯했다.

이때, 멀리서 빛이 번쩍이며 이쪽을 향하더니 목진 등이 있는 위쪽 하늘에 멈춰 섰는데 빛이 가시자 아름다운 소녀 다섯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가장 앞에 선 여인이 제일 아름다웠는데 황금색 갑옷을 입은 그녀는 새하얀 피부에 길쭉한 다리, 늘씬한 몸매에 축 드리운 장발을 하고 있어 눈이 부셨다.

서황 등은 여인을 멍하니 바라봤다. 외모나 기품에서 낙리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 여인은 처음이었다.

“하하, 역시 영로의 혈화자는 대단해. 안녕, 난 온청선이야.”

황금색 갑옷을 입은 미녀가 목진을 보며 생긋 웃었다.

“온청선?”

그 말에 서황 등은 화들짝 놀랐다. 이들 앞에 있는 사람은 현재 학원 대회 1위인 만봉령원 조장 온청선이었다.

온청선이란 말에 목진은 깜짝 놀랐다. 학원 대회에 들어서서부터 만봉령원은 1위를 차지하였고 다른 학원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결코 그 자리를 빼앗지 못했다.

수많은 강자를 뒤로 하고 1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조원 전체가 여인들로만 구성되었을 때는 더 힘들다. 누군가 이들을 여인이라고 무시한다면 큰코다칠 것이다.

목진도 온청선의 외모와 기품에 조금 놀랐으나 경계하기 바빴다. 서로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찾아온 것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온청선이 이끄는 소조는 목진이 여태껏 마주친 이들 중 최강으로 아무리 육신난을 건넌 목진이라도 이길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온청선 조장이었군, 반가워.”

목진이 바로 생각을 정리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옆에 서 있던 낙리도 어리둥절하여 온청선을 바라봤다. 낙리는 온청선과 영로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지만 희현을 상대하느라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

그때 온청선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낙리를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두 소녀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는데 아무도 감히 말을 섞지 못했다. 마치 이 아름다움을 깨고 싶지 않은 것처럼.

그러다 온청선의 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칠 것 같은 느낌에 낙리는 깜짝 놀라 눈길을 피했다.

이에 온청선은 생긋 웃으며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는데 그제야 목진은 소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온청선은 낙리 못지않게 예뻤지만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조용하고 차분한 낙리와 달리 온청선은 오만한 봉황 같았다. 그녀한테서 일반 여인의 연약함은 절대 찾아볼 수 없었고 황금색 갑옷을 입어서 마치 전쟁의 신 같았다.

“낙리야, 또 만났네?”

어느덧 두 사람 앞에 멈춰선 온청선이 낙리를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영로의 종점에서는 고마웠어. 네가 희현을 막아주지 않았으면 난 1위를 하지 못했을 거야.”

이에 낙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온청선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온청선은 낙리가 여태껏 만난 동년배 여인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었다.

“우리와 희현 사이에 원한이 있어. 목진은 그때 이미 영로를 떠나서 나 혼자 나섰던 거야. 그리고 네가 1위를 했던 건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지 내 덕분은 아니야.”

낙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만약 네가 나와 1위를 다퉜다면 아무리 나라도 너를 이기지는 못했을 거야.”

온청선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옆에서 두 여인의 대화를 듣고 있던 목진은 왠지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만 같았다. 온청선이 낙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고 서황 등은 낙리와 온청선의 기에 눌려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온청선 조장, 혹시 우리 때문에 여기에 온 거야?”

목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만약 온청선이 남자였다면 목진은 분명 씩씩거리며 그를 내쫓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인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온청선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목진을 쓰윽 훑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목진 조장, 난 너와 거래를 하러 왔어.”

“무슨 거래?”

목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에 온청선이 원패를 꺼냈는데 점수가 8,000점 가까이 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확인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목진 등은 아등바등 애를 써도 그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목진 조장, 내가 이 점수를 전부 주고 결승전에 들게 해줄 테니 낙리를 나한테 넘겨.”

온청선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한 말에 서황 등은 순간 생각이 멈췄다. 점수로 낙리를 바꾼다는 것이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목진과 낙리도 흠칫하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온청선 조장, 뭘 하자는 거야?”

낙리가 온청선을 노려보며 따지자 소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목진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에 목진은 안정을 되찾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뭘 준다고 해도 절대 낙리를 보내지는 않을 거야.”

목진은 온청선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느꼈지만 자기 여인을 농락하는 꼴은 절대 볼 수 없었다.

“감히!”

온청선 뒤에 서 있던 소녀들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서황 등은 묵묵히 엄지를 척 내밀었다. 온청선 같은 사람을 상대로 이런 말을 내뱉다니 목진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그래?”

온청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그녀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낙리와 비교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나 목진한테 자신은 한없이 하찮은 존재 같다는 말투가 썩 내키지 않았다.

사람들의 부러움을 원 없이 받으며 자라온 온청선은 그 사실을 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이때, 온청선 뒤에 서 있던 나머지 네 소녀의 손에 영광이 번쩍였는데 그중 쌍둥이 자매의 자그마한 체구에서 특수한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온청선이 이끄는 소조의 조원들은 다른 소조의 조장을 하고도 남을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눈치챈 서황 등은 몰래 영력을 끌어올렸다. 상대방의 실력이 엄청나긴 했으나 일단 최선을 다해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낙리도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지만 지금으로써는 싸울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낙리가 검을 쥐자 온청선은 입을 삐쭉 내밀며 목진을 바라봤다.

“농담한 건데 진지하게 받아들인 건 아니지?”

돌변한 소녀의 태도에 목진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네가 했던 말이 자꾸 신경 쓰이네? 유명한 영로의 혈화자가 낙리를 옆에 둘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도 될까?”

온청선은 싱긋 웃으며 말을 마치더니 체내에서 무서운 영력을 끌어올리며 화려하기 그지없는 황금색 장창을 소환해 목진을 향해 휘둘렀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다시 싸늘해졌다.

쿵!

온청선은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황금색 장창을 소환했는데 황금색 깃털로 만든 것처럼 화려한 장창의 창끝은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울부짖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온청선은 계속 웃고 있었지만 눈빛에서 살기가 흘러나왔고 장창으로 목진을 가리키자 그 위압감에 뒤에 서 있던 서황 등마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온청선을 바라봤다.

“온청선 조장, 너무 하네!”

낙리가 더는 참지 못하고 낙신검을 휘두르며 걸어 나왔다.

“우리가 싸우면 분명 그쪽이 패배할 거야. 실력 차가 많이 난다는 걸 너는 아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내가 한 말은 부탁이 아니라 협박이었어!”

온청선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에 목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뇌신체를 소환했다.

“온청선 조장, 너희 실력이 뛰어나단 걸 잘 알아. 그런데 과연 너희가 그렇게 쉽게 우리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

쿵!

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체내에서 검은색 뇌광이 폭발해 몸 표면에 검은색 뇌호가 미친 듯이 요동쳤고 무서운 힘이 솟구쳐 주위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래?!”

검은색 뇌광을 휘감은 목진을 바라보던 온청선이 씨익 웃으며 손을 휘두르자 황금색 전창이 황금 번개가 되어 공간을 가르며 목진의 가슴팍을 노렸다.

크으으으!

주위에 용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목진의 몸이 흐릿해졌다.

슉!

황금색 전창은 목진의 가슴팍을 뚫었지만 피는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목진이 이미 자리를 피하고 없었기 때문이었다.

“잔영이란 말인가? 속도가 상당히 빠른걸?”

온청선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한 줄기의 빛이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황금색 장창으로 신속하게 허공의 어딘가를 찔렀다.

쿵!

무서운 충격파가 퍼지며 목진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검은색 뇌광을 휘감은 주먹으로 장창을 치고 뒤로 십수 보 물러났다. 온청선의 공격은 아주 강해 목진이 극강의 육신으로 버텨내긴 했지만 주먹의 통증은 여전했다.

이에 낙리는 안색이 잔뜩 어두워져 나서려고 하였다.

위잉!

그때 귀엽게 생긴 쌍둥이 자매가 갑자기 결인하자 부적 같은 빛 두 갈래가 날아오더니 빛의 감옥이 되어 낙리를 가뒀다.

오묘한 문자가 번쩍이며 움직이는 감옥은 특이한 힘을 발산했는데 낙리가 바로 정색하며 낙신검을 휘두르자 감옥은 파르르 떨리며 미세한 균열이 생겨났다.

두 소녀는 순간 흠칫했다. 부적 감옥은 영력난을 건넌 고수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데 낙리는 벌써 이를 부수고 나올 기세였다.

한편, 서황 등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없이 상냥했던 온청선이 지금은 목진한테 칼을 겨누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온청선은 낙리 못지않게 예쁘긴 했으나 성격은 천지 차이였다.

그들은 빠르게 영력을 끌어올려 나머지 두 소녀한테로 달려갔다. 이들이라고 그저 가만히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온청선이 이끄는 소조의 나머지 두 조원도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그중 한 조원은 기다란 금발 소녀고 나머지는 연약해 보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무시하지는 않았다. 무려 학원 대회 1위인데 실력이 평범할 리가.

흥!

금발 소녀가 기합을 넣으며 커다란 도끼를 소환해 서황 등을 공격했고 연약한 소녀는 푸른색 옥산을 휘둘렀다. 그러자 난폭한 영력이 돌풍처럼 휘몰아쳐 서황 등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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