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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20화 (319/1,000)

320화. 영단

사람들은 조용히 서서 이를 갈며 목진을 바라봤다. 온청선은 워낙 유명해 그녀의 오만한 봉황의 뜻을 굽히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먼저 다가가 소년의 손을 잡았으니 다들 질투가 난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굴러온 돌이 무슨 수로 온청선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인지 다들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사람들은 눈빛으로 목진을 죽일 것만 같았다.

이에 목진은 되려 온청선의 손을 휘어잡고 황급히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자마자 온청선은 바로 소년의 손을 뿌리치며 그를 노려봤다.

“뭐 하는 거야?”

온청선은 조금 화가 나 보였다. 이성과의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싫어해 목진의 손을 잡는 척만 했는데 녀석이 되려 자기 손을 잡을 줄은 몰랐다.

낙리만 없었다면 온청선은 이미 목진을 공격했을 것이다.

“너야말로 무슨 짓이야? 다음번에는 그런 짓을 하기 전에 나와 낙리의 의견부터 좀 물어볼래?”

목진이 투덜댔다.

“분명 네가 내 손을 잡았잖아. 넌 손해 볼 것 없어.”

온청선이 씩씩거렸다. 목진이 자기 손을 만졌는데도 손해 본 척을 하는 것이 얄미웠다.

“네가 먼저 그런 도발을 하지만 않았다면 난 네 손을 절대 잡지 않았을 거야.”

말을 마친 목진은 낙리와 함께 앞으로 걸어갔고 낙리는 씩씩거리는 온청선을 바라보며 무안한 듯 어깨를 들썩였다. 그녀도 온청선이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목진과 온청선이 서로 호감이 없는 게 분명해 보여 모르는 척 넘기기로 했다.

한편, 온청선은 떠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이를 갈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모습에 옆에 서 있던 빈아와 낙아 등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온청선이 목진의 손을 잡으려 했을 때 그들도 깜짝 놀랐다.

학원 대회가 시작하고 그들에게 접근하려는 강자 중에는 훌륭한 청년이 많았는데 온청선은 상냥하게 웃으며 상대하긴 했지만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곤 했다.

그런데 그랬던 그녀가 먼저 남자의 손을 잡다니, 이보다 놀라운 일이 있을까?

“언젠가 복수할 거야!”

온청선이 중얼거리며 바로 뒤를 따랐다. 하지만 더는 목진을 가까이하지 않았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아직 화가 안 풀린 모양이었다.

반면, 목진은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널찍한 청석 거리 양쪽에는 간이 점포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적잖게 거래를 하고 있었다. 이는 대부분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으로 학원 대회에 참석한 소조에게 꼭 필요한 곳이었다.

부서진 유적 대륙에는 크고 작은 원고의 유적이 수도 없이 많았고 아무리 보물을 은밀한 곳에 숨긴다고 한들 누군가는 발견할 것이고, 발견한 보물이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에 무역진이 생긴 것이다.

사람들은 여기서 불필요한 보물로 원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었다.

목진 일행은 1각 정도 구경하다가 아주 큰 누각 앞에 도착했다. 이곳은 무역진에서 가장 크고 인기가 많은 거래 장소였다.

누각 안의 크고 작은 점포에는 여러 가지 물건이 놓여 있었는데 영광이 번쩍이며 특수한 영력 파동이 퍼졌다. 오래된 냄새를 풍기는 것이 원고의 유적지에서 찾은 보물들이 분명했다.

목진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주위를 살폈고 온청선은 오직 영단만을 찾아다녔다.

하나같이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영단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사치품이나 다름이 없어 가짜가 많았다. 그래서 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함부로 사지 않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영기가 그윽한 옥병에 단약의 행적이 훤히 보였으나 온청선은 이를 쓰윽 훑기만 하고 오히려 평범해 보이는 영단에 집중하였다.

그러다 그녀는 조금 파손된 옥병 앞에 멈춰 섰는데 옥병은 오래되어 누렇게 그을려 있었다.

“이건 내가 한 유적지에서 찾은 영단인데 영력을 회복하는 데 효과가 좋아.”

영단을 팔고 있는 사람은 삐쩍 마른 청년으로 온청선이 앞에 멈춰서자 영단을 설명하느라 바빴다.

이에 온청선이 옥병에서 영단 한 알을 꺼내어 보니 암청색을 띤 단약은 용안처럼 동그랗기는 했지만 전에 본 것처럼 영기가 그윽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팔아?”

온청선이 흥미 있는 얼굴로 물었다.

“상품 영기 두 개로 공격형 영기 하나에 방어형 영기 하나면 돼.”

청년의 답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옥병에는 영단이 다섯 알밖에 없는데 상품 영기를 두 개나 요구하다니, 영단은 역시 사치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온청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안아한테 눈치를 주자 소녀는 손을 휘익 저었고 두 갈래의 빛이 청년한테 날아갔다. 청년은 받은 물건을 조심스럽게 확인하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고 온청선은 옥병을 받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영단 다섯 알을 그렇게까지 주고 사야 해?”

목진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비록 자기 영기를 팔아서 산 건 아니었지만 상품 영기 두 개를 서황 등에게 주면 전투력을 훨씬 끌어올릴 수 있단 생각에 아쉬웠다.

“네가 뭘 알아.”

온청선이 목진을 흘겨보며 말했다.

“이건 청령단일 거야. 소모한 영력을 신속히 회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육신의 강도를 잠시 끌어올릴 수 있어.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오히려 내가 이득이야.”

“육신의 강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그런데 이런 효과를 보려면 특수한 복용 방식이 있어. 특정한 영단과 함께 먹어야 하는데 저 녀석은 몰랐을 뿐이야.”

온청선은 목진보다 영단에 대해 훨씬 많이 알고 있었는데 주먹을 쥐자 수중에 영단 두 알이 나타났다.

“영단 위에 난 연꽃무늬가 보여? 이건 단신족(丹神族)의 표기야. 그러니까 이 단약은 단신족이 만들었단 소리야.”

“단신족이라…….”

목진은 또 한 번 놀랐다.

“무식하긴. 대천세계에서 영단의 질이 가장 좋은 곳이 세 군데 있는데 각각 단신족, 상고의 만초원(萬草原)과 무한의 화역이야. 단신족과 상고의 만초원은 오랜 시간 존재했지만 무한의 화역은 하위면에서 온 염제가 새로 만든 구역으로 단약 제련술이 뛰어나 지존급 강자도 탐낸다고 들었어. 그리고 이 또한 무한의 화역이 이토록 짧은 시간에 대천세계의 한쪽 거장이 된 이유기도 해.”

“염제는 역시 대단해.”

목진이 혀를 끌끌 차며 말하자 온청선은 그를 흘겨보며 물었다.

“난 염제를 본 적은 없지만 그의 딸은 한 번 만난 적 있는데 자리를 만들어줄까?”

그 말에 목진이 괜히 딴청을 부리자 온청선은 청령단 두 알을 건네주며 낙리한테 말했다.

“받아. 목신산에 들어가면 혈투를 피할 수 없을 거야. 너희 실력이 강할수록 우리가 보물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커.”

“고마워, 청선아.”

잠시 고민하던 낙리는 미소를 지으며 영단을 받았다.

청선이란 말에 표정이 부드러워진 온청선은 목진을 상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목진도 영단을 받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단을 얻었으니 이만 가자.”

온청선 등이 이만 떠나려는데 목진이 갑자기 누각의 깊숙한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곳에서 특수한 파동을 감지한 소년은 바로 온청선 등에게 눈치를 주고 빠르게 그쪽으로 향했다.

누각의 깊숙한 곳에는 나무 받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 주위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그곳은 소형 무역대로 물건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목진은 무역대 근처로 다가가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곳에는 한 청년이 조금 녹 쓸어 보이는 청동 족자를 들고 있었는데 그 속에서 특수한 파동이 느껴졌다.

“저건 뭐지?”

온청선과 낙리 등도 뒤따라오더니 청동 족자를 보며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진도일 거야.”

목진이 나지막하게 답했다. 그는 청동 족자에서 진도의 파동을 읽었다. 이것이 바로 목진이 발걸음을 멈춘 이유였다. 그는 영진사이기도 했기에 진도에 관심이 많았다.

온청선은 목진을 힐끗 보더니 사색에 잠겼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이 족자는 진도에요.”

이때, 청년이 수중의 족자를 휘두르며 말했다.

“이 진도는 5급 진도 정도의 조합 진도에요.”

“정녕 조합 진도란 말인가?”

조합 진도란 말에 다들 진지해졌고 주위는 부쩍 떠들썩해졌다.

영진사 등급 제도에 따라 5급 영진사부터가 영진 대가였는데 이는 지존급의 실력과 비슷했다. 그러나 같은 5급 영진사라도 강자와 약자의 실력에 따라 차이가 아주 커 영력난이나 신백난을 건넌 고수라도 상대하기 어려워하는 영진사 있는가 하면 육신난 고수마저 상대할 수 없는 영진사도 있었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한데 주요한 원인은 대체로 영진에 대한 깨우침과 조예, 그리고 진도였다.

실력이 상당한 5급 영진사가 위력이 상당한 5급 진도를 소환하면 무서운 힘을 선보일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위력이 상당한 5급 진도를 보통 조합 진도라고도 부른다.

이는 보통 진도보다 조금 복잡한 진도로 일반 영진사는 절대 장악할 수 없어 영진을 치기가 불가능했다. 만약 이 영진을 칠 수만 있다면 그 위력은 엄청날 것이다.

“조합 진도였군.”

목진이 중얼거리며 족자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도 조합 진도에 관심이 간 것이다.

목진은 학원 대회에 들어온 뒤로 영진사의 신분을 노출한 적이 없었는데 일부러 그랬다기보다는 적합한 진도가 없어서였다. 이곳에서 삼난 단계의 상대와 싸우는데 목진이 수련했던 영진은 위력이 너무 약하지 않으면 너무 세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요련도영진도 조합 진도로 완전한 형태는 4련 형태인데 목진은 아직 2련까지 밖에 다룰 수 없었다. 3련 형태의 요련도영진은 위력이 엄청나 목진이 진정한 영진 대가가 되어야만 칠 수 있었다.

하여 그는 지금 실력으로 온전히 칠 수 있는 영진이 필요했는데 5급 조합 진도가 제일 적합했다.

그것을 찾기가 쉽지 않아 여태껏 헤매고 있었는데 오늘 마침 목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무역대의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다른 소조에도 영진사가 있는 것 같았는데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적잖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영진사들이 복잡한 5급 진도를 칠 수 없다고 한 것이 분명했다.

“이 진도는 소천검령진으로 조합 진도라 위력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거예요. 이건 내가 한 유적지에서 발견한 것인데 실력이 미치지 못하면 바로 포기하세요.”

청년이 족자를 쥐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누군가 투덜대기는 했지만 아무도 반박하지는 못했다. 5급 조합 영진의 위력은 지존급 강자를 상대할 수 있는 6급 영진보다 조금 약할 뿐, 진도가 너무 복잡했다.

“이 진도는 경매의 형식으로 판매할 예정인데 다른 건 말고 점수로 정하죠. 최저가는 2,500점이에요.”

청년의 말에 주위는 다시 떠들썩해졌고 목진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들은 점수가 3,700점밖에 안 되는데 최저가가 2,500점이라니, 일반 소조는 절대 구매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무역대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은 수군대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포기하려 하였다. 진도의 위력이 아무리 좋아도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2,500점이나 주고 얻은들 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목진은 낙리 등을 바라봤다. 그는 물건을 사고 싶었으나 조원들과 함께 모은 점수라 혼자 결정할 수 없었다.

“난 상관없어.”

낙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장인 네가 결정해.”

서황 등도 이내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목진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외쳤다.

“2,600점이요.”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을 바라보더니 수군대기 시작했다.

“어디 출신이지?”

“휘장을 보니 북창령원 같아.”

“그래? 혹시 16위권에 들었다던 그 소조인가?”

“그런가 봐. 안 그럼 저렇게나 많은 점수를 낼 수 있을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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