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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21화 (320/1,000)

321화. 입수

바로 신분을 밝힌 사람들은 이내 정색하며 목진 등을 바라봤다.

무역대에 서 있던 청년도 의아하여 목진 등을 바라봤다.

“북창령원에서 2,600점을 외쳤는데 더 높은 점수를 낼 소조가 있나요?”

이에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높은 점수뿐만 아니라 이토록 복잡한 영진을 칠 능력이 안 된다면 애써 모은 점수를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청년이 무안한 듯 웃었다. 크게 한 턱 벌거라고 여겼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하지만 2,600점도 나쁘지는 않았다.

“더는 없는 것 같으니까 이 족자는 북창령원에 넘길게요.”

청년이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축하…….”

“3,000점.”

나지막한 목소리에 청년은 흠칫 놀랐고 주위에 모여있는 사람들도 두 눈이 휘둥그레져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누각 2층 난간에 사람 몇이 모여 서 있었는데 그중 두 사람이 가장 앞쪽 기둥에 기대어 생긋 웃으며 목진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왼쪽에 서 있는 청년은 금발에 준수하게 생긴 편으로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데 눈빛은 더없이 예리하였다. 그리고 오른쪽 청년은 곰처럼 튼실하게 생긴 사내로 두 팔에 상처가 가득해 온몸에서 살기를 풍겼다.

이 두 사람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아래쪽에 있는 목진을 바라봤다.

무역대 주위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이들을 보더니 흠칫하였다. 보아하니 북창령원 때문에 온 것 같았다.

한편, 목진은 두 사람한테서 비범한 파동을 읽고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두 사람의 실력은 상당한 듯했다. 다만,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출신을 대표하는 휘장도 없는데 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저토록 불쾌한지 알 수 없었다.

“저들은 중원맹의 두 우두머리 자금창(紫金戟) 진풍(秦風), 웅왕(熊王) 유웅(劉雄)이야. 널 노리는 것 같아.”

온청선이 머리를 쓸어내리며 한 말에 목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중원맹이면 신첩을 빼앗으러 왔던 그 연맹인데, 거머리처럼 떼어내려 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입을 삐쭉 내밀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그들의 등장으로 무역대의 분위기가 잠시 얼어붙었고 다들 목진과 진풍, 유웅을 바라봤다. 중원맹은 학원 대회에서 놀라운 속도로 사람들을 제치고 올라왔다. 그들은 각자 다른 학원 출신인 데다 대부분 한 소조만 파견할 수밖에 없는 중, 소형 학원 출신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학원들이 연맹을 맺은 뒤로는 보름도 안 되는 사이에 정예들을 꺾고 점수를 빼앗았다.

중, 소형 학원 출신 소조는 실력으로 보면 승산이 없지만 한데 뭉쳐 재구성하면 충분히 무서운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학원이 아무리 작아도 훌륭한 학생이 한 명쯤은 있었고 세상에 널린 것이 천재였다.

중원맹에는 우두머리가 넷 있었는데 진풍과 유웅은 각각 셋째와 넷째이고 가장 유명한 사람은 둘째인 귀왕(鬼王) 묵어(墨魚)였다. 얼마 전, 유적 쟁탈전에서 그는 무령원의 강적을 쓰러뜨려 학원 대회에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묵어가 아무리 유명해도 중원맹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얼굴을 거의 비추지 않는 첫째로 중원맹을 만든 사람이었다. 아무도 그에 관해 아는 것이 없었지만 다른 세 우두머리가 첫째를 더없이 숭배한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다.

실력과 수단이 상당한 다른 세 우두머리마저 숭배하는 첫째라니 그는 절대 상대하기 쉬운 존재가 아닐 것이다.

한편, 두 청년은 무역대 앞에 태연하게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목진을 보고는 히쭉 웃었다.

“하하, 북창령원의 목진 조장에 대해 들은 바가 있는데 오늘에야 직접 보네? 영광이야.”

금발 소년 진풍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목진 조장도 진도에 관심이 있을 줄 모르고 내가 실례한 것 같아, 미안해.”

입으로는 미안하다고는 하지만 진풍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경매의 형식으로 진행하는 건데 실례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

목진은 무덤덤하게 웃으며 진풍한테 말을 건네고는 무역대로 고개를 돌렸다.

“3,500점. 우리는 점수가 많지 않으니까 저쪽에서 더 높게 부르면 진도는 내가 아무리 원해도 얻을 방법이 없을 것 같군.”

목진은 3,700점밖에 없어 지금 부른 가격이 한계치였고 이러한 가격을 제시하고 진도를 살 사람도 결코 많지 않았다.

“대단한 결정을 했군.”

진풍이 혀를 끌끌 차더니 목진을 노려보다가 이내 웃으며 손을 휘익 저었다.

“그런데 어쩌나, 우리도 이 진도를 꼭 얻어야 해서……. 4,000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진풍 등을 바라봤다. 4,000점은 16위권에 들고도 남을 점수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조와 힘겹게 싸워 어렵게 얻은 점수일 텐데 이렇게 쉽게 내주다니, 중원맹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에 서황 등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일부러 우리를 견제하려고 중원맹에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낙리도 인상을 찌푸리고 묵묵히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진풍을 지그시 바라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만 가자. 내가 이 진도와 인연이 없나 봐.”

이렇게 목진은 조원들과 함께 그곳을 떠나려고 하였다. 그가 이 진도를 원하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제시한 가격 이상을 부를 수는 없었다.

“4,500점.”

그런데 그때, 오만함이 묻어나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눈부신 미녀가 서 있었다.

온청선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누각에 서 있는 진풍 등을 대충 쳐다봤는데 꼭 여왕이 한없이 미천한 죄수를 보는 듯했다.

“온청선?”

온청선이 입을 열자 주위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학원 대회에서 가장 눈부신 이 소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뭐 하자는 거야?”

그제야 정신을 차린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온청선과 비록 협력 관계이긴 하지만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일 뿐이었다. 목진은 온청선의 점수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4,500점은 현재 1위인 온청선한테도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네 것도 아닌데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온청선이 흘겨보며 말하자 목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야, 온청선…….”

진풍도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온청선을 바라봤다.

“우리 중원맹은 너희와 원한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 왜 이 일에 끼어드는 거야?”

중원맹이 아무리 기세등등해도 순위권 1위는 조심스러웠다.

“나도 저 진도가 탐나서 그러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이에 진풍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대답하려고 할 때,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청선 조장이 진도를 원한다는데 중원맹에서 당연히 양보해야지.”

잠시 후, 회색 도포를 입은 청년이 천천히 걸어 나왔는데 평범한 얼굴에 눈동자가 어두운 회색을 띤 것이 생기가 없어 보였다. 그는 목진 등을 보며 살짝 웃었다.

“귀왕 묵어!”

누군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중원맹의 세 우두머리가 한꺼번에 나타났다. 회색 도포를 입은 청년에게서 특수한 파동이 느껴졌다.

그러나 온청선은 묵어를 힐끗 보더니 말을 섞지 않고 점수와 진도를 바꾼 뒤, 바로 그곳을 떠났다.

이에 목진도 바로 소녀의 뒤를 따랐다.

“이대로 진도를 내주려고? 그러다 저들이 정말 영진을 치기라도 하면 우리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진풍은 목진 일행이 떠나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온청선이 나섰으니 우리는 절대 못 이겨.”

묵어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난 온청선이 목진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해줄 줄은 몰랐어. 4,000점도 넘는 점수를 잃으면 온청선은 바로 16위권에서 떨어질 텐데 말이야.”

“왜 그런 거지? 설마 온청선이 목진을 좋아하기라도 하는 건가?”

진풍의 말에 질투가 잔뜩 섞여 있었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온청선이 1위에서 떨어지면서까지 목진을 위해 진도를 구한 일에 아무렇지 않을 사내는 없을 것이다.

“그거야 모르지.”

묵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온청선을 좋아하는 녀석들의 실망이 크겠어. 목신산에 고수들이 잔뜩 모일 텐데 마침 목진 등도 목신산에 갈 테니 이 소식을 퍼트리면 저들한테 적이 많이 늘겠지?”

진풍은 벌써 목진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 * *

누각에서 나온 온청선은 바로 진도를 목진한테 넘겼다.

“선물이 너무 커. 이것 때문에 너흰 1위에서 바로 16위권 밖으로 밀려났어.”

“4,500점밖에 안 돼. 그 정도 점수를 다시 얻는 건 일도 아니야.”

온청선이 목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너한테 이상한 마음을 품었다고 오해하지만 않으면 돼. 난 그냥 투자하는 거야. 대신 이 영진을 반드시 쳐, 안 그럼 나한테 혼날 줄 알아!”

이에 목진은 히쭉 웃더니 청동 족자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좋게 봐줘서 고마워. 너희가 나 때문에 1위에서 밀려났으니까 내가 다시 그 자리에 올려놓을게.”

말을 마친 목진은 족자를 거두고 낙리와 함께 앞장섰다.

“목진 오라버니는 역시 상남자예요.”

빈아와 낙아가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그렇죠, 조장?”

온청선은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입을 삐쭉거리며 답했다.

“못 하는 말이 없어.”

원고 시기, 목신산에는 대천세계의 방대한 대륙의 패주를 할 만큼 강대한 세력이 살았다. 그 세력은 지금 존재해도 여전히 강대했을 것이다.

그러니 학원 대회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세력의 유적 계승이 탐나는 것은 당연했다.

여태껏 찾은 물건들에 비하면 이곳에서 찾은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물이었다.

이튿날, 목진 등은 목신산에 도착해 눈앞의 광경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많은 빛줄기가 사방에서 몰려들었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목진 등은 한 산봉우리에 서서 이를 보며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쓸쓸하게 웃었다.

보아하니 목신산에 모인 사람이 적어도 수십만 명은 되었다.

학원 대회에 참석한 사람이 전부 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인원이 모여 있었다.

일전에 목진이 목신전에서 마주쳤던 소조들은 수적으로도 실력으로도 이들과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엄청나네.”

목진이 눈앞에 쏟아지는 빛줄기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부서진 유적 대륙에서 목신전은 제일 좋은 유적지 중 하나야.”

온청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이렇게 넓은 땅에서 목신전이 제일이라고 생각한 거야? 유적 대륙은 네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커.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은 유적 대륙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고 목신전과 실력이 비슷한 세력도 분명 존재해. 목신전이 찾기 가장 쉬웠을 뿐이야.”

온청선의 말에 목진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유적 대륙의 일부가 북창 대륙만큼 크다는 것이 놀라웠다. 한때 대천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 중 하나였던 곳은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적 대륙은 어떻게 부서진 거야?”

서황이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들은 바로는 대천세계를 뒤흔들 만큼 무서운 전쟁이 일어났었대. 그 싸움에서 대천세계의 수많은 정예 세력들이 사라졌고 위대하신 분들도 별세하셨지…….”

온청선은 한껏 정색하며 말을 이어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그 전쟁으로 하마터면 대천세계가 멸망할 뻔했다고 들었어.”

이에 서황 등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대천세계가 멸망할 뻔했다니 너무 무서웠다.

목진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백룡지존이 말했던 역외 사족이 떠올랐다. 녀석들은 대천세계의 성령이 아닌 것 같은데 대천세계를 대거 침략하고 대천세계와 연결된 하위면도 함께 약탈했다. 이에 이들이 휩쓸고 지나간 곳에 생기란 찾아볼 수 없었다.

백룡지존 등도 해당 위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존재로 대천세계로 도망쳐왔으니, 원고의 전쟁이 신비로운 역외 사족과 관계가 있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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