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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25화 (324/1,000)

325화. 함정

또 1각 정도 지나자 적황색 평원이 사라졌고 산맥들을 넘자 목진 등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앞쪽을 바라봤다.

이들 앞에는 적당한 크기의 산맥이 놓여 있었는데 영광으로 주위를 휘감은 것이 꼭 보석으로 쌓은 산처럼 눈부셨다.

산맥 주위의 천지의 영기는 홍수처럼 흘러내렸고 맑은 물소리가 들렸다.

목진은 산맥이 너무 눈부셔 눈을 살짝 감고 바라봤는데 산에는 사람이 오를 수 있게끔 옥석으로 만든 넓고 평평한 석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옥석 연꽃대가 있었는데 그 속에 진귀한 보물들이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바람에 하늘거렸다.

“영약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온청선 등은 산에 한가득 자란 영약을 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전부 구하기 힘든 진귀한 영약이야. 역시 목신전은 대단해.”

영약에 대해 잘 아는 온청선은 진귀한 물건을 한눈에 알아봤다. 이 보물들은 대천세계에서도 인기가 상당한 물건들이었다.

온청선은 영보산의 위쪽에서 자란 영약일수록 더 진귀하고 발산하는 영력 파동 또한 웅장하고 순수하다는 걸 발견했는데 그곳은 너무 눈이 부셔 육안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진도 이글거리는 눈으로 정상을 바라봤는데 그 빛은 신목비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다. 영보산 정상에 난 것은 필경 그가 원하는 구령신지일 것이다.

목진은 바로 하늘로 날아올라 보물들을 확인했는데 영롱한 빛을 발하는 영물들은 지극히 순수한 천지의 영기를 머금고 있었다.

“수령과(水靈果)…… 염령화(炎靈花)…… 용린수(龍鱗樹)…….”

혼자 중얼거리던 온청선은 생긋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넌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 여기 있는 영물을 전부 가져가면 대천세계에서 지존 영액도 얻을 수 있을 거야.”

지존 영액은 지존급 강자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지존 한 명이 한 달 동안 고생해서 한 방울밖에 만들 수는 없지만 그 인기는 엄청났다.

대천세계에서 한 세력의 실력을 가늠하는 요소에 지존 영액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다. 아무리 지존급 강자라도 수련에 엄청난 도움을 주는 지존 영액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목진도 지존 영액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구양신지만 얻을 수 있다면 다른 건 상관없었다.

“뭘 원해?”

그때 낙리가 말을 건넸다. 목진이 영보산에 자란 영물을 반드시 취해야 한다던 것이 생각난 것이다.

그런데 소년은 묵묵히 영보산 정상만 바라봤다. 이에 낙리도 영보산 정산의 눈부신 빛 속을 바라보더니 조금 놀란 듯 물었다.

“저건 설마 구양신지야?”

그녀도 구양신지에 대해 알고 있었다.

“구양신지였어?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오지 못해 안달이 났던 거야?”

온청선도 흠칫하더니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건 지존급 강자마저도 탐낼만한 보물이네?”

그 말에 목진은 온청선을 힐끗 바라봤다.

“걱정하지 마. 구양신지가 진귀하긴 해도 너와 다툴 정도까지는 아니야.”

온청선은 바로 목진의 속내를 알아채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고마워.”

목진이 말을 마치고 영보산에 올라 꿈에서도 그리던 구양신지를 딸 준비를 하였다.

“잠시만.”

온청선이 갑자기 목진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왜 그래? 생각이 바뀌었어?”

목진이 피식 웃으며 묻자 온청선은 바로 소년의 팔을 내던지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유난히 조용한 영보산을 노려봤다.

“영보산이 뭔가 이상한 것 같지 않아?”

“이상해?”

온청선의 말에 목진도 인상을 찌푸리며 영보산을 훑었다. 눈부신 영광으로 둘러싸인 산맥은 보석으로 쌓은 것처럼 반짝였고 순수한 영기와 함께 그윽한 향기를 풍길 뿐,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은 너무나 조용했다. 영보산뿐만 아니라 목신전 유적지 전체가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영물을 재배하는 곳은 그 세력에게 아주 중요한 곳으로 일부 세력에서는 영진 함정을 치곤 해. 비록 목신전은 오래전에 파괴됐지만 영진 함정도 함께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잖아? 영력만 충분하면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영진이고 이곳에서 가장 풍부한 것이 바로 영기지.”

온청선이 영보산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이에 목진도 동의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쉿, 인기척 소리가 나!”

그때 낙리가 갑자기 입을 열자 목진은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이렇게 빨리 영보산을 발견하다니, 목신전에 들어온 사람들은 역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슉!

멀리서 빛줄기가 날아와 영보산 주위에 내려앉았는데 그들을 보자 목진은 한숨부터 나왔다.

그들은 왕종이 이끄는 성령원과 목진을 골치 아프게 하는 무영영이 이끄는 무령원이었다.

한꺼번에 적을 둘씩이나 마주쳤다.

한편, 왕종과 무영영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서 서로를 경계하더니 먼저 와 있는 목진 등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왕종은 미소를 지은 채 음침해진 눈빛으로 목진과 영보산을 번갈아 바라봤고 무영영은 이를 갈며 목진을 쏘아봤다. 등통만 아니었으면 그녀는 바로 뛰어나와 목진을 죽이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수많은 이들이 영보산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저들이야말로 대부대였다.

그들은 목신전 유적지에 들어오자마자 왕종, 무영영 등 신목비가 있는 사람들의 뒤를 쫓은 것이 분명했다. 신목비가 있는 사람은 목신전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알 것이기에 그들의 뒤를 따르면 뭐라도 낚을 수 있을 거라 여긴 것이다.

그들의 판단은 정확했고, 왕종과 무영영 등을 따라 영보산에 찾아오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목진은 무영영, 왕종 등이 나타났다고 해서 당황하거나 구양신지를 취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았다. 온청선의 말대로 영보산에 함정이 있을 것 같았다. 구양신지는 얻고 싶다고 해서 곧바로 수중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허허, 목진 조장, 빨리 왔군.”

왕종이 허공에 서서 온청선한테 웃으며 인사하더니 목진한테 고개를 돌렸다.

“왕종 조장도 그렇게 늦은 편은 아니네.”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영보산에 영물이 이렇게 많은데 서둘러야지. 그러다 누군가 먼저 낚아채면 안 되지 않을까?”

왕종이 눈부신 빛을 발하는 영보산 정상을 바라보며 웃었다.

역시 구양신지에 관한 정보를 얻은 건 목진 뿐이 아니었다. 왕종 등도 목진과 똑같은 정보를 입수했다.

“흥.”

무영영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잔뜩 화가 난 채로 언월도를 들었다.

“허허, 목진 조장은 온청선 조장과 협력하는 것 같은데 우리도 잠시 손을 잡는 것이 어때? 이러다 우리 중 아무도 영보산에 손을 대지 못할 수도 있어.”

왕종이 히쭉 웃으며 무영영한테 말을 건넸다.

목진 등은 학원 대회 1위였던 온청선 등과 손을 잡아 사람이 10명밖에 안 되지만 전투력은 상당했다. 이에 성령원이 상대하기에는 조금 위험 부담이 있었는데 무영영과 협력하면 판은 뒤집힐 것이다

무영영이 목진을 대하는 태도로 보아 두 사람 사이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이 점을 잘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왕종의 이러한 생각을 꿰뚫은 목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만약 무영영이 그와 협력한다면 일은 훨씬 복잡해질 것이다.

한편, 무영영은 왕종의 제안에 의향이 있는 듯 표정이 미묘하였다.

“지금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무령원의 무령 형이 없으니 너희만으로는 목진 등의 상대가 안 될 거야. 그러니까 우리와 손을 잡자.”

왕종은 이때다 싶어 바로 밀어붙였다.

이에 무영영 뒤에 서 있던 등통 등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결국 결정권을 무영영한테 넘겼다.

그런데 무영영은 진지해 보이는 왕종을 보다가 멀리 떨어진 목진한테 고개를 돌렸는데 소년이 무뚝뚝하게 서 있는 것에 피식 웃었다. 목진은 무영영을 상대할 때, 보통 얄미울 정도로 히쭉거리거나 답답한 표정을 지었는데 이런 얼굴은 처음이었다.

“내가 왕종과 손을 잡을까 봐 두려워?”

무영영이 목진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럴 리가.”

목진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자 무영영은 콧방귀를 뀌더니 왕종한테 고개를 돌렸다.

“저 녀석은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직접 혼낼 거니까 도움은 사양할게.”

웃고 있던 왕종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가 한참 지나서야 겨우 입이 열렸다.

“유감이군.”

목진도 조금은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무영영이 왜 자신을 궁지에 몰수 있는 기회를 차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옆에 서 있던 온청선이 혀를 끌끌 차며 낙리의 옆에 다가가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영영은 꼭 남편한테 화가 난 아내 같지 않아?”

이에 낙리는 그저 웃기만 하였다.

왕종과 무영영 등은 바로 영보산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 속에 엄청난 보물이 잔뜩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

잠시 후, 왕종과 무영영 등의 뒤를 쫓던 무리도 속속 도착했는데 어느새 혈안이 되어 영보산을 노려봤다.

“저건 수화주과(水火朱果)잖아?”

“혈룡삼(血龍參)도 있어! 저건 육신을 제련하는 데 제일인 보물이야!”

* * *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영보산에 있는 보물을 하나만 얻어도 엄청난 수확이었다.

목진은 혈안이 되어 뚫어져라 영보산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더니 온청선과 눈을 마주치며 피식 웃었다.

“참 좋은 미끼야.”

온청선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은 곧 참지 못하고 영보산에 뛰어들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1각도 채 되지 않아 한 소조가 먼저 영보산에 뛰어들자 수백 조가 호호탕탕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목진, 왕종, 무영영 등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슉!

영보산에 뛰어든 사람들이 옥석으로 만든 석대에 발을 들이자 갑자기 눈부신 빛이 발하며 광막이 나타났다.

퍽! 퍽!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영보산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피를 토하며 사색이 되어 튕겨 나갔다.

하지만 전부 튕겨 나간 것은 아니었다. 석대마다 한 사람씩 서 있었고 그들은 당황해 주위를 살폈다. 그들도 갑작스러운 변고에 어쩔 바를 모르는 듯했다.

“뭐지?”

누군가 겁에 질려 외쳤다.

목진 등은 이내 정색하며 석대에 갇힌 사람들을 지켜봤는데 영보산 한 군데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이 모이더니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함정이 있었단 말인가?”

목진 등은 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

영보산이 내뿜은 눈부신 빛이 산 전체를 감싸자 목진 등은 그곳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이에게 눈길을 돌렸다.

영보산에 사람이 있었다니. 오랫동안 방치되어 황량하기 그지없는 목신전에 사람이 있을 줄이야!

모습을 드러낸 이는 백발노인으로 조용히 허공에 서 있기만 했는데 그 위압감에 떠들썩하던 곳이 순간 조용해졌다.

그리고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무턱대고 영보산에 오르려다가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던 사람들도 입가의 피를 닦으며 두 눈이 휘둥그레져 백발노인을 바라봤다.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 누구도 목신전의 상대가 아니란 것만은 확신했다.

목진, 낙리, 온청선 등도 영력으로 몸을 휘감고 잔뜩 경계하며 언제든지 철수할 준비를 했다.

“목신전의 규칙에 따르는 자만이 영보산에 들어갈 수 있다.”

이때, 백발노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는데 아무런 감정도 섞여 있지 않은 목소리에 다들 소름이 끼쳤다.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아.”

목진이 고개를 들어 노인을 훑어보니 무뚝뚝한 표정에 눈동자마저 흐릿한 것이 아무런 감정도 없는 인형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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