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화. 진풍
어둠이 깃든 숲속에서 사람들이 잔뜩 걸어 나와 두 눈을 부릅뜨고 목진 등을 노려봤다.
목진은 진풍 등에게 이렇게까지 빨리 들킬 줄 몰라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낙리와 온청선은 목진 옆으로 다가갔다. 비록 중령원 사람이 많긴 하지만 이들을 쓰러뜨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허허, 넌 굳이 편한 길을 놔두고 지옥문을 두드리는구나.”
진풍이 조롱하듯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따위가 왔다고 이곳이 지옥이 돼?”
목진도 피식 웃더니 주위를 쓰윽 훑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서 영력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너희 세상이라도 된 것 같아?”
“입만 살아서는…….”
진풍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자신을 먼저 걱정하는 게 정상 아니야?”
“너희 때문에 내가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목진의 말에 진풍은 씨익 웃더니 손을 휘익 저으며 보다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들을 해결해!”
쿵!
진풍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기합을 넣었는데 다들 피부 표면에 미세한 빛을 발하는 것이 육신이 금속으로 만든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잇따라 이들은 힘껏 발을 구르며 목진 등에게 향했는데 백 명 정도가 한꺼번에 기세등등하여 몰려오는 모습이 상당한 압박감을 형성하였다.
목진도 바로 정색하며 깊게 숨을 들이켜고 뇌신체를 소환해 힘껏 발을 구르자 지면에 균열이 빠르게 퍼졌다. 그는 비록 영력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육신만으로도 일반 고수를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슉!
목진은 빠르게 중원맹 무리에 뛰어들었다.
퍽!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웅장한 권풍이 공기를 가르며 가장 앞쪽에 서 있던 사람들을 가격했다.
나지막한 소리가 함께 그들은 가슴팍이 움푹 파인 채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 나갔고 전투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퍽! 퍽!
목진이 무덤덤하게 검은색 뇌광을 감싼 주먹을 휘두르자 무서운 힘을 실은 권풍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그는 강철을 뒤집어쓴 짐승처럼 거침없었다.
목진 주위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었지만 그를 가까이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그들도 분명 단체 신결을 수련했지만 목진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그때 뒤쪽에 서 있던 낙리와 온청선의 피부 표면에도 빛이 발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영롱하고 투명한 것이 꼭 옥석 같았다. 낙리는 낙신검이 있어 아무도 가까이하지 못했고 온청선은 황금색 장창으로 가까이하려는 사람을 찔러 몸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어둠이 깃든 숲에서 처량한 비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진풍은 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과 싸워도 끄떡없는 목진 등을 무덤덤하게 쳐다봤다. 그는 자기가 데려온 사람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대단하군.”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진풍은 드디어 미소를 짓더니 온청선한테 눈길을 돌렸다.
“내가 1위였던 사람을 쓰러뜨리면 학원 대회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겠지?”
진풍이 가장 꺼리는 사람은 온청선이었다. 다른 소조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그녀가 이끄는 소조는 1위에서 내려온 적 없었고, 그녀의 실력 또한 엄청났다.
만약 밖이었다면 진풍은 감히 온청선을 건드리지 못했을 테지만 영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 구역에서는 달랐다. 온청선의 실력이 가장 약할 때를 노려야 했다.
한때의 1위가 곧 자기 손에 패배할 거란 생각에 진풍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온청선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서더니 바로 그녀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흥!
이에 온청선이 기합을 넣자 황금색 장창이 빛의 그림자를 그리며 빠르게 진풍에게 향했다.
“허허허.”
진풍은 괴상하게 웃더니 손가락을 굽혀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어떻게 된 건지 몰라도 녀석은 영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온청선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팅!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온청선은 창끝으로 웅장한 영력을 불어넣은 진풍의 공격을 막았지만 얼굴이 조금 창백해진 채 뒤로 십수 보 물러났다.
“하하, 내가 왜 자신만만한지 이제야 알겠지? 난 이곳에서도 영력을 사용할 수 있는데 너희 따위가 나한테 상대가 될까?”
진풍이 웅장한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고 위압감을 형성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에 온청선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진풍 따위에게 부상을 입다니. 소녀는 절대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영력이 없어도 넌 내 상대가 아니야.”
온청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과연 그럴까?”
말을 마친 진풍은 이내 정색하더니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온청선은 장창을 꽉 쥔 채 뒤로 물러나다가 사방으로 창을 휘둘렀다.
팅! 팅!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고 불꽃이 튀기며 공기가 폭발하였는데 온청선은 소리가 날 때마다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영력 수련을 주로 해왔던 온청선은 영력을 사용하지 못해 실력이 폭락하였다.
그녀는 진풍에게 완벽히 제압되었다.
한편, 진풍은 온청선의 반응에 흥분했는지 공격이 점차 난폭해졌다.
팅!
진풍의 웅장한 영력이 깃든 손가락이 엄청난 힘을 싣고 다시 장창에 맞서자 온청선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하하하!”
진풍은 폭소하며 바로 두 손가락에 영력을 불어넣었고 손가락에 빛이 점차 밝아지며 돌풍을 만들었다.
“구풍지(颶風指)!”
그는 신속하게 온청선의 뒤쪽으로 다가가 사정없이 그녀의 등을 공격했다.
이에 온청선도 곧바로 특이한 인법을 그렸는데 완성하기 직전, 익숙한 향기와 함께 누군가 그녀 뒤에 나타났다. 목진이었다.
소년이 갑자기 허리를 꼭 끌어안자 화들짝 놀란 온청선은 힘껏 목진의 가슴팍을 때렸는데 괴로움에 삐져나오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엄청난 힘에 멀리 튕겨 나갔다.
잠시 후, 목진은 자세를 조절해 바닥에 먼저 떨어졌고 온청선은 그 위에 떨어져 무탈하였다.
“뭐 하는 짓이야!”
온청선은 바로 목진의 팔을 뿌리치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손이 너무 맵네.”
목진이 가슴을 쓰다듬으며 씁쓸하게 웃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웅장한 영력으로 온몸을 감싼 진풍을 바라봤다.
“내가 녀석을 상대할게.”
“내가 혼자서 상대할 수 있어!”
온청선이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직도 목진이 함부로 그녀를 끌어안은 것에 화가 난 듯했다.
그런데 목진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막아 나섰다. 이에 온청선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년을 쓰윽 훑었는데 피투성이가 된 등을 보고는 흠칫하였다.
진풍의 손가락에도 피가 묻었는데 목진이 온청선을 안았을 때, 그의 공격에 맞아 난 피였다.
“야…….”
피범벅이 된 목진의 등을 발견한 온청선은 화가 저절로 가셨다.
“걱정 마. 난 살이 두꺼워 피 한 번 흘렸다고 죽지 않아.”
목진은 괜찮다며 손을 휘익 저었다.
“진풍은 나한테 맡기고 넌 낙리를 도와줘.”
온청선은 소년의 태연한 얼굴에 숨은 살기와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져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풍은 온청선 앞에 막아 나선 목진을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손가락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네까짓 것도 영웅이라고 미인을 구하려는 거야?”
“난 미인을 구하고 나쁜 놈까지 쓰러뜨릴 거야. 그래야 진정한 영웅이지.”
“네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진풍이 피식 웃으며 주먹을 쥐자 웅장한 영력이 폭풍처럼 주위를 휩쓸었다. 밖에서 평범했던 힘은 영력을 사용할 수 없는 곳에서는 더없이 막강했다.
진풍의 주위를 맴도는 웅장한 영력을 바라보던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진풍이 홀로 이들 셋을 잡으러 온 것은 영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넌 무언가를 사용해서 금령진의 간섭을 막은 것 같은데 영력을 완전히 되돌리지는 못했네.”
“제법인걸.”
진풍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도 너희를 상대하는 데는 충분해.”
이에 목진이 가볍게 웃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을 쏘아봤다.
“믿지 않는 눈치네?”
진풍이 피식 웃더니 주위의 영력 파동이 점차 난폭해져 광풍이 부는 것 같았다. 그러다 그는 귀신같이 목진 뒤에 나타나 돌풍이 모인 손가락으로 등을 겨눴다.
그때 목진은 뇌신체를 소환해 돌아서서 주먹을 휘둘렀다.
쿵!
굉음이 들려오며 강풍이 휘몰아쳐 지면에 균열이 일었다. 이에 목진은 뒤로 십수 보 물러났고 진풍도 뒤로 몇 보 물러났다.
“강한 육신이 있어 그렇게 당당했던 거야?”
진풍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온청선은 장창의 힘을 빌렸는데도 그의 공격을 겨우 막아냈는데 목진은 맨몸으로 막아내다니. 소년의 육신은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
진풍도 단체 신결을 수련한 적이 있지만 육신만 놓고 말하면 절대 목진을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단체 신결도 영력이 있어야만 완벽히 소환할 수 있기에 목진은 지금 온전히 육신의 힘으로만 버티고 있었다.
“표적으로 사용해야겠어. 지금부터 제대로 놀아볼까?”
진풍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영력을 사용할 수 없어 힘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속도도 느려져 진풍이 일단 영력을 끌어올리면 목진은 절대 그를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목진은 움직이는 표적이나 다름없었다.
슉!
진풍이 씨익 웃으며 발아래에 돌풍을 생성하더니 한 줄기 빛이 되어 지면에 깊숙한 흔적을 남기며 돌풍처럼 목진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나 목진은 꿈쩍 않고 서 있었다. 진풍이 가끔 보였지만 절대 그를 따라잡을 수 없단 걸 잘 알았다. 진풍은 마음껏 공격할 수 있어도 목진은 반격할 수가 없었다.
슉!
날카로운 힘을 실은 기의 회오리가 빠르게 목진의 등을 때리자 옷이 찢어지며 혈흔이 생겼다.
목진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으나 미세하게 떨리는 근육은 엄청난 고통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하하하.”
진풍의 득의양양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상대하기 꺼렸던 목진을 마음껏 때리는 느낌은 너무 묘했다.
슉! 슉!
진풍은 사정없이 목진을 공격했는데 그 과정을 보다 오래 즐기고자 일부러 요해를 노리지 않았다. 소년은 피범벅이 되어 더없이 처량해 보였지만 중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런데 목진은 여태껏 서 있기만 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함께 싸우던 낙리와 온청선이 목진을 보더니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돌풍 중심에 조용히 서 있는 목진은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
낙리는 낙신검을 꽉 쥐고 목진을 바라보았다.
“나쁜 놈!”
온청선도 잔뜩 화를 내며 장창을 잡고 특이한 인법을 그리려 하였다.
“내가 가서 진풍을 죽여버릴 거야!”
이때, 낙리가 온청선의 앞을 막아 나서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진한테 맡겨.”
“목진은 영력을 사용할 수 없어서 절대 진풍의 상대가 안 돼. 중원맹은 사람을 많이 파견했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영력을 사용할 수 있어!”
온청선이 정색하며 말했다.
“목진은 아무리 영력이 없어도 진풍 따위에 질 사람이 아니야.”
낙리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목진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다.
그녀도 피투성이가 된 목진을 보고 가슴 아팠고 당장 진풍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것은 목진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목진은 자기가 하기로 한 일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낙리의 말에 온청선은 돌풍의 중심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끄떡없이 서 있는 소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중원맹의 나머지 사람들을 향해 장창을 휘둘러 화풀이를 했다.
한편, 기의 회오리는 급격하게 목진을 공격했고 그의 몸에 난 혈흔도 더 짙어졌다.
“재미없어. 그만 마무리해야겠어.”
목진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금세 흥미를 잃어버린 진풍은 씨익 웃더니 돌풍의 회전하는 속도를 좀 더 높였다.
이제 목진을 완전히 쓰러트릴 차례였다.
그러다 돌풍이 회전을 멈추고 진풍이 귀신처럼 목진 뒤에 나타나 웅장한 영력을 실은 손을 휘둘렀다.
퍽!
진풍에 공격에 공기마저 폭발하였다. 그는 목진이 자신의 공격을 알아챘을 거라 여겼지만 육신의 힘만으로는 절대 피할 수 없을 만큼 빨라 이대로 목진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득의양양하여 웃던 진풍은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 피범벅이 된 목진의 몸에서 갑자기 눈부신 검은색 뇌광이 번쩍이며 난폭한 뇌명이 미친 듯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순간 진풍의 눈앞이 흐릿해졌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목진의 주먹이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검은색 뇌광이 진득한 액체처럼 주먹을 감쌌는데 그 속에서 아주 무서운 힘이 느껴졌다.
“말이 왜 그렇게 많아? 덕분에 몸에 퍼졌던 흑신뢰의 힘을 한데 모을 수 있었어.”
무덤덤했던 목진은 그제야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너야말로…….”
목진은 말을 하면서 사색이 된 진풍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제 끝이야!”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