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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34화 (333/1,000)

334화. 원령

잠시 후, 고요한 숲에서 미세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진풍과 유웅은 흠칫하여 고개를 돌렸는데 세 사람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허허, 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모였어?”

목진은 한껏 정색하여 싸울 준비를 마친 중원맹 사람들을 보더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옆에 서 있던 낙리와 온청선도 차가운 눈빛으로 녀석들을 바라봤다.

“목진, 너무 우쭐대지 마. 네가 호령옥반을 얻었다고 우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진풍이 목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내 호령옥반은 영력의 5할만 회복할 수 있어. 육신난 밖에 건너지 못한 네 실력으로 우릴 전부 상대하기란 무리야.”

“호령옥반이란 예쁜 이름이 있었어? 이 물건을 만든 사람 좀 대단한걸.”

목진이 피식 웃으며 앞으로 나아가 난폭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지금 내 손에 있는 호령옥반은 영력을 전부 되돌릴 수 있어.”

이에 진풍과 유웅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 주위를 둘러싼 웅장한 영력을 바라봤다.

“그럴 수는 없어!”

호령옥반으로는 체내의 영력을 전부 끌어올릴 수 없었다.

“불가능할 것도 없어. 내가 호령옥반을 보완하고 임시로 두 개 더 만들었으니까.”

목진이 웃으며 말을 마치자 낙리와 온청선도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주위에 돌풍을 일으켰다.

진풍과 유웅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목진이 이토록 짧은 시간에 호령옥반을 보완했을 뿐만 아니라 두 개를 더 만들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 말은 곧 온청선과 낙리마저 영력을 사용할 수 있단 뜻이었다.

“호령옥반을 줘서 정말 고마워. 안 그러면 나라도 별수 없었어.”

목진이 방긋 웃자 진풍은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앞쪽에 서 있던 중원맹 사람들도 엄청난 영력의 압박감에 사색이 되어 뒤로 물러났고 싸울 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목진 등이 영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이상 이들만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었다.

“너도 영진에 대한 조예가 깊구나.”

이때, 묵어가 천천히 돌아서서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중원맹에서도 영진에 대한 조예가 남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아마 쉽게 얼굴을 비추지 않은 첫째 우두머리겠지? 그는 여기 안 왔어?”

목진은 중원맹의 두 번째 우두머리를 보고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

“큰형님이 왔다면 넌 입도 열지 못했을 거야.”

진풍이 이를 갈며 말했다.

“오랜만에 훌륭한 영진사를 보는 것 같아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군.”

“언젠가 만나긴 할 텐데, 그때까지 네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목진이 중얼거리자 묵어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기대되는걸. 그런데 지금은 너희 생사부터 걱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목진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목진, 너희가 지금 당장 떠나면 중원맹과의 원한은 없던 것으로 하고 앞으로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 여기서 적을 두는 것보다야 친구를 사귀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묵어의 말에 목진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답했다.

“이미 늦었어.”

“좋은 말로 할 때 따를 것이지. 너희 셋이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답답한 친구일세.”

“그럴 리가.”

어느새 검은색 도포를 벗은 온청선이 황금색 갑옷을 드러내고 걸어 나오더니 장창을 들어 묵어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혼자서도 너희를 전부 쓰러뜨릴 수 있어!”

온청선은 체내에서 눈부신 황금빛을 발산하고는 뒤쪽에 황금 날개를 퍼덕이는 봉황을 만들어 더없이 고귀하고 오만한 기세를 뽐냈다.

학원 대회의 1위였던 소녀가 드디어 나섰다.

장령원 밖으로 눈부신 금광이 퍼졌다. 황금색 장창을 든 온청선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중원맹 사람들은 바라보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강력한 위압감에 중원맹 사람들은 무서워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싸울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묵어의 안색도 조금 어두워졌다.

“온청선, 중원맹은 만봉령원을 건드린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냥 너희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

“야!”

온청선의 싸늘한 대답에 묵어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가라앉히고 말을 이어갔다.

“온청선,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우리 큰형님은 두려워하지 않아!”

“숨어다니기만 하는 녀석으로 날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말을 마친 온청선은 피식 웃으며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그러자 황금빛이 요동치며 황금색 장창이 눈부신 빛을 발하며 수많은 장창으로 변해 상대방에게 향했다.

퍽! 퍽!

보통 사람은 온청선을 막을 수 없었다. 더구나 이곳에서 다른 중원맹 사람들은 육신이 조금 단단할 뿐, 유웅 등처럼 영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여 다들 도망가기 바빴고 온청선의 공격에 적중한 불쌍한 녀석들은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 나갔다.

온청선은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중원맹 사람들을 대부분 쓰러뜨렸다.

“온청선, 너무 하는 것 아니야!”

묵어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고함을 지르더니 지극히 난폭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가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꽉 쥐자 커다란 검영이 나타나 무서운 속도로 온청선에게 향했다.

“뭐지?”

묵어가 끌어올린 강력한 영력에 목진은 흠칫하였다. 그는 진풍처럼 영력의 절반이 아닌 전부를 사용하고 있었다. 묵어의 호령옥반은 진풍의 것보다 훨씬 정밀했다.

흥!

묵어의 매서운 공격에 온청선이 기합을 넣으며 주먹을 쥐자 황금색 장창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했고 봉황의 맑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금황지창(金凰之槍)!”

황금색 장창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봉황처럼 눈부신 황금빛을 비추며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탕!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휘몰아치자 지면은 흩어진 창망과 검기로 인해 커다란 흔적이 생겨났다.

퍽!

이때, 검영이 갑자기 폭발해 묵어는 몸을 휘청이며 뒤로 물러났고 손에서 피가 흘렀다. 온청선과의 싸움에서 철저히 열세에 처한 것이다.

“신백난이라…….”

묵어는 손에 난 피를 보더니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역시 학원 대회 1위였던 소조 조장이야. 이미 신백난을 건넜지?”

묵어는 곧 신백난을 건널 실력으로 보통의 영력난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났는데 온청선한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건 상대방의 실력이 더 좋다는 뜻이었다.

묵어의 말에 진풍과 유웅도 두 눈이 휘둥그레져 태연하게 서 있는 온청선을 바라봤다. 벌써 신백난을 건넜다니, 온청선은 역시 무서운 여인이었다.

“알았으면 전부 꺼져.”

온청선이 장창을 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나 진풍과 유웅은 서로를 쳐다만 볼뿐 아무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장령원은 목신전의 지존영액을 보관한 곳으로 한 방울이라도 얻으면 신백난을 건너는 데 큰 도움이 될 텐데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네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묵어가 피식 웃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한 줄기 빛이 나타났는데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청목 조각상으로 변했고 녀석의 체내에는 웅장한 영력이 깃들어 있었다.

“목신위라…….”

낯익은 청목 조각상을 본 목진은 흠칫하였다. 묵어 등한테도 목신위가 있을 줄 몰랐다.

“온청선, 이 목신위도 신백난의 실력인데 이길 자신이 있어?”

목신위를 소환한 묵어는 다시 기세등등해졌다.

“겨우 나무로 만든 인형으로 날 막으려는 거야?”

온청선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묵어를 바라보며 황금색 장창을 꽉 쥐었다.

“목신위는 나한테 맡겨.”

온청선이 나서려 할 때, 목진이 갑자기 웃으며 입을 열었다.

“겁도 없이!”

이에 묵어가 어이없다는 듯 씨익 웃었다. 목진은 기껏해야 육신난을 건넜을 뿐인데 신백난을 건넌 목신위의 상대일 리가 없었다. 그는 목진이 지금의 실력으로 영보산에서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른 전우를 쓰러뜨린 사실을 몰랐다.

“내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어.”

목진은 묵어를 바라보고 피식 웃으며 옷깃을 휘날렸는데 한 줄기 빛이 나타나 상대와 비슷한 체형의 거대한 목신위로 변했다.

“나한테도 마침 같은 물건이 있어. 과연 누가 더 강할까?”

목진은 히쭉 웃으며 표정이 일그러진 묵어를 바라봤다.

“젠장, 목진이 어떻게 목신위를 얻은 거야!”

진풍과 유웅은 목진에게 목신위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리되면 이들의 강력한 필살기는 아무런 소용도 없게 된다.

온청선도 흠칫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신백난 첫 단계를 넘은 실력을 갖춘 목신위는 엄청난 물건으로 그녀마저도 목진한테 이런 물건이 있는 줄 몰랐다.

묵어가 손을 휘두르자 목신위는 성큼성큼 온청선에게로 향했다.

“덩치가 비슷한 녀석끼리 싸워야지 여인을 찾아가면 되나?”

말을 마친 목진 역시 목신위를 움직이자 목신위는 미친 듯이 달려가 상대방을 향해 푸른빛을 감싼 커다란 주먹을 휘둘렀다.

퍽!

두 거물이 부딪치며 대지가 세차게 흔들렸다. 온청선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묵어에게 장창을 겨눴다.

“어떡하지?”

진풍 등이 함께 나서도 온청선의 상대가 되지 않았고 목진과 낙리까지 있어 영력을 사용할 수 없는 중원맹 사람들은 오히려 짐이었다.

그러나 묵어는 크게 당황한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뒤에 있는 장령원을 힐끗 보더니 중얼거렸다.

“된 것 같아.”

그때 묵어가 손을 휘두르며 외쳤다.

“다들 위치로!”

싸울 의지가 사라졌던 중원맹 사람들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장령원 근처에 튀어나온 석대로 가서 앉았다.

“온청선, 우리를 쫓아내기가 그렇게 쉽지 않을 거라고 내가 말했지?”

묵어가 피식 웃으며 장령원의 청목 기둥에 웅장한 영력을 불어넣자 오래된 기둥에 청색 무늬가 나타나더니 놀라운 속도로 주위에 퍼졌다.

이와 동시에 석대에 앉은 중원맹 사람들도 손바닥을 석대에 맞대고 체내의 영력을 불어넣었다. 어느덧 장령원 전체가 눈부신 빛을 발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목진 등은 흠칫하였고 온청선은 정색하며 수중의 황금색 장창을 휘둘러 예리한 금광을 발사했는데 이는 장령원에서 내뿜은 청광에 바로 무산되었다.

장령원 주위를 맴도는 빛은 점차 밝아졌고 석대에 앉아있던 중원맹 사람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묵어는 안색이 창백해진 조원들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 등을 바라봤다.

“목진, 너희는 오늘 여기 들어온 걸 후회하게 될 거야.”

묵어가 사악하게 웃더니 체내에 남은 영력을 오래된 청목 기둥에 전부 불어넣었다.

위잉!

장령원 앞에서 갑자기 웅장한 영력이 미친 듯이 모이더니 흐릿한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목진 등마저 위협을 느낄 만큼 강력한 파동을 내뿜었다.

“저건 장령원을 수호하는 원령이야. 녀석을 소환하면 장령원 주위에 있는 생명을 자동으로 제거해. 그래야 장령원에 있는 사람이 안전하거든.”

묵어가 득의양양하게 목진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너희가 곧 원령의 목표물이 될 거야. 목진, 진정한 승자는 너희가 아니야.”

그림자가 장령원 밖에 형태를 드러내며 놀라운 영력 파동이 일었는데 그 위압감에 공기마저 잠시 흐름을 멈춘 듯했다.

목진과 낙리 그리고 온청선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중원맹이 이런 방법을 숨기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고수라도 원령의 상대가 안 될 것 같아.”

낙리가 낙신검을 꽉 쥔 채 정색하며 말했다.

이에 목진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원령을 바라봤다. 원령 체내에서 내뿜는 파동으로 보면 보통의 신백난 고수는 절대 녀석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하, 목진, 어때? 너희가 아무리 대단해도 원령한테는 안 되겠지?”

묵어는 장령원에 서서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목진 등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목진 등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원령은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다.

“원령은 장령원 주위에 있는 생명을 전부 없앤다고 했는데…….”

목진이 갑자기 묵어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희는 장령원의 보물을 얻고 영원히 그 안에서 살 작정이야?”

묵어는 흠칫하였다. 목진이 이렇게 빨리 문제점을 발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중원맹이 원령을 소환하긴 했지만 녀석을 조종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장령원을 벗어나면 이들도 원령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그것은 골치 아픈 일이긴 하나 묵어는 목진 등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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