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화. 드디어 열린 대문
이때, 원령의 눈에 밝은 빛이 들어오더니 주위를 쓰윽 훑다가 목진 등한테 눈길을 멈췄다.
“장령원에 함부로 들어가려는 자, 모두 격살하라.”
“조심!”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져 외쳤다.
슉!
원령 주위에 영력 돌풍이 불더니 귀신같이 온청선 앞에 나타나 빛을 발하는 손에 엄청난 영력을 싣고 힘껏 휘둘렀다.
쿵!
공기가 폭발하며 공간마저 일그러질 기미가 보였다.
원령의 실력을 확인한 온청선은 바로 황금색 장창을 휘둘렀는데 이는 맑은 봉황의 울음소리와 함께 눈부신 황금빛을 발하며 빠르게 원령의 손바닥으로 향했다.
퍽!
무서운 영력이 휘몰아쳤고 온청선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튕겨 나갔다.
목진은 바로 온청선 뒤에 다가가 손으로 어깨를 부축했는데 원령의 무서운 힘으로 인해 팔에 혈흔이 생겼다.
잇따라 원령이 손을 휘두르자 기의 회오리가 목진과 온청선에게 향했다.
슉!
이때, 뒤쪽에서 웅장하고 예리한 검광이 날아와 기의 회오리와 부딪쳐 바닥이 와장창 깨졌다.
낙리는 예사롭지 않은 검의를 내뿜는 낙신검을 쥔 채 온청선 옆에 다가가 원령을 노려봤다.
“원령은 아마 신백난 세 번째 단계를 건넜을 거야.”
온청선의 말에 목진과 낙리는 흠칫하였다. 신백난 세 번째 단계는 이들이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다. 각종 필살기를 사용해 간신히 우승할 수 있다고 해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텐데 그것은 묵어 등이 가장 원하는 바였다.
“어떡할까?”
낙리가 목진을 바라보며 묻자 온청선도 덩달아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원령의 실력이 막강해 계속 싸워봐야 좋을 것이 없었고, 금령진 때문에 온청선과 낙리 역시 실력을 전부 발휘할 수 없었다.
“철수하자.”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제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다고 해도 신백난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원령을 쓰러뜨리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하여 아무리 지존영액이 탐나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목진의 말에 낙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는데 온청선은 미련이 남은 듯 장령원에 서서 득의양양하게 웃는 진풍 등을 바라봤다.
쿵!
그런데 원령은 목진 등을 풀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녀석은 갑자기 허공에 나타나 손바닥에 영력을 모아 거대한 영력 광인을 만들었는데 청목처럼 푸른 광인에 오묘한 부적이 적혀 있었다.
“청목봉산인(青木封山印)!”
원령의 말과 함께 광인은 빠르게 커지다가 백 장 정도 되어 주위를 감쌌다.
목진 등이 철수하려고 하자 바로 살수를 둔 것이다. 신백난 첫 단계에 이른 고수라도 이 정도 공격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너희가 먼저 떠나!”
말을 마친 목진은 바로 뇌신체를 소환했는데 검은색 뇌광이 피부 표면에서 미친 듯이 번쩍였고 체내에 뇌명이 들렸다.
“그까짓 실력으로 우리 두 사람 보고 먼저 떠나라고?”
온청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내 뒤에 숨어있는 것을 싫어하는 온청선은 쇠나무 숲에 들어와서 목진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다. 그래서 이번 일은 목진한테 맡길 수 없었다.
이에 목진은 소녀를 힐끗 보더니 어깨를 잡아 힘껏 숲으로 던졌다.
“야!”
온청선은 화가 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으나 다시 돌아가지 않고 목진을 노려보기만 했다.
“조심해!”
낙리도 목진이 걱정되었지만 머뭇거리다가는 세 사람 모두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바로 온청선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
두 여인이 떠난 것을 확인한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영력 광인을 바라봤는데 그 속에 깃든 웅장한 영력으로 인해 목진의 육신마저 미세한 통증을 느꼈다. 이는 육신이 위험을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잇따라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고 자신을 껴안자 머리에서 눈부신 빛이 비추며 주위에 살기가 퍼져 마주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대서미마주였다.
대서미마주는 순식간에 수백 장 정도로 커져 놀라운 살기를 뿜어냈다.
목진이 주먹을 휘둘러 대서미마주의 밑부분을 가격하자 이는 살기의 빛으로 변해 광인에 맞섰다.
쿵!
순간 주위에 있던 공기가 모조리 폭발하였고 단단한 쇠나무들도 맥없이 부러졌다.
목진 역시 조금 창백해진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비록 대서미마주의 힘을 빌려 원령의 무서운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결국 부상을 입었다.
이를 지켜보던 묵어, 진풍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목진이 조금 무서워졌다. 만약 자신들이었으면 절대 원령의 공격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미친놈,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진풍이 이를 갈며 말했다.
“실력을 아무리 숨겨도 절대 원령의 상대가 아니야.”
묵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허공에 떠 있는 목진은 대서미마주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신백난 세 번째 단계를 건넌 실력은 생각보다 강했고 영보산에서 상대했던 전우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슉!
이때,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원령이 순식간에 목진 앞에 나타났다.
“조심!”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낙리와 온청선이 사색이 되어 외쳤다.
원령은 목진한테 준비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고 무서운 영력 돌풍을 실은 공격을 개시했다. 그러자 지극히 놀라운 파동이 느껴졌다.
“젠장!”
목진은 이를 악물고 대서미마주의 살기를 사용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 목진의 얼굴에 한없이 가까워진 원령은 갑자기 공격을 멈췄고 초점 없던 눈에 빛이 반짝였다.
“혹시 계승자인가요?”
녀석이 중얼거리자 목진은 흠칫하였다. 원령은 목진의 미간을 보는 것 같았는데 거기에 오래된 나무 무늬가 나타났다. 이건 영보산의 백발노인이 준 선물이었다.
장령원 밖의 웅장한 영력 파동이 갑자기 조용해지며 원령 체내에서 비롯된 강력한 압박감도 사라졌다. 웅장한 영력이 실린 손을 휘두르려던 원령은 목진 앞에 멈춰서서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실 원령은 목진의 미간에 있는 오래된 나무 무늬를 보고 있었는데 이는 영보산의 백발노인이 준 선물이었다.
목진은 바로 대서미마주를 소환해 경계 태세를 취했다. 일단 원령이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바로 도망갈 준비를 한 것이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원령은 목진 앞에 서서 반짝이는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이에 목진을 도우러 나서려던 낙리와 온청선도 멈춰 섰다. 원령이 목진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란 걸 눈치챈 것이다.
“뭐지?”
두 여인은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묵어, 진풍 등도 어리둥절하였다. 상황은 이들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고 있었다.
한편, 원령이 더는 공격하지 않자 목진은 긴장을 풀었는데 녀석이 갑자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신분 확인 완료, 계승자는 장령원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합니다.”
“계승자라고? 내가?”
목진이 흠칫하여 물었다.
“신수의 무늬가 있는 당신이 바로 계승자입니다.”
원령은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목진을 더는 적으로 상대하지 않았다.
“그럼 난 장령원에 들어갈 수 있어?”
목진은 엄청난 희열을 간신히 참느라 입을 파르르 떨며 장령원을 가리켰다.
이에 원령이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자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령 때문에 생사가 오갔는데 지금은 계승자가 되어 장령원에 들어갈 자격까지 생겼다.
목진은 장령원에 숨어있는 묵어 등을 바라봤는데 녀석들은 뭔가를 눈치챈 듯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때 낙리와 온청선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는데 원령은 충실한 부하처럼 목진의 옆에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영보산에서 백발노인이 나한테 이 물건을 줬는데 원령이 이걸 보고 나더러 계승자래.”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해명하자 낙리와 온청선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신전이 네 것이라도 돼? 왜 좋은 건 다 네 몫이야!”
온청선이 씩씩거리며 소리치자 낙리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목신전에 들어오자마자 영보산의 가장 진귀한 구양신지를 취했고 지금은 계승자가 되었다. 이런 횡재에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이에 목진은 머쓱한 얼굴로 코를 쓰윽 만지며 말했다.
“이건 내가 목숨을 걸고 맞바꾼 거야. 그리고 방금 난 정말 원령의 손에 죽을 뻔했어.”
“원령이 네 말을 잘 따르면 저 녀석들을 쫓아낼 수 있어?”
온청선이 장령원에 숨은 중원맹 사람들을 가리키며 묻자 목진은 씨익 웃으며 사색이 된 묵어 등을 바라봤다.
“최후의 승자는 역시 나였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묵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하얗게 질린 안색이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그는 원령이 갑자기 목진의 말을 따르는 이유를 도무지 알지 못했다.
“얼른 나와.”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꿈 깨!”
말을 마친 묵어가 돌아서서 장령원 대문을 열려고 하였다. 지존영액을 취하고 빨리 이곳을 떠날 계획이었다.
퍽!
그런데 묵어의 손이 대문에 닿자마자 눈부신 빛이 폭발하더니 무서운 힘과 함께 그를 튕겨냈다.
“이럴 수가, 우리가 분명 봉인을 없앴는데…….”
진풍 등은 화들짝 놀랐다.
“장령원은 계승자만 출입할 수 있다. 함부로 들어가려는 자는 모두 격살한다.”
원령의 말이 주위에 울려 퍼졌다.
목신전의 물건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목진이 우연히 백발노인을 만나 나무 무늬를 얻지 않았더라면 묵어 등을 내쳤다고 해도 절대 장령원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목진 등은 아직 신백난 세 번째 단계를 건넌 원령을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두 가지 길을 제시하지. 지금 당장 거기서 나오거나 원령의 손에 쫓겨나거나.”
목진이 히쭉 웃으며 묵어 등을 바라봤다.
“뭘 선택할 거야?”
이에 묵어 등은 바로 둘 다 거절하려고 했는데 목진의 차가워진 눈빛에 흠칫 놀랐다. 학원 대회에 규칙이 있어도 목진이라면 얼마든지 이들을 이곳에 영원히 잠들게 할 수 있었다.
목진은 절대 마음이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졌어. 대신 장령원 보물을 반씩 나누자. 그럼 앞으로 중원맹의 도움이 필요할 때, 최선을 다하여 도울게.”
묵어의 말에 목진은 피식 웃더니 결연하게 거절하였다.
탐욕스럽고 악독한 묵어한테 보물을 절반이나 내줬다가 앞으로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빨리 결정해.”
목진의 말에 묵어는 안색이 한껏 어두워져 진풍 등을 바라봤다. 중원맹 사람들은 인원수로만 보면 최강이었으나 하나같이 싸울 의지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장령원의 보물은 포기해야만 했다.
그때 장령원에 숨어있던 중원맹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나와 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모였고 진풍과 유웅은 사색이 되어 묵어 뒤에 섰다.
“가자!”
묵어가 목진을 노려보고는 사람들과 함께 떠나려 하였다.
“잠깐만.”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어? 우리를 여기서 다 죽이려고?”
묵어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이들이 여기서 죽으면 그들이 속한 학원에서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학원 대회는 보통 살인을 금지하고 있었다.
“너희를 전부 죽일 수는 없지만 너희 셋을 폐인으로 만드는 것쯤은 가능해.”
목진이 무덤덤하게 한 말에 묵어 등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너희 신목비를 나한테 줘.”
목진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백발노인은 신목비 여섯 개를 모으라고 했었다. 신목비마다 다른 소신술이 적혀 있는데 여섯 개를 융합하면 분명 목신전을 대표할만한 엄청난 신술이 완성될 것이다.
“감히!”
묵어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러나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묵어를 노려보며 영력을 끌어올렸고 낙리와 온청선도 녀석을 쏘아봤다.
“오늘 일은 언젠가 갚아줄 거야!”
묵어는 화를 겨우 억누르고 청광 한 줄기를 목진한테 넘겼다.
빛이 가시고 나타난 물건은 다름 아닌 신목비였다.
“가자!”
묵어는 목진을 힘껏 노려보더니 중원맹 사람들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 중원맹의 체면은 이번에 제대로 구겨졌다.
“목신위를 얻지 못한 것이 아쉬워.”
목진은 빠르게 철수하는 묵어 등을 보고 아쉬워하며 말했다.
그는 목신위까지 빼앗고 싶었지만 그러다 묵어 등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하면 일이 복잡해질까 봐 그만두었다. 더구나 목진은 목신위를 완벽하게 조종할 수 없어 빼앗아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목신위까지 빼앗겼으면 통곡했을걸.”
온청선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속이 다 시원하다.”
목진도 히쭉 웃었다.
“저런 녀석들한테는 선심을 쓰면 절대 안 돼.”
“얼른 장령원에 들어가자. 난 목신전에 지존영액이 얼마나 있는지 너무 궁금해.”
온청선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장령원을 바라보자 목진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이 장령원으로 눈길을 돌리자 원령이 손을 휘둘렀는데 빛 한 줄기가 대문에 꽂히며 복잡한 무늬가 나타났다.
끼익.
잇따라 꼭 닫혀있던 두꺼운 문이 서서히 열렸다.
오랜 세월 봉인되었던 장령원에 다시 생기가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