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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337화 (336/1,000)

337화. 취령완(聚靈碗)

눈부신 세 갈래의 빛은 각자의 위치에서 웅장한 영력 파동을 뽐내며 푸른색 물고기를 포획해 지존영액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이들은 반나절 동안 지존영액을 수집하는데 몰두했다.

그러다 대전 중심에 있는 푸른색 늪에서 미세하게 파동이 일더니 주위에서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전부 빨려 들어갔다.

퐁당.

늪에 빠진 물고기들은 바로 액화되어 사라졌고 대전은 텅 비었다.

이에 목진 등은 어리둥절하여 수집을 멈췄다. 아직 지존영액을 마음껏 모으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뭐지?”

목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푸른색 늪을 바라봤다.

“푸른색 늪이 지존영액을 전부 흡수해 버렸어. 이곳의 지존영액은 한 번에 일정 수량만 취할 수 있나 봐.”

낙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난 이걸로 절대 만족 못 해!”

온청선이 언짢은 듯 푸른색 늪을 바라보며 투덜댔다.

“내 앞길을 막으려 하다니, 난 너까지 가져갈 거야!”

말을 마친 온청선이 손을 휘두르자 수많은 황금색 깃털이 기의 회오리로 변해 푸른색 늪을 공격했다.

위잉!

그런데 황금색 깃털은 푸른색 늪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늪은 그 영력을 전부 흡수하였다.

“뭐지?”

온청선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늪을 보더니 흠칫하며 말했다.

“이건 영기야!”

이에 목진도 흠칫 놀랐다. 수많은 지존영액을 담은 늪도 영기라니, 이를 가져갈 수만 있다면 엄청난 양의 지존영액을 얻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목진이 늪에 다가가서 보니 그 속에 흐릿하게나마 글이 적혀 있었다.

“이건…… 취영완이란 영기인가?”

목진이 오래된 글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취영완이라니, 그럴 리가!”

온청선과 낙리가 화들짝 놀라더니 바로 달려왔다.

“왜 그래? 취영완이 뭔데?”

두 소녀의 반응에 목진도 흠칫 놀랐다.

“무식한 녀석, 원고 시기, 대천세계에는 특이한 종족 취영족이 있었는데 그들이 만든 영기는 취영의 효과가 있었지. 그중 최고작이 바로 이 취영완이야. 이를 완전히 가동하면 천지의 모든 영력을 흡수해 지존영액으로 만들 수 있어.”

온청선의 말에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세상 모든 영력을 지존영액으로 만들 수 있는 엄청난 보물이 있을 줄이야……. 이 보물만 수중에 넣으면 지존급 강자가 꿈에도 바라는 지존영액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라면 이 영물은 엄청난 보물로 대천세계에 나가면 최정예 세력들이 서로 탐낼만한 물건이었다.

“취영완은 낙신검보다 훨씬 값진 물건이야. 이건 신기가 아니고 신기보다 더 높은 원고의 성물이야.”

온청선이 조용히 덧붙였다.

“원고의 성물이라…….”

낯선 이름은 목진한테 엄청난 압박감을 주었다. 이런 존재는 현재의 목진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물건이 그렇게 대단해?”

만약 취영완이 진짜 그렇게까지 엄청난 물건이라면 목진은 이를 취하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이라도 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번거로워질 것이다.

취영완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라 그에 맞는 실력을 키우지 않는 이상 이런 보물은 취급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다만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진짜가 아니야!”

온청선이 결연하게 말했다.

“가짜란 말이야?”

목진이 멈칫하며 물었다.

“그래, 비록 목신전도 방대한 세력이긴 하지만 당시의 대천세계에서는 최정예라고 할 수는 없고 유적 대륙에서마저 한 구역을 책임졌을 뿐이야. 목신전은 취영완 같은 성물을 취급할 수 있는 등급의 세력이 아니야.”

낙리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 물건은 가짜야.”

“가짜가 이렇게 대단해?”

목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취영완이 진짜였으면 취할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다. 언젠가 실력을 충분히 키운 뒤에 찾으러 올 생각이었는데 가짜라면 한번 시도할 법했다.

“가짜 취영완은 많아. 실력이 좋은 세력들은 보통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으니 목신전에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야.”

“그럼 우리가 가져가도 돼?”

낙리의 말에 목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목진은 그제야 장령원에서 가장 값진 물건은 지존영액이 아니라 가짜 취영완이란 것을 알았다.

이에 온청선과 낙리는 마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의 뒷배가 상당해도 취영완에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두 소녀가 장령원에 들어와서 수집한 지존영액은 취영완에 들어있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목진은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취영완을 취하려 했는데 강력한 흡인력이 폭발해 목진의 영력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목진은 몸을 파르르 떨더니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취영완은 주위의 영력을 저절로 흡수해. 우리의 능력으로 물건을 가져갈 수는 없어.”

낙리가 시무룩하게 말하자 온청선도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엄청난 보물을 눈앞에 두고도 취할 수 없으니 답답했다.

이때, 잠시 사색에 잠겼던 목진이 갑자기 미간을 움츠리자 오래된 나무 무늬가 서서히 형태를 드러냈다.

“원령이 나더러 계승자라고 했잖아. 내가 계승자면 여기 있는 모든 물건을 취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

목진이 미간의 나무 무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이걸 이용해서 다시 시도해볼게.”

이에 낙리와 온청선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목진이 마음을 가라앉히자 미간의 오래된 나무 무늬에서 은은한 빛을 비추더니 갑자기 푸른빛 한 줄기가 튀어나와 푸른색 늪을 감쌌다.

위잉.

이와 동시에, 푸른색 늪은 미세하게 움직이며 은은한 빛을 비췄다. 낙리와 온청선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진이 생각한 방법이 통했다!

늪은 서서히 작아지더니 오래된 푸른빛을 띤 옥 그릇으로 변해 목진의 손에 내려앉았다.

목진과 낙리, 온청선의 시선이 자연스레 옥 그릇을 따라갔다.

오래된 옥 그릇 주위에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피로 물들인 것처럼 선홍빛을 띠었다. 취영완은 진귀한 재료와 취영족의 선혈로 빚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옥 그릇에 액체가 출렁였지만 절대 넘치지는 않았다.

“지존영액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해봐!”

온청선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확인하려는데 취영완에서 푸른빛을 방출해 목진의 시선을 완벽하게 가렸다. 그리고 얇은 광막이 나타나 구멍을 막았는데 광막에서 오래된 부적이 보였다.

목진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취영완이 봉인됐어.”

목진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거짓말.”

온청선이 취영완을 가져가 영력을 끌어올려 보니 취영완 속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지존영액도 취할 수 없었다. 광막은 아주 얇긴 했지만 방어력은 막강해 이들이 뚫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젠장.”

온청선이 씩씩거리며 물건을 목진한테 던졌다.

“죽 쒀서 개 줬네.”

목진은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이더니 투명한 옥병을 꺼냈다.

“내가 방금 지존영액을 124방울 수집했는데 너한테 전부 줄게.”

취영완은 지금까지 모은 지존영액 보다 훨씬 귀했기에 목진은 이를 혼자 차지할 생각은 없었다.

“됐어, 너만 이 물건을 취할 수 있으니까 네 거야.”

온청선이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취영완은 네 것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지존영액은 나와 낙리한테 나눠줘야 해. 일단 너한테 맡겨둘 테니 앞으로 두 배로 갚아.”

온청선은 늘 말로만 센 척하였다.

“고마워, 너한테 빚졌다고 생각할게.”

낙리와 온청선에게 가짜 취영완은 그렇게까지 귀중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아무런 뒷배도 없는 목진한테는 엄청나게 중요한 물건이었다.

“네가 갚을지는 몰라도 일단 기억은 해둘게.”

온청선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하자 목진은 피식 웃으며 낙리를 바라봤다. 낙리와 목진은 서로 칼같이 나눌 필요가 없었기에 소녀는 부드러운 미소로 소년을 쳐다봤다.

“이만 가자. 서황 등이 걱정하겠어.”

낙리의 말에 목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취영완까지 수중에 넣었으니 이곳에 더는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갑시다.”

목진과 낙리, 온청선이 함께 그곳을 떠나자 장령원 대문은 다시 닫혔고 여느 때와 같이 조용해졌다.

목진 등은 장령원에서 나오자마자 들어왔던 길을 따라 신속하게 쇠나무 숲을 빠져나갔다.

중원맹 사람들은 일찌감치 도망갔고 목진 등이 영력까지 사용할 수 있어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가시가 잔뜩 난 음산한 쇠나무 숲을 벗어났다.

숲을 벗어나자마자 목진 등은 매끄럽지 못했던 영력이 다시 원활하게 돌아가고 강력한 힘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후우.

힘이 다시 돌아온 것을 확인한 세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영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답답한 일이었다.

“참 미묘한 느낌이야.”

온청선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력을 사용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경험해 봐야만 영력이 흐르는 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영로에서는 한, 두 해 동안 영력을 사용할 수 없었잖아.”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때는 영로에 너무 오래 있어서 영력이 있는 느낌을 잠시 잊었어.”

온청선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쇠나무숲에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 주위에 갑자기 영력 파동이 많아졌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적잖게 몰려들어 탐욕스럽게 목진 등을 노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낙리도 이를 눈치채고 인상을 찌푸리며 낙신검을 들었다. 왠지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반면, 온청선은 황금빛이 반짝이는 장창을 들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다들 감히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슉.

그러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 목진 등이 고개를 돌리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서황 등이 나타났다.

“드디어 나왔군.”

“저 사람들은 뭔가요?”

목진이 주위를 훑어보며 물었다. 그들이 쇠나무 숲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

“반나절 전에 중원맹 사람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나오는 걸 봤어.”

서황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희가 녀석들을 쫓아낸 거야?”

이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군.”

200명 가까이 되는 중원맹 사람들은 단체 신결을 수련해 영력을 사용할 수 없는 쇠나무 숲에서는 상대하기 버거웠을 텐데 결국 목진 등에게 쫓겨났단 생각에 서황 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중원맹 사람들의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 잠시 숨어있었는데 그들은 나오자마자 소문을 퍼뜨렸어…….”

서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쇠나무 숲에 장령원이 있는데 목신전의 모든 지존영액이 그곳에 들어있고 수량은 적어도 수만 방울이라고 했어.”

목진은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중원맹에서 물건을 얻지 못했다고 일부러 소식을 퍼뜨려 목진 등을 괴롭히려는 수작이었다.

장령원에 지존영액이 수만 방울이 들어있단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소식이 일단 퍼지면 목진 등은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었다. 지존영액은 진귀한 물건으로 그 양이 정녕 수만 방울이라면 학원 대회에 참석한 학생은 물론이고 지존급 강자마저도 탐낼 것이 분명했다.

지존영액을 이렇게까지 많이 보유한 지존급 강자는 아주 적었다.

지존영액 수만 방울은 지존급 강자 한 명을 엄청난 부자로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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