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화. 제압하다
“그리고 장령원의 지존영액을 너희가 전부 가졌다고 소식을 퍼뜨렸어.”
서황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호시탐탐 너희를 노리고 있는 거야. 만약 한, 두 소조가 왔으면 감히 덤비지 못했을 텐데 보아하니 수가 꽤 많은 것 같아.”
“근본도 안 된 녀석들, 지존영액을 그렇게 원하면 직접 와서 가져가 보라고 해. 나를 이길 수만 있으면 내가 거둔 지존영액을 전부 줄 거야. 그런데 과연 이걸 가질 사람이 있긴 할까?”
온청선이 씨익 웃으며 한 말에 서황은 머쓱하게 웃었다. 역시 학원 대회 1위였던 사람이라 그런지 패기가 넘쳤다.
이때, 멀리서 갑자기 열 명 정도가 허공에 날아올라 목진과 수백 장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이들 주위를 감싼 강력한 영력 파동으로 보면 다들 영력난을 건넌 고수였고 그 뒤에도 수십 소조가 목진 등을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었다.
“목진 조장, 난 영애령원(靈崖靈院)에서 온 진애(陳崖)라고 해.”
그중, 앞장선 사람은 푸른색 도포를 입은 청년으로 새하얀 피부에 생김새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눈에 탐욕이 가득 찼다.
목진은 녀석을 힐끗 보더니 서황 등한테 고개를 돌렸다.
“갑시다.”
“잠깐만!”
목진이 자신을 보는 척도 하지 않자 진애는 바로 안색이 어두워져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목진 조장, 그쪽 실력이 뛰어난 걸 잘 알긴 하지만 우리 쪽에 수백 소조가 있는데 정말 싸움이라도 나면 쉽게 끝내지는 못할 거야.”
“원하는 게 뭐야?”
목진이 드디어 진애한테 고개를 돌렸다.
“허허, 목진 조장이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지존영액을 열 방울씩만 나눠준다고 약속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넌 뭔데 열 방울씩이나 가지겠다는 거야?”
온청선이 정색하며 앞으로 나아가 황금색 장창을 꽉 쥐자 눈부신 금광과 함께 놀라운 영력 위압감이 형성됐다. 이에 진애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백난이라…….”
“온청선은 역시 신백난을 건넜어!”
“학원 대회 1위였던 사람은 역시 남다르군.”
“다들 겁먹지 말게. 온청선이 아무리 신백난을 건넜다고 해도 우리가 힘을 합치면 반드시 쓰러뜨릴 수 있을 걸세.”
뒤쪽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진애는 그들을 타이르느라 바빴다. 인원이 많지 않았으면 이들이 목진, 온청선과 낙리의 앞길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멍청한 것이 겁도 없이!”
온청선이 살기를 품고 나서려는데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익 저었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한 줄기 빛이 튀어나와 앞쪽에 커다란 청목 조각상을 형성했다. 목신위였다.
“녀석을 쓰러뜨려.”
목진이 진애를 가리키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쿵!
목신위는 발을 힘껏 구르며 방대한 몸을 움직여 진애에게 향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진애는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강력한 기의 회오리를 발사했는데 목신위는 주먹으로 이를 격파하고 진애의 몸을 공격했다.
퍽!
진애는 멀리 튕겨 나가 바닥에 커다란 구멍을 낸 채로 꽂혔고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어 의식을 잃었다.
“너희가 감히!”
진애와 함께 나섰던 나머지 영력난 고수 9명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며 소리쳤다.
슉!
그런데 녀석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금광이 보이더니 온청선이 나타나 예리하기 그지없는 장창을 휘둘렀다.
슈슉!
창영이 지나가자 영력난 고수 세 명의 몸에 순간 구멍이 나며 맥없이 추락했다.
위잉!
이와 동시에, 맑은 검음이 들렸는데 검하가 휩쓸고 지나가자 다른 영력난 고수 세 명이 피가 철철 흐르는 팔을 안고 사색이 되어 도망갔다.
쿵! 쿵!
목진도 남은 영력난 고수 세 명 앞에 나타났는데 검은색 뇌광이 미친 듯이 번쩍이는 주먹을 휘둘러 세 사람의 가슴팍을 공격했다.
애처로운 비명이 들리고 세 사람 역시 가슴이 움푹 파인 채 산에 내리꽂혔다.
주위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목진과 낙리, 온청선은 영력난 고수 열 명을 순식간에 격파했다. 뒤쪽에서 목진 등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우왕좌왕했다.
이때, 목진이 허공에 멈춰서서 뒤쪽에 숨은 사람들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또 누가 나설 거야?”
중원맹이 소식을 퍼뜨린 이유를 잘 아는 목진은 숨어다닐 생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숨으면 숨을수록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목진 등을 노리는 사람은 점점 더 불어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강력하게 맞서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래야 상대방의 탐욕을 잠재울 수 있었다.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은 폭력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다.
한편, 사람들은 목진의 말에 다들 두려워 감히 나서지 못했다.
목진과 낙리, 온청선이 허공에 떠 있었고 커다란 목신위가 이들 뒤에 서 있었는데 인원수는 적지만 그들이 주는 위압감은 엄청났다.
그들은 이제야 목진 등과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절대 목진 등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누구든 우리가 취한 지존영액이 탐나면 가지러 와. 대신 이것만 알아둬. 너희를 처리하려면 일이 복잡해지지만 이곳에 영원히 묶어두는 방법이라면 아주 많다는걸.”
목진의 말에 다들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중원맹의 이 멍청한 녀석들아, 이렇게 비열한 방법을 사용할 바에는 직접 나서지?”
사람들을 쓰윽 훑어보며 말을 마친 목진은 목신위를 거두고 떠났다. 낙리, 온청선, 서황 등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아무도 감히 그들을 쫓는 사람은 없었다.
목진 등이 멀리 떠나자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서로 마주 보더니 시무룩한 얼굴로 흩어졌다. 그들은 목진 일행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그때 은밀하게 산속에 숨어있던 묵어 일행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무사히 그곳을 떠난 목진 등을 바라보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
“목진, 너무 우쭐대지는 마. 언젠가 네가 가져간 물건을 전부 받아낼 거야!”
* * *
하얀 구름이 푸른 하늘에서 느긋하게 흘러가고 있는 이곳에 오랜만에 안정감이 깃들었다.
슉.
멀리서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빛줄기 열 갈래가 구름을 가르며 신속하게 지나갔다.
“따라붙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서황이 뒤쪽을 살펴보더니 한시름 놓은 듯 말했다. 목진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아 싸우려면 여러 가지로 귀찮은 일이 생길 뻔했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멈춰서서 영롱한 옥병을 꺼냈다. 옥병에는 맑은 광택이 비추는 지존영액이 들어있었다. 그 속에서 지극히 순수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이건…….”
옥병에 든 물건을 확인한 서황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존영액이야?”
지존영액이 얼마나 진귀한지 잘 아는 서황 등은 한껏 흥분되었다. 지존급 강자만 누릴 수 있는 물건이긴 하지만 이들한테도 아주 유익한 물건이었다.
이에 목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손을 튕기자 지존영액 30방울이 서황 등에게로 향했다.
“각자 열 방울씩 가져요. 목신전 유적지에서 나가면 이것으로 영력난을 건너면 돼요.”
“정녕 우리한테 주는 거야?”
서황 등은 허공에 떠 있는 지존영액을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 이들 앞에 놓인 지존영액은 지존급 강자 한 명이 한 해 동안 쉼 없이 만들어도 얻기 힘든 양이었다.
“우리는 같은 소조잖아요? 다 같이 실력이 올라가야 대회에서 유리하죠.”
서황 등은 목진의 말에 흥분한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말 고마워.”
서황 등이 지존영액을 거두자 목진은 빈아 등한테 다가갔다.
“장령원에서 내가 가장 좋은 걸 얻어서 너희 지존영액도 내가 줄게.”
목진이 장령원에서 얻은 취영완은 비록 가짜지만 가치가 여전히 대단했고 그 속에 든 지존영액도 결코 적지 않았다. 비록 봉인 때문에 구체적인 양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낙리와 온청선이 수집한 것을 합한 것만큼은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봉인을 뚫을 수 없어 낙리와 온청선한테 일정량을 지급할 수 없고 봉인을 뚫었을 때는 모두 각자의 위치에 돌아가 있을 거라 낙아 등의 지존영액이라도 대신 주고 싶었다.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지존영액 40방울이 빈아 등에게로 향했는데 소녀들은 바로 받지 않고 온청선을 바라봤다. 목진의 마음은 고맙지만 조장인 온청선의 뜻에 따라야 했다.
“받아, 이건 목진이 응당 줘야 마땅한 거야.”
온청선은 목진을 힐끗 보더니 빈아 등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빈아 등은 이내 화색이 되어 지존영액을 거두었다.
“목진 오라버니, 고마워요.”
목진도 방긋 웃더니 옥병에 남은 50방울도 안 되는 지존영액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렵게 수집한 지존영액이 한순간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비록 취영완을 얻기는 했지만 아직 봉인을 뚫지 못했고 이토록 진귀한 물건을 함부로 꺼내어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영력을 흡수해 지존영액으로 만드는 보물은 지존급 강자한테 엄청난 유혹이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온청선이 물었다. 두 차례에 걸친 수확이 만족스러웠던 온청선은 목진이 선택한 곳에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목신전 유적지가 크긴 하지만 들어온 사람도 많아 대부분은 보물을 이미 찾아냈을 거야.”
목진이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목신전 유적지에 영보산과 장령원을 제외하고도 중요한 구역이 몇 군데 있었지만, 이들은 이 두 곳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다.
과도한 탐욕은 오히려 화를 부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목신원으로 가자. 그곳은 목신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야.”
잠시 고민하던 목진이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실력이 상당한 소조는 전부 목신원으로 가고 있을 거야. 그리고 이번 싸움은 전보다 훨씬 치열할 거야.”
“과연 누가 내 손에서 보물을 빼앗을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
온청선은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럼 떠날까?”
그 모습에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온청선은 봉황처럼 오만하고 고귀하여 고개를 숙이는 법을 모르는 여인이었다.
말을 마친 목진은 사람들과 함께 신속하게 목신원으로 향했다.
* * *
그 시각, 방대한 유적지의 한 곳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곳은 산봉우리에 지어진 오래된 대전으로 전부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더없이 견고했다. 대전에서는 영력이 부딪치는 엄청난 소리가 들렸고 주위에 강력한 영력 파동이 퍼져 산 전체가 흔들렸다.
오래된 대전 주위의 하늘과 산봉우리에 사람들이 서 있었는데 모두 겁에 질린 듯한 모습으로 대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대전은 이 구역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건물로 규모상 원고 시기에 목신전에서 중요한 장소가 분명했다. 그러니 이곳에 분명 보물이 있을 것이다.
하여 사람들은 도착하자마자 그곳에 뛰어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색이 되어 황급히 도망쳐 나왔다. 이들은 대전에 들어가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일인줄 몰랐다.
대전에는 무려 신백난을 건넌 수비가 있었다.
반나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대전에 무사히 들어가지 못했는데 선홍빛 도포를 입은 사람들 10명이 오더니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바로 대전으로 뛰어들어 갔는데 여태껏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안에서 죽은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대전에서 전해지는 난폭하고 피비린내 나는 영력 파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