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화. 목신원
계속해서 이어지는 치열한 싸움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전에 들어가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아는 사람들은 어디서 온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버틴 것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쿵!
그때 대전에 나지막한 뇌명이 들리더니 갑자기 대문이 부서졌고 누군가 튕겨 나가 산봉우리 하나를 무너뜨렸다. 사람들은 산이 무너지며 흘러내린 바위에 깔려 꿈쩍 못 하는 사람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그는 바로 신백난을 건넌 대전 수비로 녀석들은 그를 쓰러뜨린 것이었다.
쏴아아.
이때, 대전에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혈하가 갑자기 흘러나와 선홍빛 도포를 입은 사람 10명으로 변했다.
앞장선 사람은 훤칠하게 생기고 눈가에 살기가 깃든 청년으로 중상을 입은 수비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목신전 유적지의 보물이 제법 마음에 드네. 오길 잘했어.”
그는 손에 혈광을 번쩍이며 사악하게 웃었다.
“목진도 제법이야. 목신전의 장령원을 쓸어 담았다니……. 지금쯤 목신원에 갔겠지?”
“흥미롭군. 녀석이 지존영액을 전부 나한테 넘기면 목숨은 살려줄 수 있는데 말이야…….”
청년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죽이자. 낙리와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것이 얄미워. 그러다 재수 없게 그 녀석을 만나면 내 공까지 빼앗길 것 같아.”
“그럼 얼른 목신원으로 가자. 그 녀석을 제대로 상대할 때가 된 것 같아.”
이에 청년은 씨익 웃더니 조원들과 함께 혈광이 되어 그곳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자 현장에 남은 사람들은 대전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대전에 커다란 균열이 일더니 와르르 무너졌다.
* * *
목신원은 목신산의 가장 높은 곳에 있어 목신산 밖에서 보면 흐릿하게 보였다. 우뚝 솟은 산맥의 정상에 있는 목신원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웅장하기 그지없었고 조용히 서서 이곳 대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원고 시기, 이 구역의 세력들에게 이곳은 최고 권력을 대표하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한편, 목진 등은 쉼 없이 달렸지만 반나절 넘게 걸러서야 목신원 근처에 도착했다. 목신산은 일출과 일몰이 명확하지 않아 햇볕이 항상 대지를 비췄는데 이로 인해 목신산의 나무는 유난히 무성했다.
슉.
목진 등은 한 산봉우리에 내려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는 흠칫 놀랐다.
이들과 멀리 떨어진 앞쪽에 산봉우리가 우뚝 솟아 올라와 있었는데 너무 경사가 심해 기어오를 수도 없었고 산 정상에 있는 오래된 암청색 전각 주위에는 수천 장의 광환이 맴돌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신선이 사는 곳처럼 신비로웠다.
“저기가 목신원이구나.”
목진이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목진은 원고 시기, 목신전의 위엄과 실력을 엿볼 수 있었다.
점차 눈길을 거둔 목진은 주변을 살폈는데 빛줄기가 부단히 이쪽을 향하더니 주위에 멈춰 섰다.
수많은 이들이 목신원에 모여들었다. 목신산 정상에 있는 오래된 대전이야말로 목신전에서 가장 중요한 곳임을 다들 잘 알고 있었다.
탕!
이때,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서 원고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가 목신원이야?”
서황 등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산 정상에 있는 오래된 대전을 보고는 목진한테 고개를 돌렸다.
“지금 당장 들어갈까?”
“아니요.”
목진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는 오래된 대전 주위를 감싼 방대한 광환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 광환에서 무서운 파동이 느껴졌다.
“목신원은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고 광환도 장식용으로 둔 것이 아니에요. 우리만으로는 절대 들어갈 수 없어요.”
“맞아요. 이런 세력의 본부에는 분명 강력한 보호막이 있을 거예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 목신전이 몰락했다고 해도 절대 함부로 뛰어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낙리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에 온청선은 날카로운 얼굴로 방대한 광환을 바라봤다.
목진과 낙리의 말에 서황 등은 바로 목신원에 들어가려는 생각을 접었다. 함부로 움직였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조용히 서서 기다렸는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다들 주위 산봉우리나 나무에 내려앉아 호시탐탐 목신원을 노려봤다. 그들도 산 정상에 있는 오래된 대전이야말로 목신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슉.
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와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들은 무령원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여리여리한 소녀로 빨간색 치마에 자기보다 더 큰 언월도를 쥐고 있었는데 영기에서 음산한 기운을 풍겼다.
바로 일전에 만난 무영영이었다.
“또 만났네?”
온청선이 히쭉 웃으며 목진을 쳐다보자 목진은 머쓱한 얼굴로 콧등을 쓰윽 만졌다. 영보산에서 무영영이 왕종의 손을 잡지 않은 것이 의외였지만 소녀의 성격이 불같아 보여도 착하다는 게 느껴졌다.
하여 목진은 무영영과 눈이 마주치자 상냥하게 웃어줬다.
“흥.”
그런데 무영영은 아직 목진의 호의를 받을 준비가 안 된 모양이었다. 이에 목진은 어색해서 괜히 어깨를 들썩이며 딴청을 피웠다.
잇따라 실력이 뛰어난 소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 일부는 목진도 놀랄 정도였다. 목신전 유적지에서 좋은 기회를 얻어 실력이 폭등한 것이 틀림없었다.
잠시 후, 성령원 왕종 등을 포함하여 낯익은 사람들도 속속 도착했다.
“흠…….”
성령원의 왕종을 노려보던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실력이 강해졌군.”
온청선도 이를 눈치채고 흠칫하였다.
“녀석이 영보산에서 얻은 영물로 신백난을 건넌 것 같아.”
“성령원 사대 성자 중 경험이 가장 풍부한 왕종은 역시 남다르군.”
목진이 중얼거렸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영물로 신백난을 건널 생각을 하다니, 목진은 왕종의 결단력이 마음에 들었다.
왕종의 영력 파동은 영보산에 있었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고 형성한 위압감으로 보면 신백난 첫 단계를 건넌 것으로 보였다.
이때, 왕종도 한기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는데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비록 신백난 첫 단계가 강하긴 하지만 목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반면, 왕종은 목진이 영보산에서 신백난 첫 단계인 전우를 쓰러뜨린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아 영물을 취하자마자 신백난에 도전한 것이다.
만약 영력난에 머물러 있었으면 왕종은 앞으로의 싸움에서 더는 목진의 상대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슉.
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방대한 무리가 몰려왔는데 그들은 중원맹이었다.
“저들도 참…….”
그런데 묵어, 진풍과 유웅을 본 목진은 흠칫하였다. 녀석들은 한쪽 팔을 잃은 채 나타났다.
“뭐지?”
낙리와 온청선도 놀란 기색이 역력하였다. 세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한쪽 팔을 잃었단 말인가?
이렇게 묵어 등은 한 산봉우리에 자리를 잡더니 살기 가득한 얼굴로 목진 등을 노려봤는데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장령원에서 나와 다른 뭔가를 했나 보군.”
장령원에서 싸운 뒤, 묵어 등은 목진 등의 상대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을 텐데 지금 보니 이들을 전혀 두려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목신전 유적지는 괴상한 물건이 많아. 어딘가에서 신기한 물건을 얻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온청선의 말에 목진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묵어 등은 운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기회를 단 한 번도 잡지 못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쏴아아.
갑자기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짙은 피비린내가 주위에 퍼졌다. 이에 낙리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녀석들이 드디어 나타났군.”
목진도 이내 정색하여 고개를 돌렸는데 갑자기 혈하가 나타나 들끓는 피비린내를 풍겼다.
“우리가 늦지 않았나 보네.”
선홍빛 도포를 입은 혈천도가 씨익 웃으며 목진 등한테 고개를 돌렸다.
“목진, 낙리, 또 만났네?”
목진은 혈천도를 물끄러미 노려봤다. 여기 있는 사람 중, 목진이 꺼리는 사람은 혈신족의 혈천도 뿐이었고 여기서 반드시 싸우게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보다 차가워진 눈빛으로 주위를 훑었다.
여기 모인 사람 중, 중원맹, 성령원과 혈천도는 무조건 적이고 사해령원과는 원한 관계가 없지만 친구도 아니었다. 게다가 무영영은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소녀가 화가 나면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목진 등이 이번에도 최후의 승자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다고 주눅이 들 필요도 없었다.
소년은 칼같이 예리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쏘아봤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며 빛줄기가 날아와 떠들썩했던 곳이 더 혼잡하고 요란해졌다.
목진 등은 대전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는데 이는 실력이 뛰어난 소조들만 설 수 있는 자리였다. 만약 실력이 안 되면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바로 내쳐질 것이다.
이곳에서는 자리마저 실력으로 결정했다.
목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혈천도를 노려봤다. 왕종, 묵어 등에 비하면 혈천도야말로 실력을 가장 잘 숨긴 사람들이었다. 그는 역사가 유구한 서천계 사대 신족중 하나인 혈신족 출신으로 지위도 혈시보다 훨씬 높았고 낙리 때문에 이곳에 왔지만 목진은 절대 그들에게 낙리를 가까이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목진의 눈빛에 혈천도는 피식 웃기만 했다.
목진 옆에 서 있던 낙리도 낙신검을 꽉 쥔 채 한기 어린 눈빛으로 혈신족 사람들을 노려봤다. 장소가 마땅했다면 낙리는 당장 나서 혈신족 황족인 혈천도를 죽였을 것이다.
탕!
이때, 산봉우리에서 다시 원고의 기를 담은 오래된 종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위잉.
잇따라 암청색 대전 주위를 맴돌던 방대한 광환의 빛이 어두워졌다.
“갑시다!”
이를 발견한 누군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나섰다.
쿵!
분위기가 순간 끓어올랐다. 수많은 사람이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한 갈래 빛이 되어 산 정상으로 향했고 목진도 빠르게 뛰어갔다. 그리고 낙리, 온청선이 그 뒤를 따랐고 서황, 빈아 등이 연이어 달려갔다.
지금이야말로 등산하는 최적의 시기라 다들 곧바로 움직였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산 중턱까지 올랐다.
꽈르릉.
그런데 그때, 암청색 대전 주위를 맴돌던 방대한 광환에서 나지막한 소리를 내더니 수만 갈래의 빛줄기가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퍽! 퍽! 퍽!
빛줄기는 예리하지 않았지만 방어막이 아무리 강력하고 영기로 호신해도 빛줄기에 맞은 사람은 바로 피를 토하며 추락했다.
그러나 산을 오르던 목진은 빛줄기의 위력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 정도 변수는 반드시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슉!
그때 빛줄기 한 갈래가 갑자기 내려와 목진을 감쌌는데 너무 빨라 근처에 있는 낙리 등을 구하러 가고 싶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쿵!
목진 체내에서 검은색 뇌광이 뇌룡처럼 솟구쳤고 뇌광은 피부 표면에서 정신없이 요동쳤다. 그 모습이 마치 뇌신처럼 용맹해 보였다.
쿵!
빛줄기에 맞은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계속해서 정상으로 향했다. 이와 동시에 온청선과 낙리도 다른 빛줄기의 목표물이 되었다.
“흥!”
온청선이 기합을 넣더니 황금빛이 눈부시게 비치는 장창을 소환해 전쟁의 신처럼 빛줄기에 맞섰다.
위잉.
낙리는 태연하게 낙신검을 휘둘러 예리한 검광으로 빛줄기를 베었다.
슉!
두 소녀는 거의 동시에 빛줄기를 뚫고 목진의 뒤를 쫓았다.
꽈르릉!
그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웅장한 영력으로 빛줄기를 견뎌내고 계속해서 정상에 올랐다.
퍽!
나지막한 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일부 사람들은 피를 토하며 추락했지만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빛줄기를 뚫고 계속 정상에 올랐다. 그중 눈치 빠른 사람들은 등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빛줄기의 힘이 약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 누군가 혼자 산을 오르려 했다면 그 사람이 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추락했을 것이다.
슉!
목진은 용등술을 소환해 바로 정상에 올라 청목으로 만든 널찍한 목대에 내려앉았다.
잇따라 낙리와 온청선도 정상에 올라왔고, 서황 등은 한참 지나서야 올라왔다. 이들은 낙리 등과 조금 거리를 둬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절대 빛줄기의 공격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서황 등은 피를 토하며 추락할 뻔했다.
슉.
목대에는 사람이 바로 찼는데 등산하기 전에 비하면 훨씬 적었다. 목신원은 첫 번째 방어막으로 8할 정도를 탈락시켰다.
목진이 주위를 훑어보니 혈천도, 왕종, 묵어, 무영영 등 실력이 괜찮은 사람들은 전부 자리를 차지했다.
이때, 대전 주위를 맴돌던 방대한 광환은 다시 눈부신 빛을 비추며 뇌명이 들렸다.
광환은 암청색 빛을 방출해 목대의 앞쪽을 비춰 사람들과 목신원을 갈라놓았다.
꽈르릉.
운해처럼 생긴 암청색 빛은 미친 듯이 요동치다가 암청색 뇌광이 나타났고 벼락과 함께 엄청난 뇌명이 들렸다.
“저건…….”
암청색 뇌해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저건 신목강뢰(神木罡雷)야.”
낙리가 정색하며 말했다.